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냥이목소리 님의 서재입니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세계 소환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라이트노벨

냥이목소리
작품등록일 :
2020.05.30 18:26
최근연재일 :
2020.08.01 18:02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3,130
추천수 :
95
글자수 :
350,891

작성
20.06.26 18:28
조회
22
추천
1
글자
17쪽

알고 있었던 이야기 - 2

DUMMY

아아, 수업시작이다······.


점심 먹은 후라 그런지, 잠이 내 몸을 짓누르고 있는 것 같다.


어차피 수업은 안 들으니까, 잠이나 자자.


······.


****


······뭐지······ 이 느낌은······.


뭔가 익숙한 느낌이다······.


왠지 내 몸이 떨어지고 있는 듯한······.


아······ 맞다······. 나 방금 호각수를 날려버렸지······.


어라, 몸에 힘이 안 들어가······.


착지해야 되는데······. 시간도 안 멈춰지네······.


이거······ 이대로 떨어져 죽을 것 같은데······.


······그런데, 왠지 상관없을 것 같은 이 기분은 뭘까······.


성취감,

평온함,

안도감,

황홀함,

승리감.


이런 감정들만이 느껴져, 다른 감정은 전혀 끼어들 수 없을 것만 같다.


뭘 믿고 이럴 수 있는 건지······.


아, 그런가······. 제대로 믿고 있는 거니까······.


갑자기 힘이 없어져 게슴츠레 뜨고 있는 눈의 시야가 하얗게 뿌예졌다.


노곤해졌다.

피곤하다.

졸리다.

잠이 온다.


감각이 점점 사라지고, 의식은 다른 곳으로 흩어져 날아가 버릴 것만 같다.


그럼, 조금만, 아주 조금만 잘 테니까, 조금 이따가 깨워줘······.


리아······.


············.


······눈꺼풀이 열리고 뿌연 유리 창문을 닦아내듯이 시야가 뚜렷해지면서, 덜 꺼진 불씨에 다시 성냥을 집어넣은 듯이 의식이 천천히 각성되기 시작했다.


얼마가 지나고 나서야 분명하게 보이는 눈으로 현재 시야에 보이는 것을 확인해보니,

커다란 천막의 천장이 보였고,

그 바로 앞에는 램프가 걸려있어,

이 천막 내부를 유일하게 비추고 있었다.


“익숙한 천장······은 아니고, 익숙한 장소구만.”


누워있는 상태의 난, 눈길을 옮겨가며 이곳이 지하에 떨어져 내려왔을 때, 가장 처음에 왔던 콘드 할배의 천막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럼, 내가 누워있는 곳은, 역시나 털가죽인 건가. 이거 은근히 느낌 좋은데.”


오랜만에 느껴보는 듯한 촉감으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부드러운 털가죽에 누워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눈질로만 천막 내부를 전부 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이번에는 고개를 돌리면서 주변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특별한 것 없이 그냥 천막의 한쪽의 깔끔한 벽면이 있었다.


다시 고개를 위로 재배치하고서, 이번에는 왼쪽으로 돌려보니, 리아처럼 보이는 소녀가 나와 똑같이 털가죽 위에 누워 수면 중에 있었다.


자세히 보니 리아처럼 생긴 소녀가 아닌, 리아가 맞았다.


리아가 나처럼 털가죽 위에 누워있다······.


리아가······.


······?! 리아가?!


“리아!”


강력한 전기가 몸에 스며들 듯 정신이 급격하게 각성되어, 상체를 튕겨 올리고서, 다듬어지지 않은 목소리를 긁어내면서 바로 옆에 누워있는 소녀의 이름을 소리쳐 불렀다.


“아이구! 깜짝인 게야! 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난리 인 게야?!”


리아에게만 집중하고 있었던 시야의 뒤에서, 갑작스러운 괴성에 놀라 몸을 들썩인 콘드 할배가 허리를 매만지며 나에게 호통을 쳤다.


중요한 건 할배가 아니다.


어째서 리아가 이곳에서 나와 나란히 누워있는 거지···?


“왜 여기에 리아가 누워있는 거야···?”


“자고 있는 게 당연한 게야! 네놈 정녕 머리가 돌아버린 게냐?! 척보면 아는 게야! 척보면!”


“으응······. 너무 시끄러워······.”


내 말에 어이없어하는 할배가 지팡이로 나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고함을 지르자, 자고 있던 리아가 잠꼬대로 불만을 표출하면서, 몸을 돌려 할배를 등지고 다시 새근새근 잠에 빠져들었다.


할배는 그 모습에 당황해, 지팡이를 다시 가져가, 평소처럼 소리 내지 않고, 조용히 또 조심히 바닥에 부딪혔다.


“으흠, 이건 내가 잘못했구먼······.”


“아니, 나도······. 과대망상이 너무 심했어. 근데 나 얼마나 자고 있었던 거야?”


난 전력을 난발한 결과로 난 기절해 있었다.


그로인해 내가 의식이 없었던 시간은 대체 얼마나 흘러간 것일까.


“어디보자······. 3시간 정도인 게야.”


짧아!


나, 회복 능력이 어떻게 되먹은 거냐?


엄청난 전투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기절한 지 180분 만에 다시 깨어나다니······.


그건 그렇고 리아가 옆에 자고 있다.


어째서 내 옆에 있을 수 있는 걸까.


나에게 그런 짓을 당했는데······.


“리아는 왜 여기에 있는 거야···?”


“뭐라고 하는 게냐? 방금 자고 있다고 말한 게야. 다른 이유를 찾는다면, 이 아이가 네놈의 소환술사이기 때문이 당연한 게 아닌 게냐.”


“아니······. 그게 아니고······.”


난 리아가 따라오지 못하도록, 또 고블린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그녀를 도구 취급했다.


그 말과 행동으로 인해, 날 믿고 있었던 리아의 감정은 어떻게 휘몰아쳤을까······.


“네놈, 네놈 주인을 너무 얕보지 않는 게야. 네놈 생각처럼 이 아이가 그렇게 약해빠졌다면, 애초에 소환술사는 꿈도 꾸지 않았을 게야.”


“······.”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으면서도, 그 이상으로 별거 아닌 게야.”


“알겠다고······. 어차피 그렇게 교훈을 들어도 제대로 이해도 못해.”


학교에서 듣는 수업도 자는 걸로 빼먹는데, 남이 가르쳐주는 걸 제대로 이해하는 건 내게는 불가능이다.


내가 흥미 있어서 배우려고 하면 모를까.


“쯧쯧, 자랑인 게야. 잠시 나갔다올 테니, 조금만 더 누워서 쉬고 있는 게야. 네놈이 만약 제정신이라 하더라도, 몸은 아직 완전하진 않을 게야.”


“그런가······ 리아도 일어나려면 아직 먼 것 같고, 그럼 조금만 더 누워있어야겠다.”


할배가 천막 밖으로 나가고, 난 몸을 비틀어가면서 몸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하지만 어떻게 봐도, 눈의 띄는 외상은 찾아볼 수 없었다.


호각수의 공격이 결코 적지 않았음에도, 내 방어력으로 인해 피해를 주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안정을 취하기 위해서, 다시 부드러운 털가죽 위에 다시 상체를 천천히 내려놓았다.


상체로 털가죽의 포근함을 만끽하는 상태에서 눈을 감고서, 크게 한 번 심호흡을 해, 방금 전 작은 소동으로 잠깐이지만, 어질러진 마음을 리셋시켰다.


아무튼 간에 대부분 다 잘 된 것 같아 다행이야.


호각수를 도시 밖으로 날려버리고, 리아도 무사하고, 할배도 구했······다고 해야 하나?


고집을 꺾고서 돌려보냈으니, 잘 되긴 잘 된 거네.


이래저래 사건 하나가 마무리된 느낌이 있어서, 불안과 긴장으로 굳어버린 마음이 녹아내렸다.


이세계라서 당연히 평범하지 않은 사건들이 있을 건 예상은 했지만, 갑작스럽게 너무 큰 사건을 맞닥뜨려서 두렵고, 불안하고, 혼란스러웠지만, 모두 잘 해결된 것 같아서,

정말, 정말로 다행이다.


리셋 된 마음으로 세상을 마주하고자,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려 시야를 밝혔다.


눈에 보이는 건 역시나 천막 천장과 램프······가 아니었다.


빛이 일부가 차단되어 살짝 어두워진 배경에,

눈질로 다른 곳을 볼 수도 없게 눈 가까이에 내려온 긴 머리카락,

그리고 내 눈과 일직선상에 있는 또 다른 이의 안구를 포함, 그 주변에 사람 얼굴로 보이는 이목구비가 거꾸로 매달려있었다.


······귀신···?


이때 무방비상태의 정신에, 뒤통수를 강하게 후려치는 듯한 짜릿한 감각이 느껴지면서,

심장이 누군가 쥐어 짜이듯이 쪼여지고, 피가 혈관에 마찰되어 스파크를 내더니,

······비명이 폭발했다.


“으아아악···! 악! 아흐으으······.”


공포라는 감정이 갑자기 들이닥치고, 온 신경이 온 근육을 자극시켰다.


온몸에 발작을 일으키면서, 동시에 비명이 목구멍에서 거침없이 방출되어졌다.


상체가 자동반사로 다시 위로 솟구쳐 올라가다, 물리적인 방해로 이마가 무언가에 부딪히면서, 꼴사나운 귀신의 집 체험기 같은 상황은 막을 내렸다.


머리가 울리는 고통에, 비명이 신음으로 바뀌면서, 몸을 웅크리고 불이 난 듯한 이마를 감싸 쥐었다.


“아아······.”


뒤쪽에서 나와 동시에 고통에 신음하는 목소리가 들려, 눈을 살짝 돌려 힐끗 쳐다보니,

세이트가 무릎을 꿇은 정자세로 고개를 숙인 채, 이마를 손으로 비비고 있었다.


방금 그건 귀신이 아니고, 세이트였던 거냐······.


이 녀석, 왜 느닷없이 얼굴을 들이댔던 거야.


아아, 엄청 아프네.


“너 뭐야······. 깜짝 놀랐잖아. 쓰으읍···!”


갑작스런 공포 때문에, 세이트한테 뭐라고 제대로 화를 내고 싶었지만, 이마에 느껴지는 고통 때문에, 말에 이상한 추임새가 섞여 나와서 그럴 수 없었다.


아 이럴 때 방어력이 있었으면······.


잠깐, 여기 이세계잖아.


난 곧바로 방어력을 켜, 이마를 불로 쏘시는 듯한 고통을 지워버렸다.


고통을 지운 뒤, 몸을 완전히 돌려 세이트를 보니, 어지간히 고통스러웠던 건지, 아직도 이마를 문지르며, 신음하고 있었다.


이 녀석, 넌 맞아도 싸! 사람 놀래키고 앉았어.


스탯을 킨 직후라 떠오른 거지만, 만약 공격력이 켜져 있는 상태였으면······.


생각해보니 완전 큰일 날 뻔했다···!


나 잘못했으면, 터무니없는 살인사건을 만들어낼 뻔했던 거잖아.


그렇게 되면 리아한테는 어떻게 설명해······.


만약 상황이 잘못 되었을 때를 가정해보니, 더욱 무서운 상황이 연출되어서, 세이트를 증오했던 마음이 점점 사그라들었다.


“야, 너, 너 괜찮은 거지? 그, 그러게 누가 놀래키랬냐고.”


위엄 있게 말하고 싶었는데, 방금 전 상상한 것 때문에,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제대로 눈도 못 마주치겠다.


젠장,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나 왜 이러고 있는 거냐고.


“······죄송, 합니다.”


말까지 더듬어가며 꼴사납게, 세이트를 몰아붙였는데, 그녀의 반응이 굉장히 의외였다.


뭔가, 말은 안하고, 눈빛으로 매섭게 쏘아봤을 법했을 텐데.


시무룩한 표정으로, 시선을 아래로 향한 채, 죄송하다니······.


“야, 그렇게 사과할 필요까지야······. 내가 진짜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잖아.”


“저번에, 죄송, 합니다. 걱정, 끼쳐서, 죄송, 합니다.”


버퍼링이 걸린 듯한 말투의 그녀의 입에서, 예상치도 못한 말들이 줄줄이 나열되었다.


감정이 제거된 것처럼, 국어책을 읽는 듯한 말투이지만, 그 속에는 왠지 모르게 쓰라린 아픔이 담겨있었다.


과거의 자신에 대한 속죄······.


주인의 명령도 무시하고서 칼을 뽑아들어, 소동을 일으킨 그 장면이,

세이트에겐 못처럼 박혀있었던 것이었다.


이성을 잃어버린 그녀였었기에, 그 장면에 있었던 그녀 본인이 너무도 무서웠을 것이다.


솔직히 난 아직 세이트, [11검의 여인]에 대해선 완전히 알지 못한다.


매일을 같이 하는 주인인 리아와 달리, 나는 원래 세계로 랜덤으로 귀환을 하니 말이다.


실질적으로 같이 있는 시간을 따진다면, 이틀을 넘기지도 못했으니 말다했지.


그런 내가 세이트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하나뿐이다.


“사과할 거면, 리아한테 사과하라고. 그때 정말 힘들어했던 건 리아였으니까.”


단호하게 말했다.


······이것뿐.


난 함부로 그녀의 이해자가 될 생각이 없다.


리아의 소환수라는 것,

괴물 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

동일한 흑발인 것과,

비슷한 나이대의 외모인 것과,

둘다 후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포함해,

우린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나와 세이트는 근본적으로 다른 존재다.


부족한 시간적인 여유와 서로 닫혀있는 마음으로, 우린 서로 이해할래야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부족한 경험으로 완전히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것이야 말로, 어리석고 오만한 짓인 것이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로선, 갑자기 그녀에게 친근하게 다가는 것보다, 멀리서 그녀를 바라보며,

인간으로서 이해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이트라는 존재를 알아가는 건, 그녀가 자신의 존재를 나에게 드러내고 싶어 할 때면 충분하다.


“알겠, 습니다.”


세이트는 고개를 들어 이전처럼 무표정한 군인과도 모습으로 돌아와, 기계처럼 내게 대답했다.


난 이제 그녀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 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역시 이게 익숙해, 내게만 쌀쌀 맞은 듯한 느낌, 나보다 더 우수한 느낌.


그래서 그녀가 재수 없다고, 싫다고, 버릇처럼 생각하지만, 그래도 역시 완전히 미워할 수는 없는 녀석이다.


무의식적으로 나도 이 녀석이 멋있다고 느끼고 있으니까.


“음냐···. 세이트으···. 멋있어요오···.”


“······푸흡!”


어뜩해······. 너무 웃기고, 귀여워.


그리고 아무래도 나만 그렇다고 느끼는 게 아니라서 다행인 것 같네.


리아가 무의식적인 잠꼬대로 세이트를 존경하는 생각을 표출하니, 그 당사자는 고개를 돌리고, 붉어진 두 뺨을 길게 내려온 머리카락으로 가렸다.


얘도 귀여운 것 같아. 어뜩하냐, 얘네 둘을.


“뭐하는 게냐. 변태 같은 놈. 기분 나쁜 표정인 게야.”


“할배 그 말은 좀 심한 것 같습니다만.”


내가 몸을 팔다리를 모으고 웅크린 채로, 입을 가리고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고 있으려니, 갑자기 입구에서 콘드 할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할배의 말에 분위기를 깨뜨린 것에 정색을 하고 뒤를 돌아봤더니, 추악한 무언가를 내려다보는 듯한 눈빛으로 날 쏘아보고 있었다.


뭘 그 따위로 쳐다보는 거야, 기분 더럽네.


“됐구먼. 네놈 잠깐 나와 보는 게야. 같이 갈 데가 있구먼. 아이들이라면 여기가 안전할 게야.”


“그렇습니까. 예, 알겠습니다. 근데 어디로 가는데?”


“일단 나오는 게야.”


콘드 할배의 나오라는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할배에게 어디로 가는 지 목적지를 물었다.


할배는 내가 던진 질문을 무시한 채, 아무런 이유도 설명하지도 않고, 무대포로 천막의 문을 걷어 열면서 나오라고만 했다.


뭐야? 어디로 가는 거 길래.


리아는 세이트도 있으니, 안전한 것 같고.


잠깐 나갔다오는 거라면, 뭐, 한 번 나가보자.


할배의 작은 키로, 작게 열린 문 앞으로 걸어가, 문을 보다 더 크게 걷고서는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가자마자 날 맨 처음 맞이한 것은 하늘에 뚤린 구멍에서 비스듬히 흘러들어오는 황혼의 붉은 노을빛이었다.


어느새 벌써 이런 시간이 된 건지 의문을 품기 전에, 날 두 번째로 맞이한 다른 이가 내 앞에 서 있었으니.


긴생머리에 아리따운 미모를 가진 고블린, 세이트가 그 자리에 공손하게 서있었다.


그 옆에는 그녀의 남편인 와카드도 자리에 함께하고 있어, 천막에서 나온 직후의 나를 이들이 맞이하는 것과 할배가 어디론가 가야된다는 것이 관계가 있는 건지 의문에 빠졌다.


머릿속에서 혼란을 겪고 있으려니, 앞에 있는 두 명이 서로 눈을 맞추더니, 그 중 요코드만이 내 앞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뭔가 말을 걸거나 할 것 같았기에, 천막에서 살짝 앞으로 걸어 나와 손을 바지주머니에 찔러놓고서, 요코드가 이쪽으로 완전히 다가오길 기다렸다.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가 공기를 간지럽히면서 사방으로 퍼뜨리고 있으려니, 괜히 긴장되는 느낌이다.


걸음을 멈춘 요코드, 그녀와의 거리는 두세 걸음정도, 심적인 거리감이 느껴지는 이상적인 거리에 서있어 조용한 이 공간을 더욱 긴장시켰다.


내 앞의 서있는 미모의 고블린은 뭔가 긴장되는 듯하였으나, 마음을 다진 건지, 심호흡을 가볍게 한 뒤에 입을 때려했다.


“······.”


그녀가 입을 열고서, 성대를 떨리게 해, 단어를 발음하려한 그 순간······.


······[////]


“빨리 밥 먹으러 가자고.”


예상치도 못한 걸걸한 목소리가 청각신경을 처음으로 강타했고, 다음으로 이해한 말이 뇌를 강타해, 머릿속 공간은 텅 빈 상태로 이명만이 가득히 채워졌다.


무방비였던 탓인지 정신적인 타격 직후, 온몸과 사고가 경직되어 버려, 나만이 이 공간에서 시간이 멈춘 것이 아닌 것인지 의문조차도 들지 않았다.


“왜 그래? 진짜 오늘도 안 먹게?”


물음표가 나를 향해 날아오더니, 풍선이 터지듯 정신을 가둔 이명이 찢겨지면서, 잃어버린 사고를 다시 재가동시킬 수 있었다.


두 번째로 날아온 물음표가 귀에 꽂히자, 말의 뜻을 이해함과 동시에, 목소리의 주인과 현재 내가 있는 공간을 이해했다.


“오······늘 급식 뭐였더라?”


“오늘? 치킨까스하고 미역국. 먹을 만하잖아. 가자.”


“그러네, 가자 배고프다.”


“그럼 얼른 움직이던가.”


난 걸걸한 목소리와 짧은 대화를 나눈 뒤, 목소리의 주인, 승현과 함께 허기를 채우기 위해 학교 1층에 있는 급식실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승현과 학교,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

바뀐 옷과 바뀐 배경.


······나 돌아왔구나.


전과는 다르게 불안감이 엄습해 오지 않았다.


이미 끝나버린 재앙, 날뛰던 호각수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 몸은 이미 리아를 위해 이세계에서 얻는 힘을 쓰는 소환수가 아닌, 무료한 일상을 살고 있는 반 히키코모리 고교생으로 뒤바뀌어있다.


여기 있는 내가 이제 느낄 수 있는 건 무력감뿐······일 줄 알았다.


의문······.


대체 무슨 말을 하려 했을까.


****


그 의문은 해소되지 않은 채, 아직까지도 내 머릿속 한쪽 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작가의말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세계 소환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작품 휴재 공지 20.08.01 41 0 -
공지 작품 연재 공지 20.06.20 28 0 -
56 평범하지 않은 소환술사와 소환수의 프로필 - 《여태까지 그의 인연 관찰기록》 +1 20.08.01 31 1 8쪽
55 귀환 - 2 +1 20.07.25 31 1 15쪽
54 귀환 - 1 +1 20.07.18 38 1 14쪽
53 알고 있었던 이야기 - 5 +1 20.07.11 24 1 20쪽
52 알고 있었던 이야기 - 4 +1 20.07.04 26 1 11쪽
51 알고 있었던 이야기 - 3 +1 20.06.27 25 1 21쪽
» 알고 있었던 이야기 - 2 +1 20.06.26 23 1 17쪽
49 알고 있었던 이야기 - 1 +1 20.06.25 27 1 19쪽
48 알아가는 중 - 11 +1 20.06.24 19 1 15쪽
47 알아가는 중 - 10 +1 20.06.23 19 1 11쪽
46 알아가는 중 - 9 +1 20.06.22 25 1 16쪽
45 알아가는 중 - 8 +1 20.06.21 20 1 12쪽
44 알아가는 중 - 7 +1 20.06.20 23 1 11쪽
43 알아가는 중 - 6 +1 20.06.19 23 1 12쪽
42 알아가는 중 - 5 +1 20.06.19 18 1 19쪽
41 알아가는 중 - 4 +1 20.06.18 22 1 13쪽
40 알아가는 중 - 3 +1 20.06.18 22 1 12쪽
39 알아가는 중 - 2 +3 20.06.17 30 2 13쪽
38 알아가는 중 - 1 +1 20.06.17 20 1 18쪽
37 위화감 - 10 +2 20.06.16 27 3 12쪽
36 위화감 - 9 +1 20.06.16 22 2 12쪽
35 위화감 - 8 +1 20.06.15 18 2 12쪽
34 위화감 - 7 +1 20.06.15 18 1 18쪽
33 위화감 - 6 20.06.14 28 0 18쪽
32 위화감 - 5 +1 20.06.14 24 1 16쪽
31 위화감 - 4 +1 20.06.13 91 2 16쪽
30 위화감 - 3 +1 20.06.13 22 1 15쪽
29 위화감 - 2 +1 20.06.12 26 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