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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몽이™ 님의 서재입니다.

이런 쓰레기 같은 고인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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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몽몽이™
작품등록일 :
2023.11.15 19:02
최근연재일 :
2024.04.05 19:05
연재수 :
145 회
조회수 :
25,487
추천수 :
313
글자수 :
835,086

작성
23.11.20 19:15
조회
820
추천
8
글자
12쪽

4

재밌게 봐주세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DUMMY

"오옷, 이건! 두 분 정말 축하드려요! 유니크 등급이 나왔어요. 이건 주술 아이템이네요. 소유자의 기력을 소모하는 대신 몸의 크기를 5분의 1로 줄여주는 기능이 있어요."


점원의 설명을 듣자 지존과 본좌는 점원 모르게 이맛살을 찌푸렸다.


"이런··· 올스텟업 아이템이 나왔다면 좋았으련만······."


지존의 아쉬움 가득한 말에 점원이 당황했다.


"아니에요. 한번 써보고 생각해 보세요. 이게 얼마나 좋은 아이템인데요. 유니크라고요. 1년에 한 번씩 밖에는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 희소한 아이템이라고요!"


점원이 두 사람을 나무라자 본좌는 인상을 찌푸리며 귀고리 모양의 아이템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귀에 걸고는 기력을 주입했다.


"어엇!"


"와!"


본좌는 갑자기 지존과 점원이 커졌다고 생각했다. 아니,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물이 커졌다고 생각했다.


"오오! 신기하다. 5분의 1로 줄어들다니. 네가 작아지니까 거의 보이지 않는데? 크크."


"뭐얏? 에잇!"


작아져 버린 본좌는 안 그래도 키가 작아 불만인 자신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지존에게 단검 세례를 퍼부어주었다.


"어헛!"


스텟의 변경은 없었다. 기존의 속도와 공격력은 그대로였지만 사이즈가 작아지니 움직임을 예측하기도 힘들었다. 방어할 위치가 낮아져 자세가 무너져 대응하기도 힘들었다. 지존은 본좌의 공격을 막을 수가 없었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의 공격이기도 했거니와 애초에 작은 체구였던 본좌가 더 작아지니 히팅포인트를 잡고 대응하기가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존은 고인 물 게이머다. 그런 그가 일순 허둥지둥하는 걸 본 본좌는 자신을 작게 해주는 아이템이 마음에 들었다.


“생각보다 쓸만한데?”


"모르면 대응하기 어렵겠어. 활용방법이 무궁무진하겠어."


본좌는 미소 지으며 검을 거두었다.




* * *


​​


"여! 또 왔군. 이번에는 친구까지 같이 왔구먼 그래."


"오래간만이에요, 아저씨. 그동안 자주 못 와서 죄송해요. 사실 너무 오고 싶었는데 아저씨가 추천해 주신 방향으로 하니까 레벨업이 너무 잘 돼서 마을로 내려올 기회조차 없었어요."


"하하, 너무 띄워주지 말게. 쑥스럽구먼. 그보다, 겉보기에도 상당히 많이 성장한 것 같군."


술집 주인의 말에 본좌는 씩 웃어 보였다.


"그동안 사냥하고 퀘스트 수행만 반복했거든요."


방긋 웃으며 별일 아니란 듯 말했지만 본좌의 말은 사실이었다. 비록 사냥과 퀘스트 수행이라 함은 먹자와 스틸, 더 나아가 PK행위를 동반한 플레이였지만 말이다.


"그건 그렇고, 자네들 게시판에 뜬 글은 읽어봤는가?"


본좌는 귀를 쫑긋 세우며 주인장의 입에서 흘러나올 정보를 경청할 준비를 하였다.


"무슨 공지요?"


주인장은 인상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쯧쯧, 마을 광장 게시판에 올려져 있는 공지 말일세. 말세야, 말세······!"


"무슨 일인데요? 안 좋은 일인가요?"


"엄청난 PK범이 초보 마을에 나타난 모양이야. 정체조차 알 수 없다더군."


이상한 일이었다. 아무리 PK범이 설친다 하더라도 PK 역시 게임의 일부일 뿐, 운영자까지 나서서 게시판에 공지를 올릴 만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본좌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재차 질문을 날렸다.


"초보 유저들을 대량학살이라도 했나 보죠?"


주인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야. 하지만 그보다 더 원성이 자자하지. 아니, 인기가 많다고 해야 하나? 에휴··· 커플들에겐 원성과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솔로들에겐 영웅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요즘 신종 PK범들 중에 그들을 따라 커플이나 혼성 일행들만 공격하는 자들이 늘어났다네. 물론 증거만 제출하면 엄하게 벌하고 있지."


흠칫!


술집의 주인이 눈치가 조금 더 빨랐다면 지존과 본좌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으리라.


"PK범이라. 흠."


본좌는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본좌를 보며 주인장은 한마디를 덧붙였다.


"커플사냥꾼이라고 불린다네. 아직 못 들어본 모양이군. 정말 악독한 것들이지. 다른 유저는 건들지도 않으면서 커플로 연애 겸 게임을 하는 사람들만 골라서 죽이는 모양이야. 덕분에 초보들 중에 커플로 있는 유저들은 겁을 먹고 떨고 있지. 자기들도 걸릴지 모르니까. 그래도 다행이네. 자네들은 둘 다 남자 아닌가? 하하! 아닌가? 남자 둘이 다니는 것이 더 위험한가? 하하하하하!"


아저씨의 실없는 농담에 지존과 본좌는 서로를 바라보며 멋쩍게 웃었다. 그런 그들의 뒤통수에는 왜 이리도 커다란 힘줄이 돋아나 있는 것일까.


"하, 하, 하, 하, 하!"


'언제 한번 이놈도······?'


주인장을 바라보는 둘의 눈빛이 순간 날카롭게 변했다.


[본좌->지존: 조심해야겠군.]


[지존->본좌: 감정 조절 좀 해야겠어, 당분간은. 음······.]


[본좌->지존: 아니꼬워도 참아야겠지.]


​ 역시. 이 둘이 범인이었다. 귓속말이 이어지는 와중에 다시 술집 주인이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건 그렇고, 레벨은 어느 정도나 올렸나? 얼마나 레벨업에 열중했으면 나도 한번 안 찾아올 수 있나? 내가 얼마나 자네를 좋아하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너무하는구먼."


본좌는 주인장에게 아까의 실없는 농담에 대한 복수라도 하듯 의미심장한 하트를 그리며 한쪽 눈을 깜빡였다.


"하, 하! 전 남자에 관심 없어서요. 하지만··· 아저씨가 절 좋아하신다면··· 한번··· 고려를······."


과연 뛰어난 기술이다. NPC의 얼굴색도 변할 수 있구나, NPC의 당황한 듯한 표정도 그렇거니와 자연스럽게 얼굴색이 변하는 장면은 타 게임에선 보기 힘든 모습이리라.


그렇다. 이 게임에는 결혼시스템이 있다. 유저와 유저. 유저와 NPC의 결혼도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 PC주의가 적용되지 않아 동성혼은 없다고 들었었는데...


자기도 모르게 성적 취향의 변화라는 큰 결단을 고심한 NPC의 마음도 모르고 본좌는 NPC의 얼굴색 변화라는 현상에 대해 운영자에게 버그가 생긴 것이 아니냐고 물어보고 싶었을 뿐이다. 말도 없이 끝없이 파고 내려가는 술집 주인의 숨이 점점 막혀 죽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기에 이제는 주인을 풀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하, 농담이에요. 뭘 그런 것 가지고 그러세요? 참, 지금 저 레벨 30이에요. 제 친구도 그렇고요. 그간 정말 열렙 했다니까요. 하하!"


​ 농담이라는 말이 나오고서야 주인의 얼굴에 서서히 혈색이 돌기 시작하였다. 하마터면 최초로 유저와 그것도 동성의 유저와 사랑에 빠졌다는 이야기가 돌 뻔했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주인장은 암흑 속에서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렇구먼······. 험험, 정말 대단 하이. 그 짧은 시간에 그렇게나 레벨을 많이 올리다니······"


​ 사실 단순히 레벨만 올리려 했다면 더 올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레벨업을 위해 사냥에 열중하는 동안에도 그들의 눈에 치이는 아니꼬운 커플들을 무시하기도 힘들었다. 덕분에 레벨업도 늦어지고 커플사냥꾼이라는 별명까지 생겨버렸다.


​ "흠, 그러면 이미 무술도 배웠겠군? “


"네, 저희 둘 다 태극권을 익혔죠."


지존의 말에 주인장은 감탄한 듯했다.


"오오! 좋은 것을 익혔군. 그런데 레벨이 30이면 이만 초보마을에서 나가도 될 텐데··· 왜 아직까지 여기에 남아 있나?"


주인장의 말에 본좌는 뒤통수를 긁으며 멋쩍게 웃었다.


"하하, 이제 나가려고요. 하지만 아저씨 얼굴도 못 보고 나갈 수는 없잖아요? 여기 접속해서 제일 처, 음, 알고 가, 장, 친, 한, 친! 구!인데 말이죠!"


차마 눈에 걸리는 커플들이 많아 다 처리하느라 늦었다고는 말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본좌는 호감도나 올리고 떠날 겸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아부신공을 펼쳤다.


감동적인 멘트에는 항상 적절한 반응이 오는 법이다. 술집 주인의 눈빛이 아름답게, 아름답게 번뜩이는 순간 본좌의 귓가에는 몹시 흐뭇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 -띠리링! 호감도가 1 올랐습니다.


"오! 나 감동받았네. 흑흑, 다들 NPC라고 술만 사가거나 퀘스트만 받아가지 자네처럼 날 이렇게 생각해 주는 사람은 없었네. 정말 고마우이. 그런 의미에서 내가 선물 한 가지 주고 싶구먼."


​ 본좌는 희희낙락했다. 감동을 받은 것은 본좌도 마찬가지였다. 살짝 찔러줬을 뿐인데 알아서 이렇게 토해낼 줄 그 누가 알았으리오. NPC와의 호감도 올리기가 이리도 쉽다는 것을 안다면 수많은 유저가 화병으로 쓰러질 것이다. 호감도 올려주려고 괜히 돈 들여 술 사다 바치고, 꽃 사다 바치는 한심한 짓거리 없이 말 몇 마디로 구슬려질 수도 있다는 것은 매우 신선한 충격일 것이다.


게다가, 단순히 호감도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선물! 선물은 아이템이다! 선물은 공짜다! 유저들은 간혹 가다가 NPC들에게서 선물을 받곤 한다. 이벤트성이기도 하고 퀘스트의 보답이기도 하다. 그리고 높은 확률로 NPC의 선물 아이템은 좋은 아이템일 확률이 높았다.


호감도 작은 어렵다. 하지만 호감도가 높을 경우 지금처럼 대가 없이 순수한 호의로 선물을 주기도 한다. 지금이 그런 상황이다. 가만히 앉아 느끼한 대화를 듣기만 하던 지존도, 대화를 나누던 본좌도 순간 눈빛이 번쩍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신중했다. NPC를 다루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겸손과 친밀함이란 것을 수많은 경험을 통해 이미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 선물이요? 에이, 뭘 그런 것을 다 주시고 그래요? 아저씨 장사하시는 것도 힘드실 텐데요."


한 번 정도 튕기는 것은 적절한 겸양이요, 방긋 미소를 지어주는 모습은 친절이리라. 방금 행한 본좌의 행동이야말로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이 배워야 할 최소한의 가식이리라. 아니, 모든 이들이 본받아야 할 처세이리라.


"자네는 정말 친절하군. 하지만 사양하지 말게나. 자네들에겐 꼭 주고 싶군. 자, 받게."


-띠리링! 손목보호대 두 개를 얻었습니다.


주인의 말이 끝나자마자 알림이 들려왔다. 저절로 인벤토리에 들어간 모양이다.


"그다지 좋은 것은 아니지만 내 호의라고 생각해 주게. 체력에 +10, 기력에 +10을 해주고 자동 기력회복력 +5%에 방어력도 어느 정도 되는 물건이네. 각자 하나씩 착용하면 될 것일세."


땡잡았다! 레벨 30 정도에서 쓰기엔 오히려 좋은 물건이라 할 수 있었다. 초보마을에선 아무리 몹을 잡아도 이처럼 능력치를 올려주는 아이템은 얻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본좌와 지존의 입은 귀밑까지 찢어져 올라갔다.


"저··· 정말 고마워요, 아저씨! 여행 가다가 꼭 다시 들를게요."


"하하, 뭘 이 정도 갖고 그러나. 그건 그렇고, 약속했네? 나중에 꼭 다시 찾아오게!"


"네. 꼭 다시 올게요. 안녕히 계세요."


'흐흐, 너 같은 봉을 놓칠 순 없지. 흐흐.'


속마음을 숨긴 채 겉으로 아름다운 가식을 떠는 둘의 모습은 정녕 대단한 것이리라. 술을 달라는 손님들을 뒤로한 채 길을 떠나는 지존과 본좌를 보며 손수건을 흔들어주는 주인장의 두 눈에 맺힌 것이 이슬이라면 믿겠는가. 내면과 외면의 모순을 아주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본좌를 보면서 술집 주인 NPC는 속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 저 가증스러운 모습. 겉으로는 밝은 빛을 내뿜는 태양처럼 환한 존재이지만 속으로는 암흑보다 더 어두운 자! 그 이름 본좌!


그리고 항상 무뚝뚝하면서도 잘생긴 얼굴을 기반으로 여성 유저를 꼬드긴 뒤 아이템을 갈취해 내는 꽃뱀 지존! 술집 주인에게서 받은 아이템을 기반으로 그들의 레벨업은 차후 더 쉬워지겠지.


다음 마을로 떠나는 그들의 뒷모습에 암흑의 오라가 펼쳐진다.







예전에 작업한 글을 다듬어 리메이크 한 작품입니다. 리메이크라기 보다는 리부트에 가깝습니다. 워낙 오래된 글이라 기억하시는 분도 없을 것 같지만,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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