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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몽이™ 님의 서재입니다.

이런 쓰레기 같은 고인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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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몽몽이™
작품등록일 :
2023.11.15 19:02
최근연재일 :
2024.04.05 19:05
연재수 :
145 회
조회수 :
25,476
추천수 :
313
글자수 :
835,086

작성
23.12.04 19:05
조회
436
추천
3
글자
12쪽

18

재밌게 봐주세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DUMMY

“시작은 네임리스 데빌부터! 스타트!”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선수 호명을 받은 청년이 심판의 호명에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크, 크다.”


초등학생 소년은, 분명 키가 작은 편이었던 상대방이 문득 크게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의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 오락실 주인이 청년의 링네임을 ‘네임리스 데빌’이라고 불렀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청년은 소년에게 와서 이름 없는 악마가 되었다.


꿀꺽.

청년이 내뿜는 기세에 놀랐는지, 자리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는 소년들 사이에 긴장감이 돈다. 


“저것이, 전설!”


누군가 조용히 읊조렸다. 

그렇다. 청년은, 이름 없는 악마는, 전설이다.

이쪽 세계의 전설이다.

 

한 달 만에, 봉인되었던 전설이 다시 깨어나기 시작했다. 네임리스 데빌. 누구인지 아무도 모른다. 언제 어디서 왜 나타났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의 실력이 전설급이라는 사실만이 회자될 뿐.

 

그리고 악마는 혼자 다니지 않는다. 안전상의 이유 때문인지, 항상 보디가드로 데리고 다니는 동료가 있다. 그 동료는 덩치가 컸고 근육질이었기 때문에 다들 자이언트 데빌이라 불렀다.

 

이 악마들은 늘 함께 움직인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초등학생 소년들의 도전을 받아주기 위해 오락실에 들린다. 이게 초등학생들이 두 청년에 대해 아는 유일한 정보다.


그들은 자비가 없다.

가끔 그런 일이 있다. 승부에 승복하지 못하고 악을 쓰는 꼬맹이가 나오는 경우가.

 

가져온 돈을 모두 잃은 애송이가 엄마한테 혼난다면서 개평 좀 나눠달라고 달려들떄가 있다. 그러나 그런 모든 시도는 자이언트 데빌에게 막혔다. 100원만 달라고 호소했던 모두는 결국 어깨를 늘어뜨린 채 어머니의 회초리를 감내해야 했다.


“데블스 터치!”


악마가 기술명을 외치며 손바닥을 내리찍었다.


쾅!


악마의 손바닥이 도덕책을 가격했다.

순간 도덕책에 쌓여 있던 먼지가 피어오르며 동전의 행방을 가렸다.


데빌스 터치. 익숙한 기술명이다. 악마가 자주 사용하는 기술로서, 판치기에 사용되는 책의 상태를 나노 단위로 분석해서 찰진 손바닥으로 전체 동전에 충격을 전달해 초전도체마냥 띄워 올리는 기술이다.


결과는?


!!!


!!!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다. 


도덕책 위의 상황을 확인한 심판이 큰 소리를 내며 승부를 가렸다. 


“원빵! 네임리스 데빌의 선수! 원빵! 넥스트 스테이지!”


원빵!

원빵!

첫판부터 원빵이 터졌다.​

그렇다. 원빵이었다. 원터치에 끝났다.

 

“크윽.”

 

과연, 명불허전의 데빌스 터치다.

동전을 잃은 소년이 침음성을 흘렸다.

 

“다음!”

 

다음 동전이 올라왔고, 다시 악마의 손이 올라갔다.

올라간 손이 정점에 이르자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정적이 일었다.

이번에 성공하면 판이 또 두배로 커진다!


쾅!


악마의 손이 교과서를 내리쳤고 수많은 동전이 튀어 올랐다.

튀어 올랐다 낙하하는 모습들이 마치 은빛 잉어들이 물 위로 튀어 오르는 듯하다.

 

하나둘씩 낙하하는 동전들.

어떻게 되었는가!

 

모두가 넘어갔다. 앗! 아니다, 하나가 남았다.

아직 하나가 제자리에서 회전하고 있다! 앞이냐 뒤냐! 절체절명의 위기!

 

만약 이번 판마저 한 번에 전부 넘긴다면 소년은 한 번의 기회조차 잡지 못하게 된다. 손도 대지 못하고 판돈을 상납하고 물러나야 한다.

 

“제, 제발!”

 

과연 어찌 될 것인가! 자신에게 기회가 돌아올 것인가!


 악마도 사람이다. 실력이 아무리 출중하다 해도 이 많은 동전을 한 번에 넘기는 건 쉽지 않을 거다.


동전이 한 개라도 남아있다면 자신에게도 기회는 온다.

기회만 온다면! 기회만 온다면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을 터다.


소년은 간절한 마음으로 동전이 멈추길 기도했다.


스윙. 스윙.

슬슬 동전의 회전이 느려져 간다. 휘청대며 슬슬 방향성을 보이는 동전.

위인가? 아래인가?

​소년은 기대감에 점점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동전의 회전으로 고조된 정적이 깨졌다.

악마가 입을 연 것이다. 악마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했다.


"후후, 잘 봐두도록. 이것을 '데빌스 모멘트'라고 하지. 악마의 순간. 후훗,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소년은 고개를 들었다. 악마는 웃고 있었다. 데빌스 터치에 이은 또 하나의 기술!

 

“어, 언제 기술을!”

 

그럼 이게 다 저 악마의 장난이라는 말인가. 상대에게 기대감을 갖게 하기 위해 일부러 동전 하나에 회전을 걸었단 말인가!

 

“그, 그렇게 섬세한 터치가 가능할 리가!”

 

데빌스 모멘트! 아아···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니··· 어찌 이리도 잔인한 기술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자신이 할 수 없다고 해서 상대방에게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훗. 애송이로군.”


아아. 세상은 넓다. 고수는 많다. 그리고 그는 이쪽 세계의 정점.

한창 자라나는 초등학생의 작은 기대마저도 무참히 농락하는 악마. 그리고 그 악마의 기술.


소년의 눈앞이 캄캄해졌다.

 

“내가 졌구나.”


이길 수 없다. 이런 나노 컨트롤이 가능하다면 소년에게 차례가 돌아올 리가 없다.

​눈앞의 사내는 자신의 레벨이 아니다. 자신은 겨우 학교 내에서 지존을 다투지만, 악마의 실력은 이미 최소 전국구다. 

 

소년의 눈에서 한 줄기 이슬이 떨어졌다.

​주위에서 구경하던 소년들의 입에서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자신들의 미래가 눈앞에 보인다.

 

이미 지하실에 내려온 이상, 승부를 보기 전에는 나갈 수 없다. 결전 정상에 참여한 이상 다 잃기 전에는 빠져나갈 수 없다.


 울고 있는 소년을 향해 악마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흘러나온 말은 너무나 냉혹했다.


"울어도 소용없다! 개평은 없다!"


울고 있는 소년의 가슴에 못을 박는 잔인함.

 

“아··· 네임리스 데빌···.” 

 

그의 잔혹한 말에 소년은 집에 계신 어머니의 환한 미소가 보이는 것만 같았다. 물론 웃고 계신 어머니의 손에는 자신을 향한 싸리나무 회초리가 들려 있겠지.



***



게임은 끝나가고 있었다.

열 명의 아이 중 여덟 명이 패배했다.

한때 기세를 타고 여섯 번 연속 스테이지를 원터치로 몰아가던 초등학생도 있었지만, 단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었다.


악마에게 턴이 넘어간 순간 게임은 끝이다.​

네임리스 데빌에게서 돈을 따는 방법은 단 하나. 선수를 쳐서 끊임없이 원빵을 쳐서 악마에게서 돈을 전부 가져오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 말로는 쉽다. 윷놀이로 치면 게임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연속으로 윷 아니면 모만 내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까지 하지 못하면 책에 손바닥을 올릴 기회조차 갖기 힘들다.

 

원 턴 킬로 유명한 데빌스 터치. 그리고 상대를 농락하는 악마의 조롱 데빌스 모멘트. 이 악마는 동정심이 없습니다.

단 두 개의 기술만으로 여덟 명의 자라나는 새싹들을 짓밟았어요!


그리고 판에 동전을 올린 아홉 번째 꼬마 역시 선 잡기에 실패하고는 판에 손도 대지 못하고 울면서 내려갔다.

 

네임리스 데빌이 먼저 시작하는 순간부터 상대는 도덕책에 손을 댈 기회조차 없었다.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교과서였는데, 오늘따라 그 교과서에 손 한번 대보는 게 소원이 됐다.

 

아홉번째 아이는 자신을 빤히 쳐다보며 조롱을 퍼붓는 악마를 원망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는 울면서 뛰쳐나갔다. "으앙, 엄마!"를 외치며 나갔다. 아니, 나가려 했다.

 

“모든 게임이 끝나기 전까지 나갈 수 없습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심판의 손에 저지당하기 전까지는 나갈 수 있을 줄 알았다. 아이는 울며불며 발광하다 결국 탈출을 포기하고는 자리에 착석했다.

 

다 큰 아이가 훌쩍이고 있지만 아무도 놀리지 않았다. 그들도 이미 속으로는 울고 있었으니까. 오늘, 아이의 세계는 무너졌다. 패배감 짙은 그림자가 쓸쓸히 얼굴에 드리워져 있었다.


이제 마지막 아이만이 남았다.


“호오.”


악마가 콧소리를 냈다.


“제가 먼저군요.”


열 번 쨰 소년이 선을 가져갔다. 이 소년은 운이 좋다. 선을 가져갔기에 적어도 악마를 상대로 책에 손바닥이라도 대볼 수 있으니.


네임리스 데빌은 선을 놓치긴 했지만 그다지 긴장하진 않았다. 눈앞의 꼬마가 어떤 실력을 갖추고 있건 간에 그는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저 이제 눈앞의 아이만 사라지면 거의 40만 원이 넘는 돈을 획득한 채 유유히 사라지면 될 뿐이니까.


첫판은 원빵이었다. 악마의 입에 미소가 걸렸다.


'흠, 꽤 하는군.'


두 번째 판도 원빵이었다.


'음, 자세가 괜찮은데?'


세 번째 판도 원 빵이었다. 세 번째 판을 원 빵으로 끝낸 꼬마가 악마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웃었다. 그저 단순한 웃음이 아니다.

 

이건 비웃음이다. 

그렇다, 그것은 비웃음이었다. 한쪽 입꼬리가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다. 악마의 한쪽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이···이놈의 꼬맹이가!'


악마는 심한 모욕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어서 자신의 턴이 돌아와 건방진 꼬마를 혼냈으면, 하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네 번째 판도 원 빵. 다섯 번째 판도 원 빵. 스트레이트 행진이었다. 이제 동전의 개수가 늘었다. 난도가 올라갔다.

 

꼬마는 여전히 입꼬리를 올린 채 웃었다.

​여섯 번째 원 빵이 나왔다. 

악마는 긴장하기 시작했다.


이제 스테이지가 끝날 때마다 두 배로 늘어나는 판돈은 액수가 장난이 아니다. 만 원, 2만 원, 4만 원, 8만 원, 그리고 다시 10만 원 시리즈. 10만 원, 이어지는 20만 원.

 

이대로 대여섯 번이면 게임이 끝나리라. 악마가 가지고 있는 모든 돈은 다 합쳐 50만 원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비록 초등학생들의 도박판이기는 하지만 동네가 동네다 보니 판돈도 상당하다.


주변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의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오락실 주인이 심판을 보고 있고 그 앞에는 판돈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서서히 동요가 일기 시작했다.


"우와··· 이번엔 악마가 지는 건가?"


꿈틀.

악마는 자존심이 상했다.


'이딴 꼬마들에게······!'


하지만 소년들은 입을 다물 줄 몰랐다.


"대단한데? 저 전학생 녀석! 상당한 실력이야."


"자세가 상당히 안정되어 있는걸?"


악마의 긴장은 점점 고조되었다.

하지만 그는 여유를 잃지 않고 상대를 철저하게 분석했다.

 

‘음? 이 녀석? 설마?’

 

관찰을 시작하자 곧 무언가를 눈치챘는지 묘한 미소를 지었다.


'호오, 그렇군. 아직 어리기 때문인가? 후후!'


악마는 고개를 들어 눈앞의 꼬마를 바라보았다. 꼬마 역시 악마를 바라보았다.


히죽.


다시 한번 웃는 꼬마. 하지만 악마 역시 소년을 보며 같이 웃어주었다. 철저한 자기 수련. 커플들 앞에서의 살인 욕구도 어느 정도 버텨내던 그였다. 이 정도 격장지계는 흥분 거리도 안 된다. 그저 당돌함의 극을 보이는 꼬마를 어떻게 요리하면 좋을까를 생각할 뿐이다.


게임은 계속되었고 꼬마가 입을 열었다.


"폴른 엔젤."


엔젤? 이게 무슨 말일까.

꼬마는 아주 작게 말했기 때문에 악마밖에는 듣지 못한 듯하다. 하지만 폴른 엔젤이란 말을 들은 악마는 내심 짐작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폴른 엔젤!'


폴른 엔젤. 그가 누구던가. 그는 한때 고등학생들을 상대로 엄청난 승률을 보이고는 엄청난 판돈을 거머쥔 채 마의 백수 레벨로 넘어간 메이저 리거였다. 강한 팔 힘과 숙련된 노하우로 전국의 백수들과 일전을 벌이던 그의 명성은 아직도 시들지 않은 전설이다.


폴른엔젤, 그는 메이저 리거 중에서도 상당한 고수 축에 드는 인물이었다. 이 바닥에서는 누구나 알아주는 존재였다. 대학을 졸업한 뒤 무려 7년간 백수 레벨에서 전쟁을 치르며 순전히 판치기를 밑천 삼아 가정을 꾸려나가던 프로 중의 프로였다.


하지만 그는 이미 잠적한 지 오래였다. 그런데 왜 지금 이 꼬마가 악마의 앞에서 폴른 엔젤을 말하는가!





예전에 작업한 글을 다듬어 리메이크 한 작품입니다. 리메이크라기 보다는 리부트에 가깝습니다. 워낙 오래된 글이라 기억하시는 분도 없을 것 같지만,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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