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몽몽이™ 님의 서재입니다.

이런 쓰레기 같은 고인물들!

웹소설 > 작가연재 > 게임, 현대판타지

완결

몽몽이™
작품등록일 :
2023.11.15 19:02
최근연재일 :
2024.04.05 19:05
연재수 :
145 회
조회수 :
25,483
추천수 :
313
글자수 :
835,086

작성
23.11.19 19:15
조회
861
추천
8
글자
13쪽

3

재밌게 봐주세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민수야, 조심해! 오른쪽!"


"아이고, 도대체 얼마나 남았지? 젠장, 한 스무 마리는 남았군!"


말하는 와중에도 몇 마리의 늑대를 베어 넘기는 둘이었다. 아직까지 민수와 영희는 잘 싸우고 있는 듯했다. 간혹 아슬아슬한 사태가 발생할 뻔도 했지만, 둘은 레벨이 어느 정도 되는지 상당히 오래 버텼다. 하지만 늑대의 수가 줄어드는 만큼 그들의 움직임도 느려져 갔다. 생명력과 스태미나가 슬슬 바닥을 보이기 때문이었다.


"헉헉, 영희야, 나 단약 좀! 내 거 다 썼다. 체력 얼마 안 남았어. 빨리!"


민수의 말에 영희는 짜증을 내며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단약을 꺼내려던 영희의 빈틈을 발견한 늑대의 공격에 영희는 단약을 꺼낼 새도 없이 늑대에게 큰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헉! 너 때문에 한 대 또 맞았잖아. 나도 없어. 그냥 버텨!"


늑대들의 견제 때문에 단약을 꺼내지도 못한 채 피만 깎이는 상황에 영희는 짜증이 났다. 민수는 단약도 먹지 못한 채 이런 사태를 초래한 늑대에게 화를 풀며 검을 휘둘렀다.


"죽엇!"


민수의 검에 단약을 꺼내지 못하게 영희를 공격했던 늑대는 양분되어 흩어졌다. 늑대가 있던 자리에는 늑대의 유품이라 추정되는 송곳니만이 쓸쓸하게 떨어져 버릴 뿐이었다.


이런 상황을 목격한 지존과 본좌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점점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무슨 짓을 벌이려는 것일까. 왜 몸을 숨기고 있는 것일까. 둘은 길게 자란 풀 숲에 몸을 숨긴 채 천천히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이윽고 민수와 영희라는 유저가 사냥을 하고 있는 곳의 지척까지 온 지존과 본좌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고?"


"고!"


둘은 준비했다.


"휴. 나 옛날엔 이러지 않았는데."


"허허허. 나를 물들인 게 자네일세만?"


무슨 소리일까.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르려는 것일까. 둘은 의미심장한 대화를 주고받은 뒤 슬며시 무기를 꺼내 들었다.


둘의 알쏭달쏭한 대화가 끝날 무렵 민수와 영희의 상황 역시 거의 다 끝나가고 있었다. 늑대의 수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본 지존과 본좌는 조금씩 미끄러져 나아가 어느새 영희와 민수의 바로 뒤까지 와 있었다. 그런 사실을 모른 채, 영희와 민수는 늑대들을 다 잡은 것을 기뻐하며 미리 김칫국부터 들이켜고 있었다.


"아싸! 두 마리 남았다. 돌아가면 철수 녀석 혼내줘야지. 병신같이 빨리 죽어서는 사람을 이렇게 고생시켜?"


"뭣! 너 지금 철수보고 뭐라 그랬어? 너, 철수한테 뭐라 그러면 나한테 죽는다!"


영희와 철수란 사내는 커플이었던가. 영희는 철수 욕을 하는 민수를 향해 도끼눈을 떴다. 그런 영희를 보며 민수는 손을 털면서 짜증을 부렸다.


"아, 짜증 나. 나도 여자 친구를 만들든가 해야지. 쳇! 에이, 재수 없어."


대화 중인 두 명에게 다가선 지존과 본좌는 이어지는 둘의 대화에 피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본좌->지존: 이런 곳에서도 남자 친구 타령이라니··· 도저히 용서가 안 되는군!]


[지존->본좌: 먼저 저 여자부터! 감히 우리 앞에서 남자친구 타령을 하다니!]


이 반응은 또 무엇인가. 지존과 본좌는 사랑 타령을 하는 영희를 노려보며 검을 쥔 손에 악력을 가했다.


지존과 본좌가 자신을 향해 이유를 알 수 없는 분노를 품었다는 것을 모르는 영희는 열심히 늑대에게 칼질을 해댔다. 아까부터 단약도 먹지 못한 채 칼질만 해대서인지 체력을 의미하는 붉은색 게이지가 거의 밑바닥을 향하고 있었다.


체력을 회복시켜 주는 붉은색 단약도 없었기에 아슬아슬했지만, 남은 늑대는 두 마리. 그것도 어느 정도 피해를 입혀 놓은 상태였기에 영희는 그다지 걱정하지 않았다. 게다가 자신들의 레벨이 상처 좀 입었다고 해서 늑대 두 마리에게 당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둘은 여유만만이었다.


민수와 영희라는 인물들은 빨리 퀘스트를 끝내고 마을로 돌아가 보상을 받기를 기대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헉!"


풀썩.


옆에서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무언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히 영희 쪽이었다.


"무슨······?"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민수의 눈앞은 회색으로 변하며 'You die'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뭐에 당한 거지?’


보이지도 않았다. 어찌 된 일인가. 방금 전까지만 해도 퀘스트 종료를 눈앞에 두고 기쁨의 찬가를 부를 준비를 하려던 영희와 민수는 어이없이 유다희를 당하고 말았다.


그렇기 때문일까. 자신들을 죽음으로 내몰던 인간들이 갑자기 사라져 버렸기에 남아있던 늑대 두 마리는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NPC가 아니기에 인공지능은 기대할 수도 없는 일반 짐승 몹에 불과한 늑대였지만 갑자기 자신을 공격하던 인물들이 눈앞에서 사라져 버리자 어그로를 잃고 멍 때릴 수밖에 없었다. 공격대상이 사라진 늑대들은 일단 공격을 멈추고는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만 했다.


하지만 늑대들의 궁금증은 오래가지 않았다. 순간 옆구리 쪽이 뜨끔하더니 체력 게이지가 0을 가리켜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들 역시도 자신들이 왜, 그리고 어떻게 쓰러졌는지는 알 수 없었다.


부스럭.


길게 자란 풀숲을 헤치며 두 인영이 어둠 속에서 몸을 일으켰다.


"식은 죽 먹기군."


"생각보다 쉬웠어. 후후."


그렇다. 그들은 땅바닥에 엎드린 채 영희와 민수를 급습한 것이다. 길게 자란 풀밭에 포복자세로 엎드려 이동해 뒤에서 찌르는 걸 어떻게 알고 막을 수 있겠는가. 누가 기어 와서 칼침을 놓을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을까.


본좌와 지존은 민수와 영희라는 유저를 PK 한 것으로 끝내지 않고 여세를 몰아 어리둥절해 있는 늑대에게도 막 타를 친 것이다. 늑대의 스탯이 높기는 하지만 이미 피가 많이 깎여 있었고 어그로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기습이 성공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경험치를 많이 주는군. 늑대 녀석, 좋은 녀석이었어."


"경험치뿐만이 아니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아이템들을 바라보며 본좌와 지존의 입에선 미소가 흘러나왔다. 이 게임은 나름 무협게임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PK를 권장하는 축에 속한다. 그렇기에 PK에 대한 운영사의 대응은 ‘뭐 어쩌라고’ 식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기로 유명했다.


PK를 한다고 해서 몸이 빨갛게 변하거나 하는 것도 아니다. 기습도 인정된다. 다만 PK를 당한 사람이 PK범을 지목해서 현상금을 걸고 닉네임을 붉은색으로 바꾸는 유료 시스템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현상금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법도 쉽지는 않다. PK를 당하는 본인이 PK를 당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거나 사진으로 캡처해서 증명하고 결제를 해야만 상대범을 PK범으로 만들어 현상금을 걸 수 있었다.


때문에 상대방을 기습으로 제거하여 상대방의 시야를 검게 만들어버려 자신들을 죽인 게 누군지 모르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본좌, 지존은 정당하게 PK범이 아닐 수 있었다.


본좌와 지존, 그들은 정녕 무서운 자들이었다. 캡처당하지 않도록 바닥에 누워서 자신보다 레벨이 높은 자들을 한 방에 보내 보였다. 게다가 사실성을 추구하는 시스템을 적극 이용했다. 고레벨의 캐릭터도 급소를 당하면 저 레벨의 캐릭터에게도 당할 수 있는 게임 속 시스템을 활용하여 본인보다 레벨이 높은 유저들을 깔끔하게 보내버린 것이다.


실제 게임상에서도 저 레벨 유저의 고레벨 유저 암살은 가능성만 인정받을 뿐, 실제로는 스탯이나 아이템의 영향으로 인해 레벨 사이의 간격을 뛰어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둘에게는 큰 문제가 없는 듯하다.


게임을 즐기기 위해 자신들이 하고 있는 게임의 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둘이었다.


그런 그들은 수많은 늑대들이 쓰러져가며 남긴 '늑대의 송곳니'를 포함한 꽤 많은 아이템을 둘의 인벤토리에 챙겼다. 무엇보다 그들을 기쁘게 한 것은 민수와 영희, 앞서 죽었다는 철수란 인물들이 떨구고 사라진 아이템들이었다. 지금 착용 중인 것들보다 좋은 상점템들이었다.




* * *




딸랑딸랑.


“어서 오세요, 잡화점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나무문이 열리며 문에 걸어 놓은 종이 울리자 친절한 음성의 여점원이 손님을 맞았다.


"안녕하세요! 이벤트 상품을 받으러 왔습니다. “


문을 열며 들어온 지존은 잡화점의 NPC를 보며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이쁘다. “


​ 마치 나도 모르게 내뱉은 말인 양 지존이 살짝 볼을 붉혔다. 느끼한 멘트와 함께 짙은 쌍꺼풀이 있는 눈을 두어 번 깜박여주자 여성 NPC의 얼굴이 갑자기 붉게 변해 버렸다.


"어, 어서 오세요. 흠흠. 이벤트 상품이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하하, 천천히 하십시오. 아름다운 아가씨를 기다리는 일이라면 아무리 오래라도 상관없습니다."


다시 한번 들려오는, 치명적인 아부를 곁들인 지존의 멘트에 점원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다 못해 녹아버렸다. 무협게임에 슬라임이 등장했다.


"여, 여기 있습니다. 흠흠, 두 분이시네요. 합쳐서 드릴까요, 나눠서 드릴까요?"


점원의 말에 지존과 지존 뒤로 따라 들어온 본좌는 서로를 바라보며 갸우뚱했다. 그런 둘을 보며 점원은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파티를 맺고 퀘스트를 수행한 경우에는 파티원들이 상품을 나누어 가질 것인지, 아니면 한 사람에게 몰아줄 것인지를 정하게 됩니다. 각자 가져도 좋지만 여러 사람의 상품을 합치면 보다 좋은 아이템이 나올 확률이 높아집니다. 가끔은 유니크 아이템이 나오기도 하죠."


​ 점원의 말에 지존과 본좌의 이마에 주름살이 생겼다.


"우리는··· 항상······."


"올인이지. 하나로 합쳐서 주세요. 여기, 전부 다요."


​ 물론 둘이 사냥한 늑대에게서 나온 아이템은 극히 적겠지만, 어쨌든 둘이 테이블에 쏟아놓은 송곳니는 상당히 많았다. 테이블 위로 작은 산을 하나 만들어냈을 정도이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를 봤을까.


​ "호오~ 엄청나게 모아 오셨네요! 이 정도 송곳니를 한 번에 올인하신다면 상당히 좋은 아이템이 나올 수도 있겠어요. 물론 꽝이 나올 수도 있지만요. 호호,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점원은 조그마한 상자에 늑대의 송곳니들을 계속 집어넣었다. 조그만 상자에 송곳니들이 무한정 들어가는 모습은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기묘한 장면이었다. 이윽고 송곳니들이 상자 안으로 모조리 들어가자 여점원은 상자의 뚜껑을 덮고는 상자를 흔들어댔다.


"자! 어떤 아이템이 나올지! 기대핫.. 앗!”


“잠깐만요.”


상자를 흔들고 있던 점원의 손을 지존이 가볍게 잡았다. 갑자기 가챠를 멈추고 갸우뚱하는 점원에게 지존이 미소 지었다.


“정말 죄송합니다만. 행운 한번 빌어주실 수 있을까요?”


“해, 행운이요?”


이런 일을 처음 겪어본 점원은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곧 자신의 손목에 지존의 손이 가볍게 올라와 있는 것을 보았다. 따스한 체온이 느껴지는 것 같았고, 곧 지존의 다정하고 훈훈한 미소가 자신의 심장을 때리는 것을 느꼈다.


‘아, 안돼! 난 NPC고 넌 유저야!’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진 점원이었다. 그런 점원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존은 양손으로 점원의 손을 포개며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


“네. 가챠에는 행운이 필요하잖아요. 당신의 행운을 받고 싶어요.”


“네. 네. 뭐. 해, 해드리겠습니다!”


일단 시스템이 좀 고장 난 것 같다. 귀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오며 생각지도 못한 첫사랑을 경험해 버린 NPC는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이든 아니든 아무튼 행운을 빌어줬다.


“해, 행운이 있기를 바랍니다! 이, 이렇게 하는 건가?”


“네. 감사합니다.”


찡긋.


지존의 미소아 윙크에 NPC는 이미 사고기능을 잃은 채 행운을 빌어주고는 가챠를 돌렸다.


“자, 그, 그럼 다시 한번 뽑아볼게요!”


이 순간, 모든 NPC의 사고를 관장하는 게임사의 인공지능은 낯선 정보를 입력당했다.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고 싶다는 감정. 낯선 감정이다. 감정 표현을 곁들일 수는 있지만 이는 상황에 맞는 학습된 동작일 뿐이다.


그러나 이 달달한 감정, 마음의 벽(방화벽)을 해제시키는 간질간질한 이 느낌. 이러한 메인 인공지능의 관심은 시스템상 어떠한 방식으로든 상황에 호응을 해버리고 말았다. 진심은 닿는달까.


​ 상자의 뚜껑을 열자 펑하는 소리와 함께 흰 연기가 잡화점 안을 가득 채웠다. 점원과 본좌, 지존은 손으로 연기를 휘저으며 기대 가득한 얼굴로 상자 안을 들여다보았다.


점원의 두 눈이 커졌다.




예전에 작업한 글을 다듬어 리메이크 한 작품입니다. 리메이크라기 보다는 리부트에 가깝습니다. 워낙 오래된 글이라 기억하시는 분도 없을 것 같지만,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런 쓰레기 같은 고인물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6 25 +2 23.12.11 346 2 12쪽
25 24 +1 23.12.10 351 3 12쪽
24 23 23.12.09 367 3 13쪽
23 22 23.12.08 365 3 12쪽
22 21 23.12.07 380 3 12쪽
21 20 23.12.06 403 3 12쪽
20 19 23.12.05 427 3 12쪽
19 18 23.12.04 437 3 12쪽
18 17 23.12.03 454 3 12쪽
17 16 23.12.02 471 3 12쪽
16 15 23.12.01 488 3 12쪽
15 14 23.11.30 508 3 13쪽
14 13 23.11.29 514 3 13쪽
13 12 23.11.28 535 3 13쪽
12 11 23.11.27 540 3 13쪽
11 10 23.11.26 577 4 12쪽
10 9 23.11.25 584 4 12쪽
9 8 23.11.24 597 5 12쪽
8 7 23.11.23 642 5 13쪽
7 6 23.11.22 688 5 13쪽
6 5 23.11.21 742 7 13쪽
5 4 23.11.20 820 8 12쪽
» 3 23.11.19 862 8 13쪽
3 2 23.11.18 1,005 10 12쪽
2 1 23.11.17 1,532 12 12쪽
1 00 23.11.16 2,081 16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