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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다시 님의 서재입니다.

작가는 골방에 가둬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차르다시
작품등록일 :
2022.10.12 18:29
최근연재일 :
2022.11.24 22:3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991
추천수 :
35
글자수 :
155,397

작성
22.10.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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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빚. (3)

DUMMY

에딘은 머리털이 쭈뼛 섰다.


획, 돌아서서 황급히 주위를 살폈다.


풀벌레 소리만 가득한 숲.


위험이 될 만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무언가 웅덩이를 지나는 소리를 들었다.


횃불을 들고 있지만 짙은 수풀은 몇 걸음만 지나도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시커먼 어둠 속 어딘가에서 뭔가가 이쪽을 노려보고 있는 것 같다.


꿀꺽.


에딘의 목울대가 크게 출렁거렸다.


화르르-


괜히 횃불을 휘두르며 좌우를 둘러봤다. 작은 흔적조차 놓치지 않으려 눈을 크게 뜨고 귀를 기울였다.


어느새 등이 축축하게 젖어들었다.


뭐였을까.


잔뜩 경계하며 잠시 주위를 둘러봤지만 보이는 것이 없었다.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단순한 산짐승의 뒤척임 일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소리는 꽤 거리가 있었던 것 같다.


한동안 주위를 눈여겨보던 에딘이 인중에 맺힌 땀을 닦았다. 그리고 천천히 뒷걸음 질을 쳤다.


살금살금.


얼마쯤 걸었지만 여전히 아무런 소리도 들지 않았다.


에딘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


돌아서서 걸음을 내딛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다시 스산한 소음이 들렸다.


첨벙- 첨벙-


“젠장!”


에딘이 욕을 하며 숲을 내달렸다.


“헉- 헉-"


추격하는 소리가 또렷하게 뒤를 쫓아왔다. 마나가 아쉽지만 별수 없이 엘리엘을 소환했다.


“엘리엘! 뒤에 뭐가 쫓아오는 거야!”


눈앞에 나타난 엘리엘이 삽시간에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돌아온 짧고 명료한 답.


“곰.”


그 말에 가뜩이나 요동치는 심장이 배나 빨리 뛰었다. 파블라에서 곰은 현실의 곰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가슴팍에 반달이 그려진 작고 귀여운 놈이면 좋겠지만 파블라의 곰은 덩치가 큰 불곰에 가깝다.


에딘이 짜증을 토했다.


“안전하다며!”


“내가 있을 때는 분명 주위에 아무것도 없었어.”


첨벙-


꽁지가 빠져라 뛰고 있지만 그 사이 추격하는 소리가 더 가까워졌다.


이대로 가다간 따라 잡히는 것은 시간문제.


머릿속이 복잡했다.


마나를 아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엘리엘을 이용해 바람을 일으켰다.


“엘리엘!"


그 순간, 뒤쪽으로 바람이 몰아쳤다.


휘이이이익-


매서운 광풍에 흔들리는 숲.


어지럼증이 몰려와 시야도 빙빙 돌았다. 다리까지 꼬여서 몸이 기울었다.


철퍼덕-


하필 물웅덩이로 나뒹구는 바람에 들고 있던 횃불이 꺼져 버렸다. 시야가 확 좁아졌다. 희미한 달빛만으로 주위를 확인해야 했다.


곧 숲을 뒤흔들던 바람이 멈추고 엘리엘이 잘라 말했다.


“더는 안돼. 마나 소모가 너무 많아.”


간신히 몸을 일으킨 에딘이 아름드리에 기대 숨을 헐떡거렸다.


“헉. 헉.”


역시나 마나가 문제.


엘리엘을 이용한 스킬로는 답이 없었다.


'이런.'


에딘이 이를 악물었다.


이제 직접 부딪쳐 보는 수밖에 없다.


가방을 열어 자양강장제를 하나를 꺼내 씹었다. 아직 시도해 볼 만한 것이 있었다.


소환자가 직접 사용하는 스킬.


소환자 스킬은 정령을 활용하는 스킬 보다 들어가는 마나 소모가 적다.


바람의 정령과 계약 시, 소환자가 사용할 수 있는 바람 스킬.


바람 타기, 바람 베기, 풍격.


위 세 가지가 기초적인 바람 스킬로, 흔히들 3대 바람 스킬이라 불렀다.


풍격은 개중에도 마나 소모 크기 때문에 제외하고, 지금 사용해 볼 만한 스킬은 마나 소모가 적은 바람 타기와 바람 베기.


소환자의 레벨에 따라 효과의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바람 타기와 베기는 각각 이동속도와 공격속도를 100% 상승시켜 주는 스킬이었다.


물론 효과가 좋은 만큼 지속시간은 2분이 채 되지 않았다.


쿵. 쿵.


녀석의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꺼져버린 횃불을 꼬나쥐고 있던 에딘이 입술을 깨물었다.


바람 베기를 사용해 제아무리 빨리 공격한다 해도 이깟 나무 몽둥이로는 큰 데이지를 줄 수 없었다.


'좀 더 단단하고 무기가 될 만한 것이 필요해.'


눈을 굴리던 에딘이 가방 안에서 양동이를 꺼냈다.


단단하고 묵직한 무게감.


무쇠로 만들어진 양동이는 웬만한 충격에는 흠집조차 나지 않게 생겼다. 가운데 걸린 손잡이 역시 견고해 쉽게 망가질 것 같지 않았다.


누가 만들었는지 제법 공이 들어간 양동이다. 흠이 있다면 견고한 만큼 너무 무겁다.


에딘이 양동이 가운데 걸린 손잡이를 양손으로 움켜쥐고 어둠 속을 노려봤다.


때마침 어둠 속으로 그림자가 빠르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에딘이 곧바로 스킬을 시전했다.


후우우우욱-


마음속으로 바람 타기 스킬을 떠올리자, 주위에 바람이 일었다. 게임 속에서 봐왔던 스킬을 사용할 때 나타나는 효과였다.


발밑에 깔린 낙엽이 흩어지며 다리가 가벼워졌다. 연이어 바람 베기까지 사용하자 들고 있던 양동이가 순간 깃털처럼 가벼워졌다.


우워어어어-


막 형체를 들러 낸 곰이 포효하며 달려들었다.


쿵- 쿵-


황소 만한 몸집에 절로 간담이 서늘해졌다.


녀석은 꿀단지라도 만났는지 입가에 허연 침을 질질 흘리며 달려왔다.


육중한 몸을 하고도 어찌나 빠른지 쩍 벌어진 주둥이가 금세 눈앞으로 다가왔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서둘러 옆으로 몸을 뺐다.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 발끝에 마찰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주위를 맴돌던 바람은 어서 가라는 듯 몸을 밀어냈다.


휘이이이익-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신형.


한 발을 뗀 것뿐인데 몸이 대여섯 걸음이나 뻗어나갔다.


곰이 허공에 남아 있는 공기만 들이키고 뒤에 있던 아름드리를 들이받았다.


쿠우우우웅-


충격에 우수수 낙엽이 떨어졌다.


바닥까지 느껴지는 진동.


충격이 있을 만도 한데, 녀석은 머리를 한번 털어내고 말았다.


우워어어어-


약이 올랐는지 전보다 큰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녀석이 앞발을 휘둘렀다. 곰 발바닥이 시야를 덮쳤다. 솥뚜껑 같은 발이 맞으면 그대로 머리가 사라질 것 같다.


재빨리 몸을 낮춰 공격을 피했다.


회엑-


날카로운 발톱이 허공을 가르고 지나갔다. 가까이 있던 덤불이 말끔히 잘려나갔다.


그 사이 녀석의 겨드랑 밑으로 몸을 날렸다. 바람 타기 덕에 순식간에 녀석의 등 뒤를 장악했다.


빠른 스텝을 살려 자리를 빙그르 회전하며 양동이를 돌렸다.


마치 해머던지기 선수처럼.


휙휙-


서너 바퀴를 돌았을 때, 곰이 몸을 돌려 달려들었다.


별안간 돌리고 있던 양동이로 녀석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쿠우우우웅-


녀석의 관자놀이에 정확히 양동이가 꽂혔다. 수박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숲을 울렸다.


머리통을 얻어맞은 곰의 눈이 튀어 올 듯 부풀어 올랐다. 충격이 컸는지 녀석이 목을 움츠리며 날카로운 신음을 질렀다.


커어어어엉-


포효하던 모습은 온 데 간데없고 녀석이 재빨리 몸을 돌려 달아난다.


쿠워어어어-


쫓아오지 말라는 듯 기세가 꺾인 소리를 내며 어둠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후."


에딘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쫓아갈 힘도 없다. 주르륵. 또 코피가 쏟아졌다.


마나가 바닥이라는 소리다.


가뜩이나 어지러운데 회전까지 했더니 세상이 빙빙 돌았다.


녀석이 다시 돌아올세라, 잠시 숨만 고르고 오두막으로 향했다. 힘이 없어서 기다시피 돌아갔다.


***


이틀을 오두막에 틀어박혀 있었다.


마나를 너무 소모한 탓에 가만히 있어도 머리가 핑핑 돌았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마을로 내려가 빚을 갚고 싶었지만 별수 없었다. 답답하긴 했지만 간밤에 일을 떠올리면 살아있는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었다.


만약 곰이 한방으로 물러 나지 않았더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제영사 완결은 고사하고 허무하게 갈 뻔하지 않았는가.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무기로 사용한 양동이가 제법 도움이 됐다는 거다.


바람 베기의 작용이 무기의 무게를 가볍게 해 주는 탓에 무거운 양동이와 궁합이 잘 맞았다.


어째 바람 베기보다는 치기에 가깝지만.


아무래도 폼이 안 나지만 우선 무기를 마련하기 전까지는 양동이를 사용하기로 했다.


간밤의 일로 성장의 필요성이 더 절실해졌다.


레벨 업을 해야 한다.


뒹굴뒹굴 놀면서 제영사나 볼 생각이었는데 어림도 없는 생각이었다.


'빨리 빚부터 갚고.'


에딘이 담요를 걷어차며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이틀을 휴식하니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마나가 어느 정도 회복돼서 어지럼증이 많이 사라졌다.


마을에 다녀올 타이밍만 보고 있었는데, 마침 기회의 소리가 들렸다.


"우리 보물찾기 하러 가자."


프리아와 꼬맹이들이 놀이터를 바꾸는 소리였다. 제레이드는 숲에 가서 없고, 프리아도 다른 곳으로 놀러를 간다니 이만한 기회가 없었다.


창밖으로 꼬맹이들이 완전히 사라지자 쏜살같이 마을로 내달렸다.


빚을 청산할 생각을 하니 절로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언덕을 내려가 30분쯤 걷자, 하모르 마을의 외벽에 닿았다.


입구를 지나 조금 더 들어가니 도로 양옆으로 상가들이 늘어서 있었다. 가운데는 마차가 달리고, 가장자리로 사람들이 수없이 교차했다.


웅성웅성.


안쪽으로 들어 갈수록 인파가 북적이고 그럴싸한 건물이 줄을 지었다. 마을에 처음 와보지만 게임에서 자주 봐왔던 광경이라 그리 낯설지 않았다.


에딘이 익숙하게 약병 모양 간판이 걸린 가게를 찾아 들어갔다.


끼이이익-


매대 뒤에 앉아있던 안경 낀 노인이 포션을 살피다가 고개를 들었다. 노인은 반자동으로 말했다.


“뭘 도와드릴까요?”


에딘이 종종걸음으로 매대로 갔다. 그리고 가방에서 포션이 들어 있는 유리병을 꺼냈다.


“이거 팔려고요.”


노인이 퍼뜩 흘러내린 안경을 끌어올렸다.


검은 구체에서 무언가를 꺼내는 모습.


노인은 꼬마가 마법을 사용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찬찬히 유리병을 살피던 노인의 눈에 이체가 서렸다.


상급 마나포션.


수십 년간 포션을 들여다본 그는 이제 빛깔만 봐도 그 진가를 파악할 수 있었다. 더구나 상대가 마법 사지 않은가.


질이 좋고 양도 많으니 적잖은 마진을 남길 수 있을 터.


더구나 최근에는 마을 주변에 벌어진 소란으로 포션 가격이 높아져 있었다.


노인이 조심스럽게 에딘을 살폈다.


놀랍게도 마법을 배우는 여느 귀족들의 자제와 달리 평범, 아니 추리한 모습의 꼬맹이었다.


'그렇다는 건......'


에딘이 입술을 핥았다.


값을 제대로 치러주지 않는 건 아니겠지.


혹시 아이라고 속이려 든다면 양동이를 꺼낼 참이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노인을 지켜보는데, 그가 존대를 했다.


“얼마나 주면 되겠습니까.”


"개당 20 골드요."


팔아치울 때는 항상 반값으로 떨어져서 높게 불렀다고 생각했는데 노인이 반색했다.


"이 근처는 처음이신가 보내요. 혹시 모험가님이신가요?"


모험가.


파블라에서 모험가는 대륙의 골치 아픈 일들을 해결하는 무리. 플레이어는 이 모험가가 되는 것이었다.


"예."


뭐, 플레이어는 이제 과거지만.


"마을 근처에 생긴 소란을 해결하러 오셨군요."


전혀 모르는 소리다. 어디 퀘스트라도 있는 건가?


그냥 잠자코 있었다.


"주변에 갑작스럽게 생겨난 몬스터 탓에 여긴 포션 가격이 높습니다. 4 골드 더 드리지요."


모험가라는 착각 때문인지 노인이 양심적으로 나왔다.


"대신 또 파실 것이 있다면 저희 가게를 찾아 주십시오."


노인이 사근사근한 얼굴로 돈을 건넸다.


에딘은 주머니 안의 동전을 꼼꼼하게 헤아렸다.


100 골드 동전 20 개. 2,400 골드 정확하다.


돈주머니를 품 안에 넣고 흡족한 얼굴로 밖으로 나왔다.


이제 치료사만 찾으며 끝. 아, 그전에 분장을 좀 할 필요가 있었다. 귀한 집 자제처럼 꾸며서 정체를 감출 생각이었다.


에딘이 옷 가게를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마침 길 건너편에 괜찮은 옷 가게가 보였다.


막 길을 건너려고 하는데, 누군가 에딘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꼬마야, 조용히 가자.”


에딘이 고개를 돌리자, 웬 덩치가 눈썹을 잔뜩 치켜들고 내려다보고 있었다.


밝았던 에딘의 얼굴에 금이 갔다.


'이건 또 뭐야.'


눈에 잔뜩 힘을 주고 있는 녀석은 불순한 의도를 암묵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얼굴을 잘 뜯어보니 나이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다.


고작해야 십 대 중반?


당장에 양동이를 꺼내 뚝배기를 깨려 다가 주위에 보는 눈이 많아 참았다.


길 한복판에서 송장을 치르고 싶지는 않으니까.


덩치의 의도대로 조용히 따라갔다.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들어서자 덩치가 어깨를 풀더니 턱을 들어 올렸다.


녀석은 무섭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때려주고 싶을 뿐이다.


골목 안쪽에서 일행 두 명이 더 걸어 나왔다. 한 놈은 길쭉한 꺽다리고 한 놈은 바가지 머리를 했다.


덩치가 목소리를 깔았다.


“꼬맹이, 좋은 말 할 때 가진 것 다 내놔.”


기죽은 모습 없이 빤히 쳐다보는 에딘.


얼굴이 붉어진 덩치가 손을 치켜들었다.


“콱! 그걸 그냥!”


그 순간, 에딘과 덩치 사이에 검은 구체가 불쑥 나타났다.


덩치가 움찔 놀라는 물러서자, 에딘이 싸늘한 얼굴로 가방에서 연장을 꺼냈다.


에딘이 양동이와 국자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너 이걸로 맞을래, 이걸로 맞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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