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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몽이™ 님의 서재입니다.

이런 쓰레기 같은 고인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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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몽몽이™
작품등록일 :
2023.11.15 19:02
최근연재일 :
2024.04.05 19:05
연재수 :
145 회
조회수 :
25,468
추천수 :
313
글자수 :
835,086

작성
23.11.25 19:15
조회
583
추천
4
글자
12쪽

9

재밌게 봐주세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DUMMY



"어우 야······."


"하하, 한번 해봐라. 너희가 해야 순이도 자극 좀 받지."


민수의 말에 순이의 얼굴이 발그레해졌고, 지존과 본좌의 얼굴도 발그레하게 변했다. 아주 붉게 물들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활화산으로 변해버렸다. 뇌졸중이라도 발생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될 정도로 혈압이 끓어 넘치는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하하! 야, 민수야. 너무 몰아세우는 거 아냐? 오늘부터 사귀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적극적이면 앞으로 재미없다. 하하."


"맞아, 맞아. 하루 만에 그렇게 안기고 하는 걸 보면 우리도 짜증 날 정도라고. 둘이서 너무 뜨거운 거 아니야?"


흐름이 살짝 변했다. 약간은 말리는 분위기다. 이 분위기에 편승해야 한다. 그러므로 이 타이밍을 노려야 한다. 이 기회를 놓치면 저 닭살을 계속 참고 견뎌야 할지도 모른다.


"맞아요. 좀 자제해 주세요. 흑흑, 이렇게 여자친구 없이 남자들끼리 돌아다니는데 너무하시는 거 아녜요? 솔로들 생각도 해주셔야지요."


"맞아요. 식당에서까지 그러시는 건 너무하잖아요. 계속 이런 식이라면··· 게임오버당하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이 우릴 엄습할 거라고요. 보세요, 이 닭살! 둘이서 얼마나 러브러브하면 게임 상에서까지 이렇게 닭살이 표현되겠어요?"


여태껏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던 지존조차도 적극 가세하여 닭살로 인한 캐릭터 손상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서자, 그들도 미안함을 느낀 것일까? 지존과 본좌의 말은 단순히 민수와 순이 커플에게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 철수와 영희 커플에게도 통하는 말이었기에, 철수와 영희도 미안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 이거 정말 미안합니다. 오늘이 저희 100일이고 저 친구들 커플탄생 기념일이라 저희가 조금 흥분했군요. 저도 솔로였던 때가 있었는데, 님들 맘을 이해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그런고로 저도 님들에게 이따가 보답하도록 하죠.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세요. 아무리 커플링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한때 솔로였던 제가 님들 맘을 몰라주면 되겠습니까?"


"저도 죄송합니다. 순이하고 만난 게 너무 좋아서······. 흠흠, 이따가 저도 아이템 좀 드리죠. 솔로의 맘은 솔로가 안다고 하는데, 어제만 해도 솔로였던 제가 이런 행동을 하다니······.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군요."


나이수! 길이 열렸도다. 행운의 여신이 지존과 본좌에게 미소를 짓는 것일까. 이제 닭살이, 물론 아주 없어지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사라진다는 것만으로도 지존과 본좌에게는 큰 이득이었다.


"아, 저희가 말이 너무 심했나요? 이거 분위기가 영··· 죄송합니다."


적절한 겸손은 호응을 얻는 법.


"아닙니다. 저희가 생각해도 너무한 것 같군요. 한때 민수 이 녀석 하고 저도 솔로로 둘이 게임을 같이 했었죠. 영희를 만나기 전까지 말이죠. 그땐 우리 앞에서 닭살 돋게 만드는 행동을 하는 유저들이 정말 미웠죠. 하마터면 저도 모르게 PK 할 뻔했다니까요. 어휴······."


'흥. 잘 아는 놈들이 매를 버냐?'


'알면 됐다, 요놈들아. 우리도 하마터면 PK 할 뻔했으니까. 크크.'


분위기는 어느 정도 차분해졌고 정상적인(?) 대화로 이어졌다.


"그런데 두 분은 레벨이 어느 정도 되시죠? 아까 보니까 늑대 시체도 꽤 되던데."


위기일발. 지금부터가 중요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아주 적당량의 거짓부렁만이 지금의 순간을 타개해 나갈 수 있는 방책이다.


사실대로 우린 렙이 30이 넘는데 초보 행세하면서 네놈들같이 접근하는 녀석들에게 들러붙어서 좀 뜯어먹으려 한다, 왜! 하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아, 레벨은 제가 18이고 제 친구가 19입니다."


지존이 아주, 아주 적당량의 거짓말을 하는 데 성공한 듯하다. 늑대는 10에서 15 정도면 어느 정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 대단하시네요. 그 정돈데 그렇게 많은 늑대들을 상대하다니 정말 대단하군요."


다시 긴장.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 거짓말만 하는 사람은 사기꾼이고 거짓말 반 진실 반을 말하는 사람은 조금 더 '진한' 사기꾼이라고. 그리고 항상 진실만을 말하다가 중요할 때 거짓말을 함으로써 그 거짓말에 신뢰성을 높이는 사람은 모략가라고.


물론 지존과 본좌가 언제 진실을 말하는 행동을 했느냐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단지 처음부터 거짓말을 했지만 저들에겐 진실로 받아들여져 있기 때문에 이 여세를 몬다면 쉽게 분위기를 탈 수 있을 듯했다.


"아, 그건 이 손목보호대 덕분이죠."


본좌가 진실을 보태는 순간 여태껏 말한 모든 거짓은 진실로 받아들여지리라.


NPC에게 선물 받은 손목 보호대를 보여주자 본좌와 지존이 늑대 떼로부터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대충 납득하는 듯했다.


"와우! 장난이 아니군요. 어떻게 이런 아이템을······?"


"하하, 제가 NPC 하고 친밀도가 꽤 높거든요. 초보마을에서 술집 주인하고 하루 종일 붙어서 이야기도 하고 퀘스트도 받아 수행하고 하다 보니까 상당히 친해지더군요. 그래서 마을을 떠나 여행 한번 해보겠다고 했더니 이것을 받아가라고 하더군요."


"그런 일도 있군요. NPC는 그저 NPC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도 좀 친근하게 대해야겠군요."


"하하, 한번 해보세요. 초보마을의 NPC도 이런 것을 주었는데 이런 거대한 성에서라면 더 큰 선물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죠."


음식 몇 개를 눈앞에 두고 즐겁게 웃는, 물론 살 심을 숨긴 채 겉으로만 웃는 두 명과 속으로나 겉으로나 기쁨에 젖어 웃고만 있는 네 명의 남녀. 이것이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인간사의 한 단면이 아닐까.




* * *




시간이 흘렀다.


하하 호호 즐겁게 웃으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친밀감이 형성되는 건 금방이다.


어느덧 밤이 지나고 해가 떴다. 밤새 즐겁게 놀고 기분이 좋은 사람은 주머니를 쉽게 여는 법이다.


딸랑딸랑.


​ "어서 오세요, 무기점입니다!"


귀엽게 생긴 NPC가 일행을 맞이하자 그렇지 않아도 흥겨움에 취해 있던 일행의 분위기는 더욱 좋아졌다. 좋다. 이때가 기회다. 사람이란 동물은 감정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들떠 있을수록 충동구매를 할 확률이 높아진다. 게다가 지존과 본좌는 이런 일에는 프로다. 적절한 상황 판단과 과감한 행동력은 그들의 목적 달성에 더욱 많은 가산점을 부여할 것이다.


"하하, 물건을 사려고 하는데 어떤 것이 좋죠? 추천해 주시겠어요?"


"네, 레벨이 어떻게 되시죠?"


기회다. 이때를 노려야 한다. 아까 한 말마따나 18~19 레벨들이나 쓰는 허접한 아이템을 샀다가는 후회하기 십상이다.


"음, 한 20대나 30대 렙에서 쓸 수 있는 검으로 주시겠어요, 예쁜 아가씨?"


"20대요? 너무 높지 않나요?"


"아니에요. 손목보호대도 있고, 또 이제 곧 있으면 레벨업이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려는 겁니다. 조금만 더 지나면 충분히 사용할 수 있어요. 그렇지요, 예쁜 아가씨?"


-띠리링! 호감도가 올랐습니다.


후훗. 어리석은 NPC 따위 우려먹기야 식은 죽 먹기지. 역시 본좌였다. 술집 주인을 녹이던 말솜씨. 세상에 예쁘다는데 싫어할 사람은 없다. 사람이건 NPC건.


특히 인공지능이 있는 NPC는 거의 인간 감정을 단순화시켜 말이나 행동에 거의 '정석대로' 반응하기 때문에 본좌나 지존 같은 사기꾼에게는 늑대 앞에 놓인 더없이 순한 한 마리 양일뿐이다.


"호호홋, 물론이죠. 제가 특별히 제일 좋은 것으로 골라드리죠."


"하하! 고마워요, 아가씨. 아가씨는 마음도 착하군요."


"어머, 여자를 많이 상대하셨나 봐요. 상당히 능숙하시군요. 바람둥이이신 모양이에요? 호호!"


"휴··· 바람피울 여자친구도 없이 여기 있는 사내놈과 같이 돌아다닌답니다. 어디 아가씨처럼 예쁜 사람이 있다면 대시해 보기라도 할 텐데요. 음, 지금 들고 계신 것이 추천해 주실 검인가요?"


"호호호홋, 아··· 예, 이 검이에요. 어떠세요? 마음에 드세요? 특별히 사용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요구치가 낮으면서도 튼튼하고 공격력도 좋은 녀석으로 골랐어요."


"와! 정말 좋은 검이군요. 하지만 너무 비싸 보여요."


"호호호! 잘생긴 유저 분에겐 싸게 해 드린답니다. 호호호!"


기분 좋으면 막 나가는 건 사람이나 NPC나 똑같은가 보다. 도대체 누가 잘생긴 유저에게는 값을 더 싸게 해 주도록 설정했겠는가. 운영자? 제작사? 욕먹을 소리다.


"그럼 제 친구 무기도 하나 추천해 주시겠어요? 여태껏 단검 두 자루로 생활했거든요."


"어머. 힘들었겠다. 그러죠. 어떤 것으로 하시겠어요?"


"저는 도로 하고 싶군요."


싱긋.


잘생긴 외모에 우수에 찬 눈빛, 그리고 세상을 다 머금은 듯한 깊은 눈동자에서 NPC 점원은 하마터면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할 뻔했다.


"아, 여, 여기 있습니다."


"고마워요."


지존은 제법 묵직해 보이는 도를 받아 들고는 NPC를 바라보았다. 지존이 바라보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NPC는 멍하니 지존만 바라봤다.


​ “저, 계산은요?”


오죽하면 NPC가 계산까지 잊고 있겠는가.


지존의 질문에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린 NPC는 순간 당황한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아, 괘, 괜찮아요."


괜찮긴 뭐가 괜찮은가. 물건 파는 NPC가 물건을 거저 주는 상황이 발생했다.


'띠리링! 띠리링! 호감도가 마구 올라가고 있습니다'라고 표현을 해야 할까. 지금의 상황은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세상에··· 잘생긴 유저에겐 싸게, 더 잘생긴 유저에겐 공짜로 물건을 줘버리는 점원 NPC라니. 이는 지존온라인 역사상 가장 큰 버그로 기록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지존과 본좌는 점원 NPC처럼 좋은 봉을 버그로 신고할 생각은 없었다. 물론 나중에 쓸모가 없어지면 운영자에게 신고해 버림으로써 포상금을 받으려 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 * *




뒤의 4인방은 입도 다물지 못한 채 끝없이 놀라워하고 있었다. 세상 그 누가 이처럼 물건을 구입하는가. 시도조차 해보지 않은 일이다. 이거 주세요, 얼마입니다, 여기 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라는 간단한 멘트로 거래를 해온 이들에게 지존과 본좌가 보여준 모습은 몹시 신선한 충격이리라.


"저, 정말 대단하군요. 맙소사! 점원이 녹아내리다니··· 남자로서 정말 존경합니다."


후훗! 알아보는가, 사기의 위대함을!


​ "후훗, 뭘요. 이만 가죠. 검도 샀고 도도 샀고. 더불어 점원이 윙크까지 하면서 단검도 좋은 놈으로 몇 개 얹어주더군요. 더 있다가는 자기도 데려가라고 할지도 몰라요."


"그렇군요······. 어서 가죠."


아직도 멍한 표정을 지우지 못하는 그들이었다. 단검 몇 자루 살 돈으로 같은 종류의 검 중에서는 가장 좋은 검과 가장 좋은 도에 꽤 좋은 단검까지 몇 자루를 얻는 수완에, 감동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들의 쪼잔함은 이게 끝이 아닐 것이다. 얼빠 NPC라니, 이는 운영자의 실수인가, 제작사의 실수인가. 어찌하여 무협게임에 설치된 무기점과 방어구점, 그리고 잡화점까지 순수한 여성 NPC 점원을 두었단 말인가.


수많은 사람들을 제물 삼아 레벨을 올려온 본좌와 지존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돈이 없겠는가? 수많은 PK를 행했는데 전리품이 없겠는가? 그런데 왜! 그들은 굳이 봉, 즉 물주를 찾아 헤매는 가! 당하는 사람은 어이없지만 그들에게는 당연하고도 타당한 이유가 있다.


공짜가 좋다. 물주에게서 받는 공짜 아이템이 좋고, 미워서 담근 상대방이 떨군 아이템은 승리 후의 전리품이라 맛이 좋다. 그 쾌감 때문이다. 도파민에 중독된 그들은 자극적인 플레이를 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예전에 작업한 글을 다듬어 리메이크 한 작품입니다. 리메이크라기 보다는 리부트에 가깝습니다. 워낙 오래된 글이라 기억하시는 분도 없을 것 같지만,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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