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차르다시 님의 서재입니다.

작가는 골방에 가둬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차르다시
작품등록일 :
2022.10.12 18:29
최근연재일 :
2022.11.24 22:3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996
추천수 :
35
글자수 :
155,397

작성
22.11.09 22:00
조회
23
추천
1
글자
13쪽

보증. (3)

DUMMY

에딘이 목소리를 가다듬고 한결 정돈된 톤으로 말을 이었다.


"많은 강자가 모인다고 하니 저 또한 식견을 넓힐 겸 토벌에 참여해 보고 싶습니다."


아울의 얼굴이 밝아졌다.


"역시. 그렇군!"


"한데 아쉽게도 이번에는 참여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아울이 금세 얼굴색을 바꿨다.


"왜 그런가?"


에딘은 가면 속에서 입을 삐죽거렸다.


왜라니. 난 그런 위험한 싸움에 끼고 싶지 않다. 그것이 솔직한 심정이지만,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말을 만들어 냈다.


"알고 계시다시피 저는 아투라사람입니다. 저희는 아투라를 함부로 벗어나는 것이 금지되어 있죠."


"그건 알고 있네. 한데 자네는 이미 나와 있지 않은가."


"개인적인 유희로 잠시 나왔지만, 곧 아투라로 돌아가 봐야 합니다."


"그런......."


아울이 적잖이 실망하는 듯한 모습을 비췄다. 그래도 보증서를 만들어 줬는데 실망만 안겨 줄 수는 없는 노릇.


에딘이 말을 덧붙였다.


"대신 다른 방법으로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다른 방법?"


아울은 뒷말을 기대하고 귀를 기울였다.


"가문으로 돌아가 이쪽 사정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아울이 턱을 만지며 더 해보라는 듯 고개를 살짝 들었다.


"그래서?"


"정식적인 절차를 밟아서 저희 가문의 병사를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순간 아울의 얼굴에 그늘이 사라지고 입꼬리가 당겨졌다.


"병사를 지원해? 정말 그렇게 해 줄 수 있겠나?"


에딘은 문제없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지만 속마음은 딴판이었다.


'있겠냐?'


희망 회로라도 돌리라고 재료를 던져 준 것뿐이었다. 병사라면 해골 병사는 몇 마리 지원해 줄 수 있다. 훗날 왜 지원이 없느냐고 따져 물을 수 있겠지만, 가문에서 허락하지 않았다고 둘러대면 그만이었다.


"돌아가서 잘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저보다는 가문의 병사들이 나을 겁니다."


"그렇게 해 준다면야 좋지만......."


아울은 자꾸 바보처럼 올라가는 입꼬리를 내리며 표정을 관리했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아투라 내부 사정에 대해서는 자세히 아는 바가 없어서 공자의 말에 의구심이 들었다.


에딘은 아울의 눈치를 살폈다.


아직 희망 회로 재료가 부족한가? 솔깃할 만한 이야기를 더 만들어 냈다. 이미 시작한 거짓말은 더 이상 어렵지도 않았다.


"제 입으로 말하는 것이 뭐하지만, 저희 가문은 대대로 아투라 왕국의 요직을 맡고 있습니다. 그만큼 왕국 내에서 세가 크고 식솔들도 많이 거느리고 있지요. 출중한 강자들이 많으니 백여 명 정도 뽑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배, 백여 명이나 말입니까?!"


놀란 나머지 아울은 자기도 모르게 말투가 공손해졌다. 듣고 보니 아이언은 아투라 내에서도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라, 고위층이었다.


어쩐지 어린 나이에 실력이 너무 뛰어났다. 고위층 자제가 이래 그렇듯 훌륭한 스승을 만나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았을 터였다.


얌전히 대화를 경청하던 에드만과 로인도 감화한 듯한 눈으로 에딘을 응시했다.


"그렇게 많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버지."


에드만은 백여 명이라는 소리에 자기도 모르게 톤이 높아졌다. 그건 마치 전쟁이라도 나는 것 같지 않은가. 지원이 너무 과하다.


아울 또한 같은 생각이었다.


"맞소, 공자. 그렇게 많을 필요는 없소.


"그럼,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그대와 같은 강자라면 열 명만 있어도 충분하오."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해 보겠습니다."


"허허허. 공자 덕분에 일이 수월해지겠습니다."


아울이 천군만마를 얻은 듯 흡족한 얼굴로 차를 들이켰다.


에딘은 그 말을 끝으로 슬슬 자리를 끝내려고 했다. 마침 시의적절하게 방 밖에서 들리는 노크가 흐름을 끊었다.


똑. 똑.


아울이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냐?"


"아울님, 토벌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모험가가 왔습니다."


에딘이 자리를 피해 주겠다는 듯 일어섰다.


"그럼, 저는 그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아울이 당치도 않다는 듯 에딘을 따라 벌떡 일어섰다. 에드만과 로인도 마찬가지였다.


"아니오. 이렇게 오셨는데 바로 가시다니. 저들은 곧 돌려보낼 테니 잠시만 기다려주시오."


"예, 공자님, 그동안 제가 저택을 구경시켜드리겠습니다."


간절한 바람에도 에딘은 극구 사양했다.


"감사합니다만. 곧 돌아가야 해서 어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다음에 시간을 내서 다시 들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고는 도망치듯 방에서 빠져나왔다. 로인이 저택 입구까지 배웅하겠다며 쪼르르 따라 나왔다.


에든은 잰걸음으로 복도를 빠르게 걸었다. 뒤따라 오는 로인의 얼굴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이렇게 빨리 가시니 아쉽군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말입니다."


에딘 역시 로인과 제영사 이야기를 길게 나누지 못하는 것은 아쉬웠다.


"저 역시......."


뭔가를 말하려던 에딘은 순간 입을 닫았다.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사내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하인 뒤를 따라오는 사내 둘.


각각 쌍검과 석궁을 메고 있는 자는 아쉬마를 잡겠다고 계곡 너머에 미믹을 쭉 깔았던 놈들이었다.


'이놈들이 왜 여기 있지?'


그러고 보니 토벌대에 참가한다는 모험가가 찾아왔다 했다. 녀석들이 자기들끼리 마법사를 잡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한차례 추격전을 한 탓에 에딘은 고개를 슬쩍 돌려 녀석들과 눈을 피했다. 녀석들이 다 지나가고서야 고개를 돌려 살펴봤다.


로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십니까? 아시는 사이십니까?"


"아, 아닙니다."


카마가 멈춰 서는 것을 본 에딘이 퍼뜩 고개를 돌리고 걸음을 재촉했다. 로인은 영문도 모른 채 빠르게 그의 뒤를 쫓았다.


멈춰 선 카마는 정체 모를 기시감을 느끼고 주위를 둘러봤다. 그는 앞서가는 오르페와 하인이 돌아보는 통에 다시 걸음을 옮겨야 했다.


***


오두막으로 돌아온 에딘은 마지막까지 아쉬워하던 로인의 모습을 떠올렸다.


'말이 참 잘 통하는 녀석인데.'


아투라로 돌아간다고 했으니 당분간은 만나지 못한다. 녀석과는 편지로 담소를 나누기로 했다.


"그럼, 우선은......."


종이를 꺼내 먼저 제레이드에게 편지를 적었다. 보증서를 받았으니 이제 서점으로 가볼 차례다.


***


똑. 똑. 똑.


집필하고 있던 제레이드가 오두막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문을 열자 복면과 후드로 얼굴을 꽁꽁 싸맨 자가 서 있었다.


"누, 누구십니까?"


"아이언 공자님 심부름으로 왔습니다."


사내의 수상한 모습에 움찔 놀랐지만, 아이언 공자라는 말에 곧 안심이 됐다.


가만히 보니 사내의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았다. 후드 안쪽으로 보이는 일자 머리도 어쩐지 낯익었다.


사내가 질문할 새도 없이 제 할 말을 했다.


"이거 받으시지요."


사내는 떠넘기 듯 보자기를 건네고 바쁘게 언덕을 내려갔다.


"저, 저기......."


제레이드가 잡아보려 했지만 사내는 볼일이라도 마려운 것처럼 서둘러 언덕을 내려갔다.


제레이드는 손에 들린 보자기를 내려다봤다.


자일에게 받았던 보자기와 같은 모습.


'약을 보내준 건가?'


전에 받았던 자양강장제는 벌써 다 먹었다. 정신이 맑아지고 몸이 가벼워지는 기분에 집필이 막힐 때마다 하나씩 먹으며 큰 도움을 받았다.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내가 뭐라고 귀한 약을 자꾸 보내준다는 말인가.


제레이드는 감사한 마음으로 책상에 앉자 보자기를 풀었다.


역시나 보자기 안에는 자양강장제 잔뜩 들어 있었다.


그리고 함께 보이는 편지.


제레이드는 빠르게 편지를 뜯었다.



오! 제에프 경.


이렇게나 빨리 3권이 나오다니. 그대의 성과에 진정 박수를 보내는 바요.


내용 역시 기대했던 만큼 이번에도 진한 감동이 있었소. 흥미로운 전개와 수려한 표현. 더 말해서 무엇하겠나. 최고였소.


나는 벌써 다음 권을 기대하고 있소. 밤낮으로 집필에 매달릴 그대가 떠올라, 전에 보냈던 피로 회복약을 보내오.


그리고 이번에는 그대에게 주는 선물이 있소. 이건 내게 주는 선물이기도 하겠군.


제에프, 제영사 원고를 모두 내게 보내주시오. 그래 준다면 내가 하모르 마을에 있는 서점과 계약해 책을 팔아주겠소.


수익금은 마음 같아서는 그대에게 모두 주고 싶지만, 나 또한 식솔들이 있으니 마차비 정도는 챙겨야 하지 않겠소?


수익금은 7 대 3으로 계약하겠소. 내가 7이오.


미안하오.


준비되면 봉투 안에 있는 리본을 창밖으로 걸어 두시오. 그럼 전서구가 날아갈 테니 원고를 넘겨주시오.


원고를 기다리겠소. -아이언.



제레이드는 심장이 두근거려 손까지 떨렸다.


'서점과 계약을 해준다고?!"


수익금에 대한 내용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이 기회가 아니면 언제 서점에서 책을 팔 수 있겠는가.


곧바로 책상 한쪽에 있는 제영사 1, 2, 3권의 원고를 챙겨 자양강장제를 감싸던 보자기로 포장했다.


설마 원고만 챙기고 입을 닦는 것은 아닌지 의심도 있었지만 금방 털어버렸다. 지금껏 도움을 받았으니 공자를 믿기로 했다. 편지 내용대로 봉투 안에 리본을 꺼내 창밖에 걸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푸드드득-


부엉이 한 마리가 창을 넘어 들어왔다.


제레이드는 처음 보는 부엉이 전서구에 놀라며 조심히 원고가 들어 있는 보자기를 내밀었다.


"이것이라네."


초연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꼭 대화가 통할 것 같아서 말을 하게 됐다. 부엉이는 말귀를 알아들은 듯 보자기를 쳐다보고 한발로 낚아채 창밖으로 날아갔다.


순식간에 하늘로 솟아올라 어딘가로 날아가는 부엉이.


제레이드는 부엉이를 날아가는 것을 눈으로 쫓으며 원고가 무탈하게 도착하기를 기도했다.


부엉이는 제레이드의 바람대로 언덕을 한 바퀴 돌아 에딘의 방 창문으로 무사히 들어갔다.


***


에딘은 원고를 가지고 마을 광장에 있는 서점으로 갔다.


유리창 안으로 보이는 책장과 그 위로 말끔하게 늘어선 책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서점 안은 잔잔한 경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주로 귀족들이 이용하는 만큼 그들의 기호에 맞춘 것이리라.


영업을 끝나가는 초저녁이라 서점에 손님은 보이지 않았다. 점원이 있는 매대로 걸어가는 데 중간에 비치된 오르골이 보였다.


마법 오르골.


마치 턴테이블처럼 생긴 오르골은 정중앙에 꽂힌 태엽이 빙빙 돌아가며 꽤 멋진 음악을 만들어 냈다.


잠시 마법 오르골에 눈길을 주고 있으니 점원의 시선이 느껴졌다. 끝날 시간에 찾아와서 그런지 달갑지 않은 눈을 하고 있었다.


에딘이 가면을 매만지며 점원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책을 판매하고 싶어서 왔네."


***


며칠 후 제레이드는 부엉이 전서구로부터 두툼한 보자기를 하나 배달받았다.


보자기를 열어보니 보냈던 원고와 편지 그리고.


"옷?"


근사해 보이는 옷이 들어 있었다. 의아한 마음에 편지를 펼치자, 마을 광장에 있는 서점으로 가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제레이드는 자신이 걸치고 있는 옷을 내려다봤다.


군데군데 헤지고 구멍이 뚫린 옷.


옷가지를 보낸 것은 귀족이 드나드는 서점에 가는 것이니 좋은 옷을 입고 가라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이언 공자......."


제레이드는 그의 깊은 배려심에 마음이 울컥했다. 감정을 추스르며 옷을 갈아입고 한달음에 마을 광장으로 달려갔다. 서점에 가까워져 올수록 흥분감을 감출 수 없었다.


서점에 들어서자, 귀족으로 보이는 자들이 이곳저곳에서 책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제레이드는 길게 늘어선 책장을 살피며 소설이 진열된 곳을 찾았다. 책장 끝에 다다르자 보이는 작은 규모에 소설 진열대. 그곳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잉크도 채 마르지 않아 보이는 번쩍이는 새 책이 있었다.


어둡고 단단한 겉표지로 만들어진 책은 금칠로 써진 제목이 각도에 따라 번쩍거렸다.


제국영웅사가.


제레이드는 다시 태어난 제영사를 꺼내 손에 들고 말을 잇지 못했다.


꿈을 꾸는 듯한 황홀함을 느끼고 있을 때, 모험가로 보이는 이들이 다가와 제영사를 집었다.


"신작인가?"


"재미있어 보이는데. 허허허."


"이거 한번 읽어봐야겠다."


"나도, 나도."


후드를 쓴 모험가들이 제영사를 펼쳐 시시덕거리더니 저마다 한두 권씩 집어 계산대로 향했다.


'과연, 서점에서 팔리고 있구나.'


제레이드는 그들을 바라보며 말할 수 없는 기쁨에 구름 위를 걷는 듯했다.


그때, 등 뒤로 누군가 부르는 음성이 들렸다.


"혹시, 제에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작가는 골방에 가둬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중지. 22.11.25 34 0 -
27 토벌대. (1) 22.11.24 16 0 12쪽
26 추격. (3) 22.11.23 16 0 15쪽
25 추격. (2) 22.11.21 15 1 13쪽
24 추격. (1) 22.11.19 23 1 13쪽
23 파티사냥. (1) 22.11.17 24 1 14쪽
22 삼총사. (1) 22.11.15 23 1 13쪽
» 보증. (3) 22.11.09 24 1 13쪽
20 보증. (2) 22.11.06 33 1 12쪽
19 보증. (1) 22.11.03 29 1 13쪽
18 자동화. (1) 22.10.31 31 1 12쪽
17 보물찾기. (3) 22.10.29 35 2 13쪽
16 보물찾기. (2) 22.10.27 34 1 12쪽
15 보물찾기. (1) 22.10.26 32 1 12쪽
14 우물. (1) 22.10.25 44 2 12쪽
13 던전. (3) 22.10.24 37 2 12쪽
12 던전. (2) 22.10.23 38 2 13쪽
11 던전. (1) 22.10.22 29 2 12쪽
10 의뢰소. (1) 22.10.21 42 1 12쪽
9 아이언 가문. (1) 22.10.20 38 2 13쪽
8 빚. (4) 22.10.19 35 1 12쪽
7 빚. (3) 22.10.18 42 1 13쪽
6 빚. (2) 22.10.17 47 1 13쪽
5 빚. (1) 22.10.16 43 1 13쪽
4 프리아. (2) 22.10.15 46 2 12쪽
3 프리아. (1) 22.10.14 48 2 13쪽
2 작가 제레이드. (1) 22.10.13 55 2 13쪽
1 게임 파블라. (1) 22.10.12 113 2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