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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몽이™ 님의 서재입니다.

이런 쓰레기 같은 고인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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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몽몽이™
작품등록일 :
2023.11.15 19:02
최근연재일 :
2024.04.05 19:05
연재수 :
145 회
조회수 :
25,480
추천수 :
313
글자수 :
835,086

작성
23.11.23 19:15
조회
641
추천
5
글자
13쪽

7

재밌게 봐주세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DUMMY

웃음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그들의 귀에 들린 건 유저들의 말소리였기 때문이었다. 근처에 유저가 있다면, 어쩌면 도움을 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죽지 않을 수 있다. 늑대들에게 죽임을 당함으로써 경험치를 깎일 확률이 줄어드는 것이다.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


멀리서부터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소리에 본좌와 지존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무기 휘두르는 소리, 발소리, 말소리 등으로 판별하건대 이제 기회가 다가온 듯싶었다. 그렇다, 기회였다. 적절한 기회였다.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적절한 기회! 연극을 시작하기에 가장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본좌와 지존의 눈이 한번 마주치자 갑자기 본좌의 입에서 찢어지는 듯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필드가 워낙 넓은 데다 조그마한 언덕들이 연속으로 중첩된 형세라 소리가 너무 작으면 멀리까지 퍼지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한 적절한 크기의 비명이었다.


"아아악!"


느껴진다.


느낌이 왔다.


필드를 타고 흐르는 본좌의 비명 소리는 분명 다가오고 있던 유저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잠시 멈추는 듯하더니 방향을 잡아 본좌 쪽으로 달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작전이 먹혔다. 아직 연극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부터가 시작인 것이다.


"괜찮아, 본좌? 정신 차려!"


"헉헉, 난 틀린 것 같아. 헉헉, 너무 힘들어. 스태미나도, 체력도 떨어진 것 같아. 너라도 도망가!"


애틋한 본좌의 지존을 향한 동료애를 머금은 거짓부렁은 다가오는 유저들의 귀에도 들릴 정도의 적절한 성량을 유지했다.


퍽!


"깨갱!"


"거기 괜찮아요? 저희가 돕겠습니다."


한 여성 유저의 늑대 공격을 시작으로 세 명의 유저가 더 참가했다. 이제 더 이상 늑대는 죽음의 위협이 아니었다. 오히려 쉽게 처리할 수 있는 경험치에 불과했다. 유저 측의 제대로 된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네 명의 실력은 꽤 되는지 늑대 떼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 사라졌고 필드에는 여섯 명의 유저만이 남게 되었다.


"휴~ 다 끝났네. 괜찮아요?"


유저의 질문에 본좌는 상큼한 미소를 지었다.


"네. 덕분에 살았습니다. 체력이 거의 바닥이 나서 한 대만 더 맞았으면 끝날 뻔했어요.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네요. 정말 고맙습니다."


방긋.


모성 본능을 자극하는 동안의 귀여운 얼굴에서 발산되는 밝은 미소는 NPC와 유저를 차별하지 않았다. 먼저 말을 꺼낸 여성 유저는 왜 갑자기 자신의 얼굴이 붉어졌는지 이해하지 못하리라.


"저, 죄송하지만 체력회복약 있으시면 하나만 주시지 않겠어요? 약을 다 써서 남은 게 없어서요."


냉철하고 강인해 보이는 남자다운 얼굴의 지존이 눈에 별을 담고 우수에 찬 목소리로 부탁을 하는데 거절할 여인이 어디에 있을까. 하지만 반응은 다른 곳에서 나왔다.


"저, 저기요··· 이거 쓰세요."


회복약을 건넨 사람은 다른 여성 유저였다. 그녀가 회복약을 건네자 그 옆의 남자가 약간 얼굴을 찌푸리는 듯했다. 어쨌거나 지존의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


함께 게임하는 이성 동료가 다른 남자에게 신경 쓰는 모습을 보는 건 그다지 유쾌하지 못한 일일 것이다. 지존이 다시 나서서 미소 한번 때려주면 회복약을 전해준 여자를 좋아하고 있는 듯 보이는 남자에게서 미움을 살지도 모를 일이었다.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눈치는 본좌에게 고도의 심리전을 펼치라고 명했다.


“아, 감사합니다.”


그래서 시선을 돌리기 위해 본좌가 나서서 고맙다는 표현을 하며 주위를 환기시켰다.


“레벨도 별로 안 되는 것 같은데.”


남성 유저의 눈초리가 사나워졌다.


“여긴 초보 유저들이 돌아다니기엔 무리인 곳입니다. 방어구도 변변찮은 거 같은데 여긴 어쩌다 오셨어요?”


툴툴거리는 남자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본좌와 지존은 신중해져야 했다. 신중한, 그리고 현명한 상황 판단을 해야 행운의 도움을 조금이라도 더 우려먹을 수 있을 테니까.


"사실 초보마을이 너무 지겨워서요. 그래서 그냥 필드를 무작정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그런데 레벨이 낮다 보니까 늑대 한 무리도 위험하더라고요. 그래서 늑대 만날 때마다 도망 다니다 보니까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그리고 보시는 것처럼 여러분이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본좌의 행동이 적절했기 때문이었을까. 남성 NPC였던 술집 주인조차 녹여버렸던 달콤한 미소가 순수한 눈망울을 머금은 동안 미소년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툴툴거리던 남자의 볼은 발갛게 달아올랐다. 음, 왜 달아올랐지?


물론 볼이 달아오른 건 본좌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던 나머지 네 유저 모두에게서 나타난 공통 현상이기도 했다. 귀여움의 극치! 남자든 여자든 한 번쯤 껴안아주고 싶은, 마치 귀여운 강아지를 눈앞에 둔 사람 같은 행동을 유발하는 그의 미소에는 치명적인 마력이 담겨 있었다.


“그, 그렇군요. 이런, 초보 분들이 어쩌자고 여기까지 들어오게 되었는지. 저도 초보 때에는 초보마을이 지겨워서 필드로 나와 돌아다니다 아웃당한 적이 있었죠. 휴, 얼마나 힘들었었는지. 일단 이거라도 받으시겠어요? 보아하니 방어구도 없는 것 같은데. 사양하지 마세요. 저도 저렙이었을 때 소매 넣기 많이 당했었어요."


툴툴거리던 사람이 어찌 이리 변할 수 있단 말인가. 갑자기 초보를 위하는 선량한 마음까지 발휘하며 가방에서 낮은 레벨에서 쓸 수 있는 가죽옷 두 벌을 꺼내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 이러시면 저희가 너무 미안한데. 아까 도와주신 걸로 충분해요.”


“하하, 괜찮아요. 다 돕고 사는 세상 아닙니까. 그건 그렇고, 성으로 가는 길은 아십니까?”


“아니요. 사실 초보마을 좌표도 몰라서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밝은 미소를 보여주던 본좌의 표정이 시무룩하게 변하자 유저들의 가슴에 안타까움이란 감정이 새록새록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런, 그럼 저희를 따라오세요. 저희가 낙양성까지 데려다 드리죠."


"예? 정말요? 하지만 네 분 모두 사냥하러 나오신 것 아니에요? 괜히 저희가 방해만 되는 게 아닌지······."


본좌의 겸양에 사내는 손사래를 치며 미소를 지었다.


"뭘요, 괜찮아요. 시간은 충분하고, 게다가 지금은 밤이잖아요. 어차피 필드가 어두워서 잘 안 보였는데, 해 뜨면 시작하죠, 뭐."


본좌의 얼굴이 다시 해맑아지자 네 명의 유저들의 얼굴에도 다시 미소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도와주신 분들 닉도 모르고 있네요. 저는 본좌고 제 친구는 지존입니다. 게임하면서 최고 레벨까지 가보자는 포부로 만들었죠. 여기서 늑대 따위에게 당하고 있는 상황이 되니 쑥스럽기만 하네요. 하하!"


"하하, 정말 재미있는 닉이군요. 저는 철수입니다. 이쪽은 민수죠. 이쪽은 제 여자친구인 영희입니다. 그리고 저쪽은 민수의 여자친구인 순이라고 합니다. 하하, 재미있죠? 게임 닉도, 실제 이름도 철수, 영희, 민수, 순이입니다. 정말 특이한 경우죠? 저희도 신기해요. 이름 때문에 친구가 된 경우입니다."


스피드웨건의 설명에 본좌의 인상에 흠집이 날 뻔했다.


'읍, 여자친구라고? 젠장, 더블데이트를 즐기던 놈들인가 보네. 젠장.'


연인들이 데이트 겸 사냥 나온 것이 분명했다. 그것도 두 커플이 한꺼번에. 커플들을 노리고 PK를 하고 다니던 그들에게 있어 일개 사냥감에 불과한 존재들에게 도움을 받은 이런 상황은 일종의 치욕으로 다가왔다.


"그러시군요. 정말 잘 어울리세요."


하지만 도움을 받았고, 더 받을 수 있으니 굽혀야지.


본심을 극도로 속이고 말을 이어가는 본좌의 속마음을 아는 걸까? 아니면 모르는 걸까?


철수란 이름의 유저는 솔로들의 마음을 박박 긁는 소리를 이어갔다.


"하하하, 고마워요. 하긴, 우리가 좀 잘 어울리긴 하죠. 하하!"


"어우, 얘는 참······."


느끼하다. 속이 뒤집힌다.


저주를 퍼붓게 만드는 그들의 행동은 이러하다. 잘 어울린단 말에 좋아하며 슬쩍 영희를 감싸 안는 철수.


그에 어우러져 홍조를 띠며 철수의 품에 살포시 안기면서 그의 가슴을 가볍게 한번 치는 영희의 모습은 세상 모든 솔로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행동이리라.


물론 자칭 솔로의 선두주자이며 커플들을 저주하는 본좌와 지존은 자기도 모르게 검집에서 검을 뽑다가 자기 자신의 절제되지 못한 행동에 깜짝 놀라 황급히 검을 집어넣었다. 본능의 영역이었다.


다행히도 상대방은 알아채지 못한 듯했다.


"아, 그리고 이쪽도 소개해 드릴게요. 민수와 순이 커플이에요. 오늘 처음 사귀기 시작했죠. 정말 잘 어울리지 않아요?"


무너지는 억장이여, 치솟는 짜증이여!


"그렇군요. 오늘 처음 사귀기 시작했다니-젠장-정말 축하드려요."


바퀴벌레도 아니고, 이놈의 커플은 쪼개도 쪼개도 계속 나타난다.


바다같이 넓고 깊은 인내심으로 속마음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꾸미는 것에도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참아내야 했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방어구를 준 자들이 아닌가. 한마디로 '봉'이었다. 앞으로 친하게만 지내면 계속해서 무언가를 적절히 뜯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하, 칭찬 고마워요. 그럼 성으로 가죠.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제가 한턱 쏘도록 하죠. 물론 오늘 여자친구 생긴 기념의 의미도 포함해서요. 하하하!"


좋아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


지존과 본좌는 해맑은 미소 뒤로 진득한 살기를 감추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하지만 그들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숲의 밤은 길었다.




제3장


​ 세상에 공짜는 없는 것인가




"와! 여기가 낙양성이군요. 휘유~ 엄청 크다."


"그렇죠? 저도 여기 처음 왔을 땐 놀랐다니까요."


"자, 자··· 이렇게 성문 앞에 서 있지만 말고 식당으로 갑시다. 제가 쏘는 밥이 싫은 것은 아니겠죠? 하하!"


'싫어! 아주 싫어!'


'끔찍하군.'


생각은 생각으로 끝내야 한다. 봉 앞에서 무언가를 거절한다는 건 사치일 뿐이다.


"하하, 싫다니요. 어서 가죠."


"하하, 절 따라오세요. 제가 안내하도록 하죠. 성이 워낙 커서 처음 오는 사람들은 한참을 헤매기도 하거든요."


민수와 순이가 팔짱을 끼고 앞장서자 그 뒤를 영희가 철수 품에 살포시 안긴 채 따라갔다. 물론 이런 아니꼽고 매스꺼운 모습을 지켜보며 뒤를 따르는 지존과 본좌의 얼굴은 점차 흙빛으로 바뀌고 있었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줄어든다고 누가 그랬던가!


지존과 본좌가 계속해서 참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귓속말로 서로의 화를 풀어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뒷담화를 하며 실시간으로 터져나가는 울화통을 어루만지지 않았다면, 도시 안에서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를 그들이었다.


[저··· 저놈들을 당장에······!]


[참아라. 심호흡, 심호흡! 저들은 봉이야, 봉! 네가 참아야 해. 휴~ 숨 쉬고 휴~ 내쉬고~]


[하지만, 바드득! 검으로 확 뒷구멍을! 으으으!]


[으득, 나도 참기 힘든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조금만이다! 휴···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자.]


[으으으······.]


참으로 무서운 소리가 아닐 수 없다. 검으로 어디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당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손가락으로라도 제대로 박히면 무한한 고통과 치욕을 안겨주는 것이 그것이라는 것을. 하물며!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검으로 당하게 되면? 아아! 상상하기도 두렵다


지존온라인은 사실성을 지향하기 때문에, 일반 공격으로 아무 곳이나 치는 것보다는 급소로 지정된 곳을 치는 것이 더욱 큰 피해를 준다.


판타지서버의 경우 급소를 맞히게 되면 '크리티컬'이란 단어가 유저의 눈앞에 뜨며 최소한 두세 배의 피해를 입히게 된다. 심할 경우 한 방에 보내버리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물론 무협서버라고 다른 점은 없다. 다만 '크리티컬(Critical)'이란 영어단어 대신에 '살(殺)'이란 글자가 뜬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어쨌든 이런 의미에서 검으로 똥침을 놓는다는 행위는, 물론 해서도 안 되고 당하는 것은 더더욱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일 것이다.


게다가 리얼한 게임 플레이를 위해 전신 촉각슈트라도 입고 통각 수치를 최고로 올리고 하는 플레이어도 있기 때문에, 만약 그런 사람이 똥침을 당하게 된다면 어떤 괴로움을 느끼게 될지.









예전에 작업한 글을 다듬어 리메이크 한 작품입니다. 리메이크라기 보다는 리부트에 가깝습니다. 워낙 오래된 글이라 기억하시는 분도 없을 것 같지만,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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