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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다시 님의 서재입니다.

작가는 골방에 가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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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다시
작품등록일 :
2022.10.12 18:29
최근연재일 :
2022.11.2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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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5,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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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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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삼총사. (1)

DUMMY

제레이드가 몸을 돌리자 여리여리한 귀족이 보였다.


기대감이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응시하는 소년. 그는 전에 떠돌이 상인으로부터 제영사를 구매해 갔던 귀족이었다.


'어떻게 나를 아는 거지?'


지금 제레이드는 깃이 높은 로브를 걸치고 있어서 얼굴도 잘 보이지 않을 터였다. 깃을 더 바짝 세우며 고개를 돌렸지만 귀족은 확신에 찬 듯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제에프, 정말 당신이군요."


"무슨 말씀이신지......."


로인이 다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기울이며 속삭였다.


"아이언 공자에게 들었습니다."


"......."


제레이드가 당황한 나머지 말문이 막혔다. 아이언 공자가 무슨 생각으로 이자에게 자신의 정체를 이야기했다는 말인가.


그 사이 로인이 해맑은 얼굴로 본인이 소장하고 있던 제영사를 꺼내 보였다.


"팬입니다, 제에프."


로인은 아이언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배웠던 팬이라는 말을 써먹었다. 간결한 말이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어서 좋았다.


제레이드는 얼떨떨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자일에게 처음 아이언 공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한차례 들어본 말이라 그도 그 뜻을 알고 있었다.


로인은 흡족한 얼굴로 들고 있던 제영사를 내밀었다.


"여기 사인해 주시오."


제레이드가 책을 받아 어색하게 서명했다. 누군가 자신의 책을 가져와 사인해달라는 것. 생전 처음이었다.


한편 서점 밖에서는 에딘이 진열창을 통해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이 정도면 보증 빚은 갚은 셈이지."


제레이드가 노출을 꺼리고 있지만 로인을 만나는 것은 위협이 될 리는 없었다. 로인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는 제에프의 정체를 비밀로 하라고 신신당부를 해뒀다. 과연 제에프의 정체를 누가 궁금해할 자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둘의 만남이 결코 나쁘게 흘러갈 것 같지 않았다.


이야기를 주고받던 로인과 제레이드가 밖으로 걸어 나오자, 고개를 빼고 지켜보고 있던 에딘이 얼른 뒤돌아섰다. 그러자 옆에 있던 프리아도 따라 돌아섰다. 프리아는 그러는 와중에도 손에 든 과자를 집어 먹었다.


와작. 와작.


"오빠, 왜 아빠를 몰래 감시하는 거야?"


에딘은 프리아를 집에 혼자 떼어두고 나올 수 없어서 데리고 나왔다.


"몰래 감시하다니... 그냥 바쁘게 어딜 가시나 해서 따라와 본 거지."


제레이드와 로인 입구로 나오자, 에딘이 말과는 다르게 그들의 눈을 피해 프리아를 데리고 건물 모퉁이 쏙 들어갔다. 로인과 제레이드가 서점 앞에 정차돼 있던 마차에 올랐다.


에딘이 출발하는 마차를 보며 중얼거렸다.


"뭐야, 어디로 데려가려고."


프리아가 뚝 내뱉었다.


"자리를 옮긴 데."


"뭐?"


"귀족이 길라드 가문에게 운영하는 식당으로 가자고 말했어."


프리아는 과자를 먹으며 마차를 바라보고 있었다.


"안에서 하는 말이 들려?"


"응."


마차 안에서 하는 말이 들리다니... 자신 역시 레벨이 오르면서 감각이 예민해졌지만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마차 안의 소리까지 듣기는 역부족이었다. 반면 프리아는 별다른 집중 없이도 대화를 듣고 있었다. 음유시인 테크트리를 타면서 청력이 비약적으로 발달한 것이다.


에딘은 프리아를 데리고 마차를 뒤따라갔다. 로인은 믿을 수 있지만 어떤 대화가 오가는지는 궁금했다.


"좋아. 프리아, 계속 이야기해 봐."


프리아는 대답 대신 빈 과자 봉지를 뒤집어 흔들었다.


"오빠, 과자 다 먹었어."


에딘이 서둘러 과자가게로 방향을 돌렸다.


***


던전으로 돌아온 삼총사는 본의 아니게 여러 권 구입하게 된 제영사를 소파 한쪽에 방치했다.


영영 볼일 없을 것 같았는데, 라온이 제영사를 집었다. 사냥에 필요한 독을 미리 만들고 나니 딱히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책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던 라온이지만 금세 제영사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퍽 진지한 얼굴로 책장을 넘기는 라온. 아이빅과 진은 그 모습이 신기했다. 그는 서커스단에서 도망치자는 이야기를 꺼낼 때도 이렇게 진지한 얼굴을 하진 않았다.


"도대체 무슨 내용이기에......."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아이빅과 진도 책을 집어 들었고, 그들의 표정도 제법 진지해지기 시작했다.


점차 표정이 굳어지던 아이빅이 이마를 탁 감쌌다.


"악! 뭐야, 이게 말이 돼!"


아이빅 침을 튀기며 떠들었다.


"어떻게 불의 영웅이 밀릴 수가 있어!"


비슷한 부분을 읽고 있던 진이 머리를 긁었다.


"봐준 거 아닐까?"


시종 책에 고개를 박고 있던 라온이 웃음을 흘렸다.


"어둠의 영웅이 강한 거야."


"그럴 리가!"


진이 라온에게 물었다.


"어둠의 영웅보다 불의 영웅이 약하다는 거야?"


"내 생각에는, 그래."


라온이 어깨를 으쓱하며 만족스러운 얼굴을 했다.


아이빅은 못마땅한 듯 고개를 돌렸다. 라온은 불의 영웅보다는 어둠 쪽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 이거지. 좋아. 덤벼 어둠의 영웅!"


아이빅이 콧김을 뿜어내며 어딘가에서 병을 하나 들고 왔다. 그 모습에 라온과 진이 키득거렸다. 그것의 정체를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건 바로 술.


마시자는 것은 아니고, 그가 서커스단에서 배웠던 묘기, 불 뿜기를 선보일 때 사용하는 것이었다. 오랜만에 그가 불 쇼를 선보일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가 불의 영웅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었다.


라온은 콧방귀를 뀌었다.


"유치하긴."


무시하려 했지만 불 뿜기는 구경하고 싶은 마음에 말과는 달리 몸을 일으켰다.


"그래, 간다. 불의 영웅."


라온은 어둠의 영웅처럼 은밀한 암살자 되어 살금살금 아이빅을 중심으로 빙빙 돌았다. 그러다 살짝 뛰며 땅을 짚고 재주를 넘었다. 다음에는 반동을 이용해 손을 짚지 않고 허공에서 한 바퀴를 돌았다. 라온이 서커스에서 배웠던 공중제비였다.


팟.


사뿐하게 착지한 라온이 어서 덤벼 보라는 듯 손짓을 했다. 이윽고 아이빅이 알코올을 머금었고, 어느새 불이 붙은 작은 심지 위로 알코올을 뿜어냈다.


화르르르륵-


후끈한 열기가 라온을 앞으로 날아왔다. 굳이 피하지 않아도 닿지 않는 거리였지만 라온은 어둠의 영웅처럼 재빠른 몸놀림을 재연하기 위해 몸을 낮췄다.


그리고 무릎을 튕기는 순간.


분명 몸을 옆으로 빼려 했는데, 뜻하지 않게 몸이 앞으로 뛰어나갔다. 마치 불나방 처럼. 예상치 못한 라온의 동작에 진은 고함을 질렀다.


"라온!"


다급한 외침에 놀란 아이빅이 서둘러 방향을 돌렸으나, 이글거리는 화염이 결국 라온을 집어삼켰다. 지켜보던 진이 눈을 질끈 감으며 자신이 불에 덴 것처럼 몸을 웅크렸다.


"으악!"


끔찍한 결과가 예상하며 진이 서서히 실눈을 떴다.


"어떻게 된 거야?"


진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주위를 살폈다. 불꽃이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라온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아이빅도 눈이 휘둥그레져 두리번거렸다.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그때, 진이 떨리는 손으로 아이빅의 뒤를 가리켰다.


"라온, 어떻게......."


아이빅이 황급히 고개를 돌려 보자, 정말 사라졌던 라온이 서 있었다.


라온은 자신도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몸을 더듬었다. 어딘가 타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


"대장. 제가 마법사가 된 건가요?"


라온이 흥분한 목소리로 에딘에게 물었다. 그는 에딘이 오자마자, 이 믿기지 않는 경험담을 떠들었다.


이야기 듣고 생각에 잠겨 있던 에딘이 입을 열었다.


"그건 마법이 아니야."


"그럼 뭐죠?"


"......."


에딘이 묵묵히 팔짱을 꼈다.


라온이 사용한 것은 암살형 스킬의 한 종류로 상대의 뒤를 장악하는 점령 스킬이었다. 뒤에서 나타났다는 이야기만 듣고도 단숨에 알 수 있었던 내용이지만, 어떻게 라온이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지는 자신도 의문이었다.


마법이나 정령 스킬을 제외한 스킬들은 모두 일정한 능력치를 충족했을 때 사용할 수 있었다. 점령 스킬의 경우에는 민첩과 지능이 높아야 한다. 이는 당연히 레벨 1 상태의 능력치로는 어림도 없었다. 그렇다면 레벨이 올랐다는 소리다.


'어떻게 레벨이 올랐지?'


에딘은 녀석들과 함께한 시간을 떠올리며 턱을 매만졌다.


먼저 녀석들은 한 번도 직접적으로 전투를 하지 않았다. 항상 독탄을 만들어 내는 방식. 혹시 자기들끼리 독탄을 만들어 사냥하기라도 했나?


그럴 리가.


독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더구나 녀석들은 구덩이 주위에 가는 것도 무척이나 꺼렸다.


'그렇다는 건... 혹시 파티?'


이제 떠올릴 수 있는 것은 파티 시스템밖에 없었다. 녀석들과 나는 경험치를 공유하는 파티원으로 인식됐을 가능성이 높았다.


에딘이 혀를 차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런, 이런."


경험치를 녀석들과 나눈다는 것이 썩 유쾌한 결과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미 익숙해서 버린 이 자동화 방식을 깨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에딘이 고개를 젓는 모습에 삼총사가 의아해했다.


"대장, 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에딘이 체념한 듯 의자를 폴짝 내려왔다.


'별수 없지.'


이왕 레벨이 올라 버렸으니 녀석들에게 스킬에 대해서 알려줘야겠다. 귀찮기는 하지만 독을 이용하지 못할 경우에는 녀석들이 직접 사냥에 도움을 줄 수도 있었다.


"모험가들이 사용하는 점령이라는 스킬이야."


"스킬이요?" "점령?"


"그래."


예상대로 삼총사의 질문이 쏟아졌다. 녀석들은 기이한 현상들을 모두 마법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에딘은 스킬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한 뒤 가방을 열어 팔려고 챙겨 뒀던 무기를 하나씩 꺼냈다.


"자, 마음에 드는 거 하나씩 집어봐."


녀석들의 레벨과 능력치가 알 수 없으니 우선 다양한 무기로 스킬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각자 무기를 하나씩 집어 들자, 무기에 맞는 스킬을 하나씩 설명해 줬다. 곧 삼총사가 설명에 맞춰 시전 동작을 취하고 무기를 휘둘렀다.


휙- 휙-


별다른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무기를 바꿔가며 시도하게 했다. 그러던 중 단검을 던지던 진이 스킬을 발동했다.


"오! 돌아왔어!"


진이 손에 들린 단검을 보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신이 던지던 단검이 거짓말처럼 자기 손에 들어온 것이다. 진이 다시 한번 단검을 내던졌다.


쉬이이이익-


곧게 뻗어나가던 단검이 진이 손을 뻗자, 빙그르 회전해서 다시 진의 손으로 날아왔다.


착.


마치 자력이라도 있는 듯 단검이 진의 손에 들러붙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입이 떡 벌어진 아이빅. 그는 혼자만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에 분해서 재빨리 무기를 바꾸어 맹렬하게 휘둘렀다.


결국 곤봉을 휘두르던 아이빅도 시킬 시전에 성공했다. 빙글빙글 돌리던 곤봉 앞으로 투명한 보호막을 만들어낸 것이다.


아이빅이 정신없이 곤봉을 돌리며 소리쳤다.


"이것 봐! 내가 이런 걸 만들었어!"


시전하는 스킬의 수준을 보아하니 녀석들의 레벨은 15 정도. 직접적인 전투 참여가 없어 분배받는 경험치가 적었을 텐데 그에 비하면 꽤 레벨이 많이 올랐다.


"그만하면 됐어. 마나가 부족할 수 있으니까."


에딘이 자꾸만 스킬을 남발하는 삼총사를 다그쳤다. 마나가 다 떨어지면 죽음에 이른다는 설명을 들은 터라 삼총사가 일제히 동작을 멈췄다.


오늘은 독탄 사냥은 접기로 했다. 스킬을 배웠으니 확실하게 써먹어 봐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 허공에다 하는 건 그만두고 실전으로 가보자."


에딘이 구덩이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걸음을 옮겼다. 조금 전까지 신이 나 있던 삼총사의 반응이 싸늘해졌다.


"대, 대장!"


"굳이 실전이 필요할까 대장?!"


"허허, 맞아. 대장. 우리는 이걸로 충분한 것 같은데."


삼총사의 간절한 눈빛에도 에딘의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스킬로 서커스를 할 것이 아니라면 실전에서 써먹어 봐야 한다.


"잔말 말고 어서 따라와. 이왕 이렇게 된 거 써먹는 것도 확실히 배워야지. 그게 나중에 너희들한테도 좋을 거야."


말이야 맞는 소리지만, 사실 다 자신이 편하게 하자고 하는 소리였다. 단호한 모습을 보이자 삼총사가 도살장에 끌려가는 듯 고개를 푹 숙이고 뒤를 따라왔다.


"괜히 말을 꺼내 가지고......."


라온이 후회 가득한 모습으로 중얼거리자, 아이빅이 그의 등을 밀었다. 일을 키웠으니 먼저 뒤를 따라가라는 소리였다.


"빨리 따라와."


라온 재빨리 에딘을 뒤따라 계단을 내려갔다. 삼총사는 구덩이로 내려가 보는 것이 처음이었다.


쿠워어어어-


스산한 괴성에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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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보물찾기. (3) 22.10.29 35 2 13쪽
16 보물찾기. (2) 22.10.27 3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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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던전. (3) 22.10.24 37 2 12쪽
12 던전. (2) 22.10.23 38 2 13쪽
11 던전. (1) 22.10.22 29 2 12쪽
10 의뢰소. (1) 22.10.21 42 1 12쪽
9 아이언 가문. (1) 22.10.20 38 2 13쪽
8 빚. (4) 22.10.19 35 1 12쪽
7 빚. (3) 22.10.18 42 1 13쪽
6 빚. (2) 22.10.17 47 1 13쪽
5 빚. (1) 22.10.16 43 1 13쪽
4 프리아. (2) 22.10.15 46 2 12쪽
3 프리아. (1) 22.10.14 48 2 13쪽
2 작가 제레이드. (1) 22.10.13 55 2 13쪽
1 게임 파블라. (1) 22.10.12 113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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