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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다시 님의 서재입니다.

작가는 골방에 가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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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다시
작품등록일 :
2022.10.12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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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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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투명하고 시커먼 물체. 그것이 땅에서 조금 솟아나 주변을 기웃거렸다. 정확히 말하면 마나석 주위를 기웃거리는 것인데, 중급마나석의 강한 마나에 이끌려 모습을 드러낸 정령이었다.


까만 모습에서 어둠의 정령임을 알 수 있었다. 어둠의 정령의 서식지가 던전이기 때문에 그리 신기한 장면은 아니었다.


'이걸로 어둠의 정령과 계약할까?'


이 마나석을 통해 중급 정령과 계약할 수 있을 터.


어둠의 정령은 특히 던전에서 사냥 할 때나 언데드 몬스터를 상대할 때 유용했다. 하지만 중급부터는 정령과 계약할 때 신중해야 한다. 속성의 한계가 있기 때문인데, 중급부터는 속성을 두 가지만 가져갈 수 있었다.


어둠의 정령과 계약하게 되면 한 가지 속성의 정령만 계약이 가능하다는 소리. 또 이제부터 속성이 굳어지기 때문에 상급 정령도 중급에서 고른 두 가지 중에 하나만 선택이 가능했다.


"대장, 안 올라가요?"


아이빅이 불안한 듯 주변을 둘러봤다.


"가야지."


우선 마나석을 챙기고 삼총사와 함께 구덩이를 빠져나왔다. 독탄사냥은 미루고 삼총사를 쉬게 했다.


에딘은 의자에 앉아 중급 마나석을 꺼내 만지작거렸다.


이걸 팔면 적잖이 돈이 된다. 지금껏 잡템을 팔아서 벌어들인 돈과 합하면 조그마한 저택을 사는 것도 얼마 남지 않은 일이었다. 본래의 계획대로라면 그렇게 해하겠지만, 적이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달라졌다. 그러고 보니 마을에 떨어져서 사는 제레이드가 이해됐다. 노출을 피하려고 일부러 눈에 띄지 않은 곳에 박혀 있는 것이리라.


아무래도 힘을 키우는 것이 먼저인 듯 헀다.


잠시 생각을 마치고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결국 어둠의 정령과 계약하기로 마음먹었다. 지금 같이 던전 사냥이 다인 경우에는 분명 어둠의 정령은 큰 힘을 발휘한다. 중급 마나석 값은 금방 뽑아낼 것이다.


공동 구석으로 이동해서 마나석을 들어 올렸다.


"어둠이여."


시동어에 따라 바닥에 시커먼 그림자가 짙게 깔리더니, 까만 연기처럼 스멀스멀 올라왔다. 머지않아 키가 2m쯤 돼 보이는 그림자 인형들이 불쑥 올라왔다.


중급 이상의 정령은 모두 이러한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다. 저마다 박쥐 같은 날개에 도깨비처럼 뿔을 한두 개씩 달고 있다. 손에는 무기를 제각각 들었는데, 중급 정령들은 전투에도 직접 참여하기 때문에 단순한 관상용은 아니었다.


나를 중심으로 둥글게 모습을 드러낸 어둠의 정령들이 어슬렁어슬렁 다가왔다. 강함을 뽐내듯이 녀석들은 무기를 척척 어깨에 걸쳤다.


"힘이 필요한가? 이 몽둥이로 다 때려잡아 주지."


"여길 봐라. 이 낫에 걸린 놈 중에 목이 달린 놈이 없다."


"똑바로 보시오. 이 도끼에 아직 피가 마르지 않았소."


어째 다른 정령과는 분위기가 다른 모습.


에딘은 침을 삼키며 녀석들을 훑어봤다.


하나같이 흉악하기 그지없다. 어둠의 정령은 처음 계약해 보는 터라 이런 모습은 생소했다. 그중에 가장 우람해 보이는 녀석을 찍었다.


"너!"


"그렇지, 형씨 보는 눈이 있구만!"


녀석이 황소같은 뿔을 쳐들고 커다란 양날 도끼를 어깨에 둘러메고 다가왔다.


척.


"난 아르타르다."


에딘은 녀석에게 마나석을 건네고 계약을 마쳤다. 아르타르와 계약하자, 마나가 빠르게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좋아.'


정령과 계약했는데 되려 마나가 차오르는 것은 어둠의 정령 패스브 스킬 때문이다. 다름 아닌 던전 안에서는 체력과 마나의 회복력이 월등히 빨라지는 효과다.


어둠의 정령을 계약한 것은 처음이지만 선택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


삼총사는 각자 제 몸집만큼 큰 등짐을 지고 마을에 들어섰다.


등짐에는 든 것은 각종 무기. 그동안 사냥을 통해 얻은 것으로 팔기 위한 잡템이었다.


아이빅이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얼마나 나올까."


라온이 덩달아 입꼬리를 올렸다.


"글쎄, 못해도 이백 골드는 나오지 않을까?"


진이 지나치는 식당을 바라보며 침을 삼켰다.


"난 백 골드만 나와도 좋겠어."


라온과 아이빅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를 떠올리면 100골드도 결대 적지 않은 돈이었다. 대장 밑에서 일하기 전까지는 잡일을 해서 받는 일당이 고작 3골드였으니까. 그땐 한 달 내내 일을 해봐야 100 골드도 손에 쥐기 힘들었다.


한데 지금 자신들이 등에 메고 있는 아이템은 고작 보름 동안 모은 것이다. 그것도 들고 올 수 있을 만큼만 가져온 것이고, 던전 안에 아직 보상으로 나온 아이템이 더 있었다.


다시 말해 백 골드만 나와도 횡재인 셈.


"대장이 이제 일당은 안 준다고 했으니 그것보다는 많이 벌 수 있지 않을까?"


라온은 에딘이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사냥으로 얻은 아이템을 팔면 돈이 될 테니 그 돈으로 일당을 대신한다고 했었다.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그렇겠지? 대장이 거짓말을 할 리 없으니까."


기분 좋게 웃던 아이빅이 문득 의문을 표했다.


"근데 좀 이상하다."


라온이 물었다.


"뭐가?"


"우리가 잡은 몬스터에서 나온 아이템을 판 거잖아. 근데 왜 그게 우리 일당이라고 하는 거지?"


진이 동의했다. 아이빅이 오랜만에 머리를 굴려 맞는 말을 한 것 같았다.


"맞아. 그건 좀 이상하다. 일당은 독탄을 만들어서 받는 돈이잖아. 그건 따로 받아야지"


진이 맞장구 치자, 아이빅이 기세등등해졌다.


"그래, 이건 엄연히 우리가 잡은 우리 건데."


진이 아이빅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좋아. 네가 대장한테 일당은 다시 챙겨달라고 말해봐."


아이빅이 목에 뭐가 걸린 것처럼 꿍해졌다.


"그건......."


가만히 듣고 있던 라온이 한숨을 쉬었다.


"어휴, 멍청이."


아이빅이 열을 냈다.


"뭐야?!"


"그러게 왜 우리가 멍청이야. 우리 권리를 이야기하는 거잖아."


"바보 같은 소리."


"내가 잡은 몬스터에서 나온 보상이 내 거라는데 뭐가 바보 같다는 거야."


"그 몬스터는 누구 건데?"


"뭐?! 몬스터가 누구 거라니, 몬스터의 주인이 어디 있어."


"그럼 던전은? 너 던전에 우리 말고 누가 들어오는 거 봤어?"


"응?!"


그러고 보니 던전에 대장과 자신들 말고 누군가 들어오는 것을 못 봤다. 오죽하면 공동 옆에 살림을 차렸겠는가. 던전에 주인이 어디 있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무도 찾아오지 않은 던전은 정말 에딘이 주인 같았다.


"던전이 대장 거였어?!"


아이빅은 허를 찔렸다는 듯 자기 이마를 '탁' 쳤다. 진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을 잇지 못했다.


"알았으면 이상한 소리 그만하고 빨리 와."


라온의 말에 아이빅과 진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조용히 상점으로 걸어갔다.


상점에 들어선 일행은 각자 아이템을 처분했다. 상점 주인이 쓸만한 무기 몇 개만 가격을 쳐줘서 나머지는 고철값으로 넘겼다.


"여기 250골드입니다."


금화를 담긴 묵직한 주머니에 아이빅은 입에 귀에 걸렸다. 진과 라온도 그와 비슷하게 묵직한 주머니를 받았는데 라온이 받은 돈은 300골드가 넘었다.


"그럼. 또 찾아 주십시오. 모험가님."


상점 주인은 삼총사를 모험가로 여겼다. 삼총사는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큰돈도 벌고 모험가라는 말도 듣다니. 모험가는 귀족이라도 함부로 무시하지 못했다.


상점 주인의 깍듯한 말투와 큰돈을 만진 탓에 삼총사는 상점에서 기분을 냈다. 모험가에게 맞는 장비를 몇 가지 구입한 것이다. 가벼운 방어구와 망토 등을 구입해 입었다. 그러고도 돈이 아직 많이 남았다. 설령 돈이 좀 들어가도 사냥을 통해 또 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상점 밖으로 나온 삼총사는 잘 차려입은 자신들의 모습이 흡족해했다.


아이빅이 말했다.


"나 진짜 모험가 같지 않아?"


진이 말했다.


"왜, 모험도 떠나시지."


아이빅이 뒷머리를 긁으며 바보처럼 웃었다.


"그건 아니지. 대장 밑에 있는 게 편한 데 굳이 갈 필요는 없지."


삼총사 모두 속으로 긍정했다. 살면서 지금처럼 편한 적이 없었다. 대장을 처음 만났을 때는 정말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천운이다. 힘이 생겼지만 모험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기분을 내는 것으로 족했다.


꼬르륵.


아이빅의 배가 식사 시간을 알렸다. 석양이 지는 것이 이제 저녁을 먹고 공동으로 돌아가 봐야 했다. 삼총사는 자연스럽게 식당을 찾았다.


"오면서 봤는데 저기 맛있을 것 같아."


진은 상점을 오면서 봤던 고급스러워 보이는 식당을 가리켰다. 음식값이 만만치 않겠지만, 오늘은 주머니가 두둑하니 한 끼 정도는 괜찮으리라.


"좋아. 저기로 가자."


일행이 입맛을 다시며 식당으로 걸어갔다. 그러다 아이빅이 무슨 생각이 났는지 입을 열었다.


"그러지 말고 우리 저쪽으로 가볼까?"


아이빅이 가리킨 식당은 건너편에 있었다. 맥주잔이 그려진 간판에 검과 방패도 그려진 곳. 모험가들이 주로 이용하는 식당이었다.


"오, 궁금하긴 하다."


삼총사는 옷도 모험가처럼 차례 입었겠다, 모험가 식당이 궁금했다. 듣기로는 모험가들이 이용하는 만큼 저곳도 만만치 않게 음식이 비싸고 맛있다고 했다.


결국 삼총사가 방향을 돌려 모험가 식당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곳곳에 망토를 두른 모험가들이 식사하고 수다를 떨고 있었다. 대륙의 이런저런 정보들이 도는 것이다. 군데군데 보이는 건물 기둥에는 수배지 같은 것이 붙어 있었다. 모험가들은 그것을 흥미롭게 바라보다 챙겨가거나, 입맛을 다시며 맥주를 들이켜고 있었다.


삼총사는 구석자리로 이동했다. 라온은 자연스레 수배지에 눈이 갔다. 그 안에 있는 내용은 의뢰소로 통하지 못하는 의뢰들로 사적이거나 어두운 것들이 많았다. 사람을 찾는다든가, 납치라든가, 심지어는 살인까지.


"뭐해. 어서 앉자."


라온 벽보를 훑어보다 아이빅의 말에 조용히 그를 따라 자리에 앉았다.


아이빅은 배가 고팠던 나머지 점원이 오자 음식을 잔뜩 주문했다. 가격이 만만치 않았지만, 여태껏 다녀본 식당 중에 가장 음식이 맛있었다. 물론 삼총사는 이만큼 비싼 식당이 처음이기도 했다.


"와. 이 닭 다리 대박이야."


아이빅이 닭 요리를 먹으며 연신 감탄했다. 금방 배가 불러온 라온은 음식에 입을 떼고 맥주를 들이켰다.


"라온. 왜 그래. 안 먹을 거야? 그럼 내가 먹는다."


아이빅은 라온의 접시를 가져가 남은 훈제 고기를 집어 먹었다.


라온은 입을 닫고 연신 맥주만 홀짝거렸다.


"뭐야. 라온 왜 그렇게 말이 없어."


진이 묻자 라온이 생각을 정리하는 듯 눈알을 굴렸다.


"어디서 본 것 같단 말이야."


"무슨 말이야? 뭘 봤다고."


"벽보에 붙어있는 사람 어디선가 본 것 같아."


"그래? 나가면서 보자."


마침 식사를 끝마친 아이빅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행은 계산하고 출구 쪽에 붙은 벽보로 다가갔다. 라온이 말한 수배지에는 삼십 대 중반 정보도 보이는 사내 얼굴이 걸려 있었다. 평범하고 조금은 샌님처럼 말끔한 외모의 사내. 그는 평범한 얼굴과는 다르게 무시무시한 현상금이 걸려 있었다.


"1,000,000 골드!!"


아이빅은 숨이 넘어갈 듯했다. 그는 도저히 감조차 오지 않은 금액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저 돈이면 성을 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도대체 누가 저만한 현상금을 건다는 말인가.


"어디서 본 것 같지 않냐?"


라온의 말에 진이 턱을 매만졌다.


"글쎄......."


아이빅은 고개를 저었다. 현상금을 보면 몰라도 알아야 할 것 같지만, 전혀 떠오르는 바가 없었다.


"아쉽네......."


그때 덩치가 좋은 사내가 벽보로 다가왔다. 삼총사는 자연히 자리를 비키게 됐다. 그의 등에 차고 있는 쌍검이 보였다.


그가 수배지를 뜯으며 삼총사를 흘겨봤다.


"왜, 더 볼 것 있나?"


흉흉한 기세에 라온이 재빨리 손을 저었다.


"아, 아닙니다."


"예, 저희는 다 봤어요."


아이빅이 얼른 가져가라는 듯 말했다.


쌍검은 무심한 눈으로 삼총사를 깔아 보더니 식당을 나섰다. 입구 쪽에서 기둥에 기대어 있던 동료로 보이는 자가 그를 따라나섰다.


"후."


녀석들이 나가자 아이빅이 안도한 듯 크게 숨을 내쉬었다.


"역시 우리는 그냥 대장 밑에서 사냥이나 하는 게 좋겠어."


모험가로 독립했다가는 저런 놈들과 경쟁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새삼 대장이 보고 싶었다.


진이 말했다.


"그만 나가자."


식사도 했고, 이제 공동으로 돌아가 봐야 했다. 식당을 나와 일행은 마을 밖으로 향했다. 그러다 라온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아.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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