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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다시 님의 서재입니다.

작가는 골방에 가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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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다시
작품등록일 :
2022.10.12 18:29
최근연재일 :
2022.11.24 22:30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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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글자수 :
155,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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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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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토벌대. (1)

DUMMY

쭈우욱.


에딘이 은색 가면을 살짝 올리고 빨대를 이용해 음료를 빨아 먹었다. 청량함과 달콤한 맛을 즐기며 그는 옆 테이블에서 벌어지는 돈내기 도박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도박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곳곳에서 들리는 모험가들의 수다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뿐.


"대장, 다 가져왔어요."


라온이 옆으로 다가와 겉옷 속에서 조심히 수배지를 꺼내 보였다. 그의 손에 들려있는 수배지가 두꺼운 고서처럼 많았다. 모두 제레이드를 찾는 수배지였다.


"잘했어. 넣어두고 앉자."


라온이 맞은편 자리에 앉아 앞에 놓인 음료수를 들이켰다.


벌컥벌컥.


그는 목이 탔는지 톡 쏘는 음료를 단숨에 들이켰다. 그러다 아직 낫지 않은 상처가 벌어졌는지 입술을 가리며 신음을 흘렸다.


"아, 따가..."


에딘이 그런 라온을 안쓰럽게 바라봤다. 그래도 라온은 상태가 좋은 편이다. 붕대를 칭칭 감고 공동에 누워있는 진과 아이빅에 비하면 말이다. 값비싼 포션을 물처럼 마시고 있지만 상처가 깊은 탓에 녀석들은 아직 몸을 다 회복하지 못했다.


"이걸로 오늘은 다 돌아본 것 같아요."


"그래, 이것만 마시고 가자."


현상금 사냥꾼이 찾아온 그날 이후, 저녁마다 하모르 곳곳을 돌며 수배지를 제거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마을은 어쩌죠."


"거긴 별수 없지."


조금 알아보니 수배지는 하모르 뿐 아니라 주변 마을까지 싹 다 펴져 있었다. 그야말로 목이 바짝바짝 마르는 일. 그나마 조금 위안이 되는 것은 제레이드가 하모르마을 외에는 다른 마을로 갈 일이 없다는 것이다.


음료수를 마시며 가지고 있던 수배지를 꺼내 다시 들여다봤다. 세부 내용에 수배자를 잡거나 죽이는 자는 아투라 왕국에서 현상금을 지급한다고 되어 있었다.


아투라 왕국. 이름이 낯설지 않았다. 길라드 가문에서 이 이름을 팔아 사기를 친 전적이 있지 않던가. 아투라 왕국은 파블라 세계관에서 가장 막강한 힘을 가진 집단이다. 인구와 땅덩어리는 작지만, 마법에 재능을 가진 자들이 넘쳐났다.


한마디로 유전자가 좋다고 할까? 어쨌든, 이런 집단이 배후에 있다니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데 라온이 입을 열었다.


"대장, 근데 대장이 오두막에 있는 게 더 안전하지 않을까요?"


"거긴 걱정할 것 없어. 이미 충분히 장치를 해뒀으니까."


오두막 주변은 어둠의 정령 아르타르가 경비를 서고 있었다. 무엇보다 거긴 프리아가 있으니 안전하다. 오르페 놈을 막고 아이빅을 살린 것이 다름 아닌 프리아였으니 말이다.


아이빅에게 들어보니 프리아의 능력이 나보다 나았다. 싸우지도 않고 상대를 제압했으니까. 적을 상태 이상으로 만들어 돌려보냈다는데, 모르긴 몰라도 레벨 또한 나 못지않게 높으리라.


'언제 그렇게 강해졌지?'


뭐, 그렇다고 무적은 아니다. 상태 이상에 빠진 대상은 공격할 수 없으니까. 그래도 확실한 건 음유시인 테크가 성장은 빠른 것 같다.


'나도 음유시인이나 할 걸 그랬나.'


주위에 둘러보던 라온이 고개를 기울여 속삭였다.


"대장, 그래도 다행히 모험가들이 수배지에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에딘이 가만히 주변에 귀를 기울이다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응. 내가 듣기에도..."


다행스럽게도 지금 모험가들의 관심은 모두 다른 곳에 쏠려 있었다. 하모르에 다가오고 있는 중요한 이벤트. 토벌. 모두 토벌대 이야기만 떠들고 있었다.


가까운 테이블에도 지금 토벌대가 안줏거리로 올라와 있었다.


"이제 토벌대가 출발하는 날도 며칠 안 남았군."


후드를 쓴 자가 포문을 열자, 망토를 두른 자가 물었다.


"자네도 토벌대 참여하나?"


"말이라고 하나. 하모르에 모험가들은 다 간다고 봐야지. 보수도 많고 길라드 가문의 아울이 직접 지휘하니 얼마나 든든한가."


망토가 입맛을 다셨다.


"거참 아쉽군."


"왜, 자네는 안가나?"


"난 한발 늦었어. 정원이 다 찼다는군. 모험가들이 많이 몰렸잖아."


가만히 듣고 있던 에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보니 로인과 주고받는 편지에 병력을 달라는 이야기가 없었다.


'잘 됐군.'


후드가 안주를 집어 먹으며 씩 웃었다.


"오늘 의뢰소에 들어온 공문을 못 봤나 보군. 사람을 좀 더 뽑는다고 했네."


망토가 눈을 빛냈다.


"그게 정말인가?"


"그래. 듣기로는 참여하기로 했던 두 명이 연락 두절이라고 하더군."


"둘? 고작 두 명이 빠졌다고 인원을 더 뽑는다고?"


"맞아. 꽤 실력이 좋은 자들인가 봐. 듣기로는 일선에 서기로 했다던데."


에딘의 벌레 씹은 얼굴을 했다. 분명 내가 묻어 버린 두 놈이리라. 토벌대에 참가하겠다고 길라드 저택에 방문한 것을 봤으니 말이다.


'놈들이 그렇게 중요한 전력이었나.'


길라드 가문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녀석들을 처리한 건 별수 없는 일이었다. 음료를 빠르게 비우고 가게를 빠져 나왔다.


***


술집에서 들은 말은 헛소리가 아니었다. 로인에게 날아온 편지에 병사 지원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있었다.


"윽, 이런."


에딘이 관자놀이를 눌렀다.


전에 말했던 병사 지원은 어떻게 되고 있냐는 내용. 마음이 편하지 않았지만 본래 계획대로 가문에서 허락하지 않았다고 답장을 썼다. 거기에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고 나라도 당장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라고 입에 발린 말을 더했다.


"별수 없지 뭐."


그런데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로인까지 가는 건 너무 무리수 아니야?"


가주의 명으로 토벌대에 길라드 가문이 총출동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렇게 되면 확실히 토벌대 사기는 올라갈 것이다. 그래도 싸움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로인까지 끌고 가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였다.


그러다 다치면 어쩌려고.


아쉬마는 무시할 수 없는 놈이다. 어중간한 놈은 주변에 있다가 순삭 당하기 일쑤다. 로인을 잃고 싶지 않았다. 공식적인 제에프의 펜 1호니까. 염려하는 마음으로 편지에 당부의 말도 적었다.


-로인, 가주의 명을 따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부디 몸을 사리시오. 마법사와는 최대한 거리를 두고, 조금이라도 위험하면 즉각 도망치시오. 그대의 무사 귀환을 빌겠소.


로인은 똑똑한 놈이니 내 말을 잘 이해할 것이다.


편지를 보내고 사흘 후에 토벌대가 마을을 떠났다. 나는 언덕 위에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동쪽 평원으로 향하는 선두에 휘날리는 길라드 가문의 깃발이 보였다.


엘리엘을 보내 늘어선 행렬을 살폈다. 모험가 수만 얼추 백오십. 레벨은 그리 높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처음 들었던 것보다 병력이 훨씬 많았다. 그나마 조금 안심이 됐다.


그들이 떠나고 하루하루 전황이 마을로 전해졌다. 하모르 마을 전체가 이제 토벌대의 전황으로 시끌시끌했다. 발 없는 소문은 어찌나 빠른지 마치 토벌대 있는 것처럼 실시간으로 전황이 리얼하게 전해졌다.


"평원으로 가던 중 오크 떼를 만났다는 데 들었나?"


"응, 들었지. 길라드 가문과 가솔 서른 명이 한 시간 만에 다 쓸어 버렸다며."


"대단하지. 오크가 무려 백 마리가 넘었다는데."


"과연, 길라드! 하모르의 자존심이군."


출발이 순조로워 보였다. 매일 저녁 술집을 돌며 수배지를 제거하고 전황에 귀를 기울였다. 토벌대는 마법사와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조금씩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부상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들렸다.


모험가들은 저마다 그 소식을 침통한 얼굴로 쑥덕거렸다.


"일선에서 부상자가 나왔다는군."


"나도 들었어. 마법사가 있다는 숲에서 해골들이 튀어나왔다며."


"그래, 아무래도 마법사가 소환술을 쓰는 모양이야."


"저런... 그래도 해골 정도면 일선에서 충분히 막았을 텐데."


"그게 숫자가 너무 많았다는군."


"도대체 얼마나 되기에..."


"글쎄 숲에서 하루를 꼬박 싸우다가 후퇴했다는데... 나도 감이 오지 않는군."


"뭐? 하루?!"


모험가가 적잖이 놀라 소리쳤다. 듣고 있던 에딘도 목이 탔다.


'이때도 강했구나.'


과거라서 조금은 약할 줄 알았다. 그런데, 듣고 보니 아쉬마의 강함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았다. 더구나 언데드 소환은 아쉬마의 전매특허. 녀석은 넘치는 마나를 이용해서 언데드를 끊임없이 소환해 내곤 했다. 오죽하면 커뮤니티 사이에서 아쉬마의 별명이 언데드 공장장이었다.


'로인 괜찮겠지?'


조금 걱정이 됐다. 아니다 싶으면 적당히 싸우다 물려야 할 텐데, 모험가들의 대화를 듣고 보니 아직 후퇴한다는 소리는 없었다.


"추가 지원군을 뽑는다는데, 자네 갈 텐가?"


"추가 지원?"


"응. 길라드 가문이 아주 끝장을 볼 생각인가 봐."


"전황이 안 좋은 것 같은데... 지원하는 자가 있나?"


"그래서 길라드에서 보수를 두 배로 올렸어."


"두 배?!"


"그래 이 사람아."


"그럼 가야지!"


길라드 가문이 정말 단단히 마음을 먹고 칼을 뽑은 것 같았다. 이렇게 되면 이번 토벌대는 일을 마무리 짓기 전에는 후퇴하지 않으리라. 꽤 출혈이 생길 것 같다.


고심 끝에 전장에 있는 로인에게 편지를 썼다. 병사도 지원해 주지 않고 뒤에서 훈수나 두는 것 같아 민망한 감이 있지만, 피해를 줄이고 로인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로인, 아쉬마의 언데드는 무한에 가깝기 때문에 그것들을 처리하다 가는 끝이 없소. 그러니 본체인 녀석을 노려서 처리하시오. 그것 안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아울을 설득해 퇴각해야 할 것이오.


편지는 엘리엘을 이용해 전장으로 날렸다. 말을 타고 5일은 가야 하는 거리지만 엘리엘은 하루 만에 토벌대의 야영지에 도착했다. 물론 상당량의 마나를 소모해야 했다.


이틀 후, 로인으로 부터 답장이 날아왔다.


에딘은 서둘러 편지를 뜯어 내용을 읽었다.


로인은 먼저 자신과 토벌대를 걱정해 주는 것에 감사함을 전했다. 그리고 내가 했던 조언을 아버지께 잘 전달했다고 내용이 담겨있었다. 아버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고 아쉬마를 주시하며 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말이 담겨 있었다.


편지를 다 읽고 나자 그나마 안심이 됐다. 역시 아울도 바보는 아닌지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틀 후, 추가 병력이 토벌대와 합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희소식이 들렸다. 아쉬마를 유인해서 치명상을 입혔다는 소식!


"아까워. 잡지는 못했나 봐."


"그래도 아군 피해는 적었다는데."


"이제 금방 끝나겠군!"


에딘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사람들의 말대로 금방 끝날 것 같았다. 큰 피해 없이 아쉬마를 궁지에 몰아넣다니. 박수가 절로 나왔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무슨 운명의 장난처럼 다음 날 바로 비보가 들렸다.


"에드만 길라드가 쓰러졌데!"


"아울이 전면전을 강행하다 대패했다는군!"


에딘은 놀란 나머지 속마음이 입으로 튀어나왔다.


"젠장, 이게 무슨 소리야!"


에드만이 일선에서 싸우다가 아쉬마에게 큰 상처를 입었다는 이야기. 그뿐만 아니라 아울의 대패 소식. 세부 내용을 따져보니 모험가 절반이 전투불능에 빠졌단다. 이야기를 종합해 보자면 에드만이 당하자, 아울이 눈이 뒤집어져서 공격을 감행한 모양새였다.


"그래서 결국 퇴각하고 있다는군."


에딘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퇴각이라니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었다. 갈 데까지 가보자고 밀어붙였다면 더 큰 피해를 볼 테니 말이다.


'근데 로인은 무사하겠지?'


전황도 주요하지만 에딘은 로인의 생사가 더 중요했다. 일단 퇴각하고 있다니 기도하는 마음으로 복귀할 때까지 기다려 보기로 했다.


"대장, 그만 돌아갈까요?"


라온이 술집을 둘러보며 말했다. 모험가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가게의 영업이 끝나가는 시간이었다.


"그래."


자리에서 일어나는 찰나.


꽝-


술집 문을 거칠게 열고, 한 사람이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이보시오! 누구 지원 갈 모험가 계시오!"


무척이나 다급한 목소리. 그는 길라드 가문의 저택에서 봤던 하인이었다. 그가 애원하듯 소리쳤다.


"도와주시오, 토벌대가 포위되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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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삼총사. (1) 22.11.15 23 1 13쪽
21 보증. (3) 22.11.09 23 1 13쪽
20 보증. (2) 22.11.06 33 1 12쪽
19 보증. (1) 22.11.03 29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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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보물찾기. (3) 22.10.29 34 2 13쪽
16 보물찾기. (2) 22.10.27 34 1 12쪽
15 보물찾기. (1) 22.10.26 32 1 12쪽
14 우물. (1) 22.10.25 44 2 12쪽
13 던전. (3) 22.10.24 37 2 12쪽
12 던전. (2) 22.10.23 37 2 13쪽
11 던전. (1) 22.10.22 29 2 12쪽
10 의뢰소. (1) 22.10.21 42 1 12쪽
9 아이언 가문. (1) 22.10.20 38 2 13쪽
8 빚. (4) 22.10.19 35 1 12쪽
7 빚. (3) 22.10.18 42 1 13쪽
6 빚. (2) 22.10.17 47 1 13쪽
5 빚. (1) 22.10.16 43 1 13쪽
4 프리아. (2) 22.10.15 46 2 12쪽
3 프리아. (1) 22.10.14 48 2 13쪽
2 작가 제레이드. (1) 22.10.13 55 2 13쪽
1 게임 파블라. (1) 22.10.12 113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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