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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몽이™ 님의 서재입니다.

이런 쓰레기 같은 고인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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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몽몽이™
작품등록일 :
2023.11.15 19:02
최근연재일 :
2024.04.05 19:05
연재수 :
145 회
조회수 :
25,490
추천수 :
313
글자수 :
835,086

작성
23.11.29 19:05
조회
514
추천
3
글자
13쪽

13

재밌게 봐주세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DUMMY


지존과 본좌가 정성을 다하기만 한다면 영희가 죽어 리타이어한 상태에서도 남은 반달곰들을 정리하는데는 아무 문제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죽은 곰 세 마리에서 아이템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스리슬쩍 드랍템을 삼켜버렸다. 발톱과 웅담, 가죽까지, 여태까지의 여정을 생각했을 때 지금까지 함께한 4명의 유저들과의 관계를 정리해도 될 정도의 고가 아이템을 획득한 것이다.


오랜만의 만족스러운 포식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 그들이었다. 더 이상 커플로 구성된 네 명과의 관계에 깊숙이 끼어들기에는 부담스럽기도 했다. 꽁냥대는 그들을 볼 때마다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분노의 힘이 점점 그들을 집어 삼키는 중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영희가 사라지건 말건, 남은 세 명이 반달곰 두 마리를 마저 잡건 말건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순간의 포만감에 빠진 그들에게는 파티원의 위기따위는 강 건너 불구경, 즉 남의 일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배가 부르자 나태함이 몰려온다. 긴장이 풀린다. 정신적 만족감에 몸이 나른해진 지존과 본좌가 게으른 뚱냥이 모드로 전환되는 와중에도 그들은 남은 두 마리의 곰이 토해 낼 아이템에 대한 욕심을 스물스물 내고 있었다.


반달돔은 잡기 쉽지 않은 몹이다. 그렇기에 두마리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해도 지금 남아있는 인원만으로 사냥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잡기 위해서는 지존과 본좌의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도울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좀 쉬고 싶긴 한데.]


어차피 이대로 시마이해도 최소한 영희와 철수커플은  헤어질 확률이 높은 상태다. 하지만 확률은 확률일 뿐 100% 확정된 건 아니라는 게 문제다. 확률의 법칙이 아닌, 확실의 법칙이 작용하기를 바라는 그들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민수와 순이는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 상태는 그저 관게에 약간의 어긋남이 생겼을 뿐 헤어짐을 선택할 정도의 앙금이 쌓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고민이다. 목적이냐 편안함이냐.


[으음······.]


[어찌해야 되지? 이대로 놔두어도 예상대로 될 것 같은걸? 이제 손을 뗄까?]


번뜩!


지존의 나약한 소리를 듣자 본좌는 정신을 차렸다. 찬물을 뒤집어 쓴 것 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긋나긋하게, 따뜻한 온기에 취해 낮잠을 자려는 순간 찬물 한 바가지를 뒤집어쓴 것 같은 충격이 엄습했다.


[이건 아니다, 지존!]


본좌가 갑자기 두 눈을 부릅뜨며 지존의 어깨를 잡아흔들자 지존은 화들짝 놀랐다.


[뭐야? 갑자기 왜 그래?]


[우리가 언제부터 이리도 나약해졌단 말인가! 반달곰의 가죽 때문인가? 아니면 여태껏 공짜로 얻어먹은 경험치 때문인가! 이 정도는 당연히 예상했던 것 아닌가! 우리의 목표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단 말이다!]


[음, 목표··· 으음······.]


고민하는 지존에게 본좌는 목적의식을 되살릴 강렬한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우리가 받은 치욕을 생각해 봐라, 지존! 바로 코앞에서 온몸에 버터를 발라대던 그들의 행태를! 그런 만행을 직접 경험하고도 참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기억해 내라!]


[으음, 그렇군. 느끼의 추억.]


아픈 기억에 찔린 것일까. 나약했던 마음에 다시 활화산 같은 열정이 솟구쳐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포기할 수는 없다.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 나약해져선 아니 된다. 굳게 다문 입술. 마음속 깊은 곳부터 억눌러왔던 그들의 만행이 열 배 스무 배의 고통이 되어 지존의 전신을 엄습했다. 지존은 온몸이 부르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


[으음, 포기할 수 없다. 저놈들을 끝장을 내지 않고서는 제대로 잘 수 없다! 내가 약했다. 내가 어리석었다. 한낱 가죽 따위가 가져다 줄 코앞의 이익에 빠져 대업을 잊을 뻔하다니. 으음······.]


[지금이라도 마음을 돌이켰다면 됐다. 아직 늦지 않았다. 보라, 영희는 사라졌다. 철수와 영희의 사이는 불 보듯 뻔하다. 이제 민수와 순이만 갈라놓으면 된다. 저 교과서 시리즈를 다 부숴놓지 못한다면 천추의 한이 되리라!]


그들의 뒤로 암흑의 오라가 소용돌이치며 두 눈에선 '나는 버터가 싫어요'라는 솔로들의 외침이 터져나오자, 지존과 본좌의 신형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며 입을 나불거리기 시작했다.


"아앗, 철수 씨! 뭐 하는 겁니까! 영희 씨가 죽었잖아요!"


그제야 깨달은 것일까. 막 난도질을 끝내고 잠시 한숨을 돌리던 철수가 당황한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이런··· 젠장! 그러기에 나서긴 왜 나서! 도움도 안 되면서. 아이 씨, 왜 죽어가지고는······!"


철수의 짜증 어린 목소리가 공터에 울려퍼졌고, 이 말을 민수와 순이 그리고 본좌와 지존이 듣지 못할 리 없었다. 일찍이 곰에게 한 방을 허용한 뒤 체력을 채우기 위해 멀찌감치 떨어져 회복약을 주섬주섬 먹고 있다가 철수의 말을 들은 민수는 왠지 모르게 화가 났다.


아마도 도움도 안 되고 죽었다고 비난하는 철수의 말은 상처를 입고 전투에 끼지도 못하고 있는 자신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야! 네가 어떻게 그런 소릴 할 수 있어! 영희는 네 뒤에서 곰 한 마리하고 혼자서 싸우고 있었다고!"


영희를 두둔하는 민수의 말이 겨우 짜증을 억제하던 철수의 가슴에 기름이라도 끼얹은 것인가?


"뭐야? 민수 네가 왜 나한테 그런 소리를 해! 네 여자친구나 잘 챙겨!"


"뭐, 뭐야?"


"철수 씨 말이 맞아. 빨리 도와줘. 나 혼자 역부족인 것 안 보여?"


곰에게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던 순이의 말에 정신을 차린 것일까. 철수는 다급히 순이의 곁으로 가 곰에게 칼을 휘둘러댔다. 민수 역시 뛰쳐나가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체력이 아직 반도 차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그저 안타까운 마음으로 둘의 전투를 지켜볼 뿐이었다.


지존과 본좌는 기분이 좋았다. 철수가 순이의 싸움에 끼어들어 순이를 돕고 있느라 아무도 상대를 하지 않고 있던 곰에게 기습을 가하여 거의 숨통을 끊어놓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철수가 거의 처리해서 곰이 빈사상태에 빠져 행동불능이 된 틈을 노려 순이를 도우러 간 빈틈을 노린 것이다. 막대한 경험치가 둘에게로 쏟아져 들어왔다.


게다가 하늘도 그들의 편인지 4인방은, 아니, 3인방은 서로에게 차가운 말을 쏘아대며 관계를 파탄내고 있었다. 3인방의 갈등은 순이가 철수에게 도와줘서 고맙다고 한 것을 시발점으로 폭발적으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그녀를 지켜주려다가 한 방 맞고 구석으로 피해 체력을 회복시키고 있는 자신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으면서 철수가 나서서 칼질 몇 번 해주니까 금방 눈웃음을 치며 고맙다고 웃어주는 순이의 모습에 민수는 이성을 잃었다.


민수는 다혈질이었던가. 다 차지도 않은 체력 게이지에 아랑곳하지 않고 일행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는 검을 내리그었다.


"으윽!"


어찌 된 일인가! 비명은 곰에게서 나오지 않았다. 철수는 갑자기 급소를 공격당해 눈앞이 회색으로 물들며 you die가 떠오르는 것을 보면서, 자신을 공격한 이가 누군지 보기 위해 뒤를 돌아보았다.


철수는 당혹감을 지울 수 없었다. 황당한 건 철수만이 아니었다. 순이 역시 갑자기 철수가 비명을 지르며 리타이어하자 황당할 수밖에 없었고, 철수를 죽인 자가 민수란 사실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지존과 본좌 역시 일이 이렇게까지 되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예상외의 반전에 그들은 그저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승리를 자축했다. 서로가 서로를 향한 PK라니, 가장 이상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아, 맞다! 곰 역시 눈앞에서 칼질을 해대던 이가 동료라고 생각되는 유저에게 당하자 정신을 못 차리고 황당해했다. 


‘아, 이게 무슨 일이래? 그럼 이제 난 누구 공격하지? 어디보자, 어그로 관리창이 어딨더라.’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자 인공지능도 아닌, 그저 프로그램에 의해 움직이는 곰 역시 도대체 누가 적인지를 가늠하기 위해 멈칫할 정도로 상황은 엉망이 됐다.


곰의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곰이 머뭇거리는 모습이 보이자 지존과 본좌가 상대를 찾지 못한 채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있던 곰의 급소에 검과 도를 꽂아준 것이다.


갑작스러운 공격을 당한 곰은 황급히 앞발을 휘둘렀고 괜히 곰 앞에서 얼쩡대던 운 없는 순이가 가격을 당해 튕겨나갔다. 순이의 피가 쭉 빠지며 스턴에 걸린 채로 구석에 처박히는 걸 본 민수가 검을 감아쥐고 곰의 배에 있는 힘껏 찌르기를 시도했다. 곰은 두 앞발을 크게 휘두르며 강공격을 감행했고, 결국 민수마저 리타이어시켰다.


민수가 사라지고 나서 곰의 운명은, 예상할 수 있다시피 본실력을 드러낸 지존과 본좌의 항문파열검과 항문파열도의 연계기, 그리고 살포시 내부에서 90도 돌려주기로 마무리되었다.


곰은 엉덩이를 부여잡고 비명을 지르며 하늘을 향해 크게 포효했다. 그리고는 저 멀리 메인 소스에서 자신을 향해 미소 짓고 있는 먼저 간 친구들을 바라보며 짧은 몹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사라져 버린 텅 빈 필드. 지존과 본좌는 슬며시 저 멀리 나무기둥에 얼굴을 처박고 스턴에 걸린 채 꼼짝도 못 하고 있는 순이를 바라보고는 살포시 바닥에 떨어져 있는 아이템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개꿀!’


‘잘 먹겠습니다.’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은 이제 힘을 잃어가는지 서서히 기울기 시작한다. 살아남은 세 명의 뒤로 짙은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다.


지존과 본좌는 쓰러져 있는 순이를 일으켜 세워주었다. 물론 회복약을 먹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자기 회복은 알아서! 남에게 줄 회복약은 먹고 죽으려 해도 없는 지존과 본좌다.


"어떻게 된 거죠?"


스턴 때문에 움직이지 못해 시야가 제한되는 바람에 마지막을 지켜보지 못한 순이가 지존과 본좌에게 물었다.


‘여기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잘 지었다는 소리를 들을까?’


‘여기서 어떤 말을 해야 제대로 낚을 수 있을까?’


두 배우는 연기를 시작했다.


“휴···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본좌는 고개를 털었다.


“도대체 네 분은 어떤 관계였던 건가요? 저희도 황당하네요.”


작전명 연적으로 몰아가기.


“도대체 누가 누구와 커플인 겁니까? 제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네요.”


“영희 씨가 아웃당하는데도 철수 씨가 비아냥거리기만 하자 민수 씨가 발끈했나 봅니다.”


“혹시 철수 씨가 순이 씨에게 관심이 있었나요? 영희 씨에게는 냉정하게 뒤돌아서면서도 순이 씨만 지켜줬어요. 그래서 민수 씨가 화가 난 거겠죠.”


“어쩐지. 영희씨 리타이어될 때는 신경도 안 쓰더니.”


“민수 씨가 홧김에 철수 씨를 찔렀습니다. 철수 씨는 그렇게 어이없게 아웃당했어요.”


연기력 출중한 두 배우의 만담에 순이는 어이를 상실했다. 이성을 상실했다. 


‘뭐 이런 개막장...’


상황의 심각성을 어느 정도 깨달은 것일까? 몹시 초조한 듯 보이는 순이다.


"그, 그럼 어쩌죠? 이제 어떡해야 하죠?"


순이의 말에 지존과 본좌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걸려들었군. 좋아, 방법을 알려주지.'


이대로 영영 마수에 빠져들고 마는 것일까. 정말로 무심한 신이다.


"글쎄요. 일단은 성으로 돌아가야겠군요. 다들 아웃당했다가 게임 상으로 내일 정도에나 다시 돌아올 테니까요. 지금 부지런히 가면 만날 수 있겠죠? 참, 순이 씨. 제가 이건 경험 상 조언해 드리는 건데 말이죠. 친구의 친구는 사랑해선 안 됩니다. 아무리 철수 씨가 좋다고 해도 말이죠. 철수 씨에게는 영희 씨라는 오래된 여자친구가 있잖습니까? 그런데 그 사이에 민수 씨 같은 남친이 있는 순이 씨가 끼어드는 건 도리가 아니죠."


황당한 소리를 들어서일까. 순이는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한 얼굴로 반문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전 철수에게 아무 관심도 없다고요."


"네? 그런데 왜 그렇게 행동하셨어요? 민수 씨가 도와줄 때는 방해된다고 그러더니만 철수 씨가 와서 칼질 몇 번 해주자 고맙다고 웃어주는 걸 여기 있던 모든 사람들이 봤다고요."


지존의 말에 순이는 당혹스럽다는 듯, 오해라는 듯 발끈했다.


"그···그런 거 아니에요! 그건 오해라고요, 오해! 전 그저······."


여기서 끝내야 한다.


“오해는 무슨 오해입니까? 세상 사람이 다 봤는데.”


보긴 뭘 봤나. 오해인 것 다 안다. 그러나 온갖 사기술로 무장한 지존과 본좌에게 어디 감히 말발로 이길 수 있겠는가.




예전에 작업한 글을 다듬어 리메이크 한 작품입니다. 리메이크라기 보다는 리부트에 가깝습니다. 워낙 오래된 글이라 기억하시는 분도 없을 것 같지만,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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