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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몽이™ 님의 서재입니다.

이런 쓰레기 같은 고인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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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몽몽이™
작품등록일 :
2023.11.15 19:02
최근연재일 :
2024.04.05 19:05
연재수 :
145 회
조회수 :
25,464
추천수 :
313
글자수 :
835,086

작성
23.11.30 19:05
조회
507
추천
3
글자
13쪽

14

재밌게 봐주세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본좌는 평소의 귀엽고 상냥한 이미지를 버린 채 냉정하고 무심한 눈길로 순이에게 쐐기를 박았다.


“아, 안 들립니다. 순이 씨가 뭐라고 해도 이미 사태는 끝났다고요. 오해든 아니든 말이죠. 일단 돌아가서 마저 이야기합시다. 괜히 떠들고 있다가 곰이나 늑대라도 만난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으니까요. 그럼 먼저 갑니다. 빨리 따라오세요. 이제 곧 밤이 될 텐데, 그러면 시야에 제약을 받는다고요.”


본좌의 말에 순이는 너무나 억울했다.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고 싶었지만 자신의 말을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잇, 내 말 좀 들어줘요!”


지존이 나설 차례.


“그럼 빨리 따라오세요. 도중에 몹한테 걸려도 모릅니다. 저희 같은 저레벨에게 철수 씨같이 방패 역할을 바라는 것은 아니겠죠?”


항상 쿨하고 산뜻한 이미지의 지존마저도 냉담하게 돌아서자 순이는 화가 나다 못해 황당한 듯싶었다.


‘이거 내가 잘못한 거야?’


저 붉으락푸르락하면서도 허탈해하는 표정이란.


아, 지존과 본좌가 이 맛에 남들을 농락하는구나. 이것이 읽씹이라는 거구나. 오해를 풀려는 사람에게서 변론의 기회마저 박탈하다니. 

결국 순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속으로 열불을 내며 묵묵히 둘의 뒤를 따르는 것 뿐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순이가 둘에게 화를 내지 않고 곧잘 둘의 뒤를 따라왔다는 것이었다. 성으로 가서 오해를 풀기로 결심한 것인지 아니면 설득을 포기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다행히 발광을 하지도 않았고, 답답한 마음을 풀겠다고 사방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만행을 저지르지는 않았다. 조용히 따라왔기 때문에 딱히 몹들에게 어그로를 끌지 않고 성까지 올 수 있었다.


슬슬 필드에 토끼 따위의 저렙 몹이 보이기 시작했다.


"으음, 토끼라. 이제 거의 다 온 모양이군."


토끼 따위의 사냥감이 보인다는 것은 성에 근접했다는 뜻. 셋은 서두르기로 했다.


"자, 힘냅시다, 순이 씨. 빨리 가자고요."


성 안으로 들어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리스타트 지점이었다. 이미 숲을 지나 필드를 달려오는 동안에 시간은 흘러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시간도 꽤 지났기 때문에 아마도 다들 재시작을 했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가슴속에는 서로에 대한 앙금을 쌓은 채. 그렇기에 더욱 빨리 가야만 했다.


만약 서로에 대한 앙금을 풀기 위해 열띤 토론이라도 벌이다가 ‘아, 내가 오해했구나?’ 하면서 앙금이 풀린다면? 관계가 회복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낭패가 아닌가.


아예 그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로에게 적의만을 가진 채 관계를 끊고 뿔뿔이 흩어져 버리는 것이 지존과 본좌가 바라는 궁극의 지향점일 것이다.


다행히 지존과 본좌가 리스타트 지점에 갔을 때에는 영희만이 있었다.


‘오! 나이스!’


‘다행이다. 다들 재접안했구나?’


좋다. 아주 바람직한 상황이다.


"흥! 이제서야 나타나는군. 여태껏 뭘 했기에 이제 오는 거지? 지존님이나 본좌님에게 꼬리라도 치느라고 늦은 모양이지?"


지존과 본좌가 순이와 함께 다가오는 걸 본 영희의 입에서 표독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나이스! 이걸 기다렸어!'


'오우. 굿 잡, 영희! 내가 이래서 막장 드라마를 못 끊는 다니까.'


지존과 본좌는 영희를 선두로 시작되려는 토론의 방향이 무척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아주, 아주 바람직한 케이스. 말투에 존대 같은 것은 이미 없었다.


영희는 눈에 독기를 품은 채 순이에게 앙칼진 공격을 시작했다.


"그···그게 무슨······? 그건 오······."


순이는 뭔가 항변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지존과 본좌가 순이의 말을 가로막고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아니에요, 꼬리라뇨! 너무 말이 심하시군요. 아무리 철수 씨가 순이 씨에게 빠졌다지만 그러시는 것 아닙니다. 순이 씨가 먼저 꼬신 것이 아니잖아요."


말리는 시누이가 말까지 밉게 하면 더 밉다.

뭔가 말리려 변명는 느낌이라기 보다는 싸움을 붙이려는 듯한 지존의 말에 영희는 머리끝까지 화가 솟구쳤다.


"흥, 너는 뭔데 끼고 난리야! 이건 나와 저 여우의 문제라고. 저 여우가 얼마나 댁들을 구워삶았는지는 모르지만, 저 여우의 편을 든다면 나도 가만히 있진 않겠어!"


햐! 얼마나 화가 났으면 성 안에서 경비병이 노려보는데도 검을 빼어 들며 저런 소리를 할까. 지존이 순이를 두둔하는 한편, 본좌는 지존과는 달리 영희의 편을 들고 나섰다. 물론 타고 있는 불꽃에 기름을 쏟아붓기 위한 행위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으리라.


"맞아. 지존 네가 잘못 생각한 거야. 내가 볼 때에는 영희 씨 말이 맞아. 철수 씨가 이유 없이 영희 씨를 배신하지는 않았을 것 아냐. 다 이유가 있으니까 그런 거지. 생각해 봐. 영희 씨가 아웃당할 때는 철수 씨가 냉담했지만 막상 순이 씨가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자 덥석 잡았잖아?"


‘배신’이라는 키워드까지 넣으며 자극적인 말을 하는 본좌.

위험할 때 도와달라는 것이 뭐가 잘못인가? 약간의 논리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바보 아냐?' 하고 반문했을 어이없는 말이었지만, 영희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 이··· 역시 네년 때문이야! 죽엇!"


손에 칼들고 뭐해! 어서 찔러!

본좌와 지존은 속으로 영희를 응원하며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이성을 잃은 영희는 순이에게 달려들어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이 게임 머리카락도 잡을 수 있게 구현했구나. 머리카락 섬세한 것 좀 봐. 리깅 작업 열심히 했나 보네.’


‘머리카락도 오브젝트 취급 받는구나? 나중에 써먹어 봐야 겠다.’


즐기면서도 게임에 대한 분석은 놓치지 않는 고인물들이었다.


순이는 작금의 상황이 어처구니없었지만 일단 영희를 떼어놓기 위해서라도 주먹다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팝콘 각이네.’


‘캣파이트 개꿀.’


지존과 본좌는 속으로 흐뭇함을 숨기고는 둘의 뒤에서 둘을 떼어놓으려는 듯한 '포즈만' 취했다.


“뭐하시는 겁니까! 그만두세요!”


“말로 하세요.”


물리적으로는 전혀 떼어놓으려 하지도 않았다.


“영희야!”


“순이야!”


하지만 영희와 순이의 아귀다툼은 오래가지 않았다. 때마침 철수와 민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밌는 일이 발생했다. 철수가 영희를 돕기 위해서였는지, 영희를 공격하던 순이를 영희에게서 떼어내기 위해 순이 쪽으로 다가선 것이다. 그러자 영희의 눈에 독기가 서렸다.


"이, 이익! 그래! 이제는 아주 대놓고 편을 든다 이거지! 너도 죽엇!"


이제는 단순한 신파극 정도가 아니다. 영희가 독기를 품은 눈으로 눈물까지 흘리며 철수를 검으로 찔렀다. 철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뭐, 뭐야! 왜 이러는 거야! 내가 뭘 잘못했다고!"


철수의 말은 분명 실수다. 영희의 분노에 기름을 붓는 행동이었으니까.

그런 와중에 민수가 이 신파극에 끼어들었다.


"네가 순이를 노리고 영희와 날 배신하니까 그렇지! 네가 나쁜 놈이야!"


민수마저 가세하자 철수는 어이가 없는지 말문이 막히는 듯 하다.


"뭐···뭐라고? 그런 어처구니없는······!"


당황한 철수의 말을 끊은 것은 지존과 본좌였다.


"그만들 하세요. 주변 좀 보세요. 다들 부끄럽지도 않으세요?"


"철수 씨가 나빠요. 영희 씨하고 사귀면서 어떻게 친구의 여자친구를 노릴 수 있죠?"


철수에게 한방.

그리고


"그리고 순이 씨도 그래요. 어떻게 막 사귀기 시작한 남자친구를 바로 버리고 남친의 친구에게······!"


순이에게도 한방.

자, 이제 서로 죽여라.


둘의 시기적절한 가세로 4명의 눈에 불꽃이 더 심하게 튀기 시작했다.

마을 한복판에서 언성을 높이는 네 명에게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지 호기심에 접근한 수많은 사람들은 지존좌 본좌의 깔끔한 정리에 상황을 이해했다는 듯 철수와 순이를 힐난하기 시작했다.


"맞아, 맞아! 정말 나쁜 것들이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맞아, 맞아."


"친구를 배신하다니 정말 몹쓸 놈이잖아?"


사방에서 터져나오는 날선 폭언에 순이와 철수가 얼마나 억울할까? 

사실 불은 붙었고, 이제 이렇게 마무리를 지어도 원하는 결과는 나올 것이다. 

그러나 지존과 본좌는 좀 더 확실한 파국적인 엔딩을 원했다.


불붙은 기름을 주변에도 끼얹은 것이다.


"뭡니까! 여러분들이 뭘 안다고 그런 말들을 하는 겁니까? 이들에 대해 뭘 안다고 그래요?"


갑자기 본좌가 사람들을 책망하자 분위기에 휩쓸렸던 사람들이 다시 익명의 가면을 쓰고 입을 다물었다.


"철수 씨하고 순이 씨만 잘못한 거 아니에요! 영희 씨하고 민수 씨도 잘못했어요!"


이제는 지존의 세 치 혀가 민수와 영희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맞아요, 민수 씨도 잘못하고 영희 씨도 잘못했어요. 민수 씨는 여자친구가 자기 인형인 줄 아나 보죠? 순이 씨도 인격이 있는 사람인데 몰아붙이기나 하고! 그러니 순이 씨가 흥미를 잃는 게 당연하죠! 아무리 처음 만났다고는 하지만 그렇게까지 강한 소유욕을 가지는 건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라고요, 집착!"


단순히 바람난 게 아닌가봐.

기다려봐. 뭔가 내막이 더 있는 거 같으니까.

야. 나 좀 늦을 듯. 여기 재밌는 거 터졌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단순한 바람 문제인줄 알았는데 뭔가 더 깊은 내막이 있음을 감지한 것이다. 막장드라마를 보는 시청자의 마음으로, 인파가 몰려들었다.


show must go on.

악마 둘의 연기는 멈추지 않았다.


"영희 씨도 그래요. 철수 씨도 남자인 이상 순이 씨 같은 미인을 보면 눈이 가게 마련이지, 그걸 가지고 여우야! 죽어라! 하고 날뛰는 것은 정말 성숙하지 못한 행동이에요! 항상 숙녀인 척한 건 순전히 내숭이었군요!"


뭔 개소리야! 이 상황에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난 피해자인데 왜 나한테 그래?

스스로가 피해자라고만 생각했던 영희는 갑자기 비난의 화살이 자신을 향하자 당황했다.


"이익, 그런 게 아니야! 그런 게 아니야!"


영희가 사방으로 소리쳤지만 돌아오는 것은 싸늘한 시선뿐이었다.


“나 억울해! 나 안그랬어!”


영희는 갑자기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여친이 울음을 터뜨리자 철수는 당황한 듯 영희에게 다가가 위로를 해주려 했다. 하지만 영희는 이미 철수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 상태.


"가! 가버려! 너 같은 건 필요없어!"


말을 마친 영희는 바로 로그아웃해 버렸다.

영희가 사라지자 민수는 철수를 책망하기 시작했다.


"이 자식아! 네가 순이를 꼬드기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되진 않았어!"


민수의 힐난에 철수는 화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뭐라고? 억울한 게 누군데 그래?"


둘의 싸움에 순이가 끼어들었다.


"이익! 그만들 둬! 철수도 민수도! 이제 됐어. 이걸로 끝내! 내가 사라지면 되는 것 아니야?“


순이의 표정이 표독스러워졌다.


“안녕히 계세요.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보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순이가 할말 다 하고 로그아웃해 버리자 철수와 민수는 검을 꺼내 들고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여태껏 가만히 구경만 하던 경비병들도 성 안에서 칼을 들고 싸우는 사태로 까지 일이 번지자 끼어들었다.


혼란스러운 틈을 타 지존과 본좌는 살며시 그 자리에서 빠져나왔다.


“ㅌㅌ”


“무브무브무브”


떠날 떄를 아는 자의 뒷모습은 아름답습니다.

둘은 만족한 미소를 만면에 지으며 거침없이 발걸음을 놀렸다.


이제 저들과는 안녕이다. 이제 뒷 이야기가 어떻게 되든 알빠노. 민수와 철수가 로그아웃을 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지만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다.

이제 그들 관계는 완전히 끝이라는 것이다.


친구 관계도 끊어졌다. 연인 관계도 끊어졌다.

이런 비극적인 상황을 만들어놓은 장본인들은 양심도 없는지 만족스런 웃음을 지었다.


“앓던 이가 빠진 것 같다.”


“속이 다 시원하네.”


감히 자신들 앞에서 닭살돋는 애정행각을 벌였을 때부터 예정된 결과라며 자축했다.


“이 통쾌함! 이 성취감!”


"아~ 기분 좋아. 너무 행복해. 일을 끝마치고 나서의 이 짜릿함이란!"


이들은 어쩌면 인간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찌 인간으로서 이런 비인간적인 일을 하고서도 양심의 가책은커녕 기쁨의 희열에 몸을 맡긴단 말인가!


“오늘 잠 잘자겠다.”


“치맥 콜?”


“좋지!”


둘은 만족감에 한껏 취해 로그아웃했다. 아마도 오늘 밤 그들은 간만에 숙면을 취하리라. 비록 죽어서는 지옥이 기다릴지라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마음껏 행복하리라.





예전에 작업한 글을 다듬어 리메이크 한 작품입니다. 리메이크라기 보다는 리부트에 가깝습니다. 워낙 오래된 글이라 기억하시는 분도 없을 것 같지만,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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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5 23.12.01 48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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