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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몽이™ 님의 서재입니다.

이런 쓰레기 같은 고인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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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몽몽이™
작품등록일 :
2023.11.15 19:02
최근연재일 :
2024.04.05 19:05
연재수 :
145 회
조회수 :
25,470
추천수 :
313
글자수 :
835,086

작성
23.11.22 19:15
조회
686
추천
5
글자
13쪽

6

재밌게 봐주세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DUMMY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도 많이 잡는다고 했던가. 레벨업을 위해 해가 뜨자마자 몹들의 체력을 깎아나가는 수많은 유저들을 바라보며 지존과 본좌의 얼굴에는 해맑은 미소가 걸렸다.


"누구야! 너, 이리 와봐! 너 왜 스틸해! 내가 지금 멧돼지 다 잡아놓은 거 안 보여? 죽고 싶냐?"


"헉! 정말 죄송해요. 몰랐어요. 그냥 시야에 돼지가 보이자마자 찌른 건데······."


"아우, 짜증 나. 아까도 그런 녀석이 있었는데 또 걸렸네. 아씨, 재수 없어!"


더욱더 깊게 고개를 숙이며 연신 죄송을 외치는 유저는 아마도 본좌이리라. 그리고 '아까도 그런 녀석이 있었는데'의 '그런 녀석'은 아마도 지존을 가리키는 것이 아닐까 싶다. 툴툴거리던 자가 뒤돌아 저 멀리 사라지자 본좌는 그자를 향해 양손을 들어 올리고 가운뎃손가락을 펼쳤다.


"참지 말고, 확 담글까? “


"참아, 참아. 아직은 즐길 때가 아니야. 그리고 초반에 좀 숙이고 그래야 나중에 더 큰 즐거움이 된다고. 알잖아. 고진감래 패턴으로 즐기기 위해 일부러 현질도 안 했구먼.”


“조금만... 조금만 지를까?”


“독고구검 익히더니 안달이 나나 보네? 좀 참아봐라. 초반에 꽉 막힌 듯한 느낌을 뚫고 나중에 한 번에 질렀을 때의 그 쾌감! 너도 알잖아. 우리가 돈이 없냐? 재미가 없지.”


“그래. 네 말이 맞아. 천천히 가야지 천천히.”


지존은 본좌의 어깨를 토닥였다.


"휴··· 심호흡, 심호흡, 휴··· 좋아, 좋아. 내가 참아야지. 그건 그렇다 치고, 이제 숲으로 더 들어가 보자. 여기 유저들도 어느 정도 눈치 깐 거 같다. 하긴, 우리가 여기 좀 오래 있었냐? 번갈아 가면서 스틸하니까 의심 산 거 같아."


본좌의 말에 지존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산으로 들어가자. 여긴 성에서 가까워서 고만고만한 얘들밖에 없으니 레벨이 잘 안 오른다."


"좋아, 좋아. 산으로 가자. 어느 방향으로 가야 나오지?"


본좌의 질문에 지존은 멀티 맵을 확대시키고는 꼼꼼히 살폈다.


"조금 더 서쪽으로 가면 조그만 산이 있을 거야. 음, 산이라기보다는 동산? 언덕이 맞겠지? 아마도 조금 높은 언덕들이 빽빽하게 늘어선 사냥터가 있을 거야. 그리로 가보자."


지존의 말에 본좌는 허리에 두 손을 올린 채 자신만만한 포즈를 취했다.


"좋아. 나 오늘 독고 9검의 숙련도를 최소한 +1은 시키고 나간다."


“너 그거 숙련도 높이는 거 재미 들렸구나?”


연 이틀째 게임만 하느라 두 눈이 쑥 들어간 지존은 숙련도 +1이 얼마나 엄청나고 무서운 발상인지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게임 폐인이라도 적당히 잠은 자야 살 수 있기에 지존은 본좌의 원대한 포부를 말리고만 싶었다.


"야, 야, 적당히 해라. 그건 무리다. 어? 야! 같이 가!"


하지만 본좌의 가슴속에는 뜨거운 열정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지존은 한숨을 쉬며 서쪽을 향해 뛰어가는 본좌를 쫓아갈 수밖에 없었다.



***



더 이상 늑대, 토끼나 멧돼지 따위는 그들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레벨은 이미 한 마리씩 돌아다니는 늑대나 멧돼지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 높지만, 앵벌이를 하기 위해서는 적당히 가난한 초보 행세를 하는 것이 좋다. 그러기 위해서 일부러 장비를 새로 사지도 않았고 수리하지도 않았다.


템세팅을 새로 하지 않으면 초보행세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레벨에 맞는 템빨을 받을 수 없다. 그래서 수치상의 방어력과 공격력은 형편없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쉽게도 몇 마리씩 몰려다니는 늑대 떼와 싸우기에는 약간의 무리가 있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누구인가. 레벨 20만 달성해도 탈출하는 초보마을에서 30이 될 때까지 스틸과 먹자를 하며 보낸 둘의 정성이 메인 시스템을 감동이라도 시켰는지, 그들의 스테이터스 창에는 꾸준히 보너스 포인트가 올라가고 있었다.


이 게임의 레벨업 시스템은 상당히 흥미롭다. 일단 레벨이 올라가면 5포인트가 주어진다. 그러면 유저는 민첩성이나 체력, 지력 따위의 능력치에 투자를 한다. 이것은 일반적인 게임의 스테이터스 창 관리와 같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가상한 노력이 곁들여진 경우, 예를 들어 핸디캡을 안고 열심히 싸운 경우, 또는 머리를 써서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본 경우 등에는 따로 주어지는 추가 포인트가 있다. 유저들은 이를 감동포인트라 불렀다. 유저의 막일, 잔꾀를 시스템이 알아줬다고.


메인 컴퓨터가 판단하기에 유저가 머리를 많이 써서 사냥을 했다면 지력이 1이 올라간다. 예를 들어 몹몰이를 해서 절벽으로 몹들을 밀어 떨어뜨려 타격을 입힌다면 체력이나 근력보다는 지력 쪽으로 점수가 올라가는 것이다.


다른 경우도 있다. 자신보다 강한 몹을 오직 힘만으로 밀어붙여서 이길 경우에는 체력이나 힘에 가산점이 붙게 된다.


지존과 본좌의 게임 스타일이 워낙 용의주도하고 은밀했기에, 둘은 다른 동급의 유저들보다 지력과 민첩성 등에 가산점이 많이 부여되었다. 하긴, 컴퓨터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방어력이 낮으니 오래도록 치고받을 수가 없다. 방어보다는 회피를 해야 대미지를 덜 받기 때문에 최대한 피하는 방향으로 행동을 반복하니 민첩스탰이 올랐다.


무기가 좋지 않아 기본 공격력이 부족하니 최대한 치명타를 입히기 위한 공격 방식을 반복했다. 스틸을 하기 위해서는 막타치는 타이밍에 익숙해져야만 했다. 자신의 속도와 상대방의 속도, 그리고 정확한 딜 계산을 해야만 막 타를 먹을 수 있었다. 누군가 이미 몹을 잡은 후라면 땅에 떨어져 있는 아이템을 들고 튀어야 했다. 민첩 스탯이 성장하지 않는 게 이상한 게임플레이였다.


그들의 캐릭터에 랜덤으로, 올라갈 수도 안 올라갈 수도 있는, 가산점 포인트가 꾸준히 쌓인 것은 그만큼 그들이 노력을(?) 했다는 증거였다. 물론, 여태껏 그들이 정직하게 사냥을 하기보다는 치사하게 게임을 했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할 수 있겠지만. 그건 다 취향 문제일 뿐인걸...


하지만 그들의 플레이 스타일이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여전히 둘이 합격술을 펼치며 플레이하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독고9검이란 최상승의 무공을 얻었기에, 기존보다 더 공격적인 플레이가 가능해진 것이다.


무공 숙련도는 단순히 레벨이 올라간다고 해서 따라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무한 반복을 해야 올라간다. 괴랄한 난이도의 막일이라는 문제가 있다. 물론 요령은 있다. 타격 횟수 대비 타격 성공회수란 법칙이 적용된다. 그래서 MISS 띄우지 않고 잘 맞추면 숙련도가 잘 올라간다. 그리고 하급 무공일수록 숙련도가 잘 올라간다.


하지만 하급무공에 시간을 쏟는 사람이 적은 이유는, 동일한 시간 동안 노가다를 해도 하급 무공보다는 상승 무공이 더 큰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몹을 잡을 때보다는 PK를 할 때 숙련도가 더 올라가는 것도 이 게임의 특성이다. 몹도 열심히 잡았지만 그동안 꾸준히 유저들을 잡아온 둘은 상승무공은 상승무공대로, 하급무공은 하급무공대로 숙련도를 잘 키우고 있었다.


"아무래도 단도 두 자루로 늑대들을 상대하는 건 어려운걸."


지존이 말하자 본좌가 땀을 닦는 듯한 행동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토끼나 멍멍이, 돼지는 레벨 차가 심해서 아무리 잡아도 소용이 없잖아. 감동포인트 작업이라도 하려면 이렇게 페널티라도 넣어야지. “


본좌는 손에 들고 있던 단검을 던지며 말을 이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늑대 정도가 최선이야. “


”숙련도 좀 키우겠다고 이런 걸 들고 때려서야 대미지가 뜨나... “


"그건 그렇지. 그나마 늑대가 다른 녀석들에 비해 경험치를 많이 주니까. 그건 그렇고, 이렇게 우리 손으로 직접 사냥을 해본 것이 도대체 얼마 만이지?"


”...! “


정상적인(?) 플레이가 너무 오랜만이어서 일까. 본좌는 노동의 즐거움을 잠시 만끽했다.


‘정직하게 농사지어 수확물을 거두는 농부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


사실 그들은 게임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항상 2인 1조로 움직였다. 생각이 비뚤어진 그들이다. 일상이라고 해서 행동을 바르게 할 리가 없었고, 그들에게 있어 정당한 방법으로 무언가를 취득한다는 것은 쉽사리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느 정도냐 하면 만약 그들이 정당한 방법으로 노동을 해서 대가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알고 있는 사람들로 은 아마 그 사실을 믿지 않을 수도 있을 정도다.


그런 그들이 이렇게, 직접, 고레벨의 늑대-레벨 10~15 정도부터 잡을 수 있다-를 불량한 장비를 가지고 잡아대고 있는 것은 아무 데서나 볼 수 없는 진귀한 풍경이라고 할 수 있었다. 스스로 고난을 짊어지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라니. 그들을 아는 이들로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아무튼 가산점 포인트를 얻기 위해 멀쩡한 무기를 버려두고 힘들여 단검으로만 힘겹게 사냥하는 둘의 노력은 대단한 것이었다. 둘의 대화가 이루어지는 바로 이 순간에도 그들의 주위로는 늑대들이 계속 몰려들고 있었다.


늑대는 선공형 몹으로, 유저가 먼저 공격하지 않더라도 자신들의 시야에 들어오면 먼저 선제공격을 한다. 그렇기에 조금씩 움직이며 일부러 어그로를 끌어 끊임없이 늑대 무리를 상대하고 있는 본좌, 지존 일행의 주위로 늑대들은 계속 몰려들 수밖에 없었다.


적당히 몹몰이를 하려고 했건만 생각보다 늑대가 많이 모이자 지존과 본좌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흠, 이번엔 조금 힘들 것 같군. 대략 네 무리 정도야. 못해도 스무 마리라······."


본좌의 말에 지존은 투덜거렸다.


"쳇, 방어구나 좋은 것으로 맞출 걸 그랬나? 낙양성에 들어갔다 나올 걸 그랬어."


”조금 귀찮아지겠네. “


지존의 말에 본좌는 한숨을 쉬며 무기를 강하게 감아쥐었다.


"지나간 과거를 아무리 탓해도 소용없지. 일단 싸우고 보자고."


늑대가 선제공격을 하자 지존과 본좌는 등을 맞대고 늑대들과 공방을 주고받았다.


태극권에도 도법이 있기에 여타의 상급 무공을 익히지 않은 지존도 도를 사용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초보마을에서 구할 수 있는 도는 공격력도 좋지 않고 내구력도 좋지 않기에 이런 난전 속에서 믿을 만한 장비가 될 수 없었다.


어디서 구했는지 도-아마도 남이 떨군 아이템을 탈취해 낸 듯싶다-를 손에 들고 휘두르고 있기는 했지만, 어느새 도의 날은 이가 나가버린 상황이라 별로 좋지 않았다.


게다가 초보마을에서 나오고부터 지금까지 만난 몹들을 상대하느라 체력회복 단약들을 지속적으로 먹어댔기에 남아 있는 단약의 수도 많지 않았다.


더욱이 방어구조차 없지 않은가. 한 번이라도 물리게 되면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이 상황 속에서 도움이 되는 것은 술집 주인이 준 손목보호대라는 귀중한 아이템뿐이었다.


"젠장, 이놈의 늑대들은 지치지도 않나. 뭔 놈의 늑대들이 이렇게 끈질겨?"


"어쩔 수 없잖아. 한번 싸우면 죽기 전까지 물고 늘어지는 놈들인걸. 헉! 휴··· 겨우 피했군. 어쨌거나, 쪼렙이라 그런지 꽤 버겁네. 게다가······."


“나도 알아, 점점 몰려들고 있다는 거. 산 넘어 산이구만. 아직 해결한 건 열 마리도 안되는데. 지금 다가오는 녀석들은 스무 마리도 넘어 보여. 본전은커녕 죽을지도 모르겠어.”


점점 상황은 악화되어 갔다. 레벨만 높지 장비 하나 변변한 것이 없는 데다 회복약조차 없는 그들에게, 남은 것은 열심히 싸우다가 you die 당하는 상황뿐이었다.


여차하면 극단적으로 바로 로그아웃 해버릴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접속을 끝낸 곳에서 다시 재접속이 되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피해있는 동안 다른 유저들이 늑대들을 처리해 주면 모를까, 그러기 전에는 이 늑대들이 계속 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저 멀리서 무언가 희망의 빛을 머금은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본좌의 눈에 한순간 야비한 기광이 스쳐 지나갔다.


"들었나?"


"물론이지. 흐흐."






예전에 작업한 글을 다듬어 리메이크 한 작품입니다. 리메이크라기 보다는 리부트에 가깝습니다. 워낙 오래된 글이라 기억하시는 분도 없을 것 같지만,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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