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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다시 님의 서재입니다.

작가는 골방에 가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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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다시
작품등록일 :
2022.10.12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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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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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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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프리아. (2)

DUMMY

제레이드가 이 모습을 보게 된다면 꽤나 놀라겠지?


들켰을 때를 상상하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자연히 손이 빨라졌다.


재수 좋게 치료사를 구했다면 지금쯤 오두막으로 돌아오고 있을 것이다.


'빨리 끝내고 치워야지.'


보글보글 양동이가 끓기 시작했다.


에딘이 기다렸다는 듯, 마지막으로 준비된 가루를 양동이 안에 털어 넣었다.


파아앗-


빛이 번쩍이더니 별다른 색이 없던 내용물이 이윽고 에메랄드빛으로 물들었다.


빛깔만 보자면 괜찮은 상급마나포션.


에딘이 먼저 내용물을 조금 국자로 떠서 시음을 했다.


쩝쩝.


비율이 어긋나거나 레시피를 착각했을 때 오히려 탈이 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럴 경우에는 오히려 체력이 떨어지거나 상태 이상에 빠질 수 있었다.


실제 맛을 보는건 처음인데 나쁘지 않다.


몇 국자를 더 떠먹고 잠시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반응이 왔다.


뻑뻑했던 눈꺼풀이 가벼워지더니 팔다리에 점차 힘이 들어갔다.


‘응, 됐다!’


에딘이 재빨리 한 컵을 따라 원샷을 했다. 그리고 일회분을 컵에 따라서 프리아의 방으로 들어갔다.


프리아는 방금 전 봤던 모습 그대로 얌전히 누워있었다.


미약한 숨소리.


이마 위에 올려놨던 피나 이파리가 고열에 익어 시들해져 있었다.


“프리아, 목마르지. 물 마시자.”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지만 에딘은 프리아의 상체를 조심히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프리아의 입에 조금씩 포션을 흘려보냈다.


목이 마르기는 했는지 프리아가 목구멍을 달싹이며 물약을 넘겼다. 포션을 다 비우고 프리아를 다시 침대에 눕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프리아의 미간에 새겨져 있던 내 천자가 서서히 희미해졌다.


'됐구나.'


이마에 짚어보니 불덩이 같던 열도 조심씩 내려가고 있었다.


시들해진 피나 잎사귀를 떼버리고 새 잎사귀를 머리 밑에 넣어줬다.


"휴."


이제야 한시름 놓였다.


조용히 문을 닫고 나오는데, 오두막 밖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 이쪽이요. 어서!”


제레이드의 목소리다.


이 밤중에 용케도 치료사를 구해 온 것이다.


'이런!'


오두막 안은 폭풍이 지나간 듯 난장판이었다.


바람에 날린 잡동사니.


박살 난 마법 달력.


어지럽게 깔려 있는 약초.


무엇보다 큰 문제는 화로 위에 양동이다!


에딘이 다급하게 양동이를 들어 올렸다.


서둘러 감출 곳을 찾는 순간, 오두막 문이 벌컥 열렸다.


휘이이이익-


쿵.


느닷없이 불어닥친 바람살.


오두막 문을 열었던 제레이드는 손잡이를 놓치고 말았다.


어찌나 강한 바람인지 뒤따라 오던 치료사가 바람에 떠밀려 걸음이 사선으로 휘었다.


애가 끓었던 제레이드는 치료사를 들러 메다시피 붙들고 오두막으로 뛰어들었다.


“에딘! 프리아!”


썰렁한 오두막 안.


에딘이 진이 빠진 얼굴로 프리아의 방에서 나왔다.


“에딘, 프리아는! 프라이는 괜찮은 거니?”


대답을 듣기도 전에 제레이드는 프리아의 방으로 뛰쳐 들어갔다.


프리아는 얌전히 침대에 누워있었다. 제레이드는 프리아의 숨소리를 듣고서야 자리에서 허물어졌다.


“오, 신이시여.”


머리를 만져보니 펄펄 끓던 열이 많이 내려 있었다. 다행히 괴로워 보이던 얼굴도 한결 풀어져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상태가 괜찮아 보였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치료사님, 어서 와서 우리 아이를 좀 봐 주세요!”


열을 제고 맥박을 확인한 치료사는 별일 아니라는 듯 무심하게 입을 열었다.


“그냥 잠든 거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무섭게 열이 끓었어요. 자세히 좀 봐주세요.”


“열이 좀 있긴 하지만 위험할 정도는 아니네. 해열제를 줄 테니 먹이게.”


치료사는 프리아를 쓱 한번 돌아보더니 더 볼 것이 없다는 듯 방을 빠져나갔다.


제레이드의 얼굴에 아쉬움이 역력했다.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열도 많이 내렸고 다려 놓은 약도 마시고 잠들었어요.”


제레이드는 에딘의 말에 조금이나마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에딘을 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에딘 역시 아프고 프리아만큼이나 어린아이였다.


프리아가 아픈 모습은 자신만큼이나 괴롭고 무서웠으리라.


그런데 오히려 자신을 다독이고 있었다.


감당하기 어려운 환경 탓에 에딘이 부쩍 어른 되어 버린 것 같았다.


“고맙다. 에딘, 네가 프리아를 잘 지켜줬구나.”


제레이드의 눈시울이 붉게 젖었다.


에딘은 제레이드의 눈을 피해 가슴에 고개를 묻었다.


부담스럽다.


그래도 알았으면 다행이다.


혼자 얼마나 쇼를 했는데.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럼 이제 글 쓰러 가야지.'


에딘은 '글 쓰러 가자'라는 말을 주문을 외우듯 속으로 중얼거렸다.


"흡흡."


밖에서 치료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레이드, 나 좀 보세.”


제레이드가 눈가를 문지르며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에딘, 피곤할 테니 그만 자렴.”


둘은 오두막 밖으로 나가 이야기를 나눴다.


에딘은 제레이드의 말대로 침대로 향했다.


긴장이 풀리자, 몸이 천근만근 내 몸 같지 않았다. 몸이 녹아내릴 것처럼 흐느적거렸다.


침대 밑으로 삐져나온 망가진 마법 달력을 발로 밀어 넣고 담요 안으로 들어갔다.


***


“흐암-“


에딘은 정오가 넘어서야 침대에서 일어났다.


약발이 제대로 먹혔는지 모처럼 숙면을 취했다. 평소와 달리 몸도 가볍고, 머리도 맑았다.


간밤에 많은 일이 있었다. 정령과 계약하고, 포션 제조하고.


상황이 급박하다 보니 어찌어찌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스스로가 대견했다.


그리고 운도 좋았다.


정령 친화력은 게임 설정상 소수만 가지고 있는 능력인데, 다행히도 에딘은 친화력이 있었다.


어쨌든.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그동안 프리아가 마법 달력 앞에서 소풍 날짜를 셀 때마다 얼마나 속이 뜨끔했던가.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속이 시원하다.


더구나, 이제 제레이드도 자식 걱정없이 제영사 집필에 한결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기분 좋게 기지개를 켜는데, 별안간 얼굴을 굳어졌다.


잠들기 전 제레이드와 치료사의 대화.


‘괜히 엿들어 가지고.’


둘의 대화가 궁금했던 나머지 잠들기 전 엘리엘을 불러냈었다.


대화를 떠올리고 있는데, 제레이드가 프리아의 방에서 나왔다.


“에딘, 일어났구나.”


제레이드는 제대로 잠이 들지 못했는지 눈이 퀭했다. 계속 프리아의 상태를 돌보고 있었던 것이다.


“에딘, 식사를 차려 놨으니 먹으렴. 프리아는 계속 잠만 자는구나.”


그러면서 제레이드는 의자 등받이에 걸려있던 윗옷을 걸치고 약초 가방을 멨다.


“아빠는 숲에 갔다 올게.”


‘에휴. 글 좀 쓰나 했더니.’


에딘이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프리아가 일어나면 약을 좀 챙겨 주렴.”


제레이드는 퀭한 얼굴로 애써 미소를 보였다.


“응. 걱정하지 마세요.”


따라웃어 주며 오두막을 나서는 제레이드에게 손을 흔들어 줬다.


제레이드가 나가자, 에딘이 떨떠름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천 골드라···...”


제레이드가 치료사에게 갚아야 하는 외상값이다. 많이도 밀렸다.


물론, 파블라를 게임으로 했던 때를 떠올리면 큰돈도 아니다.


레벨을 조금만 올리고 던전을 돌면 천 골드는 우습게 벌렸으니까.


문제는 이 오두막에는 그만한 돈이 나올 데가 없다는 거다.


기껏해야 최근 제레이드가 텃밭에서 수확한 작물 정도인데, 다해봐야 몇 푼 나올 것 같지도 않았다.


쓰고 있는 제영사 3권이 팔린다면 목돈이 들어오겠지만, 제레이드의 말에 따르면 제영사를 사가는 상인은 3개월 후에나 온단다.


제레이드가 그때까지만 외상값을 미뤄 보려 했지만, 치료사는 다음 달까지 돈을 내놓지 않으면 종이라도 가져가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 말을 떠올리자 괜히 열이 올랐다.


“인정머리 없는 놈. 작가한테 종이를 빼앗아 가겠다니.”


놈의 입상에서는 어떻게 든 외상값을 메꾸겠다는 속셈이겠지만, 집필을 방해하는 건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


더구나 녀석은 치료사 중에도 실력이 형편없는 자였다.


파블라의 세계관에서 치료사라 불리는 이들은 그 형태가 천차만별이다. 약을 제조해 치료하는 사람부터 마법을 이용해 치료하는 마법사나 사제까지.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역시 마법이지만 평민들은 마법사나 사제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어젯밤 대화를 들어보니 녀석은 그냥 약초 상점을 운영하는, 약장사를 하기 바쁜 자였다.


"돌팔이 같은 놈."


에딘이 툴툴거리며 프리아의 방으로 향했다.


프리아는 세상모르게 잠들어 있었다. 프라이의 열을 체크했다. 머리 밑에 놓아둔 피나 잎은 걷어서 창밖으로 버렸다.


이제 열은 없다.


혈색도 좋고 고통스러워하던 얼굴도 찾을 수 없었다. 마나포션만 잘 챙겨 먹는다면 몸은 더 좋아질 것이다.


에딘은 조용히 문을 닫고 방을 나왔다. 그리고 엘이엘을 찾았다.


"엘리엘."


오두막 서까래 위로 엘리엘이 모습을 들어냈다.


“가방 열어줘.”


엘리엘이 안테나처럼 솟은 두 개의 귀깃을 까딱거렸다. 그러자 에딘의 눈앞으로 몸통만 한 검은 원이 나타났다.


에딘은 흥미로운 눈으로 검은 원을 바라봤다.


이건 엘리엘의 인벤토리다.


게임 화면에서 네모난 아이템 창으로 나오던 인벤토리가 현실이 되면서 이런 검은 원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정령 인벤토리는 공간이 넓지 않아 잘 사용하지 않지만, 별다른 저장 공간이 없는 지금은 너무나 요긴했다.


새벽에 양동이를 들고 헤매다가 이 공간을 잘 써먹었다.


에딘이 검은 원 안에서 양동이를 꺼냈다.


엘리엘은 그런 에딘의 모습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이 꼬맹이는 어떻게 내 가방을 아는 걸까?


새벽에 꼬맹이가 가방을 열어 달라고 했을 때 귀를 의심했다.


이건 정령을 다뤄본 숙련된 모험가들이나 아는 사실인데.


못 알아듣는 척 오리발을 내밀어 보려 했지만, 꼬맹이는 정령이 가방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대충 시간만 때우다가 계약이 끝나는 것은 물 건너간 듯했다.


암담한 앞날을 떠올랐다.


“엘리엘, 지금 내 마나 상태는 어때?”


상태창이 보이지 않으니 아쉬운 대로 정령을 활용해 상태를 확인해야 했다.


“계속 회복되고 있는 중이다.”


에딘이 팔짱을 끼고 턱을 매만졌다.


그렇다면 마나포션의 효과가 지속되고 있다는 소리다.


상급마나포션은 한순간 마나가 회복되는 포션이 아니었다. 긴 시간 흡수되며 마나를 채워주는 포션으로 상급포션까지는 대체로 이러한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아직 마실 필요는 없겠네.”


에든은 양동이에 있던 마나 물약을 안 쓰는 유리병에 옮겨 담았다.


가방을 연 김에 남아있는 약초를 꺼내 약을 하나 더 제조하기로 했다. 마침 효과도 좋고 간단하게 조합이 가능한 약이 떠올랐다.


이름하여 중급 자양강장제.


자양강장제는 캐릭터의 피로도를 낮춰주는 약이다. 피로도가 올라가면 모든 능력치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반드시 낮게 유지해야 했다.


그리고 이 약은 제레이드에게 꼭 필요했다.


오두막을 떠날 때 몰골을 보니,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리되면 영락없이 제영사 4권은 내 후년.


“그건 안되지!”


서둘러 조합에 들어갔다.


자양강장제는 비교적 조합에 쉬워서 금세 만들 수 있다.


먼저 준비된 약재를 곱게 갈아서 비율에 맞게 약물과 함께 뭉치면 끝.


순식간에 청심환처럼 생긴 동그란 환을 만들었다. 같은 동작을 반복해 이러한 환을 스무 개 만들었다.


더 만들고 싶지만 지금 가지고 있는 약재로 만들 수 있는 수량은 스무 개가 다였다.


에딘이 먼저 하나를 씹어 먹었다.


쓰다. 하지만 효과가 탁월한 약이니 꾸역꾸역 씹어먹었다. 나머지 열아홉 개는 잎사귀에 말아 개별 포장했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먹이지?’


프리아에게는 새로운 약이라고 대충 둘러 대면 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제레이드에게는 어떻게 먹인다?


그냥 건네면 어디서 구했냐고 대번에 물어 올 텐데.......


딱히 떠오르는 방법이 없어서 우선 가방 안에 넣어뒀다.


생각할게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외상값도 해결해야지. 할 일이 많다.


뒷정리를 하고 엘이엘을 돌려보냈다.


'먼저 재무 상태를 알아야지.'


제레이드의 재무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오두막과 연결된 창고로 향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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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빚. (1) 22.10.16 43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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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프리아. (1) 22.10.14 48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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