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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몽이™ 님의 서재입니다.

이런 쓰레기 같은 고인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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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몽몽이™
작품등록일 :
2023.11.15 19:02
최근연재일 :
2024.04.05 19:05
연재수 :
145 회
조회수 :
25,460
추천수 :
313
글자수 :
835,086

작성
23.11.17 19:15
조회
1,531
추천
12
글자
12쪽

1

재밌게 봐주세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말없이 스크롤을 내리던 사내가 반대편에 앉아 모니터를 응시하는 청년에게 물었다.


​ “야, 이거 할래?”


건너편 사내는 친구가 보내준 링크를 열며 스크롤을 돌렸다. 슥슥 스크롤을 내리다 한 문구에서 시선이 멈췄다.


​ [현존 최고의 AI에 의한 운영]


자연스럽게 스크롤을 이어나가며 사내의 입이 열렸다.


​ “싸네. 가차도 할만할 거 같고. 그런데...”


​ 사내의 미간이 깊게 패였다.


​ “그 게임도 버그 없다고 자랑했었지.”


“그때도 현존 최고의 AI에 의한 운영이라고 자랑했었어.”


“건방지지 않아?”


​ 두 사내의 눈빛이 잠시 마주쳤다. 신비로운 기류가 둘 사이를 흘렀다. 둘은 곧 마우스를 움직여 클릭했다.


​ [다운로드를 시작합니다.]


​ ...


...



​ 99%


​ 100%


​ 100%가 차기까지 묵묵히 마우스의 휠을 굴리며 이거 저거 보던 사내들은 인스톨이 완료되자 가상게임에 접속을 도와주는 헤드기어를 쓰고는 푹신한 의자에 몸을 눕혔다.


마치 드라큘라가 관에 눕듯이.


​ "그럼 시작할까?"


"이따 보자."


​ -안녕하십니까? 지존온라인에 접속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 "스킵"


​ - 주의사항을 말씀드리겠······.


​ "스킵"


​ 코리안 게이머는 주의사항 따위 듣지 않는다.


​ - 원하시는 아이디를 입력하십시오.


​ 사내는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앉아서도 내려다본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그는 모든 것을 오시하는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 "... 본좌."


​ - 해당 아이디는 사용이 가능합니다. '본좌'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아이디를 설정한 후에는 일체의 수정이 불가능합니다.


​ "사용하겠다."


​ - 아이디는 본좌, 레벨은 1입니다. 초보마을부터 시작합니다. 즐거운······.


​ "스킵“


​ 왁자지껄 소란스러운 광장 한가운데 갑작스레 나타난 두 인영. 익숙한 일인지 주변 사람들은 별 관심도 두지 않은 채 각자의 일에 열중할 뿐이었다.


​ 갑작스레 나타난 두 사람은 상당히 대조적이었다. 한 사람은 키가 작고 뼈밖에 없을 것 같은 가냘픈 체구의 소유자였지만 다른 한 명은 몹시 키가 크고 온몸이 터질 듯한 근육으로 가득했다.


​ "후아! 좋군. 오래간만이로군. 가상현실 게임이라······. 이게 얼마 만이지? “


​ 작은 체구의 청년이 입을 열었다. 음침한 목소리. 줄담배로 50년은 피워댄 성대라도 갖고 있단 말인가. 인간의 목소리가 어찌 이리도 음침하단 말인가.


​ "그러게 말이야. 하도 오래간만이라 기억도 잘 안 나는군. 그건 그렇고 말이야, 이 감촉 좀 느껴보라고. 저번 게임들과는 확실히 다른데? 아주 섬세해. 부드럽고 현실적이야."


​ 작은 체구의 사내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은 음침한 목소리로 게임의 사실성을 칭찬하는 청년의 모습에선 어쩐지 이해하기 힘든, 해서는 안 될 것 같은 광기마저 느껴진다. 덩치 큰 사내의 말에 작은 체구의 사내는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좋아, 좋아. 아주 만족스러워! 해볼 만한 게임이로군. 기대 이상이야. 이제 할 일은... 알고 있겠지?"


​ 덩치 큰 사내는 말없이 그저 빙그레 미소만 지어 보였다.


​ "그럼 게임을 시작해 볼까? 일단 아이템을 구하면서 천천히 레벨부터 올려보자고. “


​ 말을 마치고 그는 시야의 구석에 박혀 있는 아이콘 창을 눈으로 클릭해서 인벤토리를 눈앞에 열었다. 그는 주저 없이 인벤토리에 들어 있는 물건들 중 하나를 꺼내 들었다. 애초에 초보자 인벤토리에 기본적으로 지급되는 물건 따위 자세히 살펴볼 필요도 없다. 체력회복약 두 개와 돈 50냥, 단검 한 개가 있을 뿐. 그중 단검을 꺼내든 두 청년은 미소를 지으며 게임을 시작했다.



[제1장] 재주는 곰이 부리고 경험치는 두 놈이 챙긴다




스타팅 포인트의 마을 밖 초보 전용 사냥터. 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을 배려해 잡기 쉬운 몹들만 풀어놓은 곳이다. 게임의 사냥 튜토리얼을 해 볼 수 있는 정도의 쉬움 난이도 지역이지만 사람 사는 곳이 으레 그렇듯 이곳도 실랑이가 끊이질 않는다.


​ "당신 뭐야? 왜 남의 토끼를 스틸해? 한 대만 더 치면 죽일 수 있었는데··· 짜증 나게!"


"죄송해요. 전 이 토끼가 님이 찍은 건 줄 몰랐어요. 게임 처음 해서 잘 몰라서 그랬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한 번만 봐주세요."


​ 토끼를 스틸당한 유저는 상대가 작고 아담한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라 분노가 사그라드는 것을 느꼈다. 아담하고 귀여운 소년의 표정은 마치 고양이가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올려다보는 것만 같았다. 그 눈빛에는 진심이 담겨있었다. 상대의 말투에서도 정말로 미안한 기색이 느껴져 더 이상 실랑이를 벌이기도 애매했다.


​ "에이, 참... 다음부터는 조심하시오. 조금 더 떨어져서 사냥을 하든지! 에잇. 다 쳐놨는데. “


“정말 죄송해요.”


​ 투덜거리며 떠나가는 사내의 뒤에다 대고 90도로 허리를 숙인 소년은 정말 자신의 실수를 반성하는 듯했다. 스틸을 당한 사내는 기분이 언짢은지 다른 사냥감을 찾아 떠났다.


​ 그때였다. 갑자기 허리를 숙이며 깊이 사과하던 사내의 입 꼬리가 한쪽으로 말려 올라간 것은.


​ "후후, 멍청한 놈."


​ 부드럽기만 했던 애처로웠던 그 목소리. 정말이지 건드리기라도 하면 눈물이라도 흘릴 것만 같았던 소년의 목소리가 갑자기 끔찍하게 변해 버렸다. 이것이 과연 아까 화를 내던 사내를 향해 연신 죄송하다고 머리 조아리던 소년인가! 아니, 소년이라기보다는 청년이라 해야 할 것이다. 아이디가 '본좌'인 이 작은 체구의 청년은 과연 정체가 무엇 이관데 이렇게 비열하고 재수 없는 행동을 하는 것일까.


​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본좌의 스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키도 작고 마른 데다 동안이란 점을 적극 이용, 스틸을 해놓고서는 상대의 동정심을 사 유유히 경험치를 챙기는 비열한 악행을 오랫동안 계속해 온 모양이다.


상대가 이미 다 잡아놓은 토끼나 사슴들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함으로써 경험치를 뺏어먹는, 일명 '스틸신공', 그리고 동물들이 떨어뜨린 아이템을 고렙의 도둑이나 암살자들도 흉내 내기 어려울 정도의 속도로 먹고 튀는 '먹자신공' 역시 아주 능숙하게 발휘하고 있었다.


게다가 양심의 거리낌이라곤 전혀 없이 수확물이 늘어나는 것에 오히려 무척 만족스러워하는 뻔뻔한 태도까지 보였다.


​ "어디 보자. 레벨이 벌써 7인가? 음, 아이템도 충분하군."


​ 슬쩍 상태 창을 열어 자신의 상태를 점검한 본좌는 귓속말 창을 열고는 자신의 절친한 친구인 지존을 불렀다.


​ [본좌->지존 : 나 7 레벨이다. 어디서 뭐 하고 있냐? 이제 슬슬 같이 하자.]


​ 귓속말을 보내자마자 어느새 본좌의 뒤로 나타난 지존은 본좌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미소를 지었다.


​ "귓속말 보낼 필요 없어. 나도 레벨 좀 올리고 너 찾으러 돌아다니는 중이었으니."


​ 본좌는 뒤로 돌아 지존이라는 청년을 바라보며 매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 "하하! 좋아, 좋아. 그럼 이제 이곳을 떠나볼까? 이제 뭘 하지?"


​ 본좌의 말에 지존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 "퀘스트나 하자. 여기서 남들이 찔러놓은 사슴만 먹고 있다 보니까 지겹다. 차라리 퀘스트를 해서 경험치 하고 돈을 버는 게 어때? 그 편이 레벨업도 빠르고 게임하는 맛도 나지 않을까?"


​ 지존의 의견이 좋다고 여겨졌는지 본좌는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럴까? 어디로 가지? 그래도 명색이 퀘스트인데 경험치 좀 팍팍 주는 게 좋지 않을까?"


"경험치야 많이 주면 좋지. 문제는 레벨이지. 다른 데서 파티로 끼워주겠어? 레벨이 낮은데."


"너 레벨 지금 몇이냐?"


​ 본좌의 말에 지존은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 "나야 방금 전에 7로 올렸지. 넌?"


​ 지존의 말에 본좌는 짧은 탄성을 내질렀다.


​ "으음, 그 짧은 시간에 레벨 7이라니······. 역시 너도 나하고 같은 방법으로 사냥했구나?"


​ 본좌의 의미심장한 말에 지존은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 "너도? 야 나도! 네가 말하는 그 같은 방법이란 게 내가 알고 있는 그 방법이라면 아마 맞겠지? “


​ 본좌는 자신의 절친한 친구 지존을 바라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 "크하하하! 역시 넌 내 친구일 수밖에 없어. 좋아, 좋아."


"흐흐, 우리가 몇 년 친구인데······. 그건 그렇고, 이제 퀘스트나 받으러 가자고."


"이왕이면 난이도 좀 높은 놈으로 잡자. 어차피 퀘스트 해결이야 어렵지는 않을 테니까."


​ 대화의 핀트가 이상한 것은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레벨 7의 유저 2명이 할 수 있는 퀘스트라고 해봐야 별 볼일 없는 퀘스트일 텐데 난도 높은 퀘스트를 어떻게 하겠다는 걸까. 어째서 퀘스트 해결이 쉬울 것이라고 하는 것일까.




* * *




펍. 일명 호프집 또는 술집. 술집이라고 해봤자 게임이기 때문에 실제로 알코올음료를 마실 수는 없다. 하지만 이곳에서 술을 사서 마시면 어떤 효과가 발생한다. 일단 술을 ‘마시면’ 눈에 보이는 효과가 발생한다. 체력이 떨어지고 스태미나 회복속도가 떨어지는 등의 효과가 발생한다.


​ 중요한 것은 술을 ‘사는’ 행위이다. 더 많은 술, 더 비싼 술을 사면 술집 주인의 호감도가 올라간다. NPC와의 호감도가 올라가면 제시하는 퀘스트의 양이 늘어나고 질이 높아진다. 때로는 레벨과 상관없이 좋은 퀘스트를 건네주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은 NPC가 게임사의 캐릭터 AI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 본론으로 들어가서, 술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술을 파는 이곳, 술집이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게임하기도 바쁜 게이머들이 술집을 찾는 이유는 술집에서 퀘스트를 받기 위해서이다.


​ ‘하지만 어느 세월에 술을 사서 호감도 작업을 하냐고.’


​ 게다가 초보다. 시간을 들이고 돈을 써서 퀘스트 수준을 높이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게다가 본좌라는 캐릭터의 탈을 쓴 이 인간은 성격이 급하고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편이다.


​ 게임 상의 NPC들은 모두 뛰어난 인공지능을 갖고 있고 상당한 지식이 저장되어 있어 쉽사리 유저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말이지.’


​ 본좌는 튀어 오르는 자기혐오를 억지로 쑤셔 넣으며 이 순간 최고의 배우로 빙의했다.


​ ‘이 녀석의 패턴은 이미 파악했다. 오는 손님 죄다 기억하며 오지랖을 부려대는 극강의 외향적인 성격. NPC주제에 게이머에게 게임 잘하려면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훈수질까지 두는 녀석이지. 그런 행동을 유저들이 싫어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달라붙기까지. 그런 주제에 퀘스트는 짜게 주기로 유명하지.’


​ 하지만 본좌도 일반적인 플레이어는 아니었다.


​ "잘생긴 주인장, 여기 술 한 잔 줘요. 종류는 아무거나. 물론 주인장이 파는 술들은 주인장 닮아서 다 맛있겠죠? 하하, 좋은 놈으로 부탁해요."


​ 오오라가 느껴진다. 퓨전이긴 하지만 나름 무협게임임에도, 타 게임의 팔라딘도 뿜어내지 못할, 빠져들 것만 같은 부드럽고 따스한 오오라가 느껴진다. MBTI 극 E의 친화력 오오라를 발동시키며 상큼한 미소와 함께 다가선, '본좌'라는 아이디의 유저.


​ 그의 얼음도 녹일 듯한 미소에 NPC 주인은 술잔을 나르는 고된 작업 중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몹시 업되는 것을 느꼈다.




예전에 작업한 글을 다듬어 리메이크 한 작품입니다. 리메이크라기 보다는 리부트에 가깝습니다. 워낙 오래된 글이라 기억하시는 분도 없을 것 같지만,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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