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몽몽이™ 님의 서재입니다.

이런 쓰레기 같은 고인물들!

웹소설 > 작가연재 > 게임, 현대판타지

완결

몽몽이™
작품등록일 :
2023.11.15 19:02
최근연재일 :
2024.04.05 19:05
연재수 :
145 회
조회수 :
25,479
추천수 :
313
글자수 :
835,086

작성
23.11.18 19:15
조회
1,004
추천
10
글자
12쪽

2

재밌게 봐주세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DUMMY



"오오, 처음 보는 얼굴이군. 잠시만 기다리게. 내 가장 좋은 술로 대접하지."


​ 처음 만나는 유형의 초보 유저다. 첫 만남은 첫인상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법이다.


상큼한 미소와 함께 마주한 기분 좋은 첫 만남의 인상이 주인장의 뇌리에 깊숙이 박혀 들었다. 유튜브 채널 떡상 알고리즘도 첫 영상 업로드부터 결정 나는 법. 일단 NPC 성향을 분석해서 NPC가 저장할 데이터에 처음부터 친화적인 이미지부터 박는 거다. 뛰어난 AI 운영 게임이라면 아무튼 그렇겠지 싶다. 그리고 본좌는 이런 일에 도가 튼 인물이다.


​ 그래서인지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뛰어난 인공지능이 운영하는 게임의 NPC 답게 감정표현도 수준급이다. 한낱 NPC 주제에! 그래픽으로 구성된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거는데, 섬세한 감정표현이 일품이다.


잠시 시간이 흐르고, 바에 앉아 있는 본좌의 앞으로 주인이 술을 가져다주었다.


"이곳에는 처음 온 사람 같군. 이곳에 들른 사람들은 내가 모두 기억하고 있거든."


주인장의 말에 본좌는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천사라면 이런 음성이 나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만한 목소리로 주인장을 유혹했다.


"네. 오늘 시작했거든요. 계속 사냥만 하다가 마을에 다시 들어온 거예요. 꿀꺽꿀꺽, 캬! 맛있군요!"


부담스럽지는 않지만 칭찬은 노골적으로 해야 효과적인 법이다. 본좌는 가히 텔레비전의 술 광고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감칠맛 나는 모습으로 술을 들이켜고는 주인장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암, 내가 만든 술이거든. 비록 초보 마을이긴 하지만 술만큼은 최고급이지. 하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만든다고 했던가. 본좌의 칭찬은 확실하게 약발이 있었다. 주인장은 자신의 술을 자랑하며 본좌의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버렸다. 주위에서 다른 손님들이 술 달라고 소리치며 인상을 찌푸렸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응~ 호감도 떨어지는 놈은 저기 짜부라져 있어~


본좌는 승리의 바람이 자신을 향해 부는 것을 느끼며 굳히기에 들어갔다.


"제가 현실에서는 술을 잘 안 마시거든요. 그런데 여긴 확실히 다르군요. 현실에서의 술맛이 이 정도만 되었으면 전 이미 술꾼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는걸요. 하하!"


상큼한 미소로 첫인상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본좌가 굳히기로 주인장을 향해, 진정한 사나이의 천진난만한 웃음이란 이런 것임을 보여주듯 환한 웃음을 짓는 순간, 본좌의 귓속으로 이런 음성이 들려왔다.


- 띠리링! NPC와의 친밀도가 1 올랐습니다.


'걸렸다!'


순간! 본좌의 눈 깊은 곳에서 암흑의 기광이 스치고 지나갔지만 알아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본좌는 가슴 깊은 곳에서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암흑의 그림자를 슬며시 감추며 예의 그 호감 가는 미소로 일관했다.


"하하, 그렇게 칭찬해 주니 오히려 부끄럽군. 그건 그렇고, 오늘 시작했다고 했는데, 레벨업은 잘 되고 있나?"


'······!'


주인장의 말에 담긴 의미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화 주제로 레벨 업이 나오는 순간 대화의 흐름은 경험치 획득에 대한 어떤 정보가 나오는 것으로 흐를 확률이 높아졌다.


순간 본좌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것을 직감했다. 환한 미소를 재빨리 집어넣은 채 갑자기 한 줄기 이슬을 떨구며 본좌는 신세타령을 시작했다.


"휴, 그런 말씀 마세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토끼나 사슴도 제대로 못 잡고··· 흑흑, 겨우 잡아놓은 듯하면 다른 사람이 와서 툭 치는 바람에 경험치도 다 날아가고··· 아이템을 주워 들려하면 다른 사람들이 재빨리 집어가고······. 흑흑, 게다가 레벨이 낮으니 항의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리를 지어 사냥을 하고 싶어도 사람들이 일행에 끼워주지도 않고······. 계속 이런 식으로만 된다면... 게임을 계속해야 하는지··· 신중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흑흑."


이런 뻔뻔한 연기를 이토록 자연스럽게 소화해 내다니! 본좌의 진실을 알 리 없는 술집 주인은 그의 연기에 넘어갔는지 안타까운 눈빛으로 스틸범과 목자들을 욕하기 시작했다.


"정말 안 됐군. 그런 자네를 위해 내가 좋은 퀘스트 하나 알려줄 테니 한번 해볼 텐가?"


'퀘스트가 이렇게 바로 뜬다고?'


본좌는 속으로 기쁨의 비명을 질렀다.


"정말요? 너무 고마워요, 아저씨!"


본좌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주인에게 매달리자 주인은 당황한 듯하였다. 본좌의 실제 나이가 상당하다고는 하나, 엄청난 동안의 소유자인 데다가 체구까지 작으니 그 어찌 동심을 자극하지 않겠는가? 결국 주인장은 본좌의 뻔뻔한 연기에 넘어가고 말았다. 본좌가 자신에게 안기는 것이 싫지 않은지 뿌리치지도 않고 그저 웃어넘기는 주인장이 안쓰러울 뿐이다.


"하하, 이러지 말게. 사내가 이런 일로 감격해서 그렇게 눈물을 보이려 하면 쓰나. 자, 여기 퀘스트네. 동쪽 숲에 늑대 떼가 나타났다는데··· 일고여덟 마리씩 무리 지어 다닌다고 하더군. 그들을 잡고 '늑대의 송곳니'라는 것을 잡화점에 가져다주게. 그러면 송곳니의 수에 따라 보상을 해주지. 보상으로 초보 유저들을 위한 이벤트로 랜덤선물상자를 준다네.”


이미 랜덤박스의 보상내용과 당첨확률에 대해서는 게임회사의 사이트에 공개되어 있으나 본좌는 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NPC는 친절한 손님이라는 콘셉트에 맞는 모든 행동을 수행한 본좌에게 친밀도 상승이라는 기계적인 인과관계 결과를 작업당하고 말았다.


"게다가 초보들을 위한 특별 이벤트 중인지라 잘만 하면 유니크 아이템도 얻을 수 있지. 그렇지만 자네 레벨이 낮아 보여 걱정이 되는군. 할 수 있겠나?"


주인장의 말에 본좌는 쾌재를 부르며 주인장의 손을 꼭 쥐었다. 본좌의 두 눈은 퀘스트를 해결하겠다는 일념으로 순수한 열정을 불태우는 듯했다.


"물론이죠. 너무 고마워요, 아저씨. 일행이 있어서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을 거예요. 다 같이 가서 잡으면 되죠.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잖아요."


방긋!


궁극의 미소. 동안의 미소년-처럼 보이는 청년-이 발휘한 미소 신공은 토끼와 사슴의 피 냄새를 풍기며 앉아 있는 타 유저들에게선 볼 수 없는 감동이었다.


레벨업에 목말라 제일 싼 가격의 맥주만 주문해 대며 빨리 퀘스트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는 진상 유저들에 둘러싸여 있던 NPC는 나이스한 본좌의 미소에 다시 한번 넘어가 버리는 오류를 저지르고야 말았다.


- 띠리링! NPC와의 친밀도가 1 올랐습니다.


때마침 울리는 소리에 본좌의 미소는 더욱 지어질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호감도작이 수월했다.


"그럼 퀘스트 수행하고 친구들 데리고 다시 올게요. 이따가 봐요~!"


친절히 감사의 인사와 함께 '아일비백'을 외치며 사라지는 본좌를 보며 주인장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자네도 몸조심하게. 허허허 허!"


아직도 술집 안에는 술을 달라고 외치는 수많은 유저들이 있었지만 친절하게 구는 천사 같은 외모의 유저와 작별 인사를 하는 주인장은 두 귀를 틀어막은 뒤였다.


술집의 문이 닫혔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걷히자 본좌의 얼굴이 바로 구겨졌다.


“카악! 퉷! 아으 소름 돋아.”


한낱 NPC를 상대로 애교를 떨었던 자신이 한순간 싫어진 본좌였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자괴감이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한 덕분에 빠르게 호감도를 높여 퀘스트 하나를 쉽사리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기계에게 애교를 떨어야 했던 자기 자신을 혐오하고 있던 본좌의 뒤로 '지존'이란 아이디의 사내가 따라붙었다.


"퀘스트는?"


지존의 질문에 본좌는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후후, 모든 것은 계획대로."


어찌 사람이 이리 바뀔 수 있다는 말인가. 순진한 주인장을 속인 것이 단순히 레벨업을 하고 돈을 취하겠다는 비열한 정신의 발로였을 뿐인가. 무참히 순정을 짓밟힌 주인장에게 애도를 표하도록 하자. 진정 야비한 미소가 무엇인가를 보여주며, 한 줄기 냉소와 함께 두 인영은 저 멀리 동쪽 숲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본좌와 지존은 한참을 이동했다. 이미 깊숙이 숲에 들어왔지만 둘은 아직 목표를 만나지 못했다.


“토끼 하고 사슴밖에 없네.”


“늑대는 꼬리도 안 보이는구먼.”


“이러다 사냥만으로 레벨업을 하겠어.”


밤이라 시야가 줄어들어 사냥이 쉽지 않았다. 게다가 퀘스트의 목표인 늑대는 보이지도 않는다. 무언가 움직이는 게 느껴져 다가가면 토끼와 사슴뿐이다. 토끼와 사슴을 잡으며 화를 내는 지존을 말리며, 본좌는 침착하게 사냥을 계속했다.


“조금 더 기다려보자. 아직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하지만 지존의 짜증은 멈추지 않았다.


“여기까지 들어오면서 사냥한 토끼하고 사슴만으로도 벌써 레벨이 올랐어. 이제 사슴 하고 토끼는 지겨워 죽겠는데 늑대는 코빼기도 안 보이네. 그건. 그렇고, 막상 늑대를 만나면 잡을 수 있을까?”


짜증과 걱정이 겹치자 지존의 이마에 주름살이 깊게 파였다. 그런 지존을 바라보며 본좌는 피식 웃었다. 그의 웃음에는 일말의 걱정도 담겨있지 않았다.


"너도 별 걱정을 다 한다. 이 퀘스트 해결하러 들어온 사람들이 우리밖에 없겠냐? 우리보다 고렙도 있을 거 아냐. 붙어서 사냥하면 되지."


물론 이들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사냥이라고 쓰고 스틸이라고 읽는다는 것을. 본좌의 말에 지존은 안심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들려온 미세한 소리에 지존의 귀가 반응했다.


"잠깐, 저쪽에서 소리가 들린다. 가보자!"


어찌 된 일인가. '가보자'라는 지존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둘의 신영이 신속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살수로 전직이라도 한 듯 신속하고 은밀한 움직임이다.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의 몸동작이라고는 볼 수 없는 안정되고 훈련된 자세였다.


둘은 발소리가 나지 않도록 몸을 숨긴 채 소리의 근원지로 접근했다. 소리의 근원지는 그리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었다. 둘은 신속하게 근처 나무 아래 몸을 숨기고는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았다.


"야합! 받아라, 늑대들아!"


"삼재검법 1 초식이다. 먹어랏! 빠샤!"


둘이 몸을 숨긴 나무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곳보다 약간 높은 고지대였다. 나무와 풀에 가려 소리의 주인공들은 지존과 본좌가 자신들을 보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열심히 사냥에 열중하고 있었다. 언덕 밑 분지에는 두 명의 인물이 수많은 늑대 떼에 둘러싸인 채 사냥을 하고··· 아니, 거의 당하고 있었다.


"젠장! 민수 네가 너무 많이 몰아와서 그래! 벌써 철수도 죽었잖아!"


"보채지 마라, 영희야. 많이 많이 몰아오라고 한 건 너였어! 게임하다 보면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지. 이번에 죽으면 일단 라볶이 하나 시키자."


그들의 대화 소리가 비교적 커서 언덕 위의 본좌와 지존도 들을 수 있었다. 둘은 미소를 지으며 밑의 상황에서 눈을 떼었다.


"후후, 전에도 이런 상황이 있었지······."


씁쓸한 듯한 말투. 지난 과거가 떠오른 것일까? 지존의 입에서 자못 자조적인 말투가 새어 나왔다.


"역시 이번에도······?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쩝."


"어쩔 수 없지. 상황이 그런 것을······. 하늘이 허락하신 걸 거야."


둘은 서로의 눈을 살며시 마주치고는 밑의 상황을 더욱 집중해서 지켜보았다. 말하는 와중에도 밑의 인물들은 늑대들과 싸우고 있었고 바닥에는 다수의 아이템들이 떨어져 있었다. 아마도 늑대들이 죽어가면서 남긴 아이템과 둘의 대화 속 철수란 인물이 죽으면서 떨군 아이템일 것이다. 지존과 본좌의 두 눈에 기광이 번뜩였다.


생각은 빨랐고, 행동은 더욱 빨랐다.






예전에 작업한 글을 다듬어 리메이크 한 작품입니다. 리메이크라기 보다는 리부트에 가깝습니다. 워낙 오래된 글이라 기억하시는 분도 없을 것 같지만,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런 쓰레기 같은 고인물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6 25 +2 23.12.11 346 2 12쪽
25 24 +1 23.12.10 351 3 12쪽
24 23 23.12.09 367 3 13쪽
23 22 23.12.08 365 3 12쪽
22 21 23.12.07 380 3 12쪽
21 20 23.12.06 403 3 12쪽
20 19 23.12.05 427 3 12쪽
19 18 23.12.04 437 3 12쪽
18 17 23.12.03 454 3 12쪽
17 16 23.12.02 471 3 12쪽
16 15 23.12.01 488 3 12쪽
15 14 23.11.30 508 3 13쪽
14 13 23.11.29 514 3 13쪽
13 12 23.11.28 535 3 13쪽
12 11 23.11.27 540 3 13쪽
11 10 23.11.26 577 4 12쪽
10 9 23.11.25 584 4 12쪽
9 8 23.11.24 597 5 12쪽
8 7 23.11.23 641 5 13쪽
7 6 23.11.22 688 5 13쪽
6 5 23.11.21 742 7 13쪽
5 4 23.11.20 820 8 12쪽
4 3 23.11.19 861 8 13쪽
» 2 23.11.18 1,005 10 12쪽
2 1 23.11.17 1,532 12 12쪽
1 00 23.11.16 2,079 16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