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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도황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이화영
작품등록일 :
2023.07.31 18:04
최근연재일 :
2023.12.30 10:43
연재수 :
9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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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307
추천수 :
659
글자수 :
649,521

작성
23.09.15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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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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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7쪽

탁단봉(卓丹峰)의 심장(1)

DUMMY

철두가 은자 500만냥을 실은 마차 앞에서 말했다.


“형님,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그의 뒤편에는 강군과 임하선, 고참 무사 50인이 단단히 무장하고 대기 중이었다.

이들은 지금 자 장로 집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내가 아우들만 보내는 게 왠지 찝찝해 잠시 마차를 둘러보며 침묵을 유지했다.


“형님?”

“지상아?”


철두의 재차 부름에 추문강이 옆에서 내게 눈치를 주었다.

그제야 내가 철두와 강군, 임하선, 그리고 오십 인의 무사를 향해 목청을 높였다.


“이동 중에 행여 적의 습격이 있을지라도 무리해서 맞서지 말고 자 장로 집에 은자를 배달하는 일에만 집중해라. 만일 실패하면 그대로 장원으로 복귀하면 된다. 명심해라, 선거 운동은 이제 시작이라는 사실을. 작은 일에 목숨 걸지 마라. 알았나?”

“네, 문주님!”


무사들의 호위 속에 은자를 실은 마차가 출발했다.

추문강이 내 어깨를 툭 건들었다.

내가 녀석을 돌아보며 말했다.


“알아, 안다고··· 나도 내가 변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



어제 밤나무숲 정리 작업 때 추문강은 내게 할 말이 있어 보였다.

역시나 입문식이 끝난 뒤 추문강이 술 항아리를 들고 내 집무실을 찾았다.

녀석과 나는 모처럼 깊은 대화를 나눴다.

추문강이 고백했다.

육손에게 정보를 주고 황건명에게 편지를 써서 가석방을 받도록 유도한 게 자신이라고.

그럴 줄 알았다.

비룡방이 파산한 게 언젠데 수감 중인 놈이 무슨 돈이 있어 그 비싼 영야각에서 정보를 살 수 있었겠는가.

추문강이 자신이 그리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내가 보니까 말이야. 혈화문이나 비룡방처럼 처음에 소규모로 시작한 조직이 나중에 몸집을 키우고 나면 더 크게 성장할 기회가 한 번은 꼭 찾아오더라고. 근데 막상 그 기회가 찾아오면 대다수 조직이 오히려 위기를 맞고 무너지더라니까.”

“어떤 위기?”

“조직의 우두머리가 쓰러져.”

“경쟁 세력한테 당해서?”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일 욕심 때문에 무리하다가 혼자 병이 나서 쓰러져. 자신을 너무 혹사해서 결국에는 진이 다 빠져버린다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 사람이 이끌던 조직도 아사리판이 나는 거지.”


내가 술잔을 깨끗이 비웠다.

추문강의 말이 이어졌다.


“내가 네 허락도 받지 않고 육손을 불러들인 게 바로 그 때문이야. 지상이 네가 막상 일을 분담하고 싶어도 네 밑에 쓸만한 사람이 없으면 어차피 그건 공염불에 불과할 테니까···.”


내가 끄덕이며 녀석과 술잔을 부딪쳤다.

한 모금 마신 뒤 내가 물었다.


“솔직히 육손이 반응은 어땠어? 나랑 같이 일하고 싶어했어?”

“처음엔 놀라더라.”

“응?”

“내가 애들 데리고 네 밑으로 들어간다고 했을 때 육손이가 기겁했어.”

“아, 그래?”

“아니 지상이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라 혈화문에 들어오는 건 오히려 좋아했고, 걔가 놀란 건 내 판단 때문이었어.”

“네 판단?”

“응, 들어 봐. 백석교 사건 때 육손이는 느낌이 안 좋다고 싸움을 보류하자고 했어. 한데 내가 녀석의 조언을 무시하고 그 사달을 낸 거지. 옆에 귀면쌍마가 딱 버티고 있으니까 뵈는 게 없었거든.”

“그런 형편없는 판단력을 가진 놈이 갑자기 혈화문에 들어가겠다고 하니 그것 때문에 기겁했구만?”

“맞아, 내가 거짓말하는 줄 알고 엄청 의심했지.”

“그럼 육손이가 우리 혈화문에 들어오는 걸 왜 좋아했는데?”

“자기나 아우들이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나랑 비룡 방주 밑에 있을 때는 한계가 느껴졌다고 하더라. 물론 나중에 한 말이긴 하지만.”

“문강이 네 생각은 어떤데?”

“음, 일단 지상이 네가 무공 면에선 뭐 더 말할 나위가 없고, 또 혈화문 식구들도 각자의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들이 많고. 한데 나는 그런 것보다 혈화문의 최대 장점은 너의 그 개방성? 그거 같아.”

“개방성?”

“응, 너는 일단 아랫사람들 말도 무시 안 하고 다 들어보잖아. 또 한때 적이었던 사람도 과감하게 자기 식구로 받아들이잖아. 나는 그런 게 앞으로 우리가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거 같아. 육손이도 마찬가지로 그 부분을 지적했어. 원수 같던 우리를 차별 없이 받아준 것만 봐도 그 부분은 증명되고도 남았지.”

“하하, 그건 내가 필요해서 그런 건데?”

“야, 필요하다고 해서 다 그렇게 하진 않아. 그게 차이점이라고. 나는 그게 좋아. 나한테는 없는 점이거든.”

“뭐, 빈말이라도 고맙다.”

“야, 빈말 아니라니까.”

“알았어.”


여기까지가 어젯밤 내가 추문강과 나눈 대화다.

그 대화에서 나는 많은 걸 깨달았다.

요새 머리가 아팠는데 그 이유를 알았다.

내가 모든 문제를 도맡아서 해결하려고 했던 것.

그게 나를 힘들게 한 원인이었다.


오늘 아침 장로들의 요구사항 발표가 있고 난 뒤 나는 간부들 생각을 물었다.

무엇을 최우선으로 처리할지 이견을 조율하기 위해서였다.

여러 의견이 나왔지만, 역시나 육손의 의견이 내 생각과 거의 일치했다.


“자 장로의 요구사항, 500만 냥이 우리가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할 숙제입니다.”

“이유는?”

“다른 장로들의 요구사항은 아직 정보가 많이 부족합니다. 그건 우리뿐 아니라 다른 세 후보 진영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한데 자 장로의 500만 냥은 최댓값이 이미 제시돼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 자 장로는 성격이 괴팍하긴 해도 터무니없는 욕심을 내는 사람이 아닙니다. 정확히, 또 최대한 빠르게 그의 요구를 완수하는 세력에게 머리띠를 흔쾌히 내줄 겁니다.”


몽일천이 그물침대 위에서 손을 들고 말했다.


“그 의견에 나도 동감.”


능소 역시 나를 보며 긍정의 의사를 표시했다.

내가 부하들 앞에서 말했다.


“좋아, 그럼 내가 500만 냥을 챙겨 자 장로 집에 다녀오겠다.”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육손이 단호하게 외쳤다.


“안됩니다. 문주님은 장원에 계셔야 합니다.”

“응? 금방 갔다 오면 되는데, 왜?”

“안됩니다. 문주님은 여기서 전체적인 상황을 통제하시고 또 아주 위급한 일에만 나가셔야 합니다.”


순간 추문강이 내 옆구리를 찔렀다.

금파파가 말했다.


“맞아요. 다른 장로들의 요구사항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도중에 문주님 재가가 필요한 긴급 사안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요. 그런 의미에서 저도 우리 책사님 말씀에 동의해요.”


내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알았어. 그러면 자 장로 집에 누구를 보내지?”


육손이 휘 노인을 향해 말했다.


“총관님, 지금 바로 보고로 가셔서 최대한 정확하게, 또 빠르게 은자 500만 냥을 준비해주십시오. 마차 한 대에 다 실을 수 있게 자루에 꼼꼼히 나눠주시면 됩니다.”

“알겠네.”

“마차엔 철두님과 하선님이 타시고, 다른 한 명이 무사들과 함께 마차를 호위하면 금상첨화인데···.”


강군이 손들었다.


“그건 내가 하겠소.”

“좋습니다. 강군님이 무사들과 함께 마차를 호위하는 거로 하죠. 그럼 바로 출발 준비해주시고, 문주님께선 영야각에 있는 친구분을 호출해주십시오.”


내가 황당한 표정으로 물었다.


“육손 자네가 영야각에 내 친구가 있는 줄 어찌 아나?”

“비룡방 시절 문주님과 영야각 분이 몰래 접선하는 걸 자주 훔쳐봤습니다.”

“헐···.”


모두가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나와 추문강, 몽일천은 잠시 할 얘기가 있어 집무실 밖으로 나왔다.

잠깐이나마 어깨가 가벼워져서 기분이 상쾌했는데, 몽일천이 그럴 여력을 주지 않았다.


“네? 중망루를 거처로 삼고 싶으시다고요?”


중망루는 다섯 번째 망루를 말한다.


“응,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망루를 보니까 올빼미성이 떠오르지 뭔가.”


내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몽 고문님. 제가 장원의 중심인 연병장 옆에다가 다섯 번째 망루를 올린 이유가 있는데, 그건 바로 그곳에서 동서남북 망루를 모두 통제하기 위해섭니다.”

“나도 알아, 올라가 보고 바로 눈치챘네. 나머지 네 망루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 높이도 1장이나 더 높더군. 그니까 내가 거기를 거처로 삼고 내 무사들과 함께 중망루를 사수하며 다른 망루까지 통제하겠다는 얘길세.”

“가능하시겠습니까?”

“당연하지. 내 홍염수를 물로 보지 마시게.”


몽일천이 대뜸 손바닥에서 만들어낸 거대한 불꽃을 하늘을 향해 날렸다.

불덩이가 날아가 저 멀리 담장 너머 남서호에 떨어졌다.

몽일천이 흡족해하며 말했다.


“일단 망루 옆에 천막을 치고 생활하면서 공사를 진행하겠네. 그 우공인가 하는 친구에게 말하면 되겠더구만.”

“맞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자네하고 상의할 게 있는데···.”

“말씀하십시오.”

“아편 있잖은가.”


그때 마침 육손이 집무실 밖으로 나오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내가 육손을 불렀다.

우리 넷은 대청 밖 오동나무 밑에서 얘기를 이어나갔다.

몽일천이 소리 죽여 말했다.


“어제 올빼미성을 나오면서 내 영업장을 지키던 놈들에게 똑같은 내용이 적힌 서신을 보냈네. 앞으로 영업장을 자기 사업장으로 생각하고 열심히들 하라고 말일세.”


추문강이 기겁했다.


“헐! 그 많은 영업장을 다 포기하셨단 말씀입니까?”

“응.”


육손이 캐물었다.


“다른 계획이 있으시군요.”

“하하, 맞네. 나는 앞으로 저번에 내가 두 사람한테 보여준 그 루앵이란 고급 아편과 또 그에 준하는 수준의 중급 아편만 취급할 생각이네. 대상도 평민이 아니라 상류층만 상대할 것이고.”


내가 짚이는 바가 있어 끄덕이며 말했다.


“일리가 있습니다.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면 오히려 수익구조가 개선되기도 하죠.”

“그렇지. 그러니 내 오늘부터 이 장원에 나만의 공간을 마련할 생각이네.”

“숙소 외에 추가 공간 말입니까?”

“응, 루앵을 만들 특별한 제조실이 필요하다네.”


내가 잠깐 침묵을 유지했다.

육손과 추문강이 나를 주시했다.

몽일천이 재차 물었다.


“어째 허가해 줄 텐가?”


내가 숙고 후 몽일천에게 대답했다.


“황도와 평민에게는 팔지 않겠다는 약속을 기한 상관없이 지킬 수 있겠습니까?”

“지킴세. 약속함세.”


내가 몽일천에게 손을 내밀었다.

몽일천이 내 손을 마주 잡았다.

추문강이 문득 몽일천에게 물었다.


“몽 고문님. 그 많던 서역 여인들은 다 어디로 보냈습니까? 막사에 다섯 사람 밖에 안 보이던데.”

“걔들은 원래 기녀 신분이라 소속 기루로 돌려보냈네. 날 따라온 다섯 사람은 기녀들이 아닐세. 그러고 보니 이참에 얼굴을 익히는 게 좋겠구만. 혹시 다들 시간 되나?”


내가 육손을 돌아보자, 녀석이 말했다.


“철두 일행 배웅하고 나서 중망루로 가시죠.”


그렇게 우린 철두와 하선이를 보내고 바로 중망루로 향했다.

몽일천이 식솔들을 데리고 나와 우리에게 소개했다.

한데 희한하게도 남자가 한 명도 없었다.

분명 저번 날 올빼미성을 방문했을 땐 몇 사람이라도 남자가 보였는데 지금 눈앞에 있는 오십 인은 전부 여자였다.

어제 입문식 때 얼핏 남자로 보였던 사람도 옷차림 때문에 착각한 거였다.

몽일천이 주황색 연검을 차고 있는 갈색 머리에 푸른 눈의 미녀 무사를 우리에게 소개했다.


“이 친구는 내가 가장 아끼는 심복일세. 이름은 관지연(管之燕)이고 화염사막에서 마적단 일을 하다가 나와 인연을 맺었네.”


내가 관지연과 악수하며 몽일천에게 물었다.


“마적단요?”

“응, 거기 부두목이었네. 내 상단을 습격했다가 내가 역으로 이 사람을 꼬셔버렸지. 하하하, 그 두목이란 놈은 허세만 잔뜩 부리다 결국엔 사막의 전갈 밥이 됐네.”

“관지연입니다. 지상 문주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내가 관지연에게 물었다.


“자네는 혈화문에 들어온 일을 어떻게 생각하나?”


관지연이 한 차례 몽일천을 돌아보더니 자신 없는 투로 말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아직 뭐가 뭔지 적응이 안 됩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도 조금 막막하고요.”


내가 그녀에게 답했다.


“이렇게 하지. 앞으로 삼 개월, 딱 삼 개월만 지나면 적응이 완벽히 돼 있을걸세. 그사이 자네가 할 일은 이 망루에서 몽 고문과 기존 몽방 식구들을 지키는 거야. 딱 그것뿐이야. 그전과 크게 달라진 것도 없어. 어때? 할 수 있겠지?”

“···네, 명심하겠습니다.”


몽일천이 다음으로 금발 여인 두 사람과 무어인 여성 두 명을 소개했다.


“여기 나이 많은 쪽이 줄리, 어린 쪽이 릴리. 그리고 무어인 여성은 이쪽이 케사, 이쪽은 카일라라고 하네. 케사는 릴리의 유모고, 카일라는 우리 몽방의 살림을 도맡아 하는 사람일세.”


추문강이 금발의 여성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혹시 줄리와 릴리라는 분이··· 몽 고문님의? ···아니죠?”

“맞네, 줄리가 내 마누라고 릴리가 내 딸일세.”


몽일천은 정말 사람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추문강과 나, 육손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몽일천의 일가족과 인사를 나눴다.

몽일천의 딸 릴리의 나이는 마심아보다 세 살 어린 열일곱이었는데 서역 사람 피가 흘러서인지 심아보다 훨씬 성숙해 보였다.

몽일천이 말했다.


“내가 야야장 사람들에게 두 사람의 존재를 숨긴 이유는 말 안 해도 잘 알 걸세. 이해를 해주게.”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잘 하셨습니다.”

“지상 문주, 이 두 사람은 내 모든 것일세. 각별히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네.”

“유념하겠습니다.”


그때 이호가 달려와 고했다.


“문주님, 금강상단의 증기동 행수가 쌀 삼백 석을 가지고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영야각의 임청라라는 사람이 문주님의 초대장을 가지고 나타났습니다.”


집무실로 다시 간부들이 소집됐다.

많은 사람 앞이라 그런지 새우 눈 임청라가 조금 쑥스러워했다.

금파파가 청라에게 뜨거운 홍차를 대접했다.

홍차를 마시고, 또 담배까지 피우고 나서야 청라가 내 요청에 대한 답변을 시작했다.


“일단, 사 장로와 오 장로 그리고 유 장로, 이렇게 세 사람이 후보들에게 백지 서신을 보낸 사건이 지금 야야장을 꽤 시끄럽게 만들고 있네. 특히 후보가 속한 진영은 영문을 몰라 상당히 당황해하고 있지. 음··· 한데, 혈화문은 그 이유가 별로 궁금하지 않은 모양일세?”


당연히 우린 궁금하지 않았다.

그 세 사람은 몽일천이 미리 포섭해놓은 아편 중독자들이었다.

한데 그들이 이렇게 대놓고 자기 의사를 표시할 줄은 몰랐다.

그만큼 몽일천이 가진 루앵의 힘이 크다는 반증이었다.

내가 모두에게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내고 있는 임청라에게 최대한 자연스럽게 말했다.


“우리도 궁금해.”

“개뿔이, 거짓말을 아주···.”

“궁금하다니까, 그러니까 다음으로 넘어가.”

“미치겠다. 하하, 알았어, 일단 다음으로 넘어가지. 음, 두 번째로 묘 장로 요구사항인 아수라대다라니경인가, 이거는 우리 영야각에도 정보가 없어. 알아보니 개방에서도 모르더군. 그러니 묘 장로한테 직접 문의하는 방법을 추천하겠네.”

“다음.”

“해 장로 요구사항인 용산장원 집문서는 돈 주고는 살 수 없네. 그 장원의 주인이 절대 팔지 않으려 해. 그건 너무 자세한 얘기라 여기 따로 문서로 가져왔어. 내용을 대충 압축하면 해 장로는 그 장원문서가 무조건 필요하고, 집주인은 절대 팔지 않으려는 게 핵심이야.”

“다음.”


그때 집무실 문이 열렸다.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금강상단의 증기동 행수가 휘 노인과 함께 집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휘 노인이 내게 말했다.


“증 행수가 두문택을 만나고 가야 한다는데 두문택이 잠깐 밖에 나가 있어서 이리로 데려왔습니다.”

“응, 잘했네. 안 그래도 나도 증 행수한테 볼 일이 있었는데, 잘 되었네. 증 행수, 금방 끝나니까 잠깐만 거기 앉아서 기다려 주시게.”

“네, 문주님.”


내가 청라에게 말했다.


“계속해.”

“술 장로 요구사항인 탁단봉이란 사람의 심장. 이거 우리가 알아보니까 탁단봉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야야장과 대도무문에 각각 한 명씩 있더라고. 한데 대도무문에 사는 사람은 화상이야. 그것도 낼모레 백 살을 바라보는 늙은 화상.”

“무공을 몰라?”

“응, 전혀.”

“술 장로하고 인연은?”

“아직까진 나온 게 없어.”

“나머지 사람은?”

“그 사람이 좀 웃겨. 일단 야야장에 살긴 사는 데, 이제 막 세 살이 된 갓난아이야.”

“혹시 아이 부모랑 원한 관계가 있나?”


그런데 갑자기 증 행수가 손을 들고 말했다.


“저기···.”

“어, 증 행수. 왜?”

“탁단봉이라면··· 제가 잘 아는 사람입니다만.”

“백 살 화상?”

“아닙니다. 도방 탁지엽 대인의 아드님 이름이 바로 탁단봉입니다.”


내가 턱을 매만지며 물었다.


“혹시 묘강밀림에 있다는 마심아의 사촌오빠가 탁단봉인가?”

“네, 맞습니다. 한데 탁단봉님의 심장이라는 게 대체 무슨 소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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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변고 23.10.11 275 4 16쪽
62 악인곡(惡人谷)(9) 23.10.10 281 6 16쪽
61 악인곡(惡人谷)(8) 23.10.09 275 7 13쪽
60 악인곡(惡人谷)(7) 23.10.08 289 5 17쪽
59 악인곡(惡人谷)(6) 23.10.06 261 5 15쪽
58 악인곡(惡人谷)(5) 23.10.05 289 6 15쪽
57 악인곡(惡人谷)(4) 23.10.04 271 4 13쪽
56 악인곡(惡人谷)(3) 23.10.03 278 6 15쪽
55 악인곡(惡人谷)(2) 23.10.02 301 6 19쪽
54 악인곡(惡人谷)(1) 23.09.30 318 8 12쪽
53 기린아 당지위(唐志偉)(2) 23.09.29 313 6 15쪽
52 기린아 당지위(唐志偉)(1) 23.09.28 348 5 13쪽
51 밀정(密偵)(3) 23.09.27 318 6 14쪽
50 밀정(密偵)(2) 23.09.26 319 6 18쪽
49 밀정(密偵)(1) 23.09.25 340 7 13쪽
48 대운종(大雲宗)(4) 23.09.23 393 6 16쪽
47 대운종(大雲宗)(3) 23.09.22 349 5 15쪽
46 대운종(大雲宗)(2) 23.09.21 374 6 14쪽
45 대운종(大雲宗)(1) 23.09.20 416 7 13쪽
44 탁단봉(卓丹峰)의 심장(4) 23.09.19 381 8 19쪽
43 탁단봉(卓丹峰)의 심장(3) 23.09.18 404 8 15쪽
42 탁단봉(卓丹峰)의 심장(2) 23.09.18 414 7 19쪽
» 탁단봉(卓丹峰)의 심장(1) 23.09.15 447 6 17쪽
40 무림맹주 여불선(余不善) 23.09.14 439 6 19쪽
39 혈화문(血華門) 23.09.13 424 6 15쪽
38 추석 23.09.12 408 6 15쪽
37 매화검수(梅花劍手) 채인하(蔡刃昰) 23.09.11 420 6 19쪽
36 흥정(2) 23.09.09 430 9 16쪽
35 흥정(1) 23.09.08 511 8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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