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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다시 님의 서재입니다.

작가는 골방에 가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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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다시
작품등록일 :
2022.10.12 18:29
최근연재일 :
2022.11.2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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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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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4)

DUMMY

마나가 아쉽긴 하지만 손을봐주기로 했다.


양동이는 좀 과한 것 같아서, 도로 가방에 밀어 넣고 국자를 들었다. 양아치 같은 놈들이지만 정말 송장을 치르고 싶은 생각은 없기 때문이다.


“특별히 봐줬다.”


벙찐 얼굴을 하고 있던 덩치가 미간을 구겼다. 바가지 머리 녀석은 검은 구를 보고 몸을 움츠렸다.


“마, 마법이야.”


그 말에 움찔하던 덩치가 버럭 큰소리를 쳤다.


“그래 봤자 꼬맹이야!”


그러고는 어정쩡하게 눈치만 살피는 꺽다리를 쏘아봤다.


“눈치 그만 보고 매운맛을 보여줘!”


꺽다리가 엉겁결에 달려들었다.


먼저 달려와 주니 오히려 고마웠다. 스킬의 지속시간이 짧다 보니 서둘러 손을 봐줘야 했다.


꺽다리가 긴 다리를 이용해 발길질을 날렸다.


가슴팍으로 날아드는 발길질을 껑충 튀어 올라 피하고, 녀석의 머리통에 국자를 휘둘렀다.


파아악-


이마를 때려 맞은 꺽다리가 넘어갈 듯 머리를 뒤로 젖혔다.


꺽다리는 순간 눈앞이 깜깜해졌다.


퍼버버버벅-


시야에 별이 번쩍번쩍 튀더니 둔탁한 소리와 함께 전신이 아려왔다.


“으아아아악!!!”


꺽다리가 버둥거리며 허공에 주먹을 휘둘렀다. 주먹질이 아니라 살려 달라고 몸부림치는 것 같기도 했다.


어째 싸움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지 주먹질이 영 허접하다.


에딘이 가볍게 허리를 숙여 주먹을 흘리더니, 국자를 휘둘러 꺽다리의 오금을 때렸다.


"악!"


꺽다리가 무릎을 굽히자, 훌쩍 낮아진 녀석의 울대, 뺨, 머리통을 차례로 후렸다.


퍼퍼퍽-


“케에엑!!!”


꺽다리가 목을 감싸고 땅을 굴렀다.


그러자 뒤늦게 덩치와 바가지 머리가 달려들었다.


덩치가 성난 들소처럼 뭉툭한 주먹을 휘둘렀다. 에딘이 녀석을 더 약을 올리듯 미꾸라지처럼 뒤로 돌아가 볼기짝을 때렸다.


짜아아아악-


찰진 소리가 골목을 타고 큰길까지 새어나갔다. 용광로처럼 얼굴이 달아오른 덩치가 더 길길이 날뛰었다.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녀석의 볼기짝과 몸 구석구석을 안마하듯 꼼꼼하게 후려쳤다.


짝짝짝-


에딘의 국자가 리듬을 타듯 화려하게 움직이자, 미쳐 날뛰던 덩치가 결국 비명을 내질렀다.


“아아아아악!!! 그만해!!!"


덩치가 뜨거운 것에 덴 것처럼 펄쩍펄쩍 뛰더니, 턱을 한 대 맞고 일자로 넘어갔다.


털썩-


'덩치에 비해 맷집이 별로네.'


바가지 머리는 덩치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 뒤돌아서다 뒤통수에 불이 났다.


따아아아악-


골목 안이 온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먼지가 풀풀 날렸다.


“으아아아악!!!"


“아이고, 사람 죽네!!!”


덩치는 몸을 웅크리고 엎어져 앓는 소리를 했다. 바가지 머리는 한쪽 눈을 가리고 나뒹굴었다.


“내, 내 눈! 아, 앞이 안 보여!!!”


“그, 그만! 살려줘!!!”


덩치가 더 이상 안 되겠는지 사지를 떨며 손을 비볐다. 바가지 머리도 꺽다리도 뒤따라 손이 발이 돼라 싹싹 빌었다.


“잘못했습니다! 마법사님, 다시는 안 그럴게요!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녀석들이 모두 납작 엎드려 하소연을 했다.


에딘이 휘두르던 국자를 멈추고 심드렁한 얼굴로 녀석들을 노려봤다.


바가지 머리 녀석은 다른 놈들에 비해 얼굴이 멀쩡했다. 눈이 어쩌고 하는 것이 살짝 걱정이었는데, 이제 보니 일부러 너스레를 떨어 덜 맞은 것이었다.


‘약삭빠른 놈 일세.’


못 이기는 척 국자를 내렸지만, 사실 막 바람 타기와 베기의 지속시간이 끝난 참이었다.


'휴.'


다시 사용하려면 앞으로 5분은 기다려야 했다.


“일어나.”


덩치 일행이 군기가 바싹 든 신병처럼 일어섰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열을 맞췄다.


“따라와.”


녀석들이 한 군데씩 부여잡고 뒤를 쫄래쫄래 따라왔다.


본래 가려던 옷 가게로 들어갔다. 귀족처럼 보이려고 멀끔한 옷으로 골라 입었다.


그나마 저렴한 것을 골랐는데 500 골드나 나왔다.


“돈이 좋기는 좋구나.”


에딘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새삼 감탄했다.


전채적으로 밝은 색상의 옷은 자신과 꽤나 잘 어울렸다. 군데군데 새겨진 고아한 문양의 자수가 멋을 더해줘 부티가 났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정말 잘나가는 집안의 자제로 볼 것 같았다.


거기다 얼굴을 감춰 줄 가면도 골라 착용했다.


신비로운 인상을 주는 은색 가면.


얼굴을 감추는 복면이나 면사 등도 있었지만, 제영사에 등장하는 어떤 인물이 떠올라 은색 가면을 골랐다.


덩치 일행은 영문을 모른 채 뻘쭘하게 서서 에딘을 지켜봤다.


바가지 머리가 입에 발린 소리를 했다.


“정말 잘 어울리십니다.”


순간 덩치와 꺽다리가 바가지 머리를 쏘아봤다. 그러다 에딘이 돌아보자 자기들도 한 마디씩 더했다.


“예, 정말입니다. 마법사님.”


“안목이 좋으십니다.”


에딘은 말없이 옷값을 치르고 가게를 나왔다.


이제 치료사를 찾아야 한다. 이 일은 덩치 일행을 써먹기로 했다.


“찾는 사람이 있다. 너희가 찾아줘야겠어.”


녀석들이 긴장하며 입을 뗐다.


“누, 누구를 말씀이십니까?"


기억하고 있는 치료사의 용모를 설명하자, 바가지 머리가 눈치 빠르게 치료사를 알아챘다.


“그 사람은 자일입니다. 이 길을 쭉 따라가다 보면 그자의 약초 가게가 나옵니다.”


바가지 머리가 길가를 가리키며 머리를 조아렸다. 보낼 줄 것을 기대하는지 녀석이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그래, 앞장서라.”


“예.”


녀석이 떨떠름한 얼굴로 앞장을 섰다.


얼마쯤 가자 작은 약초가게가 나왔다. 바가지 머리가 먼저 가게로 들어가고 일행과 에딘이 뒤따라 들어갔다.


“여기, 손님 맞으시오.”


녀석이 시종이나 되는 것처럼, 목소리를 내자, 가게 안쪽에서 자일이 걸어 나왔다.


"예, 무슨 일로......"


자일이 덩치 일행의 몰골을 보고 흠칫 놀랬다.


어디서 맞았는지 얼굴이 붉게 부풀어있었고, 머리통은 혹을 잔뜩 달고 있었다.


자일이 혀를 찼다.


“쯧쯧, 어쩌다가... 약을 좀 지어 드릴까?”


말은 그리했지만 자일은 내심 기꺼웠다. 생태를 보아하니 약초가 많이 필요해 보였다.


바가지 머리가 그 속을 알아채고 언짢은 얼굴로 뒤를 가리켰다.


“내가 아니고 저분이시다.”


자일이 그제야 뒤에 서있는 에딘을 발견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비록 어린아이지만 행색을 보아 귀족 같았다. 함께 온 녀석들의 몰골이 이 귀족과 관련이 없지 않을 터. 괜히 밉보였다 가는 자신도 저런 꼴이 될지 몰랐다.


“뭘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귀공자님.”


“외상값을 변상하러 왔네.”


“외상이요? 저는 공자님을 처음 뵙습니다만······”


“내가 아니고, 저 언덕 위에 사는 제레이드라는 자의 외상값이네.”


자일은 제레이드의 이름을 한차례 중얼거리더니 아는 채 했다.


“아, 그 털보. 아니, 제레이드."


자일이 조심스럽게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귀공자께서 그 자의 외상값을······”


“팬이네.”


“예?”


팬은 파블라에는 없는 말이기 때문에 자일은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에딘이 다시 설명했다.


“그의 글을 재미있게 읽고 있는 독자라는 말이네.”


파블라 안에서 처음으로 팬이라는 말이 전파되는 순간이었다. 에딘은 일이 잘 풀린다는 생각에 가면 안에서 씩 웃었다. 훗날 팬이라는 말이 가져올지 파급력을 모른 채.


자일은 제레이드가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떠올리고 낯빛이 환해졌다.


제레이드에게 이런 귀족 후원자가 있을 줄이야.


도대체 무슨 글을 쓰기에?


한 번도 궁금해한 적이 없기에 물어본 적도 없었다. 그렇다고 눈앞에 귀공자에게 물을 수는 없는 일.


의문이 들었지만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시간이 되면 제레이드에게 직접 만나 물어보면 될 일이었다.


에딘이 품에서 돈주머니를 꺼냈다.


“얼마인가.”


자일이 일행들의 얼굴을 슬쩍 살피더니 말했다.


“천 골드입니다.”


세상 물정 모르는 귀공자에게 몇 푼 더 부른다고 알아차릴 리 없었다. 하지만 일행의 몰골을 보니 사기를 칠 마음이 싹 사라졌다.


“원래는 좀 더 되는데 그것만 받겠습니다.”


대신 살짝 흘리는 말로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여기 있소.”


에딘이 100 골드짜리를 하나하나 헤아려 금화 열 개를 딱 맞춰서 건넸다.


자일이 입맛을 다셨다.


‘더 나올 줄 알았는데, 딱 그것만 주네.’


에딘은 가면 안에서 도끼눈을 떴다.


‘이 자식이 누구한테 사기를 치려고.’


가면을 쓰고 있다는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자, 이걸로 제레이드의 채무는 모두 끝난 것이네.”


“예. 그럼요. 맞습니다.”


에딘은 홀가분해졌다.


“그럼, 제레이드에게 채무가 끝났다고 전하고 이것도 좀 전해주게.”


에딘이 품에서 보자기를 꺼내 자일에게 전해줬다.


“이것은······”


“알 것 없네.”


에딘이 딱 잘라 말했다.


자일은 삐딱하게 변하는 얼굴을 애써 감췄다.


“저 그럼 제레이드에게는 팬이라고 전하면 되겠습니까?”


“아니, 아이언 가문이라고 하면 알 걸세.”


자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이언 가문? 그런 가문이 있었나? 난생처음 들어 보는 가문이었다.


상인들과 약초 거래를 하며 대륙 곳곳의 사정을 주워들은 그였지만, 아이언 가문은 들어 보지 못했다.


하지만 자일은 귀공자의 신경을 거스를까, 아는 척 고개를 조아렸다.


“역시, 훌륭한 가문의 공자님이셨군요. 그렇게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대답을 들은 에딘이 흡족한 얼굴로 돌아섰다. 가게를 빠져나가던 에딘이 다시 몸을 돌렸다.


“설마하니 내가 따로 확인하지 않아도 되겠지?”


배달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경고를 해뒀다. 자일은 당치도 않다는 듯 손을 사례를 쳤다.


“그럼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 정도로 사리분별을 못하는진 않겠지만, 혹시 몰라 주의를 줬다.


몸을 돌려 성큼성큼 가게를 빠져나왔다. 채무가 끝나니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웠다.


“저 마법사님 저희는······”


바가지 머리가 뒷말을 흐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또 그런 짓을 하고 다니지는 않겠지?”


“예! 예! 그럼요. 다시는 그런 짓 안 합니다.”


녀석들이 새사람이 됐다는 듯 과장되게 손을 저었다.


뭐, 말은 다 그렇게 하지.


그렇다고 계속 끌고 다니며 감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만 보내 주기로 했다.


나름 도움도 받았으니 이만하면 됐지.


“그래, 좋다. 해산!"


말이 끝나기 무섭게 덩치 일행이 헐레벌떡 자리를 떴다.


일을 마무리하니 한결 여유가 생겼다. 오두막으로 곧장 돌아가는 것이 아쉬워서 잠시 마을을 둘러보다가 언덕으로 향했다.


***


해가 서산에 닿자 제레이드가 숲을 빠져나왔다.


종일 숲을 돌아다니며 약초를 캐느라 온몸이 땀에 젖어 있었다. 그의 입에서 힘없는 한숨이 세어 나왔다.


“후.”


바쁘게 움직였는데도 생각보다 약초를 캐지 못해 아쉬웠다. 며칠 전 약초를 잔뜩 캤던 지라 내심 기대를 했는데, 그 일은 일회성에 지나지 않았다.


제레이드의 어깨가 축 내려갔다.


이대로 라면 자일에게 갚아야 할 돈을 제때 마련할 수 없었다.


'500 골드는 나오려나?'


창고에 들어 있는 약초를 떠올려 보니 어림도 없었다. 아직 갚아야 할 돈의 반도 마련하지 못했다. 생각할수록 한숨이 푹푹 나왔다.


힘없이 걸음을 옮기던 제레이드가 꾸벅꾸벅 고개를 떨궜다.


간밤에 늦게까지 제영사를 집필하느라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짝. 짝.


넘어질 뻔한 제레이드가 스스로 자신의 양 뺨을 때렸다.


‘이럴 때가 아니지,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몸이 피곤하긴 했지만, 에딘과 프리아를 생각하면 가슴이 벅찼다. 날로 약해져만 가던 에딘과 프리아의 몸이 부쩍 좋아졌기 때문이었다.


참, 기적 같은 일이었다.


자일이 시키는 대로 이런저런 약제를 사용해도 별다른 차도를 보이지 않던 아이들이 갑자기 몸이 좋아졌다.


수없이 되뇌던 기도가 하늘에 닿은 것일까. 먼저 하늘로 가버린 그녀가 아이들 지켜주는 것만 같았다.


‘오, 세네리에.’


감사했다. 건강하게 아프지만 않으면 됐다. 그것만으로 다시 희망이 솟고 한 걸음 나아갈 힘이 생겼다.


제레이드가 바짝 고개를 쳐들고 서둘러 걸음을 뗐다.


오두막에 다다랐을 때, 언덕 위를 올라오는 자일의 모습이 보였다.


제레이드가 마른침을 삼켰다.


자신의 오두막에 용무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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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빚. (2) 22.10.17 47 1 13쪽
5 빚. (1) 22.10.16 43 1 13쪽
4 프리아. (2) 22.10.15 46 2 12쪽
3 프리아. (1) 22.10.14 48 2 13쪽
2 작가 제레이드. (1) 22.10.13 55 2 13쪽
1 게임 파블라. (1) 22.10.12 113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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