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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다시 님의 서재입니다.

작가는 골방에 가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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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다시
작품등록일 :
2022.10.12 18:29
최근연재일 :
2022.11.24 22:30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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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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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글자수 :
155,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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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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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의뢰소. (1)

DUMMY

투명하고 조그마한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는 물체.


그것은 하급 물의 정령이었다.


에딘은 수상하다는 듯 눈을 찌푸리며 엘리엘에서 질문했다.


“왜 정령이 모습을 드러낸 거지?”


엘리엘이 뜸을 들였다.


'글쎄······'


정령은 이유 없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계약이 되지 않은 정령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가치가 있는 매개체에 이끌릴 때 뿐이었다.


‘매개체가 있었군.’


에딘이 주위를 눈여겨봤다.


“어디?”


‘주위에 마나가 느껴져. 저기 너와 같은 증상을 가진 아이한테서. 말할 때마다 마나가 새어 나오는군.’


프리아? 엘리엘이 말하는 건 프리아였다.


신나게 돌아다니며 웃고 떠들고 있는 프리아. 그의 유독 청량한 목소리가 숲을 메우고 있었다.


그리고 보니 프리아는 몸이 안 좋을 때에도 간혹 벼락같은 소리를 내곤 했었다.


마나가 실려서 그런 거였나?


에딘의 얼굴이 불안감으로 물들었다.


“그렇다면 마나가 소모되고 있다는 소리잖아.”


‘그렇지. 작지만 마나가 소모되고 있어.'


이제야 같은 증상을 가졌는데도, 어째서 자신보다 프리아가 더 몸이 좋지 않았는지 이해가 갔다.


마나가 조금씩 떨어지는 것은 같지만, 프리아는 말을 하면서도 간혹 마나를 소모하고 있는 것이다.


꼬박꼬박 포션을 챙겨 먹이고 있으나 이렇게 되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다. 절로 미간이 움츠러들었다.


그렇다고 프리아가 원해서 마나를 쓰고 있지는 않을 터.


에딘이 측은하게 프리아를 바라봤다.


따지고 보니 프리아야 말로 레벨 업이 필요한 상태였다. 그래야 떨어지는 마나 상태에 맞춰 포션을 마실 테니까.


사실 매일 시간에 맞춰 마나포션을 챙겨주는 것이 귀찮기도 했다.


레벨이 올라가면 마나 회복 양도 늘어날 테니, 후에는 포션을 마시지 않아도 되는 상태도 기대해 볼 수 있었다.


문제는 어떻게 레벨 업을 할 것인가.


에딘이 인상을 쓰며 중얼거렸다.


"레벨 업이라······"


쉽지 않았다.


렙업을 하기 위해서는 전투를 빼놓을 수없으니까.


껍데기만 꼬마인 에딘이라면 몰라도 일곱 살 프리아에게 몬스터와 전투를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전투 없이 성장을 할 순 없을까?


허공을 응시하던 에딘에게 문득 다른 정령들이 눈에 들어왔다. 주위에 있는 것은 물의 정령 만이 아니었다.


꼬맹이들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들썩이는 조그만 바위도, 수풀에 숨은 덩굴도 있고, 나무 위에 앉은 울고 있는 종달새도······.


순간 에딘이 손가락을 튕겼다.


"아, 맞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레벨 업 방식이 떠올랐다.


직접적인 전투를 하지 않아도 레벨 업이 가능한 방식.


바로 ‘음유시인’ 테크트리.


음유시인은 직접적인 전투를 하지 않고도 홀로 수련을 통해 레벨을 올릴 수 있었다.


더구나 마법사처럼 돈이 많이 들거나 성장이 어렵지도 않았다.


'뭐, 좀 지루한 방식이지만.'


아무래도 전투에 참여하지 않으니 플레이가 지루하다는 평이 많고 그 탓에 유저도 적었다.


물론 지금은 전투의 재미를 따질 때가 아니라, 프리아에게 이만한 게 없었다.


음유시인을 키워본 적은 없지만 대강 방법은 알고 있었다. 말소리에 마나를 사용하는 것도, 음유시인으로 성장하는 것과 궁합이 잘 맞는 것 같았다.


에딘이 흐뭇하게 속삭였다.


“엘리엘, 네가 프리아에게 정령의 노래를 알려줘야겠어.”


‘정령의 노래?'


“응.”


음유시인이 되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하나는 음유시인에게 노래를 배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령을 통해 정령의 노래를 배우는 것.


한데 정령이라도 모두 정령의 노래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난 정령의 노래를 할 줄 몰라.’


에딘이 입맛을 다셨다.


이런.


이렇게 되면 프리아에게 노래를 가르쳐줄 새로운 정령을 알아봐야 된다.


또 마나석이 필요하다는 소리다.


그 사이 잠에서 깨어난 제레이드의 목소리가 들렸다.


“에딘, 프리아,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자.”


벌써 하늘이 어슬어슬 어두워지고 있었다. 짧은 소풍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


탈탈.


에딘의 손바닥 위로 동전 다섯 개가 떨어졌다.


100 골드 금화 다섯 개.


돈주머니를 흔들어 봤지만 더는 나오는 것이 없었다.


"이것밖에 안 남았나?"


에딘이 아쉬운 얼굴로 동전을 빤히 바라봤다.


"쩝."


마나석을 구입해야 하는데 돈이 아슬아슬하다. 500 골드는 작은 마나석 한 개를 겨우 구입하는 정도.


하급 정령 하나를 프리아에게 계약시켜주면 끝난다. 그러고 나면 남는 돈이 없었다.


'나도 몇 마리 계약하고 싶은데.......'


에딘도 다른 정령과 더 계약을 해야 했다. 프리아와 달리 전투를 통해 레벨 업을 할 생각이기 때문에 다양한 정령을 다루는 것 필요했다.


전투 말고 따로 쓸 때도 있고.


아무튼, 또 돈을 마련해야 했다.


'또 포션을 만들어야 하나?'


금화를 집어넣고 저녁이 오기를 기다릴 생각으로 침대에 드러누웠다.


그대로 눈을 감자, 상점 주인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소란이 어쩌고 했던 이야기.


"의뢰소로 가볼까?"


돈을 버는 건 포션을 만드는 것이 쉬운 방법이겠지만, 레벨 업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반면 몬스터 퇴치 같은 의뢰를 맡게 되면 자연히 몬스터를 잡아 경험치도 얻고 의뢰 보상도 받을 수 있었다.


한마디로 일석이조.


파블라는 마을마다 퀘스트를 받을 수 있는 의뢰소가 있다. 몬스터가 어쩌고 했던 상점 주인의 말에 따르면 의뢰가 들어와 있을 것이다.


떠오른 김에 곧장 몸을 일으켰다.


제레이드의 눈치를 살피다가 장작을 구하러 나간 사이에 오두막을 빠져나왔다.


에딘은 바람 타기를 시전해 쏜살같이 마을로 내려갔다.


'할만한 의뢰가 있으려나?'


제대로 전투를 한 적이 없으니 현재 레벨은 1. 적당한 의뢰가 있을지 걱정이었다.


순식간에 마을 정문에 다다랐다. 눈에 보이는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가며 의뢰소로 향했다.


막 의뢰소 간판을 발견하고 달려가는데, 거리 한쪽에 눈에 익은 녀석들이 보였다.


"응?!"


덩치 일행이다.


녀석들이 도로와 골목으로 이어지는 모퉁이에서 패잔병처럼 자빠져 있었다.


녀석들 얼굴 군데군데 멍 자국이 보였다. 앞에는 구걸이라도 하는지 깡통을 하나 두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조금 짠해 보였다.


너무 때렸나?


미안한 마음에 멀리 둘러 눈에 띄지 않게 자리를 피해 갔다. 녀석들도 나를 다시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도착한 의뢰소는 멀끔하게 생긴 단독 건물이었다.


끼이이이익-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에딘에게 주목했다.


잠시 숙연해진 분위기.


에딘이 긴장한 채 쓰고 있는 가면을 만지작거렸다.


시선이 쏠리니 괜히 위축이 됐다.


다행히 사람들은 이내 관심 밖이라는 듯 시선을 거뒀다.


에딘은 태연한척 의뢰지가 걸려 있는 게시판으로 걸어가며, 힐끔 주위를 살폈다.


대부분 모험가로 보이는 이들.


그들은 창밖을 보거나 벽에 등을 기대서서 잔뜩 분위기를 잡고 있었다.


신비주의 컨셉을 잡고 있지만 긴 로브 사이로 얼핏 얼핏 보이는 장비를 보면 대강 능력과 레벨을 가늠할 수 있었다.


가벼운 차림과 살짝 보이는 허리춤에 단검.


'도적이네.'


단검의 형태를 보아 20~30 레벨의 장비다.


'저 놈은 마법사고.'


별다른 무기가 보이지 않지만 소매 사이로 보이는 마력의 팔찌는 마법사임을 알려줬다.


대충 둘러보니 전체적인 레벨이 평균 30 정도. 고렙은 없지만 에딘처럼 1 렙으로 보이는 자도 없었다.


예상대로 게시판은 많은 의뢰서가 걸려 있었다. 게시판 구석부터 의뢰서를 차례로 살펴봤다.


아주 초짜도 가능한 의뢰를 찾아야 한다.


'어디 보자.......'


동쪽 평원 오크 퇴치, 이건 안 되겠고.


습지 오우거, 이건 당연히 패스.


언데드 성 탈취?!


죄다 어려운 것밖에 없다. 어디 슬라임 같은 것 처치하는 임무 없나?


빠르게 나머지 의뢰를 훑어보던 에딘이 눈썹을 치떴다.


미치광이 마법사?!


‘이런. 이놈이 왜 여기서 나와.’


미치광이 마법사 아쉬마. 그는 파블라의 메인 퀘스트에 나오는 빌런이었다.


수많이 유저들이 녀석 때문에 메인 퀘스트를 접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대단히 골치 아픈 놈이다.


원래 녀석은 감옥에 갇혀 있다가 탈출을 하며 메인 퀘스트가 시작되는데, 생각해 보니 지금이 과거인 만큼 녀석은 아직 감옥에 들어가지 않은 상황인 것 같다.


에딘이 못 볼 것을 봤다는 듯 황급히 의뢰서에서 고개를 돌렸다.


저 녀석과는 되도록 멀리 떨어지는 것이 좋다.


게시판을 다 훑었는데 적당한 임무가 없었다.


그나마 할 만한 것이 폐던전 순찰 의뢰. 보상도 고작 50 골드. 몬스터를 퇴치하는 임무가 아니라 경험치를 얻을 수도 없다.


‘이거라도 받아 가야 하나.’


아쉬운 마음에 다시 한번 의뢰서를 살피던 그때.


쿠웅-


벌컥, 의뢰소 문이 열리고 한 사내가 성금 성금 안으로 들어왔다. 이번에도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쏠렸다.


에딘 역시 자연스럽게 입구로 고개를 돌렸다.


게시판을 향해 다가오는 사내.


로브에 감춰져 있지만 어깨 양쪽으로 솟아난 것은 분명 등에 메고 있는 두 개의 검이었다.


거무죽죽 음침한 얼굴을 하고 있는 녀석은 제법 레벨이 높아 보였다. 쌍검 스킬은 40 레벨이 돼야 사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다른 모험가들도 경계하는 눈빛으로 쑥덕거리는 것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녀석이 게시판으로 다가와 의뢰서를 깡그리 뜯었다.


쫘악. 쫘악-


‘뭐야, 미치광이 아쉬마도 가져간다고? 후회할 텐데.’


내용을 보지도 않고 무조건 챙기는 것 같다.


녀석의 손이 다가오자 에딘이 서둘러 폐던전 의뢰서를 집었다. 다행히 녀석의 손에 들어가지 전 의뢰서를 떼어낼 수 있었다.


막 폐던전 의뢰서를 집으려던 쌍검 녀석이 에딘을 쏘아봤다.


뭔가 잔뜩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눈이다. 그래도 녀석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의뢰를 넘겨줄 수는 없지 않은가.


쌍검이 입술을 실룩거렸다.


“이봐······.”


“어이, 어서 가자고.”


마침 의뢰소로 따라 들어온 동료가 부른 탓에 녀석은 말을 다 잇지 못했다. 대신 ‘흥’하고 콧김을 내뿜고는 동료에게 돌아갔다.


마음 같아 선 양동이를 꺼내고 싶지만 이 쌍검 녀석에게는 먹힐 리가 없었다.


쌍검은 동료와 함께 입구 쪽 있는 직원에게 의뢰서를 접수했다. 에딘은 그 뒤에 조금 떨어져서 차례를 기다렸다.


의뢰소 직원이 사근사근 그들을 맞았다.


“못 보던 분들인데, 하모르 마을은 처음 이신 가요?”


“그렇소.”


“이 많은 의뢰가 다 가능하시겠습니까?”


“물론.”


쌍검이 영 달갑지 않게 대답했다.


“그럼 먼저 등록부터······.”


쿠웅-


순간 쌍검의 동료 녀석이 테이블을 내리쳤다. 녀석은 호리호리한 체형에 올백머리를 하고 있었다.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에딘이 움찔 뒤로 물러섰다. 의뢰소 안에 있던 모험가들이 일제히 쏘아봤지만 녀석은 따가운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이봐, 우린 그렇게 한가한 사람이 아니야. 불필요한 절차는 생략해!”


그 박력에 직원의 말을 더듬었다.


“예, 예. 그럼 성함만 알려 주시죠.”


그러자 올백 머리 녀석이 직원의 멱살을 잡아당겼다. 녀석이 귀에 대고 뭐라고 뭐라고 중얼거리자 직원이 겁에 질린 얼굴로 입술을 덜덜 떨었다.


녀석들은 굳어 있는 직원을 내버려 둔 채 속전속결로 의뢰서를 챙겨 사라졌다. 들어왔던 것처럼 거칠게 문을 열고 나갔다.


에딘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기분 나쁜 놈들이네.’


의뢰서를 등록하기 위해 직원에게 다가갔는데, 우연히 직원이 적은 녀석들의 신상정보가 보였다.


카마, 오르페. (현상금 사냥꾼.)


***


에딘이 밖으로 나와 의뢰서를 다시 살폈다.


녀석한테 빼앗길까 엉겁결에 챙겼는데, 지도에 그려진 폐던전의 위치가 어째 눈에 익었다.


지도에 그려진 위치가 숲 안쪽이다.


아무리 닫힌 던전이라지만 제레이드의 일터에 던전이라니. 이건 위험하다.


보상이 50 골드 밖에 안 하는 의뢰라서 아쉬웠는데 의욕이 솟았다.


의뢰 내용은 단순한 정찰. 밖에서 던전을 살펴보고 잘 닫혀 있는 지만 보고하면 되는 것이었다.


'근데 숲 안쪽에 정말 이런 곳이 있었나?'


엘리엘을 통해 둘러봤을 때는 그런 얘기를 듣지 못했다.


“뭐, 가보면 알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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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보물찾기. (3) 22.10.29 35 2 13쪽
16 보물찾기. (2) 22.10.27 34 1 12쪽
15 보물찾기. (1) 22.10.26 3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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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던전. (3) 22.10.24 37 2 12쪽
12 던전. (2) 22.10.23 38 2 13쪽
11 던전. (1) 22.10.22 29 2 12쪽
» 의뢰소. (1) 22.10.21 43 1 12쪽
9 아이언 가문. (1) 22.10.20 38 2 13쪽
8 빚. (4) 22.10.19 35 1 12쪽
7 빚. (3) 22.10.18 42 1 13쪽
6 빚. (2) 22.10.17 47 1 13쪽
5 빚. (1) 22.10.16 43 1 13쪽
4 프리아. (2) 22.10.15 46 2 12쪽
3 프리아. (1) 22.10.14 48 2 13쪽
2 작가 제레이드. (1) 22.10.13 55 2 13쪽
1 게임 파블라. (1) 22.10.12 113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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