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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몽이™ 님의 서재입니다.

이런 쓰레기 같은 고인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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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몽몽이™
작품등록일 :
2023.11.15 19:02
최근연재일 :
2024.04.05 19:05
연재수 :
145 회
조회수 :
25,462
추천수 :
313
글자수 :
835,086

작성
23.12.02 19:05
조회
470
추천
3
글자
12쪽

16

재밌게 봐주세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비상 경보발령! 박 씨의 말이 들리자마자 몇몇은 기겁을 하고는 짐을 챙겨 멀리멀리 도망가기 시작했다.


"헉? 악마? 모두 떠! 이런 젠장! 오늘이 벌써 그날인가?"


황급히 화투판을 정리했다. 얼른 녹색의 군용담요를 걷고 자리를 뜨는 그의 눈에는 이기고 있던 게임을 엎었다는 억울함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어서 이 자리를 피하는 것만이 살길이라는 것을 2년의 노숙자 생활을 통해 몸소 깨달았기 때문이다.


노숙자 박 씨만이 아니었다. 장기판을 엎는 사람들, 바둑판을 황급히 덮느라 흘린 바둑알을 급히 줍는 사람들, 종이컵 세 개로 야바위를 하던 사람들, 모두 피난 태세를 갖추었다. 개중에는 이미 공원에서 벗어난 발 빠른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모두 보았다. 입에는 무료 배식받은 소보로빵 한 개를 물고 양쪽 주머니에 소보로빵을 몇 개씩 꽂은 채 양손에 흰 우유 두 개를 들고서는 창백해진 표정의 한 노숙자 앞에서 웃고 있는 두 청년을.


마침 짤짤이를 하다가 악마경보에 놀랐다. 들고 있던 동전을 떨어뜨렸기에 동전을 줍기 위해 땅바닥에 떨어져 굴러가는 동전을 잡기 위해 쫓아갔다. 그리고 어딘가에 부딪혀 멈춘 동전을 줍고 고개를 든 순간, 그는 볼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만나버렸다.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


어색하게 웃음을 흘리며 뒷걸음질을 친다.


“아이고, 어째!”


“데런!”


모두가 보았다. 떨어뜨린 동전이 하필이면 두 청년 앞으로 굴러가는 것을. 끔찍했다. 멀리서 보기에도 저 동전은 500원짜리가 분명했다. 그저 묵념하는 것밖에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두 청년의 입꼬리가 올라가며 흰 이빨이 보였다.


씨익.


두 청년이 웃었다. 


그들의 발밑에서 움직임을 멈춘 동전을 집지도 못한 채 놀라서 뒤로 주저앉아 바들바들 떠는 노숙자에겐 둘의 미소가 자신을 잡아먹으려 악마가 입을 벌리는 모습으로 보였다.


청년의 입에서 위험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오랜만이에요, 황 씨 아저씨. 어라, 500원짜리네! 이거 아저씨 동전 아니에요? 왜 안 줍고 계세요? 이걸로 뭐 하고 있었어요?”


“500원이라. 고스톱 판돈이라기엔 너무 크고, 야바윈가? 그러기엔 종이컵이 없네. 아~ 짤짤이구나? 아저씨 짤짤이 하고 계셨구나? 그렇죠?”


덩치 작은 청년이 씨익 웃으며 황 씨 아저씨라는 사람을 희롱했다.

끔찍한 참극이 예상되기에, 도망가서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한 명이 잡혀서 희롱당하는 걸 보며 이를 악물었다.


“저, 저런 천인공노할!”


“아이고, 황 씨. 이를 어째.”


황 씨 아저씨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걸 느꼈다.

부정맥인가?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건강한걸.

그래. 그렇구나. 이건 좌절이라는 감정이로구나.


왜 때문인지 눈앞이 컴컴했다.


‘나쁜 놈! 다 알고 있으면서...’


황씨 아저씨라는 공포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저 500원이 어떤 500원인데······!


그날, 황 씨는 떠올렸다.

어느 비 오는 날, 길거리 한가운데서 반짝이는 500원짜리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을. 하지만 세차게 내리는 비가 그의 행로를 방해했다.


줍자니 한 벌뿐인 옷이 젖겠고, 줍지 않자니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행인 중 500원을 주워가는 사람이 나올지도 모르겠고.


갈등했다. 그러나 그는 결정했고, 선택했다. 옷이 젖었지만 오랜만에 돈을 벌었다는 쾌감을 얻었다.


그런 고생을 하며 주운 행운의 동전이었다. 비 맞는 것을 각오하고 획득한 500원! 하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다. 이 동전에 담긴 행운도 여기서 끝이라는 걸 느꼈다.


‘하필이면 이놈들에게 굴러가다니.’


이 동전이 진짜 행운의 동전이었다면, 자신을 이놈들 앞으로 이끌지 않았을 것이다.


‘제길! 사랑했다!’


자신에게 행운을 가져다주었고, 행복을 느끼게 해줬던 이 동전과의 인연이 여기서 끝이라는 걸 깨달았다.


황 씨는 두 눈을 감았다. 황 씨의 두 눈에서 한 줄기 이슬이 흘렀다.


"아, 아아······."


황 씨는 잊으려 해도 잊히지 않는 과거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노숙자 생활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난 어느 추운 겨울밤. 아직 어느 정도 여유자금이 있는 터라 타 노숙자들보다 조금 여유 있는 생활을 할 수 있었던 때가 있었다.


어느 날, 그런 그 앞에 나타난 두 명의 청년.

처음엔 몰랐다. 왜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자신에게서 황급히 떨어져 나갔는지. 하지만 그 '모름'의 대가는 쓰디썼다.


100원빵에서 시작한 야바위는 어느덧 한 판에 500원짜리로 커졌고, 위기가 닥친 건 순식간이었다.


‘쓸데없는 승부욕 때문에.’


그때만 떠올리면 지금도 한숨만 나온다.

그 당시에는 결코 알 수 없었다. 이길 만하면 지고 이길 만하면 지는 그 짜증! 그 짜증 때문에 이성적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오로지 승부욕때문에 끝까지 가버렸던 승부!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판돈을 키워서 한판만 제대로 이기면 날린 돈을 다 회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상대에게 겁도 없이 1,000원빵을 하자고 한 자신의 무지.


‘허허. 씨발.’


이제는 안다. 자신이 1,000원빵을 하자고 할 때 주위 사람들이 왜 그토록 놀랐었는지. 왜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었는지.


결과는 뻔했다. 졌다.

자신의 참패. 가지고 있던 모든 돈을 날렸다. 무려 2만8,000원. 전 재산이었다.

눈앞의 청년도 자신이 그렇게 많은 돈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는 듯 즐거워했다. 


너무나 큰돈을 잃었기에 감정에 호소하며 읍소했다. 개평이라도 나눠달라고.


‘어림도 없었지. 냉정한 놈들.’


하지만 승부는 냉정했다. 모든 것을 잃은 자신에게 짧게 냉소만을 보일 뿐 일말의 개평조차 나눠주지 않았다.


억울했다. 서러웠다. 그는 울부짖었다. 개평 조금만 주면 안 되겠냐고!

하지만 냉엄한 현실의 벽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옆의 덩치 큰 사내는 악마의 보디가드였는지 엄청난 힘으로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는 자신을 떼어놓았다.


그리고··· 그들은 떠나갔다.


그 후로 식사라고는 점심에 나눠주는 소보로빵과 흰 우유가 전부였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아무리 목이 말라도, 뭐 하나 사 먹을 돈이 없었다. 그래도 주변의 동료들이 자신에게 몇백 원씩 지원을 해주었기에 그 돈을 자금 삼아 다시 짤짤이에 손을 댈 수가 있었다.


재능이 없는 건 아니었다. 덕분에 승승장구했다. 

하루에 무려 3,000원 이상 되는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주변에서는 타고난 승부사라고 자신을 칭찬했다.


도박하지 않기로 결심했기에, 자금을 보수적으로 운용했다. 승률이 높더라도 무리해서 시드를 늘리지 않으며 조금씩 조금씩 자금을 모아 나갔다.


그렇게 몇만 원을 모았다.

그리고 한 달 뒤, 다시 나타난 악마에게 처참하게 패배했다. 


‘냉정해지기로 했는데. 침착하게 플레이하기로 했는데.’


왜 이 녀석만 만나면 이성을 잃고 흥분하는지 모르겠다.

졌다. 저번의 패배를 만회하고 싶었었나 보다. 잠재의식이 저번의 패배를 인정하지 못했었나 보다.


‘다 내 탓이오.’


 호승심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 한 달 전의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무려 3만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지만, 가벼운 주머니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유유히 떠나갔다.

그 뒤로 무려 세 번이나 더 도전했지만, 사내의 벽은 높았다. 사내는 모든 수를 꿰고 있는 듯했다. 무서웠다. 상대를 할수록 무서워졌다.


‘녀석은 내 레벨이 아니었어!’


사내는 여태껏 자신을 가지고 놀았던 것이다.

애초에 이길 수 없는 판이었다.


승부는 그 악마의 손아귀 안에 있었다. 악마는 일부러 몇 번씩 져주면서 자신의 승부욕에 불을 질렀고, 그것을 깨닫지 못한 채 그는 지옥의 나락으로 빨려들어 갔었던 거였다.


4개월. 지난 4개월 동안 녀석들을 피했다.

그 후로 다시는 도전하지 않았다. 4개월이 지났다. 그들은 나타날 때마다 누군가를 붙잡고 도박을 했다.


“시, 싫어! 너희들하고는 하지 않을 거야!”


거부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괜히 악마라 불리는 게 아니었다. 하지 않으려 할 경우에는 붙잡아놓고서는 경찰에 신고했다. 공원에서 순박한 시민들을 붙잡아놓고 불법 사기도박을 한다는 어이없는 누명을 씌워서.


동료들은 하나둘씩 사라져갔다. 동료들이 다시 나타났을 때는 몹시 초췌해져 있었다.


'그래도 밥은 주더라'


‘겨울엔 따뜻하고 좋지 뭐’


‘허허허...’


하며 자조적인 쓴웃음을 짓는 동료의 얼굴을 도저히 바라볼 수 없었다.


아아··· 그들은 악마였다. 한 달에 한 번씩 나타나는 악마. 도박을 하면 결코 이길 수 없는 상대. 게다가 도박을 하지 않으려 할 땐 어이없는 누명을 씌우고 경찰에 신고해 약간의 포상금을 타 먹는, 철저한 악의 종자들이다.


몇 달간의 안정을 깨고 그들은 다시 그의 앞에 섰다. 당했다. 망했다. 굴러가는 500원짜리에 집착한 것이 잘못이다. 아마도··· 오늘 다 잃을 것이다. 그들이 만족할 때까지 하게 될 것이다.


억울하다. 하늘이 노랗다. 이럴 수는 없다. 왜, 왜··· 하필이면 내가 걸렸는가! 그저 이런 상황을 만든 하늘이 원망스럽다. 500원에 집착한 1분 전의 내가 밉다.


‘아아, 진정 신은 없는 것인가!’


주변의 동료들도 하나둘씩 사라져간다. 괜히 옆에 있다가는 '1대 1은 재미없죠. 같이 해요'라는 협박과 함께 덩치 큰 사내에게 끌려와 자신의 옆에 나란히 앉게 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


오늘따라 남겨두고 온 가족들이 생각난다.


"홀!"


"큭!"


짤랑짤랑.


"짝!"


"윽!"


짤랑짤랑.


"짝!"


"으윽······."


털썩.

일방적이다. 잔혹한 승부의 결과에 일찍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보복할 기회조차 없었다.


"흠, 더 없나요?"


욕심도 많지. 나쁜 자식.

황 씨는 주머니를 뒤집어 보이며 울상을 지었다.


"없다, 없어! 깨끗이 없어. 네가 다 가져갔다!"


운명의 홀짝에 100원씩, 500원씩 다 날렸다. 처음에 먼저 할 사람을 정하는 가위바위보에서 지는 순간 이미 승부가 났다고 봐도 무방했다. 선수를 빼앗긴 이후, 무려 1만5,800원이나 되는 거금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으니까. 악마가 돈을 쓸어가는 건 그야말로 한순간이었다.


연속으로 단 한 번의 실수도 하지 않은 채 동전의 개수가 홀이냐 짝이냐를 귀신같이 알아맞히는 상대의 실력에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소주나 한잔할까 해서 모아놓은 돈이 다 사라졌다.


확실히 악마는 악마다. 게임을 할 때면 가늘었던 눈이 마치 부엉이의 눈처럼 동그랗게 변한다. 마치 세상 모든 변화를 꿰뚫어 보겠다는 것처럼 변한다.


‘이래서 실눈캐가 사기라니까.’


실눈이 제대로 눈을 뜨면 분위기가 변한다. 1페이즈와는 전혀 다른 2페이즈가 시작되는 건 세상의 이치다.


눈빛이 달라진 악마가 게임을 시작하는 순간 씨의 손을 노려보기 시작했고, 그의 귀는 엘프의 귀처럼 길게 늘어졌다. 악마는 눈으로는 상대방의 손이 주머니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투시하듯 살폈고, 예민한 귀로는 동전끼리 부딪치는 소리를 통해 동전의 개수를 연상해냈다.


엄청난 능력. 엄청난 오감. 인간의 경지를 뛰어넘는 도박 운······.


결국 몇분 만에 황 씨는 주머니 속 모든 돈을 잃었다.


“흑흑. 내 돈...”


황씨는 울상을 지었다.

그러나 황 씨의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에이, 한 판 더 하죠? 더 꺼내 봐요."


사내의 말에 황 씨는 억울하단 표정을 지었다.


"아! 없다니까 그러네! 너무하는 거 아냐? 자네가 나한테 여태껏 가져간 돈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


황 씨의 말에도 사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흥, 아저씨가 도박 운이 없는 것을 저보고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그건 그렇고······."




예전에 작업한 글을 다듬어 리메이크 한 작품입니다. 리메이크라기 보다는 리부트에 가깝습니다. 워낙 오래된 글이라 기억하시는 분도 없을 것 같지만,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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