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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몽이™ 님의 서재입니다.

이런 쓰레기 같은 고인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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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몽몽이™
작품등록일 :
2023.11.15 19:02
최근연재일 :
2024.04.05 19:05
연재수 :
145 회
조회수 :
25,463
추천수 :
313
글자수 :
835,086

작성
23.11.28 19:05
조회
534
추천
3
글자
13쪽

12

재밌게 봐주세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남의 슬픔은 나의 기쁨,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이 말이야말로 지존과 본좌의 신념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신념문제가 아니라면 일반적인 인류와는 다르게, 놀부의 후예들로서 5장6부가 아닌 5장7부, 즉 '욕심부' 또는 '심술부'라는 것을 갖고 있는 신인류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사랑하는 연인들을 볼 떄 괴로워 하거나 자신보다 잘난 사람의 존재를 견디지 못한다는 점 역시 그들의 성품을 알게 해주는 요소다. 


그런 그들에게 이제 슬슬 파탄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는 커플들을 눈앞에 두고 회개하라는 것은 진정한 '어불성설'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말도 안 되는 일이리라.


그저 지존과 본좌의 계략에 빠져 서로에 대한 믿음 저버리기를 주저하지 않는 4인방이 불쌍할 뿐이다.


여섯 명의 인물들은 이제 철수의 주도로 더욱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는 중이다. 사실성을 중시하는 제작사 측의 노력이 광활한 필드를 만들어냈다. 맵이 너무 넓어서 이동이 힘들다는 유저들의 불만도 있기는 하지만, 뭐 어때? 지금 이순간만큼은 맵이 넓어서 더 좋은 상황이다.


성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지존과 본좌의 계략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고, 그것은 그들에게 기쁨이 될 것이다.


여태까지 나타난 몹 정도라면 자신들의 실력으로도 쉽게 도망칠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걱정거리가 되지 못했다. 만약 상황이 조금 더 어려워진다 하더라도 회복약과 스태미나를 올려줄 약도 꽤 갖고 있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걱정거리가 되진 않는다.


여태 지존과 본좌가 사냥하면서 먹은 단약 조차도 4인방에게서 공급받은 물량이었으니 그들의 인벤토리에는 조금의 손실도 없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두 녀석의 상태는 사냥하러 나온 순간처럼 반짝반짝한 새삥 상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말인즉 그들은 현재 최선의 전력상태를 전력으로 유지중이라는 거다.


그렇기에 겁이 없다. 겁이 없기에 과감하게 움직일 수 있다. 한 200발짝 정도 더 걸었을까. 지존과 본좌의 기도가 메인 컴퓨터를 감동시켰는지 사방에서 풀숲을 헤치며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타 유저를 만났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일반적인 상식으로 볼 때 유저가 ‘크오오오’하고 외치고 다닐만한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젠장, 왠지 포위당한 듯하군."


"음, 위험할 것 같군. 괜찮겠어, 순이야?"


"응, 아직까진 회복약도 좀 남았고··· 위험할 땐 네가 지켜주면 되잖아!"


순이는 아직까지 민수에게 믿음이 남았는가! 이래서는 안 된다. 지존과 본좌는 둘의 대화를 듣고는 아주 약간 당황하고 말았다.


[안 된다. 이래서는 안 돼. 아직까지 저런 믿음이······!]


[지존! 이번이 기회다. 사방으로 곰탱이들이 몰려온 지금 상황이야말로 기회다. 한 명을 제거해야겠다. 먼저 한 명을 공략해서 무너뜨리는 것이 좋겠어!]


[음, 그렇군. 그런데 누굴?]


[글쎄. 지금 상황에선 철수와 영희 커플이 더 손쉽지 않을까?]


결심이 서자 철수와 영희를 노려보는 둘의 눈에 독기가 서렸다. 철저한 계산과 냉철한 판단력을 앞세운 지존과 본좌에게 그들은 당하리라. 당하고 말리라.


"크오오오!"


갑자기 풀숲 속에서 무언가가 민수를 향해 공격을 시작했다.


"피햇! 맙소사, 반달곰이다!"


"이···이런, 안 돼! 다 죽을 거야! 저놈은 렙 50에도 힘든 놈이라고!"


"으으, 이미 늦었어. 피할 수 없어. 사방에 놈들이 가득해."


메인 컴퓨터가 둘의 기도에 감동 받은 것이 틀림없다. 레벨 50이 넘는 사람들이 최소한 두셋이 달라붙어야 겨우 잡을 수 있다는 반달곰! 그것이 무려 다섯 마리나 튀어나온 것이다. 게다가 진법이라도 배웠는지 오망성을 그리며 여섯 명의 유저에게 접근하는 그들에게서는 무시하지 못할 살기가 흘러나왔다.


[후후후, 조금은 위험한 것 같군.]


[음, 다섯 마리라······. 도망가는 건 가능하겠지만 맞서싸운다는 것은 자살행위다.]


[하지만 너무 아까운 기회다. 놓치면 다신 잡기 힘든······.]


[알고 있다. 선택을 해야 한다! 더 지체할 시간이 없다.]


결정은 내려졌다. 지존과 본좌는 선택했고 행동은 빨랐다. 가장 가까이 다가선 반달곰의 무릎 부위를 향해 검과 도를 내리쳤고, 반달곰은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손을 휘둘러대기 시작했다.


"어서 공격해요! 완전히 포위되기 전에 사방으로 산개해서 싸워요!"


선택··· 그것은 커플 말살작전이었다. 이들이 곰에게 달려든 것은 죽으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도망이냐 커플 파괴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서 커플 파괴를 선택한 것이다.


죽으면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굳센 결의로 곰에게 달려드는 그들에게서 커플 파괴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신념이 얼마나 굳센지 느낄 수 있다.


"이···이런! 민수! 너는 순이 씨하고 왼쪽으로 가라. 나하고 영희가 오른쪽으로 갈게!"


"알았어. 살아서 보자."


아직 다행히도 반달곰들에게 완전히 포위되지는 않았다. 곳곳에 틈이 있다. 하지만 곰들은 현재진행형으로 포위망을 빠른 속도로 좁히고 있다. 살아나기 위해서는 포위되기 전에 한두 마리라도 죽여 포위망을 느슨하게 만들고 각자 도주해서 한명이라도 살아날 확률을 높이는 방법 뿐이다.


물론 충분히 승산이 있는 일이다. 네 명을 제외하고서라도 지존과 본좌의 레벨은 30을 넘어선 지 오래였고, 아이템도 풀세트로 장비하지 않았던가. 회복약도 넘쳐난다.


게다가 민첩성이 무기인 그들에게 공격력만 무지하게 셀 뿐 속도는 그다지 빠르지 않은 곰들은 어쩌면 쉬운 상대일 수도 있었다. 물론 자신들의 능력을 철저히 감추고 모든 부담을 네 명에게 떠넘기려는 지존과 본좌가 이 싸움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를 일이지만.


푸욱!


"쿠오오오오!"


급소 시스템은 정말 매력적인 장치이다. 선방으로 우세를 점한 지존의 도와 본좌의 검이, 느리긴 하지만 어느 정도 기동성을 살려주던 곰의 다리를 베자 곰은 아예 땅바닥에 주저앉은 채 본체의 앞과 옆 부위로만 팔을 휘저어댈 뿐이다.


당연히 바보가 아닌 이상 곰의 정면에서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지존과 본좌는 재빠르게 곰의 뒤로 돌아가 사정없이 검과 도를 날려댔고, 엄청난 체력을 자랑하던 곰도 본좌의 독고9검에는 비명에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 마리의 곰이 사라졌다고는 해도 사태는 여전히 긴박했다.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뉘어 곰들에게 몰리지 않기 위해 분산을 시도했던 네 명은 어느새 곰의 엄청난 힘에 한곳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이런··· 영희야! 잘 막아봐! 아악! 이런 젠장!"


"나보고 뭐라 그러지 말고 너나 잘해! 남자면 이럴 때 여자를 지켜줘야 되는 거 아냐!"


"으윽, 젠장! 피가 반이나 닳았잖아! 야! 영희 네가 말 시켜서 맞았잖아. 젠장!"


"뭐야! 너 지금 내 탓 하는 거야!"


인간이란 매우 나약한 존재다. 그리고 매우 이기적이다. 그래서 손해보기 싫어한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 할지라도 자신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생기면 모든 시련을 상대에게 떠넘기며 나 몰라라 한다. 심지어 현생도 아닌 게임 속 상황일 뿐이라 하더라도.


게다가 이들은 이미 지존과 본좌의 공략으로 인해 어느 정도 어긋나기 시작했던 사이가 아니던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면서 둘은 각자 자신만의 안위를 생각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결국 파국을 향해 치달리는 전주곡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상태는 민수와 순이 커플도 마찬가지였다.물론 아직까지는 서로 도와주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는 서로에 대한 배려라는 것이 제대로 작용하기 힘들 뿐이다.


대신 공격해 준답시고 서로의 공격 범위 안으로 각자의 검을 날려대던 민수와 순이는 좋은 기회들을 놓치며 불협화음을 이루기 시작했다. 합격도 해본 경험없으면 손발이 꼬이기 마련이다.


"민수야. 그쪽이나 신경 써! 이쪽은 내가 알아서 할 수 있다고! 괜히 방해만 되잖아!"


"나···나는 그저 널 지켜주려··· 헉! 이런, 젠장! 헉헉!"


순이의 짜증에 무언가 대꾸를 하려다가 곰에게 한 방을 허용했기 때문일까! 땅바닥을 데굴데굴 굴러다니다가 힘겹게 일어선 민수의 눈에는 체력이 거의 다되었음을 나타내는 빨간색 점이 깜빡거리고 있었다.


[후후, 잘돼가는군. 우리가 나서지 않아도 되겠어.]


[이제 곰사냥만 남은 건가? 아이템이 후하군.]


어려운 사냥으로 손발이 어지러울 법도 한데, 이런 상황 속에서도 지존과 본좌는 곰사냥보다는 네 명의 연인을 깨버리는 데 더 관심을 두고 있다. 역시 고인물들이다.


위태위태한 네 명을 돕기 위해 지존과 본좌가 곰들의 뒤를 공격하자 상황은 슬슬 바뀌기 시작했다. 단순히 가운데 몰아넣은 먹잇감-네 명의 유저-에만 신경 쓰던 곰들은 예상치 못하게 뒤를 공격당하자 흥분하기 시작했다.


열심히 자신의 뒤에서 독고9검의 초식을 연마 중이던 본좌에게 화가 난 곰은 크게 포효를 하며 힘껏 앞발을 휘둘렀다. 하지만 육중한 몸을 돌리며 팔을 풀스윙해 대는 곰에게 맞을 정도로 본좌가 느리지 않다는 것이 곰에게는 악영향으로 작용했다.


곰의 팔을 피해 낮게 앉았다가 일어나는 것만으로 본좌는 곰의 공격을 손쉽게 피했다. 네 명은 본좌가 만들어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철수는 자신을 무시한 채 뒤편의 본좌에게 주먹을 날리는 곰을 힘껏 찔러대기 시작했다.


"크오오오오오!"


어그로가 튕겨대자 정신이 사나웠는지, 곰은 몹시 화가 난 듯했다. 자신의 시야에서 빠르게 도망 다니는 '날파리' 때문일까? 본좌를 공격하던 곰은 급격히 자신의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지만 앞뒤에서 공격하는 적을 동시에 상대하기엔 자신이 너무 느렸기에 하늘을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한 마리가 쓰러졌다. 그러자 사냥은 더 쉬워졌다. 철수와 본좌의 합동 공격에 의해 한 마리가 사라질 무렵 또 한 마리의 곰이 구슬픈 비명을 지르며 메인 소스로 강제 귀환당하고 말았다.


지존은 도대체 곰의 뒤에서 무엇을 한 것일까. 이것이 정녕 인간의 공격일 수 있단 말인가. 지존의 도가 곰의 어디를 어떻게 했는가!


지존에게 공격당한 곰은 갑자기 번개에라도 맞은 듯 몸을 움찔하더니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지존의 도가 곰의 토실토실한 엉덩이와 엉덩이의 사이의 깊은 계곡에 힘껏 박히자 선 채로 죽었다.


아아, 곰은 누구를 원망해야 하는가. 급소 시스템을 만든 제작사를 원망해야 하는가, 자신을 찌른 유저를 원망해야 하는가. 몹으로 태어나 짧은 생을 원망 속에 마감하는 곰이었다.


물론 덩치가 어마어마한 반달곰이 지존의 도 한 방에 죽은 것은 아닐 것이다. 심각할 정도의 스턴에까지 걸리기는 했지만 결정적인 것은, 멈추어 버린 자신의 몸에 연속적인 칼질을 해댄 순이의 공격이 쌓인 덕분일 것이다. 비록 마무리는 지존이 꽂혀 있는 도의 손잡이를 90도 정도 돌릴 때 발생한 것 같기는 하지만.


"아악!"


하지만 곰들이라고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애초부터 합격진을 이루며 몰이사냥을 시작할 정도로 동료애가 있었던 반달곰들이었다. 함께 온 동료들이 하나 둘씩 당하기 시작하자 원수를 갚기 위해 더 힘을 내기 시작한 것 같다.


곰들의 거칠어진 공격에 철수가 난도질을 당할 무렵 영희는 결국 혼자서 곰 한 마리와 대치해야만 했다.


레벨 40도 안 되는 영희가 50대 세 명 정도는 있어야 그런대로 편하게 잡을 수 있다는-물론 지존과 본좌처럼이 아니라 정정당당히 정면에서 맞장 뜨는 방식으로-반달곰과 1대 1로 맞서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다. 그 결과 크게 한 대를 허용한 영희는 격전지에서 이탈당하며 눈앞이 회색으로 물드는 경험을 할 수밖에 없었다.


you die

영희 게임오버.


하지만 열심히 곰을 난도질하던 철수는 미처 영희가 날아가는 모습을 보지 못했고, 죽어가던 영희는 자신을 보기는커녕 자신의 죽음을 기회 삼아 곰의 등을 신나게 난도질하는 철수의 뒷모습을 한 서린 눈빛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철수의 뒷모습만 보느라, 사라져가는 자신을 향해 야비한 미소를 짓는 두 명의 인영을 보지 못한 것은.




예전에 작업한 글을 다듬어 리메이크 한 작품입니다. 리메이크라기 보다는 리부트에 가깝습니다. 워낙 오래된 글이라 기억하시는 분도 없을 것 같지만,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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