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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다시 님의 서재입니다.

작가는 골방에 가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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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다시
작품등록일 :
2022.10.12 18:29
최근연재일 :
2022.11.2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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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5,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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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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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던전. (1)

DUMMY

어둠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숲으로 갔다.


음습한 공기와 물웅덩이가 가득한 곳. 지도를 따라 도착한 곳은 너무나도 익숙한 동굴이었다.


'여기가 던전이었어?'


포션을 만드는 내 작업장이 던전 입구라고 생각하니 뒤통수가 싸해졌다.


엘리엘을 소환해 추궁해 봤지만 녀석도 놀라는 눈치였다.


"전혀, 예상 밖이군."


"알겠어. 우선 네가 한번 들어가 봐."


엘리엘을 먼저 들여보내 탐색을 시도했다. 아무리 닫힌 던전이라 해도 모르는 일이니까.


"던전 안을 확인하려면 꽤나 마나가 소모돼. 그 정도는 알고 있겠지?"


에딘이 볼을 긁적였다.


"아, 그랬나."


그러고 보니 던전 안에서 정령을 소환하는 것은 마나 소모가 심했다.


보험도 없이 그냥 들어가는 것이 껄끄럽기는 하지만 애써 모아 온 마나를 한 번에 소모할 수는 없었다.


횃불로 안쪽을 한번 훑어본 에딘이 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동굴 안쪽으로 들어갔다. 바람 타기를 쓰고 빠르게 들어갈 수 있지만, 스킬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아껴두고 걸어서 들어갔다.


곧게 뻗어가던 길이 구불구불 이어졌다. 금세 방향감각이 없어졌지만 다행히 길이 외길이라 신경 쓰이지 않았다. 동굴이 깊게 이어지다 보니 던전을 눈치채지 못한 엘리엘이 이해도 됐다.


얼마나 들어갔을까.


반짝반짝 빛을 내는 광석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던전에서 만 볼 수 있는 특유의 풍경.


어느새 횃불 없이도 주변이 훤히 보일 정도로 주위가 밝아지고 동굴 안쪽으로 시야가 탁 트였다. 커다란 공동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


공동에 들어선 에딘이 넓은 규모에 넋을 잃었다가 이내 움찔 놀라 물러섰다.


스산하게 울리는 소리.


에딘의 시선이 이내 공동 가운데 넓고 깊은 구덩이에 꽂혔다.


“저긴가.”


구덩이로 다가가 조심이 고개를 내밀었다.


축구 경기장 만한 크기의 구덩이. 그 아래로 몬스터로 보이는 것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우워어어어-


꾸우우우우-


샤아아아악-


몬스터들의 아우성이 끊음 없이 구덩이를 타고 흘러나왔다.


에딘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후. 소름 끼쳐.'


께름칙하지만 정찰 의뢰를 수행하기 위해 주위를 유심히 살폈다.


구덩이 벽을 따라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있지만 다행히 중간에 끊겨 있었다.


어쩐지 허접해 보이긴 하지만 닫혔다는 의미가 저것인 것 같다.


구덩이로 내려가거나 올라오는 길은 계단이 전부였다. 혹여 빠져나온 몬스터가 있을까, 주위를 둘러봤지만 휑한 공동은 구덩이를 품고 있는 것이 전부였다.


"휴."


안도한 에딘이 다시 구덩이로 고개를 내밀었다.


깊이가 아파트 10층쯤 되는 것 같았다.


떨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과 아래 있는 몬스터들과 분리돼있다는 안정감. 묘한 두근거림 속에 던전 안을 유심히 들여다봤다.


거리가 멀어 확실하지 않았지만 대충 몬스터들이 분간이 된다. 해골 병사와 좀비가 주를 이루고 중간중간 커다란 트롤과 켈베로스도 보였다.


몬스터를 레벨은 20~50쯤. 이 정도면 초급 던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이마저도 에딘이 상대할 수 있는 수순은 아니었다.


“이만하면 됐나?”


한차례 주위를 둘러본 에딘이 더는 특별한 것을 찾지 못했고, 간단히 끝나버린 상황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한번 싸워볼까? 해골 병사 한 마리 정도는 어찌어찌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성장이 궁한 마음에 되지도 않는 망상에 빠졌다.


해골 병사 레벨은 20.


제아무리 용빼는 재주가 있다고 해도 레벨 1 상태로 해골 병사를 상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더구나 길도 끊겨 있어서 내려갈 수도 없는데 무슨 수로.


갑갑한 마음에 휩싸인 에딘이 괜히 주위에 있던 돌멩이 하나를 집어 아래에 내던졌다.


휘익-


결코 모니터에서는 할 수 없는 행동이지만 현실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 중력에 따라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진 돌멩이가 결국 해골 병사 하나를 건드렸다.


땅-


머리통에 맞았는데 투구를 쓰고 있는 탓에 쇳소리가 울렸다.


어기적거리며 돌아다니던 녀석이 한동안 자리에 서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시야가 이쪽까지 닿지 않는지 위쪽을 올려다볼 생각도 않는다.


뜻밖에 해골의 반응에 에딘이 펄쩍 뛰었다.


“뭐야, 통하는 거야?!”


데미지가 들어간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해골의 모습은 충격을 감지했다는 행동.


다시 돌멩이를 들고 던졌다. 이번에는 더 큰 돌멩이로.


파아악-


어깨에 돌멩이를 맞은 녀석이 크게 기울더니 또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 이번에도 크게 데미지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몇 번 더 시도해 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백날 던져봐야 비슷한 상태일 것 같다.


에딘이 입맛을 다셨다.


“쩝.”


아쉬워하던 에딘이 이내 눈을 굴리며 중얼거렸다.


“다른 걸로 해볼까? 독이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기대감에 젖은 에딘이 얼른 계획을 실행해 옮기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바람 타기까지 써가며 신속하게 움직였다.


떠돌이 상인을 쫓아 대륙을 돌아다니던 시절, 사용하던 무기가 망가지면 종종 독탄을 만들어서 사냥을 했었다. 독탄 역시 숲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어서 사용했는데, 이 역시 자급자족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동굴 입구에 도착한 에딘이 서둘러 엘리엘을 숲으로 날려 보냈다.


요청한 재료는 주로 독버섯류.


양동이를 꺼내고 주변 웅덩이에서 물을 길었다. 마시는 포션이 아니라 깨끗한 물을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불을 피워 물을 끓이고 엘리엘이 가져온 재료를 순서에 맞게 차례로 넣었다. 양동이를 잘 저어 주자 서서히 독이 끊기 시작했다.


‘어후.’


냄새부터 머리가 띵해졌다. 에딘이 입고 있던 셔츠를 코까지 올리고 양동이를 저었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독약이 진한 초록빛을 띠었다. 이 장면이야말로 누군가 봤다면 정말 마녀 같다고 할 것 같다.


어쨌든. 빛깔로 보자면 독이 완성이었다.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뚝딱 완성된 독.


중급 이상 독을 만들려면 이보다 훨씬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해골 병사 하나 정도는 이 하급 독으로도 충분했다.


당연히 시음은 할 수 없으니 넘어가고. 곧바로 양동이를 가방에 챙겨 다시 구덩이로 갔다.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녀석들이 알려줄 것이다.


구덩이로 가까이 다가가 먼저 목표물을 확인했다.


'어떤 놈이 좋을까.'


가장 만만한 해골 병사 하나를 찾아냈다. 녀석은 벽 가까이 붙어있어서 조준하기도 좋았다.


마치 벌이라도 서는 듯 벽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우두커니 서있는 녀석.


녀석의 긴 고뇌를 끝내 주기로 했다.


양동이를 꺼내고 독약을 한 국자 퍼냈다. 아직 뜨끈한 독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아무래도 차가운 것보다는 따뜻한게 좋을 것 같아 식기 전에 녀석의 머리를 겨냥해 독을 부었다.


쏴아아아악-


폭포수처럼 떨어지던 독이 이내 먼 길을 내려가며 비처럼 흩어졌다. 던전을 이루고 있는 광석의 빛을 받아, 물 알갱이들이 형광색 안개를 만들었다. 그 안에는 살짝 무지개가 비치는 것 같기도 하다.


이게 이리 아름다워도 될 일인지 모르겠지만. 아름답다.


거리가 멀어서 에딘에게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해골 병사는 이슬비 같은 독극물에 백골이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에딘은 독 안개가 사라질 때까지 녀석을 노려봤다.


데미지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별다른 반응이 없는 녀석.


잘못 만든 것일까. 아님 안 통하는 건가?


그렇다고 내 몸에 부어 볼 수도 없으니...... 아니다, 머리가 핑 도는 냄새로 봐서는 독은 완벽했다.


놈이 특이한 경우 일 수도 있으니 다른 놈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래, 녀석은 깊은 사색에 잠겼다가 깨달음을 얻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에딘은 구덩이 끝을 따라 걷다가 새로운 목표물에 포착했다.


비틀비틀 벽 주위를 돌아다니는 좀비 녀석.


좀비 역시 해골 병사와 같은 레벨 20 수준이다. 흐느적거리며 맥없이 이동하는 꼴이 툭 치면 넘어질 것도 같다. 녀석이라면 이 독에 취해 쓰러질지도 모른다.


국자로 독약을 펴서 다시 독비를 내려줬다.


쏴아아아악-


또다시 퍼지는 녹색 독 안개.


좀비 녀석은 어기적거리는 통에 독비를 절반밖에 맞지 않았다.


잠시 지켜보니 녀석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구덩이 돌려 몇 놈 더 시도해 봤지만 마찬가지였다.


기대가 누그러지자 에딘이 한숨 섞인 목소리를 냈다.


"안 먹히는 건가."


하긴, 이게 먹히면 너무 사기성 짙긴 하지.


에딘이 입을 삐죽거리며 독을 다 쏟아 버리려고 양동이를 기울였다. 양동이 안에 찰랑이던 독이 막 쏟아지려는 찰나, 동작을 멈춘 에딘이 눈을 부릅떴다.


이 느낌은!


마치 자양강장제를 먹은 것처럼 기운이 차오르는 느낌. 물론 자양강장제 같은 건 먹지도 않았다. 거기다 머릿속에서 제야의 종을 치는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설마?


에딘이 급하게 구덩이로 눈을 돌렸다.


처음 독비에 맞았던 해골 병사. 자세히 보니 녀석이 그 자리에 그대로 허물어져 있었다.


녀석이 긴 번뇌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은 것이다. 물론 나는 레벨 업을 찾았고 말이다.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녀석에게 고마웠다.


레벨 업을 하면 한순간 체력과 마나, 피로도까지 10% 회복된다. 방금 내가 느낀 기분은 레벨 업을 하며 나타난 증상이었다.


에딘은 벅찬 감동을 느끼며 가방에서 펜과 수첩을 꺼냈다.


펜을 들어 레벨이 올랐음을 바를 정(正) 자로 표시했다. 아무래도 상태창이 없으니 적어서 대략이나마 레벨을 가늠하기 위해서다. 레벨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다르니 체크해 두는 것이 좋았다.


수첩을 덮는데 다시 한번 번뇌를 털어내는 종소리의 울렸다. 저절로 광대가 승천했다.


가뜩이나 전투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손쉽게 레벨 업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레벨 업을 체크하는 와중에도 연이어 종이 울렸다.


순식간에 레벨 3.


레벨이 낮다 보니 좀비나 해골 한 마리만 죽여도 레벨이 오르는 것이다. 이대로 라면 녀석들의 레벨, 20 까지는 손쉽게 올릴 수 있을 것같다.


종소리가 뜸해지자 다시 구덩이를 돌며 독비를 뿌렸다.


쏴아아아악-


당분간은 마나포션을 마시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레벨 업 때문에 마나가 다 회복될 테니까. 하급 독을 제조하는 데는 재료도 많이 들어가지도 않아서 효율도 좋았다.


쏴아아아악-


생각에 잠겨 독을 뿌리는 사이 다시 종이 울렸다. 서둘러 수첩에 표시해두고 다시 양동이에서 독을 퍼냈다.


해골과 좀비에 이어 이번에는 벽 가까이 켈베로스 한 마리 보였다.


이 독이 먹힐지 모르겠지만 조금 욕심을 부려봤다.


쏴아아아악-


켈베로스는 독비에 격하게 반응했다.


커어어어엉-


퍼뜩 몸을 털어 내더니 벽으로 달려가 어딘가로 쏙 들어가 버렸다. 근처에 다른 굴이 있는 모양이다.


'저놈은 안 되겠네.'


에딘이 입맛을 다시며 다음 타깃으로 향했다.


쏴아아아악-


사실 켈베로스는 레벨이 40 정도라 쉽게 잡히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정신없이 독비를 내리다 보니 어느새 양동이가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마침 벽과 가까이 있던 녀석들도 더 이상 눈에 띄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장마철 마냥 독비를 뿌려대고 싶지만, 제레이드에게 들키지 않으려면 이제 오두막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미 시간도 꽤나 흘러 있었다.


‘뭐, 오늘만 날도 아니고.’


양동이에게 기울여 마지막 독약을 펴냈다.


쏴아아아악-


"요 녀석만 쓰러지면 가야지."


마지막 독을 뿌리고 녀석이 쓰러지기를 기다렸다. 그냥 가도 녀석은 죽을 테지만 던전 밖으로 나가면 경험치가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녀석이 쓰러지기만 지켜보는데 어째 녀석의 반응이 묘했다.


움직거리는가 싶더니 주위에 무언가 번쩍거렸다.


"뭐지?”


에딘이 눈을 가늘게 뜨고 구덩이 끝에 엎드려 고개를 쑥 내밀었다.


그제야 녀석의 모습이 다른 해골 병사와 조금 다른 것이 보였다.


일반 해골 병사가 아니라 지팡이를 들고 있는 해골 법사.


녀석의 지팡이를 휘두르는 것이 보였다.


휘이이이익-


조그맣게 번쩍이는 물체가 순식간에 머리통만큼 커지며 빠르게 다가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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