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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몽이™ 님의 서재입니다.

이런 쓰레기 같은 고인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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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몽몽이™
작품등록일 :
2023.11.15 19:02
최근연재일 :
2024.04.05 19:05
연재수 :
145 회
조회수 :
25,478
추천수 :
313
글자수 :
835,086

작성
23.12.03 17:05
조회
453
추천
3
글자
12쪽

17

재밌게 봐주세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말끝을 교묘하게 흐리는 악마의 시선이 아래를 향했다. 정확히는 황씨의 바지 밑단 부분.


움찔.


‘설마!’


에이, 아니겠지. 황씨는 긴장했다. 노숙자 생활을 하며 '나도 이 바닥에서 몇 개월 이상 굴렀네'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의 노하우를 쌓았다.


눈앞의 악마가 노려보는 곳이 어디인가. 그는 짐작할 수 있었다.


‘정말 투시능력이라도 있는 걸까?’


안 된다. 아니 된다. 그것만은 아니 된다. 더 이상 잃을 수는 없다.

 

‘숨긴 걸 눈치 챈 건가?’

 

제발 눈치 채지 못했기를! 그는 기도했고, 요행을 바랐다.

그러나 신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오늘따라 양말이 두툼해 보이는군요. 후후, 바지에 가려져 있다고는 하지만 얼마나 많이 넣어두셨으면 그렇게 볼록하게 튀어나왔을까요? 후후후후!"


입을 가리고 하늘을 향해 웃어대는 저 마소(魔嘯). 단순한 웃음이 아니다. 얼굴은 하늘을 향해 있지만 저 부엉이 눈처럼 동그랗게 떠져 있는 마안(魔眼)은 껌뻑이지도 않고 황씨의 눈을 노려본다.


“아아...제, 제길!”


황씨는 전율했다. 무서운 자. 악마.

저 인간은 분명 초능력으로 제6의 감각을 깨우쳤거나, 차크라를 수련해 심안을 열었거나, 선도를 쌓아 천안통을 사용하는 게 분명했다.


"으음··· 제발 봐주게. 나도 저녁은 먹어야 할 것 아닌가?"


황씨는 어떻게든 일말이 동정심을 구해보려 했지만 그것마저도 소용없었다.


"흠, 그런가요? 저녁 식사는 신발 밑창에 숨겨둔 돈으로 해결해도 될 것 같은데요? 아니면 그 가발 안쪽에 숨겨둔 돈으로 먹거나, 아니면 속옷 속에 숨겨둔 돈도 있을 텐데, 왜 굳이 양말 속에 있는 돈으로 저녁 식사를 해결하려 하시는 건가요?"


"헉! 어···어찌 그런······!"


정확하다. 투시능력이 있는 게 분명하다. 한 군데, 한 군데 모두 정답이다. 자신이 비상금을 숨겨놓은 위치를 너무 정확하게 맞추자 소름이 끼친 황씨였다.


그래서 절망했다. 모든 걸 알고 있다는 건 전혀 봐줄 생각이 없다는 뜻.

놈에게 하도 당하다 보니 먹이를 던져주고 피하려 한 거였는데, 노숙 생활로 익힌 노하우로 어떻게든 상황을 모면하려 했지만, 작전 실패였다.

 

‘돈을 숨기는 것까지 무용지물이라니. 저 악마의 능력은 어디까지인가.’


그의 앞에 서면 철저히 분석당하는 느낌이다. 마치 발가벗겨진 듯한 느낌이다. 무섭다. 누군가의 앞에서 자신의 치부가 낱낱이 드러나는 것만 같다.


"후후, 절 속이려는 생각은 하지 마세요. 저를 잘 아시는 분이 그런 얄팍한 수를 쓰다니요. 후후후, 아마도 고참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나 보죠?"


그의 질문에 황씨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멀리 모자를 뒤집어쓴 채 의자 뒤에 몸을 숨기고 있는 박씨 아저씨, 다른 노숙자들 뒤에 숨어 있는 김씨 아저씨, 그리고 신문을 보는 척하면서 신문 너머로 상황을 살피고 있는 최씨 아저씨···

 

황씨의 시선을 피하는 게 분명하다. 황씨의 시선이 스칠 때마다 움찔하는 게 보였다. 아마도 그들은 알고 있었으리라. 그들에게 나타난 작은 악마 앞에서는 그 어떤 속임수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경고하지 않은 것은 왜일까.

 

‘나만 당할 순 없지?’

 

그래. 그거 아니면 설명할 도리가 없다. 그래도 한 지역에서 어울리고 살아가는 사이다. 그런 그들이 무슨 억하심정이 있다고 자신에게 이런 해꼬지를 하겠는가.

 

아마 인간 본연의 심통 때문일 것이다. 억울해서이리라. 저들도 당했던 거다. 이 악마에게 당해 탈탈 털리고 나서는 새로운 희생양이 나타날 때, 자신만 당하는 게 아니라 다행이라는 얕은 안도감을 느껴왔던 것이다.

 

깨달음이 찾아왔다. 자신이 당할 때 유난히 빠르게 도망갔던 사람들이 누구였는지를. 그들이 어떤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는지를.


‘배신자들..’

 

배신감이 느껴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기도 했다. 자신이라도 그랬을 거다. 새로운 희생양이 당하는 모습을 보면 자신도 저들처럼 숨어서 웃으며 안도하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

 

치사한 보상심리가 뉴비들에게 이 악마에 대한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도록 막은 것이리라. '너도 한번 당해 봐라'라는 무서운 무언의 복수.


황씨는 비상금을 숨기려 했던 자신의 노력이 헛수고가 된 것도 화가 났지만, 꽤 친하게 지내던 이들에게서 받은 배신이 더 충격이었다.


그래서 태웠다. 허탈해서 남김없이 다 태웠다. 하얗게 태워버렸다. 일말의 후회도 없이. 일말의 그리움도 없이 품속의 동전과 지폐를 다 쏟아부었다. 그리고··· 다 잃었다.


“허허허.”


하지만 속은 시원했다. 이제 알 수 있었다.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정도 적응했다 생각했는데, 아직은 부족했던 거다.


하지만 오늘부로 황씨는 다시 태어날 것이다. 좀 더 성숙한 노숙자로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황씨는 결심했다. 자신은 그러지 말아야지. 선구자가 되어야지. 십자가를 지고 앞으로 몰려들 후배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해주어야지······.


떠나는 황씨의 뒤로 오후의 태양이 밝게 비춘다. 

 

여름이었다.


두 명의 악마는 공원에서 사라졌다. 30분도 안되는 시간에 황씨의 돈 4만3,000원과 봉사단체에서 나눠준 소보로빵과 흰우유를 들고.

 

“휴. 이번달도 잘 지나갔군.”

 

최소한의 희생자로 한달을 벌었다.

앞으로 한 달의 쿨타임이 있을 것이다. 여태까지 그랬다. 저들은 주기적으로 나타나 자신들의 비상금을 수확해 가니까.

 

그러므로, 예외가 생기지 않는 한 거센 폭풍은 한 달 뒤에 다시 몰아칠 것이다.


“다음달까지 돈 많은 뉴비가 들어와야 할 텐데.”


노숙자들은 자신들이 당하지 않기 위해 새로운 희생자가 공원에 유입되기를 기대하며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



"흠, 황씨 아저씨가 꽤 많이 갖고 있었네. 충분해. 4만3,000원이라··· 예상외의 수확이야."


"맞아. 저번 달에 번 것보다 거의 두 배는 번 것 같은데?"


"응. 하지만 저번 달에는 수확이 유난히 형편없었어. 하필이면 이씨 아저씨가 전날 소주를 마셨을 줄이야."


"하지만 이번엔 만족스럽잖아? 그러면 됐지 뭘."


"그래, 이 정도도 충분하지. 이제 학교로 가자."


공원을 떠나는 두 악마의 뒤로 오후의 태양이 뜨겁게 내리비추었다.

 그런데 학교라······?


<돈마나초등학교>


오후 2시가 되어가는 무렵이다. 지금쯤이면 초등학생들이 하교를 할 시간이다. 시계의 분침이 다섯 번가량 똑딱였을까. 학교에서 하교 종이 울려 퍼졌다. 기다렸다는 듯 꼬맹이들이 쏟아져 나온다.

 

“돈다발들이 쏟아져 나오는군.”

 

“어서 와라. 애송이들.”


두 악마는 지금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점심도 해결했겠다, 이제 본격적으로 돈을 벌 시간이다.


둘이 있는 이곳은 인근의 초등학교. 구체적으로 말하면 돈에 대한 가치관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아이들이 있는 곳. 사족을 덧붙이자면 부자 동네 한가운데 위치한 사립초등학교다. 그래서인지 애들이 다 부티 나게 생겼다.


교문 앞에 서 있는 둘의 뒤로 몇 명의 아이가 다가왔다.


"오랜만이군요. 정확히 한 달 만이네요."


아는 사람인가? 뒤의 꼬마가 말을 걸자 갑자기 주변이 싸늘하게 얼어붙기 시작했다.


"훗훗!"


뒤도 돌아보지 않고 웃는 남자. 꼬마는 발끈할 수밖에 없으리라.


"뭐죠? 왜 웃는 겁니까? 제가 그렇게 우습게 보입니까?"


사내는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아니야. 쿡쿡. 자, 그럼 가볼까?"


두 악마를 포함해 10여 명의 아이들이 동네 오락실로 들어갔다. 한 아이가 오락실 주인에게 뭐라고 말하자 오락실 주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가게로 일행을 들인 그는 가게 밖을 조심스레 둘러본다. 그리고는 오락실의 셔터를 내렸다.

 

“이쪽으로.”

 

가게 문을 닫은 마스터는 자신을 찾아온 손님들을 이끌고는 비밀의 방으로 이동했다.


지하실.

좁은 콘크리트 계단을 통해 내려간 곳은 지하실이었다. 하지만 여느 퀴퀴한 냄새가 나는 곰팡이 낀 지하실과는 달랐다. 환기가 잘 되는지 공기도 나쁘지 않았고 벽지도 깔끔했다.

 

지하 공간 중앙에 있는 건 평평하고 매끈한 나무 탁자

그리고 의자 몇 개가 주위에 놓여 있다.


나무 탁자 위에는 빛바랜 책이 한 권 있다. 표지에 쓰여 있는 글자는 '도덕'. 그렇다, 이것은 도덕 교과서다. 어느 학년에서 배우는지도, 언제 사용되었던 교과서인지도 모를 상당히 낡아 보이는 교과서.


그뿐만 아니다. 천장에 매달린 취조실 조명등의 불빛이 비껴간 한구석에는 작은 책장이 놓여 있다. 그 안에 쌓여 있는 것은 각종 교과서와 참고서, 그리고 문제집들이었다. 이것이 무엇인고?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훗, 오늘은 도덕인가 보군."


"음, 도덕이라··· 마침 잘되었군요. 제 전공이네요."


잠시 둘이 서로를 노려보았다. 강렬한 스파크가 튀었다. 덩치가 작은 악마와 한 소년이 탁자에 마주 보고 서자 그 외의 인물들은 모두 주변의 작은 나무 의자에 착석했다. 선수와 관중이 모두 모였다. 


공기 속에 긴장이 감돌기 시작했다.

한 달에 한 번씩 있는 대결. 이 대결에는 아무나 참여할 수 없다. 이 대결의 대표로 나가기 위해 초등학교 내에서는 매달 토너먼트가 열렸다.


학년별, 반별 토너먼트를 통해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간 열 명만이 사내와의 결전에 참여할 수 있었다.


딱 열 명! 그 이상도 이하도 참가할 수 없다. 오직 열 명의 도전자만이 한 달에 한 번 오락실 지하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자격을 입증한 실력자는 악마에게 도전할 기회가 생긴다. 

그리고 그날이 오늘이다! 한 달에 한 번 돌아온 그날이었다. 오늘을 놓치면 또 한 달이란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그럼 시작해 볼까? 누가 먼저 할까?"


청년의 물음에 초등학생 소년은 자신만만한 자세로 선공을 양보했다.


"후훗, 먼저 하시죠."


토너먼트를 통해 올라온 실력자답게, 소년은 자신 있는 미소를 보였다.

하지만.

사실, 이 허세 가득한 모습은 소년의 블러핑에 불과했다. 최고의 실력자 10명이 모여도 상대하기 힘들다는 악마다. 그 악마를 마주한 긴장감에 손바닥에 땀이 나버렸다. 젖은 손바닥을 말려야 최고의 기량을 뽐낼 수 있기에, 소년은 컨디션 관리를 위해 시간을 벌기 위해 선공을 양보한 것이었다.


“양보를 받는 건 오랜만이군.”


씨익. 악마가 미소 지었다.

도덕에 자신이 있다던 소년의 양보에 악마는 가소롭다는 듯이 비웃으며 손을 풀었다.


“나에게 양보라니. 대단한 자신감이군. 하지만 그 만용만큼이나 실력이 따라줄지는 모르겠군. 내가 먼저 시작하면, 과연 너에게 기회가 돌아올까?”


움찔.


순간 소년은 당황했다. 하지만 기선을 제압당할 수는 없었다.


"음, 물론 제가 여태껏 이겨본 적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너무나 잘 알고 있죠. 하지만! 오늘의 저는 과거의 제가 아닙니다! 오늘은 제 상대가 당신이라 하더라도 지지 않습니다. 이길 겁니다! 겁니다! 겁니다! 겁니······!"


소년의 말이 좁은 지하실 벽을 타고 메아리쳤다. 깍지를 낀 채 유심히 소년을 바라보던 작은 체구의 사내의 한쪽 입꼬리가 귀밑까지 올라갔다.


"후훗, 재미있군. 시작할까?"


순간 악마와 소년은 동시에 주머니에 손을 넣고선 반짝이는 동전을 꺼냈다. 그리고 두 개의 동전은 도덕책 위에 나란히 놓였다.


"시작은 500원빵부터입니다. 한 판이 끝날 때마다 두 배씩 금액을 올립니다."


심판은 오락실 주인인가.

어느새 턱시도로 갈아입은 오락실 주인은 차가운 얼굴로 시합의 개시를 선포했다. 평범한 오락실 주인이 아니었다. 하우스를 제공하면서, 공정한 대결을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심판을 봐주기도 하는 기인이었다.

 

가끔 초등학교 학생들이 대결이 없는 날 몰려와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정을 해달라며 뇌물을 줄 때도 있지만 항상 거절하던 그였다. 공정하게 심판하는 것이 하늘이 내려준 자신의 소명이라 믿는, 믿을 수 있는 자였다.

 




예전에 작업한 글을 다듬어 리메이크 한 작품입니다. 리메이크라기 보다는 리부트에 가깝습니다. 워낙 오래된 글이라 기억하시는 분도 없을 것 같지만,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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