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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다시 님의 서재입니다.

작가는 골방에 가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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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다시
작품등록일 :
2022.10.12 18:29
최근연재일 :
2022.11.2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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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5,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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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5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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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우물. (1)

DUMMY

"아,아빠!"


화들짝 놀란 에딘이 말을 더듬었다.


"거기서 뭘 혼자 중얼거리는 거야?"


"아니에요. 그냥 목이 말라서요."


에딘이 제레이드를 똑바로 보지 못하고 멋쩍게 물독을 덮었다.


제레이드가 의아한 얼굴로 다가왔다.


"물이라면 주전자에 있잖니, 에딘."


"그게......."


"안에 뭐가 있는 거니?"


제레이드가 방금까지 에딘이 보고 있던 물독을 열어봤다.


'아이고. 이런'


제레이드가 입구까지 차오른 물을 눈이 동그래져 쳐다봤다.


"에딘, 네가 물을 길어 놓은 거니?"


"에, 예. 이제부터는 제가......."


제레이드가 말을 잘랐다.


"에딘, 고맙지만 이건 아빠가 할 테니 네가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예? 아니, 아빠. 이 정도는 저도......."


"됐다니까 그러네. 이건 아빠 일이니까 너는 그만 나가서 놀아. 밖에 친구들이 와 있단다."


제레이드가 사람 좋게 웃으며 에딘을 오두막 밖으로 내 몰았다.


떠밀리듯 밖으로 나가는 에딘은 속이 뒤집혔다.


'이 정도는 나도 할 수 있다고 이 인간아!'


더구나 에딘은 밖에서 놀고 싶은 마음은 1 도 없었다. 그저 오두막에서 쉬고 싶을 뿐.


한숨 자고 제영사나 읽으며 휴식이나 취하고 싶었다. 간밤에 목숨을 건 술래잡기를 한 탓에 낮에까지 뛰어다니고 싶은 생각은 없단 말이다.


에딘은 밖으로 나오자 마자 오두막 뒤로 돌아갔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창고 지붕으로 폴짝 뛰어 올라가 몸을 숨겼다.


"정말, 쉬운 일이 없네."


한숨을 내쉬며 지붕 위에 드러누웠다. 고민거리가 생기니 자양강장제가 당겼다. 이제는 이 씁쓸한 맛에 중독이 돼 버린 것 같다.


물의 정령과 계약한 것은 오로지 제레이드를 위함이었다. 제레이드가 이렇게 나온다고 그냥 시간낭비를 하게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어!"


고민에 잠겨있는데 어디선가 탄성이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오두막 뒤 나무 위에서 개구쟁이 에스터가 이쪽을 보고 있었다.


'뭐야, 저녀석 나무 위에 뭐 하는 거야?!'


에딘이 손을 저으며 조용히 하라는 사인을 보냈지만 에스터가 눈치 없이 소리쳤다.


"에딘! 거기서 뭐해! 애들아. 에딘, 여기 있어!"


"어디? 어디?!"


"오빠! 내려와, 같이 놀자!"


윽, 안돼!


***


어둠이 내려앉은 마을 밖 평원.


마을 외벽에 보호받지 못하는 평원은 바람이 길게 내달렸다.


덩치 일행은 그 긴 바람을 헤치고 평원을 가로질러 판자로 기워진 어느 창고에 다다랐다.


오랫동안 관리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창고는 군데군데가 구멍 나 안이 들여다 보였다.


잔뜩 인상을 쓰고 평원을 지나오던 일행이 창고 앞에 서자, 한결 표정이 누그러졌다.


덩치가 잘 열리지 않는 문을 익숙하게 힘을 줘서 열었다.


덜컹.


푸드득-


문이 열리자 곧이어 들린 소음에 덩치가 멈칫했다.


"누구야?!"


덩치가 겁먹은 듯 소리를 내자, 뒤에 있던 바가지 머리가 코웃음을 흘렸다.


"아이빅, 누가 여길 온다고 그래."


꺽다리가 말했다.


"리온, 도둑일지도 모르잖아?"


바가지 머리 리온이 몸을 부르르 떨며 먼저 창고로 들어갔다.


"진! 여기 훔쳐갈 게 어디 있다고 그래."


창고 안에 쌓인 짚단 사이로 리온이 파고들었다.


"산짐승이 잠깐 들어왔겠지."


"산짐승?"


아이빅이 중얼거리며 침을 삼켰다. 진도 옆에서 아쉬운 얼굴을 했다.


"아깝네."


꼬르륵.


마침 아이빅의 배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


“배고파.”


진이 기운 없이 주저앉아 긴 다리를 쭉 뻗었다.


“나도.”


아이빅이 굳은 얼굴로 선언했다.


“안되겠어. 도둑질이라도 해야지.”


리온이 냉소적으로 나왔다.


“난 못해.”


아이빅이 비아냥거렸다.


“왜, 또 그놈 만날까 봐 겁이 나는 거야?”


“아니, 우리랑 안 어울려.”


아이빅이 삐딱하게 나왔다.


“우리랑 어울리는 게 뭔데.”


리온이 답을 하지 못하고 한동안 침묵이 흐르자 진이 중얼거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서커스단에 계속 있는 건데.”


그 말에 리온이 발끈했다.


“싫어. 난 안 돌아가. 그런 취급받으면서 살고 싶지 않아.”


진이 한숨을 쉬었다.


“우리 꼴을 봐. 별반 다를 게 없잖아.”


“그래도 난 싫어.”


아이빅이 사이에 끼어들었다.


"둘 다 알겠어. 그렇다면 내일은 내 말대로 따라와."


아이빅이 마음을 단단히 먹은 듯 주먹을 그러쥐며 뼈 소리를 냈다.


그 순간.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똑. 똑.


일행들의 시선이 문으로 쏠렸다.


리온이 검지를 입술에 가져가며 속삭였다.


“조용히 해. 누가 왔나 봐.”


진이 안절부절못하고 숨을 곳을 찾았다.


“누구지? 주인인가?”


아이빅이 짜증을 냈다.


“젠장, 이젠 잘 곳도 잃어버리게 생겼군.”


밖에서 다시 신경질적으로 문을 두드렸다.


“빨리 열어! 안 그러면 이번에는 양동이로 맞을 줄 알아."


방금까지 형형한 눈빛을 하고 있던 아이빅의 눈이 아이처럼 순해졌다.


“양동이?! 오! 이런!"


진은 자기도 모르게 머리통을 감쌌다.


“마, 마법사!”


리온이 불안한 눈으로 짚단 속에서 빠져나왔다.


“마법사가 여기 왜 온 거지.”


아이빅이 울먹거렸다.


“젠장, 아직 나쁜 짓 하지도 않았는데.”


리온이 문으로 다가가자, 아이빅이 소리 없이 악을 썼다.


“안돼, 열지 마!”


리온이 답답하다는 듯 머리를 뜯었다.


“상대는 마법사라고, 이깟 문쯤은 마음만 먹으면 백 개도 열수 있어.”


일행들의 다급한 분위기와 다른 게 밖에서 차분한 음성이 들렸다.


“그만 떠들고 어서 열어. 다 들리니까.”


결국 리온이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열었다. 또 뒈지게 얻어맞겠다는 생각에 아이빅의 얼굴이 검게 죽었다.


에딘이 몸을 부르르 떨며 잽싸게 들어와 문을 닫았다.


"얼어 죽는 줄 알았네."


그리고 뚱한 얼굴로 녀석들을 면면히 살폈다.


셋은 고양이 앞에 쥐처럼 바짝 긴장한 채 에딘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또다시 범행을 주도하려던 아이빅은 특히 더 그랬다.


“여기는 어떻게 아시고.......”


“다 아는 방법이 있어. 마법사가 모르는 게 있을 것 같아?"


리온이 조심히 입을 열었다.


“마법사님, 저희 그동안 나쁜 짓 안 하고 착실히 살았습니다.”


“그래.”


에딘은 다 알고 있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리온이 넌지시 물었다.


"근데, 여기는 무슨 일로 오셨나요."


“너희들이 해줘야 할 일이 있어.”


셋의 낯빛이 하나같이 검게 죽었다.


또? 코가 꿰여도 제대로 꿰였다. 이대로 마법사의 노예가 되는 건가?


그때 에딘이 손에 들려있는 금화를 녀석들에게 보여줬다.


“하루만 같이 일하자. 10 골드씩 줄게.”


예상치 못한 마법사의 제안에 녀석들 얼굴이 확 펴졌다.


하루 일당으로 10 골드면 나쁘지 않은 돈이었다. 더구나 당장 일거리도 없고 변변한 집도, 먹을 것도 없지 않은가. 1 골드만 받아도 넙죽 고개를 숙일 판이었다.


아이빅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대단한 명을 받는 것처럼 오버를 떨었다.


“마법사님, 무슨 일 이든 맡겨만 주십시오.”


좀 전까지 나쁜 짓을 꾸미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


한참 집필에 열중하고 있는데 누군가 오두막 문을 두드렸다.


똑. 똑. 똑.


누군가 찾아올 사람이 없기에 제레이드는 낯선 이의 방문에 잔뜩 긴장했다.


“계십니까. 문 좀 열어 주십시오.”


제레이드가 슬쩍 문을 열자, 바가지 머리를 한 소년에 웃는 낯으로 서있었다.


“누구십니까.”


“아, 저희는 하모르 영주님의 명으로 나왔습니다.”


영주라는 말에 제레이드가 잔뜩 긴장했다.


“예?”


“다른 것이 아니고, 우물을 좀 파주려고요.”


“우물이요?”


“예. 영주님께서 식수 보급이 어려운 곳에 우물을 파주라고 하셨습니다.”


제레이드는 사양했다.


“저희는 가까운 곳에 계곡이 있어서 괜찮을 것 같습니다.”


리온은 쉽게 물러 설 수 없었다.


“아, 아무리 가까워도 집 앞에만 할까요?”


마법사는 설치를 해야 일당을 준다고 했다.


“무상으로 해드리는 것이니 돈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작물도 기르시는 것 같은데, 한번 설치해 보시죠? 듣자 하니 내년에는 가뭄이 심할 거라고 하던데요.”


리온은 시키지도 않은 말을 번지르를 하게 둘러댔다.


제레이드는 가뭄이라는 말에 마음이 흔들렸다.


빠듯한 생활에 텃밭에서 얻는 작물이 없다면 큰일이니까.


“그런데 우물을 파려면 꽤 시간이 걸리는 것 아닙니까?”


“하하하,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리온 옆에 있던 아이빅이 어깨에 들쳐 메고 있는 것을 툭툭 쳤다. 검은 천에 싸여 있는 것은 둥그런 통처럼 생겼다.


“마법 도구를 가지고 왔습니다. 반나절이면 우물을 판답니다.”


일이 성사될 것 같자 리온이 밀어붙였다.


“위치만 잡아 주세요. 다음은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제레이드는 엉겁결에 밖으로 나와 텃밭과 오두막 사이에 우물 자리를 잡아줬다.


“이제 들어가 계시죠. 금방 끝내고 알려 드리겠습니다.”


제레이드가 들어가자, 진이 가져온 삽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대충 오크통이 들어갈 정도로 땅을 파고 검은 천으로 가려져 있었던 빈 통을 땅에 묻었다. 그 위로 재래식 물 펌프를 달고 우물 작업을끝냈다.


그렇게 끝난 우물 파기 작업은 2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진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근데 이거 사기 치는 거 아니냐.”


리온이 말을 흐렸다


“어떻게 보면 그렇긴 한데······”


아이빅이 태연하게 말했다.


“마법사니까 마법으로 알아서 하겠지."


텃밭 뒤쪽에서 몸을 숨기고 지켜보던 에딘이 고개를 내밀고 손짓했다. 에딘을 발견한 리온이 일행을 이끌고 텃밭으로 다가갔다.


“그래. 다 끝났어?”


“예, 말씀하신 대로 끝냈습니다.”


“좋아, 나머지는 내가 할 테니까 가서 불러와 설치 끝났다고.”


“예.”


삼총사가 제레이드를 데리러 간 사이 에딘은 잽싸게 우물로 다가갔다. 그리고 펌프 아래 연결된 오크통에 손을 대고 물의 정령 스킬을 이용해 통 안을 물로 채웠다.


금세 물을 채우고 제레이드가 오기 전 다시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제레이드는 삽시간에 만들어진 우물을 보고 영 믿기지 않는 얼굴을 했다.


“정말, 벌써 다 끝난 건가요?”


“예. 한번 이용해 보시죠.”


리온도 말하면서 스스로 의구심이 들었다. 제레이드가 펌프 손잡이를 잡고 흔들때 까지는.


꿀렁꿀렁 소리를 내는 펌프. 이내 거짓말 처럼 물이 뿜어져 나왔다.


콸콸콸-


깨끗한 물줄기가 햇빛에 반사돼 번들거리자, 삼총사와 제레이드의 얼굴이 모두 밝게 빛났다.


제레이드가 탄성을 내며 기뻐했다.


“와, 정말 잘되는군요. 감사합니다.”


“뭘요. 저희는 시키는 대로 할 뿐인데요."


삼총사는 10 골드는 벌었으니 오히려 자신들이 감사했다.


***


콸콸-


우물에서 물이 쏟아져 나왔다.


에딘은 멀리 가지 않고 물을 기르고 있는 제레이드를 보니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제레이드가 물을 기르는 시간은 이제 5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물뜨기는 어느 때나 해도 상관이 없게 되어 버렸다. 물론, 마나를 이용해 물을 계속 채워줘야 하지만 시간을 살 수 있다면 얼마든지 마나를 지불할 수 있었다.


이 엄청난 성과에 힘입어 제레이드는 결국 제영사 3권을 완성시켰다.


에딘은 지금 자신의 손에 들린 제영사 3권을 바라보며 전율을 느꼈다.


완성되자마자 먼저 읽었다. 이미 다 아는 내용인데도 감회가 새로웠다. 혹시 내용이 달라지진 않았을까 걱정했지만 괜한 염려였다.


내용은 일치했고 어서 다음 권이 보고 싶었다.


***


쏴아아아악-


이제 던전에서 독비를 내리는 것은 일상이 되어 버렸다.


어느새 레벨은 18.


레벨은 꽤 올랐지만 돈이 없었다. 던전 정찰로 받았던 50 골드까지 우물을 만드는 데 써먹어서 더 이상 돈이 없었다.


그렇다고 의뢰를 받아 돈을 벌 생각은 하지 않았다.


돈은 여기에 많이있다. 쓰러진 해골과 좀비의 사체에서 여기저기 반짝이는 아이템들, 저것이 다 돈이다.


가지러 가지 못할 뿐.


하지만 이제는 가지러 갈 생각이었다. 계단이 사라졌지만 방법은 있었다. 이를 위해서 땅의 정령과 계약을 한 것이었다.


계단을 내려가던 에딘이 돌계단이 끊어진 허공에 손을 뻗었다.


"벽 만들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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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보물찾기. (3) 22.10.29 35 2 13쪽
16 보물찾기. (2) 22.10.27 34 1 12쪽
15 보물찾기. (1) 22.10.26 3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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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던전. (1) 22.10.22 29 2 12쪽
10 의뢰소. (1) 22.10.21 43 1 12쪽
9 아이언 가문. (1) 22.10.20 38 2 13쪽
8 빚. (4) 22.10.19 36 1 12쪽
7 빚. (3) 22.10.18 42 1 13쪽
6 빚. (2) 22.10.17 47 1 13쪽
5 빚. (1) 22.10.16 43 1 13쪽
4 프리아. (2) 22.10.15 47 2 12쪽
3 프리아. (1) 22.10.14 48 2 13쪽
2 작가 제레이드. (1) 22.10.13 55 2 13쪽
1 게임 파블라. (1) 22.10.12 113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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