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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다시 님의 서재입니다.

작가는 골방에 가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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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다시
작품등록일 :
2022.10.12 18:29
최근연재일 :
2022.11.2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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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5,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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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6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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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보물찾기. (1)

DUMMY

드드드드득-


벽을 튀어나온 판판한 돌이 허공을 메웠다.


기존의 계단보다 넓고 단단한 돌판. 에딘이 폴짝 뛰어 그것을 계단처럼 밟았다.


이 '벽 만들기' 스킬은 본래 적의 공격을 방어하는 데 사용하는 방어 스킬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심시티도 가능했다.


유저들 사이에서는 이 스킬을 활용해 집도 짓고 건물도 올리고 심지어 성까지 쌓는 이들도 있었다. 재미있어 보이지만 마나가 만만치 않게 소모되기 때문에 아무나 심시티를 하면서 놀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드드드드득-


레벨이 15가 넘은 시점부터 마나가 선명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제 마나가 얼마나 남고 스킬을 몇 번이나 사용할 수 있는지 짐작이 됐다. 지금 남아있는 마나를 따져보면 벽 만들기는 최대 스무 번 가능했다.


에딘은 계단을 띄엄띄엄 만들어 징검다리처럼 넘어 아래로 내려갔다.


드드드드득-


계단이 사라진 4층 부터, 뛰어넘을 수 있는 최대한으로 간격을 벌려서 계단을 만들어 내려왔다. 아슬아슬하게 마나가 맞아떨어졌다.


사뿐하게 땅을 밟은 에딘이 떨어져 있는 아이템을 보고 눈을 빛냈다. 주위에 아이템이 꽤나 많았다. 일부러 징검다리를 아이템이 많은 곳으로 내려갈 수 있게 만든 탓이다.


위험한 몬스터도 없었다. 켈베로스에게 쫓기는 일도 없도록 꼼꼼하게 주변 벽까지 살펴서 위험 요소를 제거했다.


그렇다고 여유를 부릴 수는 없었다. 에딘이 재빨리 흩어져 있는 아이템을 가방에 쓸어 담았다.


"뭐야, 왜 죄다 해골 반지야."


이렇게 해골 반지만 많이 나오지 않는데, 이 던전은 나오는 아이템 밸런스가 영 이상하다.


'이래서 폐던전인가?'


모르겠다.


해골 반지는 해골 병사를 소환할 수 있지만 일회용이고 마나까지 소모되는 통에 유저들 사이에서는 버리거나 이벤트성으로 들고 다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에딘은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닥치는 대로 주웠다. 정령을 더 계약한 덕분에 가방도 두 개더 늘어나서 아이템을 많이 담을 수 있었다.


'우선 다 집어가야지.'


제레이드를 조금 더 집필에 몰두시키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하인을 고용하기 위해서다.


우물을 만들고 느낀 건데, 집필을 앞당기는 가장 큰 열쇠는 제레이드에게 여유시간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별것 아닌 것 같은 한 시간인데 제레이드의 집필 양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그만큼 남는 에너지를 집필에 쏟을 수 있는 것이다.


"시간을 더 짜내야 해."


마음 같아서는 직접 집안일을 돕고 싶지만 제레이드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가사를 도와줄 하인이다.


오두막에서 하인을 부리는 것은 아무래도 그림이 안 나와서, 더하기 근사한 저택까지 장만할 생각이었다. 물론 하루아침에 될 일은 아니지만, 이대로 레벨을 계속 올리고 아이템도 잘 먹어주면 못할 것도 없었다.


돈을 버는 건 제영사가 잘 팔리는 시점까지 기다리려 했는데 목이 빠질 것 같아 안되겠다.


바쁘게 아이템을 쓸어 담는 사이,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해골 병사와 좀비 몇 마리가 슬금슬금 거리를 좁혀왔다.


시야에 들어간 모양.


'아직 남았는데.'


다가오는 놈은 모두 다섯 마리. 한두 마리면 몰라도 맞붙기에는 쪽수가 너무 많았다. 마나도 충분하지 않으니 더더욱 상대하기 힘들었다.


에딘이 아이템을 줍다 말고 성인 키를 훌쩍 넘어 보이는 돌판 위로 폴짝 뛰어올랐다.


달그락- 달그락-


다가오던 녀석들이 에딘이 올라선 징검다리 아래서 농성을 하듯 아우성을 부렸다.


구워어어어-


해골 병사들이 검을 치켜들고 돌판 아래를 휘젓고 좀비들은 고개를 들고 괴성을 질렀다.


마치 내려오라는 듯.


"안 내려가! 너희들이나 저리 가."


에딘이 나름 녀석들과 대화를 시도하며 가방에서 양동이를 꺼냈다. 아직 챙겨야 아이템이 있는데 몬스터들이 좀체 이동하지 않으니 별수 없었다.


양동이에 남아 있는 독약을 펴내 녀석들에게 약세례를 해줬다.


쏴아아아악-


에딘이 젖어드는 녀석들을 만족스럽게 쳐다봤다.


"음, 가까우니까 더 좋네."


거리가 가까워서 맞추기가 훨씬 수월했다. 버려지는 것이 없어서 독을 아낄 수도 있었다.


사냥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벽에 가까운 몬스터도 차츰 줄어들고 있어서 이런 식으로 몬스터를 몰아 사냥을 하는 것이 차후에 더 좋아 보였다.


뭐, 위험에 좀 노출되기는 하지만.


녀석들이 쓰러지는 것을 확인한 에딘이 다시 아래로 내려가 아이템을 수거했다. 깨끗하게 아이템을 챙기고 구덩이를 빠져나왔다.


공동위로 올라온 에딘이 집어온 아이템을 정리했다.


하급 마나석이 열 개가 넘고 거기에 잡템들이 가방에서 우수수 쏟아져 나왔다.


크고 작은 검과 액세서리. 레벨이 높지 않은 몬스터에서 나온 것이라 그렇게 좋은 아이템들은 아니었다.


해골 반지는 수십 개를 주웠는데 세어보지도 않고 그냥 가방에 넣어뒀다.


***


틈틈이 마을에 내려가 아이템을 처분했다. 몇 가지 쓸만한 무기와 마나석만 조금 놔두고 모두 팔았다. 해골 반지는 역시 받아주는 곳이 없어서 가방에 그대로 쌓여갔다.


그러고 나니 차곡차곡 돈에 모였다. 아직 저택을 구입할 정도는 아니지만.


흥겹게 오두막으로 돌아와 한숨 잠을 자려는데, 프리아가 들이닥쳤다.


"오빠!"


에딘은 경찰한테 걸린 수배자처럼 가슴이 철렁했다. 근래에 계속 놀자는 걸 피해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빠! 보물찾기 같이 가자!"


에딘이 이마를 만지며 앓는 소리를 냈다.


"몸이 안 좋아서......"


프리아가 볼을 부풀렸다.


"저번에도 안 갔잖아."


오늘은 쉽사리 물러설 것 같지 않은 모습이다.


"에스터가 보물이 나올 것 같다고 했단 말이야."


보물이라니, 정말 머리가 아파지는 것 같다.


도대체 뭘 찾는다는 건지. 가끔 보물을 찾는다고 꼬맹이들과 모여 주위를 해 집고 다는데, 뭘 가져오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안 가면 나 노래 안 배울 거야."


노래라 함은 정령의 노래를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프리아는 이제 조금씩 정령의 노래를 배우고 있었다.


그런 걸로 협박을 하다니. 그게 다 너 좋으라고 시키는 건데....... 아니, 생각해 보니 나 좋자고 하는 면도 있다.


"재미도 없어!"


재미가 없기는, 틈만 나면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에딘이 속을 빈정거리며 결국 몸을 일으켰다.


매번 오두막에 틀어박혀있는 것도 이상하고, 어쨌든 오빠니까 오늘은 조금 장단을 맞춰 주기로 했다.


"그래, 보물찾기 가자."


"정말?!"


프리아가 방방 뛰며 좋아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꼭 보물을 찾을 거라고 혼잣말을 했다.


오두막 앞에서 세 친구가 기다리고 있었다.


"에딘도 같이 가는 거야?"


"응, 오빠도 간대."


에스터가 사뭇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느낌이 좋아. 오늘은 분명 보물을 찾을 거야."


말하는 게 무슨 예언가를 흉내 내는 것 같다. 에스터의 애어른 같은 행동이 웃겨 살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에스터는 앞장서서 계곡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보물찾기 놀이는 에스터가 주도하는 것 같다.


카일이 확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에스터, 정말 보물을 찾을 수 있을까?"


"어제 꿈을 꿨어."


릴리가 물었다.


"무슨 꿈?"


에스터가 두 팔을 크게 벌리며 비장하게 말했다.


"꿈에서 사탕이 잔뜩 쏟아졌어!"


프리아가 눈을 크게 떴다.


"오! 대단해."


저도 모르게 코웃음이 나왔다.


사탕을 좋아할 때긴 하다. 근데, 이건 무슨 역할극을 하는 건가?


도대체 무슨 놀이를 하는 건지 감이 오지 않았다. 녀석들은 내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설명도 없었다.


얼마쯤 가자 에스터가 멈춰 섰다.


"자, 오늘은 여기야."


에스터는 계곡 주위를 빙 둘러봤다.


"이 주변에 있을 거야."


카일은 벌써 가까운 수풀을 헤집었다.


"자, 찾아보자."


에스터의 말에 아이들이 주위로 흩어졌다.


에딘은 프리아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찾는 시늉을 했다.


'아무것도 안 숨기고 뭘 찾으라는 거야?'


어릴 때 선생님이 숨겨놓은 종이쪽지를 찾는 보물 찾기를 상상했는데 아니었다.


에딘이 프리아의 뒤를 따라가다 슬금슬금 으쓱한 곳으로 발을 뺐다.


적당히 숨어 있다가 놀이가 끝나면 나갈 생각이었다.


큼직한 바위 위로 올라가 들어 눕자 스르르 눈이 감겼다.


얼마나 흘렀을까. 에스터의 외침이 번뜩 잠을 깨웠다.


"찾았다!"


"어디! 어디!"


계곡 주위가 소란스러워졌다.


흥분한 카일이 소리쳤다.


"여기야! 에스터가 정말 찾았어."


에딘이 폴짝 바위를 뛰어내려 소란이 들리는 곳을 향했다.


뭘 찾다고? 뭘 찾았다는 건지 궁금했다.


크고 작은 바위가 쌓인 곳에 꼬맹이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에스터와 카일은 쪼그려 앉아 아래쪽 바위틈을 살피고 있었다. 에딘이 바위틈으로 다다가 고개를 내밀었다.


바위 사이로 보이는 나무상자. 그것을 보는 순간 에딘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마치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뭐야. 진짜 보물을 찾고 있었잖아!"


익숙한 모습의 상자는 그도 잘 알고 있는 아이템 상자였다.


파블라에는 특정 좌표에 아이템 상자가 숨겨져 있었다. 아이들이 찾아낸 것은 그것이었다.


이걸 찾고 있었을 줄이야.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워낙에 안 나오는 것이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얼마나 안 나오는지 파블라를 3년 동안 한 그도 고작 상자 다섯 개를 찾은 것이 전부였다.


"에스터, 대단해. 올해만 벌써 세 번째야."


닐리가 환호하자, 에딘은 입이 벌어졌다.


'세 번이나? 이 자식 뭐 하는 놈이야.'


그사이 에스터와 카일이 바위를 치웠다.


"꺼내자, 도와줘."


모두 달라붙어 바위를 치웠고 곧이어 나무상자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카일이 상자를 보며 침을 삼켰다.


"이번엔 뭐가 들어 있을까."


프리아가 환하게 말했다.


"사탕 아닐까!"


에딘은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제야 사탕이라는 말이 이해가 갔다. 사탕은 그냥 꽝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녀석들은 그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이제 보니 꼬맹이들은 꽤나 재미있는 걸 하고 있었다.


"자, 그럼 연다."


모두의 이목이 쏠린 시점에 에스터가 상자의 뚜껑을 열어젖혔다.


철컹-


하얀 빛이 잠깐 새어 나오더니 이내 흩어졌다. 모니터에서 상자를 오픈할 때 나왔던 장면과 같은 효과였다.


안에는 잡다한 것이 가득했다.


에스터가 하나하나 잡템을 꺼내며 설명했다.


"지도, 호미, 접시, 펜......"


어째 호미도 접시도 집에 있는 것과 닮았다.


"그리고 사탕!"


상자 아래 사탕이 깔려 있는 것을 보고 아이들이 환호했다.


에스터는 사탕을 골고루 나눠줬다.


모두들 사탕을 까먹었고 에딘도 하나를 입안에 넣었다.


사탕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맨날 쓰디쓴 자양강장제만 먹다 보니 달콤한 맛이 별미였다. 기억에 따르면 사탕도 피로도를 살짝 낮추는 효력이 있었다.


프리아가 사탕을 두 개나 입안에 넣었다. 그 모습을 보고 너도나도 하나 씩 더 입에 물었다. 에딘을 빼고 모두 다람쥐처럼 양볼이 빵빵해졌다.


"에딘, 갖고 싶은 거 있어?"


에스터가 먼저 에딘에게 물었다.


"나?"


"응, 조금 있으면 너 생일이잖아. 미리 선물해 줄게."


그랬나?


에딘은 지도를 골라 에스터에게 건네받았다. 손바닥 만하게 접혀있는 지도를 펼쳐 보니 하모르 주변 일대가 세세하게 그려져 있었다.


꼭 게임에서 봤던 지도의 모습과 닮았다. 현재 있는 계곡과 숲의 모습도 보였다.


에스터는 나머지 물건들도 아이들에게 골고루 나눠줬다. 노는 줄만 알았는데 녀석들 나름 살림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에스터, 고마워!"


프리아가 제법 고급스러워 보이는 접시를 들고 좋아했다.


그걸보니 집에 있는 살림살이들이 어울리지 않게 좋았던 것이 떠올랐다.


다 여기서 나온 걸까?


'설마 국자와 양동이도?'


그렇다면 정말 에스터의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에스터가 빈 상자를 보며 만족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오늘은 이걸로 끝낼까?"


모두들 달콤한 사탕에 취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에딘은 아니었다.


"아니. 조금만 더 찾아보자."


이제부터 시작인데 무슨 소리.


아이템 상자에는 규칙이 있었다. 아무래도 녀석들은 그 규칙을 모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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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삼총사. (1) 22.11.15 23 1 13쪽
21 보증. (3) 22.11.09 23 1 13쪽
20 보증. (2) 22.11.06 32 1 12쪽
19 보증. (1) 22.11.03 28 1 13쪽
18 자동화. (1) 22.10.31 30 1 12쪽
17 보물찾기. (3) 22.10.29 34 2 13쪽
16 보물찾기. (2) 22.10.27 34 1 12쪽
» 보물찾기. (1) 22.10.26 32 1 12쪽
14 우물. (1) 22.10.25 44 2 12쪽
13 던전. (3) 22.10.24 37 2 12쪽
12 던전. (2) 22.10.23 37 2 13쪽
11 던전. (1) 22.10.22 29 2 12쪽
10 의뢰소. (1) 22.10.21 42 1 12쪽
9 아이언 가문. (1) 22.10.20 37 2 13쪽
8 빚. (4) 22.10.19 35 1 12쪽
7 빚. (3) 22.10.18 41 1 13쪽
6 빚. (2) 22.10.17 46 1 13쪽
5 빚. (1) 22.10.16 42 1 13쪽
4 프리아. (2) 22.10.15 46 2 12쪽
3 프리아. (1) 22.10.14 48 2 13쪽
2 작가 제레이드. (1) 22.10.13 54 2 13쪽
1 게임 파블라. (1) 22.10.12 111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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