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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몽이™ 님의 서재입니다.

이런 쓰레기 같은 고인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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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몽몽이™
작품등록일 :
2023.11.15 19:02
최근연재일 :
2024.04.05 19:05
연재수 :
145 회
조회수 :
25,484
추천수 :
313
글자수 :
835,086

작성
23.12.09 19:05
조회
367
추천
3
글자
13쪽

23

재밌게 봐주세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DUMMY

그 뒤로도 동물 학살은 계속되었다. 적절히 독고9검 스킬을 이용해서 멧돼지와 늑대를 요리해 가는 본좌와 태극권의 태극도법으로 학살을 계속해 나가는 지존, 그들에 의해 리젠되자마자 메인 소스로 돌아가야 하는 비극의 주인공들이 늘어갔다.


레벨업에 열중하며 학살을 시작한 지도 벌써 현실 시간으로 3일이나 지났다. 경고음이 들리며 게임에서 강제 퇴출될 때까지 동물을 학살한 것에 대한 대가일까? 숙련도 부스터를 사지도 않았는데, 급소에 대한 정확한 가격으로 치명타를 끊임없이 터뜨린 덕분에 숙련도 포인트가 쑥쑥 늘었다.


결국, 본좌는 며칠 뒤 독고9검 3성을 찍는데 성공했다.


급소를 공격하지 않으면 세 대는 쳐야 죽던 멧돼지가 한방 컷으로 전락했다. 


“이거 정말 괜찮네.”


“사냥 속도가 빨라졌어.”


엄청난 발전이었다. 비록 기력의 소모가 크긴 했지만 굳이 치명타를 날리기 위해 심력을 쏟지 않아도, 아무렇게나 휘두른 칼질로도 몇 배의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몹들을 잡았기 때문일까? 무한정 들어갈 것만 같던 인벤토리에 더 이상 저장할 공간이 없다는 메시지가 떴다.


"뭐야! 인벤토리가 다 찼잖아? 본좌야! 본좌야!"


지존의 외침에 본좌는 미간을 찌푸리며 지존의 곁으로 다가왔다.


"야! 그렇게 느끼하게 부르지 마. 나도 알아. 나도 거의 다 찼어."


"그럼 어쩌지? 성으로 들어가서 물건 좀 팔고 올까?"


"그래야지. 왠지 아깝네. 리젠도 잘 되고 한창 사냥발 올랐었는데."


사냥발이 올랐다는 본좌의 말에 지존은 진정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야, 넌 정말 대단하다. 그렇게 사냥만 했는데 안 지겹냐? 난 지겨워서 거의 졸면서 잡았는데."


본좌는 허리 양쪽에 두 손을 올려놓고 거만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의 얼굴에서 광채가 나는 듯한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후후, 인내심의 차이이니라. 이 본좌님처럼 꾸준히, 열심히 하는 마음을 기르도록 하여라."


본좌의 오버에 지존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웩! 그런 식의 말투라니··· 네가 뭐 실제로 무협지 주인공이라도 되는 줄 아냐?"


지존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본좌는 어깨를 한번 으쓱일 뿐이었다.


"독고9검 정도면 주인공이 될 만하지 뭐. 이 정도면 꽤 좋은 상태 아냐?"


지존은 무공이 없는 자의 서러움을 느껴다.


"흥! 나도 하루빨리 무공비급 하나 얻어야지. 렙 40이 넘어가는데 변변찮은 무공비급 하나 없다니······."


실제로 지존은 레벨 40이 될 때까지 태극권에 수록된 도법만을 연성했을 뿐이었다. 쓸 만한 도법을 익히고 싶었지만 웬일인지 도법은 눈을 씻고 찾아도 나오지를 않았다. 본좌도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지존 앞에서 무공을 자랑한 것이 약간, 아주 약간 미안했다.


"마을로 가서 도법에 관련된 이벤트 없나 한번 찾아보자."


"좋아, 좋아. 이제 드디어 나의 도법을 찾기 위한 여정이 시작되는 건가?"


"그런가? 하하하하!"


둘의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의외로 짝퉁 독고9검의 장점과 며칠 간의 집중된 경험치작으로 둘은 이제 40 가까이 레벨업을 했다. 그리고 잡템으로 인벤토리를 꽉 채웠다. 


별 거 아닌 아이템이긴 하지만 인벤토리가 찼다는 메시지는 그들에게 포만감을 느끼게 했다. 그들은 며칠간 이어졌던 작업을 끝내고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거의 다 왔다.”


“며칠만이냐.”


성에 가까워지자 둘에 비해 초보로 보이는 유저들이 열심히 몹을 사냥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며칠 전이다.


“고생들 해라. 뉴비들.”


본인들도 아직 뉴비다.


뉴비들을 보며 괴롭히지 않고 그냥 지나친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기분이 얼마나 좋은 지를 알 수 있다.


한 대만 툭 하고 치면 막타로 경험치를 뺏을수 있음에도 가만히 지나간다는 것은, 결코 그들이 착해서가 아니다.



* * *



“아이고, 여전하네.”


“사람이 넘치네. 넘쳐.”


성에 들어서자 수많은 유저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둘은 다른 곳으로 한눈팔지 않았다. 익숙한 듯 발걸음을 옮겨 한 잡화점으로 들어섰다. 수많은 잡화점이 성 안에 배치되어 있건만 둘이 향한 곳은 성문에서 꽤 멀리 떨어진 작은 잡화점이었다.


딸랑~


"어서 오세요, 잡화점입니다. 어머··· 또 오셨네요!"


굳이 지나오는 길목의 수많은 잡화점들을 놔두고 이곳으로 들어온 이유가 밝혀졌다. 그랬다, 그것이었다. 단골 상점이랄까. NPC도 여성으로 설정되어 있는 곳이기에 여기까지 왔던 거다. 


"오랜만이에요. 못 본 사이에 더 예뻐지셨네요."


방긋방긋.


여성NPC 담당 일진은 지존이다. 여성 NPC에게 호감 쌓는 건 지존 담당이어서일까? 지존의 환한 미소와 적절한 아부성 멘트는 잡화점 직원의 마음을 사로잡아 버리고 말았다.


후끈.

NPC의 볼이 발갛게 변했다.

좋다. 방 안의 온도가 올라갔다.


“어머, 어머, 농담도 잘하세요. NPC가 어떻게 예뻐져요? 아부는······.”


아부인 거 다 알아도 기분이 좋은 건 좋은 거다. 예쁘다는 칭찬은 사람과 NPC를 차별하지 않고 기분좋게 만든다. 사람의 심리를 본뜬 인공지능은 유저의 행동에 흡사 사람처럼 반응한다.


얼굴에 홍조를 띄고 지존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며 시선을 어디로 둬야 할지 모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NPC라니. 도대체 이놈의 회사는 NPC에게 뭘 학습시킨 걸까?


지존의 목소리는 낮게 깔렸고, 다정한 눈빛으로 NPC를 바라보며 대화를 주고 받았다.


"아부라니요. 예쁜 사람에게 예쁘다고 하는 게 뭐가 아부입니까? 전 항상 진실만을 말합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저는 세상에 태어나서 여태껏 거짓말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아니, 그런 거짓말을! 꺄르르 꺄르르!”


위트(?)있는 하얀 거짓말에 NPC는 즐기워했다.


‘쳇. NPC한테 아부를 해야 하다니,’


역시 돈 벌기 쉽지 않다.

물론 이런 속마음은 전혀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고수기 때문이다.


“아, 진짜라니까요? 안 믿어주시네. 하하하.”


"호호, 고마워요. 그런데 무슨 일로 오셨어요?"


!!!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본론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본좌는 지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제 시작이다. 전쟁이다. 부탁한다, 지존.]


[나만 믿어라, 본좌. 내 실력 알면서 그래?]


거래가 시작되었다.


“아이템들을 모아왔어요. 노자가 떨어져서 이젠 모아놓은 것들을 팔아야 할 지경이네요.”


“일단 한번 물건들을 꺼내보세요. 제가 후하게 쳐드릴게요.”


[후훗, 된 것 같군.]


[방심은 금물이다, 지존. 겸손! 겸양! 이 둘을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일단 늑대 발톱들하고, 곰 발톱들, 곰 가죽도 있고요, 단검들도 있고, 여기 약초들도······."


지존과 본좌의 인벤토리에서 그동안 모아온 잡다한 수확물들이 어느덧 탁자를 꽉 채우기 시작했다.


촤르르르륵.

끝도 없이 쌓였다.


“하하. 아직 더 있어요.”


점원은 탁자를 가득 채워가는 엄청난 양의 아이템에 어안이 벙벙했다.


"어, 엄청 많군요. 호호······."


지존은 무언가 머쓱한 듯 뒤통수를 긁으며 예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하하, 그간 사냥만 했거든요. 제발 많이 쳐주세요. 이제 무공을 익혀야 하는데 돈이 없어서요. 아직도 태극권만 쓰고 있어요."


지존의 말에 점원은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불쌍하다는 표정인 것도 같은데······.


"어머, 무공을 아직 안 익히셨다고요? 레벨이 꽤 되어 보이는데?"


점원의 말에 지존은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태극권은 익혔지만, 그건 기초무공이죠. 저도 괜찮은 무공을 익히고 싶어요. 그래서 아쉬운 대로 하나 사서 익히려고요."


점원이 안쓰럽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시군요. 그런데 참 대단하시네요. 반달곰은 잡기 힘드셨을 텐데."


점원이 반달곰에게서 떨어진 템들을 살펴보는 걸 본 지존은 순간 움찔했다. 철수와 영희, 순이와 민수들과 함께 했던 추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점원의 품평에 지존은 갑자기 점원의 코앞에 커다란 얼굴을 들이밀었다.


“앗!”


갑작스레 안전거리를 뚫고 들어오는 지존의 행동에 점원은 당황한 듯 뒤로 물러났다.


지존은 아이템에 얽힌 썰을 풀기 시작했다.

우수에 찬 눈망울로 자신이 반달곰을 잡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 추억을 팔았다. 철수를 위시해 팀을 짜서 사냥을 하다 배신(?)을 당해 고생했던 일화를 덧붙이기까지 했다.


"죽을 뻔했죠. 정말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이 물건들을 받고 좋아하실 레이디 얼굴을 떠올리며 정말 열심히 사냥했습니다. 게다가 미주알이 고주알이 되었는데, 얼마나 고주알이 많았는지 간장장이 콩장인지도 몰랐다니까요."


블라블라.

말이 많기도 해라.


“그렇군요.”

“그런 일이!”

“정말 고생이 많았군요!”


말발이 통했는가. 점원은 연신 '어머, 어머'를 외치며 지존의 거짓부렁에 감탄을 해댔다.


"어머, 어머······!"


-띠리링! NPC와의 호감도가 1 올라갔습니다.


언제 들어도 경쾌한 소리다. 한도 끝도 없이 올라가는 호감도. 과연 그 끝은 어디인가. 이미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호감도를 더 이상 올리기 어려운 단계까지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호감도 올라갔다는 소리가 들린다.


일반적으로 유저들이 NPC의 호감도를 올리기 위해 무수한 돈을 써대며 아이템을 사고, 목숨을 걸고 퀘스트를 수행해 오는 것에 비해 너무 쉽게 올렸다.


지그시.

사랑스럽다는 듯한 눈빛을 유지한 채 중저음의 멋진 목소리로 나긋나긋하게 대화하는 방법만으로 점원의 지존에 대한 호감도는 천장을 찍었다.


점원은 기분이 좋아졌는지 탁자 위의 아이템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가며 돈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음, 이건 원래 250만 받아야 하는 건데, 음, 그냥 300 해드릴게요. 대신 앞으로도 자주 찾아주셔야 해요."


지존은 세상에 다시없을 사람 좋은 미소로 점원의 두 눈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물론이죠. 여태껏 여기 말고는 거래를 튼 곳이 없는걸요?"


세상에 이런 거래가 어디 있을까?

말세다. 이건 정상의 범주를 넘어섰다. 상점 주인에게서 물건을 사는데 알아서 가격을 깎아주고, 물건을 팔 때 알아서 웃돈을 얹어주다니, 이건 뭔가 망가졌다.


일반적인 상황을 엎으면서 돈을 벌어가는 저 악독한 인간 말종들! 정상적인 것과는 멀찍이 떨어져서 살아가는 듯한 모습을 볼 때마다 알게 모르게 희생당하는 불쌍한 자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음, 여기 다 정리되었습니다. 참! 그리고······."


"네? 뭐죠?"


점원의 ‘그리고’라는 말에 본좌와 지존의 두 귀가 쫑긋하게 솟았다.


[헛! 퀘스트인가?]


[오! 개꿀! 오늘 잘만 하면 횡재하겠는걸?]


점원은 양미간을 살짝 짚으며 목소리를 낮췄다.

지존의 귀에만 들릴까 말까 한 소리로 작게 이야기했다.


"사실, 이건 비밀인데요. 지존님한테만 살짝 얘기해 드리는 거예요.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절대 안 됩니다. 아셨죠? 약속이에요, 약속!"


바로 옆에 본좌가 두 눈 뜨고 살아있는데.

이 NPC의 눈에는 지존만 보이나 보다.


지존은 점원의 말에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그녀의 가냘픈 양 어깨를 살포시 잡았다. 지존의 두 눈에 맺힌 한 방울 이슬은 점원에게 신뢰를 호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약속이란 말은 믿지 못하는 경우에만 쓰는 겁니다. 저를 믿지 못하시나요? 전 지금 살짝 실망했어요. 우리 사이에 약속이란 말을 들어야 할 정도로 중요한 것이 있나 싶군요. 물론 유저인 저를 믿지 못하는 것은 이해가 갑니다만, 정말이지··· 전 우리가 남이라고 생각 안 했는데..."


이런 느끼한 놈 같으니라고. 훤칠한 키에 잘생긴 마스크, 게다가 느끼한 멘트와 함께 떨구는 한 방울의 이슬은 완벽한 러브러브 어택이다.


점원은 당황해서 횡설수설했다.


"아, 아니에요. 믿지 못한다니요. 전 단지······."


지존은 가만히 손가락 하나를 들어 NPC의 입술에 대었다. 그리고 우수에 찬 눈동자로 상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서로의 신뢰를 깰 것 같다고 생각되면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크윽. 퉷퉷.

스물스물 올라오는 혐오감에 옆에서 본좌가 구토를 하건 말건 지존은 진지했다.

그래서였을까? 지존의 말에 감동해서였을까?


인간의 심리를 정석대로 모방한 인공지능 따위 구워삶기야 식은 죽 먹기란 그들만의 공식이 재현되는 것일까. '호감도가 올랐습니다'란 말이 다시 한번 뜨면서 지존의 눈에 하트 모양의 분홍색 아이콘이 떠올랐다.


띠링!

하트 마크를 본 지존의 얼굴이 굳어졌다.


[젠장!}




예전에 작업한 글을 다듬어 리메이크 한 작품입니다. 리메이크라기 보다는 리부트에 가깝습니다. 워낙 오래된 글이라 기억하시는 분도 없을 것 같지만,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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