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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다시 님의 서재입니다.

작가는 골방에 가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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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다시
작품등록일 :
2022.10.12 18:29
최근연재일 :
2022.11.24 22:30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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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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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글자수 :
155,397

작성
22.11.0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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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보증. (1)

DUMMY

순간, 모두의 시선이 낯선 목소리의 주인공에게 쏠렸다.


뽀얀 피부에 여리여리해 보이는 사내아이. 삼총사와 비슷한 나이려나? 고급스러운 옷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아이는 누가 봐도 귀족이었다.


이목이 쏠리자, 귀족이 당황한 듯 얼굴을 붉혔다.


"왜, 왜 그렇게 보는가. 뭐가 문제 있나?"


그제야 무례한 것을 알고 모두 눈을 내리깔았다.


폭발 직전이었던 에딘은 한순간에 이성이 돌아왔다. 분노는 사르르 녹아내리고 마치 동지를 만난 것 같은 반가움에 가슴이 설렜다.


'역시 인기가 없을 리가 없지. 이런 재미있는 책을 나만 읽고 있었을 리가 있나.'


상인이 아무 일 없다는 듯 고개를 조아렸다.


"무례를 범했습니다. 말씀하시지요."


"그래, 말했다시피 제국 영웅 사가라는 책을 찾고 있네. 몇 개월 전에 이곳에서 1, 2권을 구매했는데, 3권이 나왔나 해서 말이네."


"운이 좋으시군요. 마침 3권이 들어왔습니다."


상인이 바로 전에 인쇄기로 찍어낸 따끈따끈한 3권을 건넸다.


책을 받은 귀족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얼마인가?"


상인이 잠시 눈치를 보더니 말했다.


"200골드입니다."


역시나 비싼 가격. 제레이드가 책값으로 받는 500골드는 그에 비하면 너무도 하찮은 금액이었다.


귀족이 돈을 건네며 물었다.


"혹시 자네는 이 책의 작가가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 알고 있나?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혹시 아는 것이 있다면 알려주게."


제레이드가 고개를 돌리며 상인의 시선을 피했다.


"흠, 저도 책을 받아오는 것이라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귀족의 얼굴에 아쉬움이 역력했다.


"그렇군. 혹여 나중이라도 알게 된다면 내게 알려주겠나? 나는 길라드 가문의 로인 길라드라네. 연락을 준다면 사례를 하겠네."


"예, 공자님. 알겠습니다."


로인은 제영사 3권을 보물이나 되는 듯 꼭 안고 자리를 떠났다.


그가 사라지자, 상인의 얼굴이 다시 불만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주머니를 하나 더 꺼내더니 제레이드에게 던지듯 건넸다.


"1,000 골드! 자 됐나? 그리고 이제 난 자네와는 거래 안 하겠네."


"예?!"


"그동안 정체를 숨기는 것도 꺼림칙했어! 범죄자일지도 모르는 자를 도울 수는 없지!"


범죄자라는 말에 에딘은 다시 뚜껑이 열렸다. 버럭 화를 내려는 찰나, 프리아가 벼락같이 소리를 질렀다.


"우리 아빠, 나쁜 사람 아니야!"


시끌시끌하던 시장에 한순간 정적이 흘렀다. 화를 내던 상인도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딸꾹질을 해댔다.


흉흉한 마나에 에딘도 짜르르 몸에 소름이 돋았다.


"알겠습니다. 얘들아, 그만 가자."


놀란 제레이드가 에딘과 프리아의 손을 잡고 황급히 시장을 빠져나갔다.


에딘은 착잡한 한숨이 새어 나왔다.


'후.'


가만히 있을걸. 후회가 밀려왔다. 괜히 따라와서 거래처를 잃어버리지 않았는가. 제레이드에게 미안했다.


"아빠, 괜히 제가......."


제레이드가 말을 끊었다.


"괜찮아. 에딘. 신경 쓰지 마."


제레이드가 근심 어린 표정을 애써 지우고 익살스럽게 웃었다.


"에딘 덕분에 500골드 더 벌잖아."


그러면서 돈주머니를 흔들어 보였다.


어른들 일에 왜 나서냐며 화를 낼 만도 한데, 제레이드는 화내지 않았다. 번번이 느끼는 거지만 제레이드는 참 보살이다.


"아빠 나는?!"


"프리아도 잘했어. 아빠 속이 시원해졌거든."


제레이드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개운한 얼굴을 했다.


"그럼, 우리 돈도 많이 받았으니까.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


"좋아!"


프리아가 해맑게 외쳤다.


제레이드가 괜찮아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가 평소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가격의 음식을 잔뜩 시켰다. 오랜만에 맛 좋은 음식으로 포식하면서도 에딘은 떠돌이 상인과 있었던 일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괜히 따지고 들어서.'


제레이드는 책을 받아줄 상인을 다시 찾으면 된다고 했지만,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에딘이 고기 요리를 집어 먹으며 제레이드를 살폈다.


그 역시 같은 걱정을 하고 있는지 즐거운 분위기 속에 언뜻 생각에 잠겨 멍한 모습을 보였다.


'판매처라.......'


***


휘적휘적.


에딘이 양동이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귀족이 아니면 안 된다고?"


라온이 그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며 수첩에 무언가를 적었다.


"예, 대장. 시킨 대로 서점을 다 알아봤는데. 귀족이 아닌 자가 쓴 책은 서점에서 받아 줄 수 없답니다."


양동이에 들어가는 독초를 보고 라온이 말을 이었다.


"대신 귀족이 보증하면 서점에서 책을 팔 수 있답니다."


"보증?"


"예, 귀족이 책 내용에 문제가 없다는 보증을 서면 평민의 책도 받아준답니다."


"그럼 문제없겠네."


에딘은 다시 한번 아이언 가문의 행세를 할 생각이었다. 라온이 눈치채고 그 대목을 지적했다.


"보증은 하모르에 있는 가문만 가능하답니다."


"이런......."


'작위를 받아야 하나?'


별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던 와중에 제영사를 사 갔던 귀족이 떠올랐다.


'길라드 가문이라고 했던가?'


라온이 수첩을 끄적이며 양동이 옆에 재료를 가리켰다.


"여기서 이걸 넣는 거죠, 대장?"


"응. 맞아."


에딘이 대충 대답하며 국자를 넘겼다.


"이제 네가 해봐."


국자를 받은 라온이 열심히 양동이를 저었다. 독을 만드는 방법을 녀석에게 가르치는 중이었다.


"길라드 가문이라고 들어봤어?"


곁에서 독탄을 만들고 있던 진이 기억을 떠올렸다.


"길라드라면 하모르 마을에서 꽤 유명한 명문가예요."


"그거 잘됐네."


진이 영문을 몰라 대꾸했다.


"예?"


"아니야. 더 이야기해 봐."


***


하모르 마을 동쪽 외각.


담벼락 위로 유려한 모습의 저택이 솟아 있었다. 에딘이 담벼락을 따라 걸어가자, 짙어지는 저녁 하늘에 맞춰 저택 곳곳에 불이 들어왔다.


길라드 가문의 저택.


들은 대로 그 위세가 높아 보였다. 동쪽 평원을 관리하는 길라드 가문은 특히 뛰어난 검사들을 많이 배출한 무인 집안이란다.


'로인은 그렇게 안 보이던데.'


샌님처럼 생긴 녀석은 분명 레벨이 높아 보이지 않았다. 모두가 녀석 같지는 않을 테니 살짝 긴장을 끌어올렸다.


커다란 정문 앞에 다다르자, 경비로 보이는 병사 둘이 앞을 가로막았다. 가면을 쓰고 귀족처럼 옷을 입은 터라 병사들이 말을 높였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로인 길라드를 만나러 왔네."


"실례지만 누구십니까."


"아이언이라고 하네."


처음 들어본 이름에 병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간이 늦었습니다만... 지금은 주무시고 계실 겁니다. 낮에 다시 오시겠습니까?


병사가 난처한 얼굴을 했다. 하지만 난처하긴 그도 마찬가지.


'낮에는 나도 바쁘다고.'


잠도 자야 하고 오두막을 몰래 빠져나오기도 힘들었다. 어둡긴 하지만 일찍 잔다고 빠져나와서 아직 초저녁이다. 정말 자고 있진 않을 터였다.


"급한 일이네. 작가 제에프를 찾았다고 말하면 보자고 할 거네."


우물쭈물하던 병사 하나가 결국 정문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 하나가 나왔다.


"저를 따라오시죠."


안내해 주는 병사는 폭이 좁고 날렵해 보이는 검을 허리춤에 차고 있었다.


'30 이상이군.'


녀석이 차고 있는 무기는 속검 스킬을 사용하기에 용이한 검이다. 속검 스킬을 사용하기 위한 최소 레벨은 30. 멋으로 들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면 레벨이 적어도 30은 된다는 소리였다.


'근데, 왜 이런 데로 가는 거야.'


내심 저택 안을 구경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밖으로 인도했다. 그것도 정원수가 빽빽하게 들어찬 으슥한 곳으로.


둥그런 공터가 나오더니 그 안에 로인이 서 있었다. 그가 먼저 다가와 밝게 인사했다.


"안녕하시오. 아이언."


에딘을 보며 환하게 웃는 로인. 그는 에딘의 은색 가면과 아이언이라는 이름이 제영사에 등장하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퍽 재미있었다.


"안녕하시오."


에딘이 인사를 받자, 로인은 함께 있던 병사를 물렀다.


"란달, 넌 가보거라."


병사가 나가자, 로인 곁에는 의자에 앉기를 권했다.


자리에 앉자 로인이 흥분한 듯 말을 꺼냈다.


"재미있군요. 아이언 가문의 행세라니... 2권 중반에 나오는 가문이었죠."


"정확히 150쪽 넷째 줄이죠."


로인이 덧붙였다.


"쓰러진 영웅 뒤로 마차가 멈춰 서고 철 가면을 쓴 아이언이 등장하죠."


"어둠의 영웅이 지쳐서 쓰러질 때였죠."


"맞아요. 저는 어둠의 영웅이 가장 강력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어둠의 영웅이 가장 강하긴......."


에딘이 말을 멈췄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거람.'


수다를 떨려고 온 것이 아닌데, 말이 잘 통한 나머지 대화가 술술 이어졌다.


"누구십니까? 하모르 마을의 귀족이십니까?"


로인은 친해지고 싶은지 질문을 쏟아냈다.


"불편하면 아무 말 안 해도 됩니다. 신분을 감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소설에 빠져 있다는 것이 결코 떳떳한 것은 아니니까요."


에딘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귀족들은 주로 마법이나 검술, 역사, 전쟁. 등을 다루는 전문 서적을 읽는다. 이를 제외한 소설 같은 책은 수준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제영사와 같이 이렇다 할 주제 의식 없이 치고받고 싸우는 소설은 더더욱.


"혹시 공자가 제에프는 아니겠죠?"


"예, 저는 제에프를 알고 있을 뿐이에요."


"그렇군요. 그럼 그는 어디 있죠? 그를 만나서 묻고 싶은 것이 많아요."


"아쉽지만 제에프는 지금 신분을 노출하고 싶어 하지 않아요."


"예? 무엇 때문에요?"


그건 에딘도 궁금했다. 어쨌든, 제레이드는 노출을 꺼린다.


"그건 저도 모르겠군요."


"그렇다면 저는 왜 찾아왔나요?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아니었나요?"


"만나는 건 차후에 제가 자리를 마련해 볼게요. 오늘 경을 찾아온 이유는 보증인이 필요해서예요."


"예?"


로인이 무슨 말을 하냐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


"제영사를 서점에서 팔기 위해 귀족의 보증이 필요해요."


로인에 턱을 쓸었다.


"역시 제에프는 귀족이 아니군요. 책이 서점에 없는 것이 이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이 보증을 서면 되는 것 아닙니까? 설마 당신도......."


로인의 눈빛이 흔들렸다. 신분에 대한 차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속았다는 기분이 들어서다.


에딘이 태연하게 손을 저었다.


"아니요. 안타깝게도 저는 이곳의 귀족이 아니라 안된다는군요."


귀족이면 어떻고 평민이면 어떤가. 굳이 지금 좋은 분위기를 망칠 필요는 없었다.


"아, 그렇군요."


로인은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그럼 제에프는 하모르 마을에 있다는 거군요."


에딘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그런 이유에서 보증인이 필요해요."


"저도 서점에서 제영사를 볼 수 있다면 좋은 일입니다. 그리 어렵지 않네요. 곧바로 보증한다는 서신을......"


로인은 말을 끝맺지 못하고 정원수 사이를 응시했다.


"형이 왜 이곳에......."


에딘의 시선이 자연히 돌아갔다. 그곳에는 로인과 달리 남자답게 생긴 외모와 다부진 체형의 사내가 서 있었다.


'에드만이라고 했던가?'


듣기로는 길라드 가문의 일 공자가 에드만이라고 했다.


"저녁에 손님이 찾아왔다고 해서 와봤다."


"형, 이분은 내 손님인데......."


에드만의 싸늘한 음성이 로인의 말을 끊었다.


"보증? 그게 무슨 소리지."


로인이 겁에 질린 듯 목소리를 짜냈다.


"몰래 이야기를 엿듣다니 손님한테 너무 무례하잖아."


에드만이 다그쳤다.


"로인, 넌 너무 물러. 손님이라니, 이자가 누구인 줄 알고."


"그분은......."


에딘이 끼어들었다.


"나는 아이언 가문의 공자요."


에드만의 눈빛이 추궁하듯 매서웠다.


"아이언? 그런 가문은 들어보지 못했다. 귀족이 맞긴 한 건가?"


로인 애걸하듯 말했다.


"형, 제발 그만해."


에드만이 심문했다.


"그럼 수행원은 어디 있지?"


에딘이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수행원은 없어."


"귀족이 밤중에 수행원도 없이 다닌다는 말인가? 그것도 이런 꼬맹이가?!"


"형, 그만해. 내 손님이라고!"


로인이 소리치자 에드만이 따라서 언성을 높였다.


"로인, 너는 이게 문제야! 마음씨 좋게 다 받아 주는 것은 길라드의 위신만 떨어트린다. 그러니까 이런 사기꾼 같은 놈들이 계속 들러붙는 거라고!"


체에엥-


에드만이 급기야 차고 있던 검을 빼 들었다.


"뭐 하는 짓이야! 형!"


에드만이 에딘에게 검을 겨누며 소리쳤다.


"썩 꺼져!"


에딘의 담담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필요 없으니까."


"뭐?"


"수행원이 필요 없으니까 데려오지 않은 것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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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보증. (2) 22.11.06 3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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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보물찾기. (3) 22.10.29 34 2 13쪽
16 보물찾기. (2) 22.10.27 3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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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빚. (3) 22.10.18 42 1 13쪽
6 빚. (2) 22.10.17 47 1 13쪽
5 빚. (1) 22.10.16 43 1 13쪽
4 프리아. (2) 22.10.15 46 2 12쪽
3 프리아. (1) 22.10.14 48 2 13쪽
2 작가 제레이드. (1) 22.10.13 5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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