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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이목소리 님의 서재입니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세계 소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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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이목소리
작품등록일 :
2020.05.30 18:26
최근연재일 :
2020.08.0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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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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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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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알아가는 중 - 6

DUMMY

“하준···!!”


리아의 경악하는 목소리가 나에게 아주 작게 들려왔다.


거대한 질량이 날 짓누른 채, 외부로부터 오는 감각들을 방해하고 있었으니까.


일단······ 난 살아는 있는 것 같다.


사고 회로를 가동시키는 것을 보아하니 의식을 잃진 않은 것 같고, 꼼지락대며 움직이는 손발가락을 포함, 모든 감각이 살아있으니 말이다.


그럼 일단은······.


‘콰직’


난 짓누르고 있는 질량을 무시한 채 양손을 오므렸다.


비스킷을 손으로 잡아 부스러뜨린 것과 같은 감각이 느껴졌다.


호오, 공격력을 높이고자 하면 이렇게 되는 건가.


‘콰직, 콰직, 쾅···!’


난 양손으로 질량을 해쳐가며, 짓누르고 있는 바위를 마구잡이로 잡아 뜯어냈다.


질감은 바위가 분명한데, 마른 종이를 잡아뜯어내는 기분이다.


몸을 짓누르던 바위가 악력으로 전부 분쇄되고 나니, 중천에 뜬 태양빛이 내 눈을 간질인 건지, 얼굴이 찡그려졌다.


“······.”


“하준! 괜찮아!”


바위에서 빠져나온 후, 계속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있자, 리아가 내 앞으로 다가와 내 상태를 걱정해주었다.


고개를 내려 시선을 그녀의 얼굴에 맞추어보니, 심로 가득한 표정이 내 눈앞에 있었다.


멍 때리던 의식을 되찾아 곧바로 사고회로를 가동시켰다.


“아아, 괜찮아 괜찮아. 자, 아무렇지도 않아.”


리아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서, 두 팔을 벌리며 아무렇지 않은 몸을 보여줬고, 심지어 어깨도 한번 돌려줬다.


“리아는?”


“나? 나도 괜찮아. 아, 할아버지!”


“할아버지?”


서로 안부를 주고 받다가, 리아는 순간 잊고 있었던 무언가가 떠오른 듯, 다급하게 뜬금없는 단어를 내뱉었다.


리아가 할아버지라고 말할 만한 인물은, 아무래도 콘드 할배를 말하는 거 같은데.


아, 여기선 ‘인’이 아니라 ‘마’를 붙여야 하나?


쓸데없는 건 귀찮으니 넘어가도록 하자.


“할아버지가 아직 저기에 계셔, 구하러 가야 해!”


리아가 말한 저기는 내 뒤쪽을 말하는 듯해서, 뒤를 돌아봤다.


그곳은 참상이란 단어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듯한 도시의 몰골이었다.


자욱한 먼지와 붕괴된 건물들

뇌를 역겹게 자극하는 탄내와 파괴된 금속의 비린내

고막을 울리는 여러 개의 거대한 충격파가 정면에서 몰아쳤다.


그리고 이세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각, 감지에 걸리는 존재도 정면에 있었다.


거대하고 익숙한 이 느낌은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었다.


3일 정도, 실질적으로 하루 조금 안 되는 시간 전의 악연.


100호각수······.


처음 보았던 것보다 2~3배는 훨씬 큰 것 같은 느낌인데.


역시 이 거대한 폐허를 만든 장본이라는 건가······.


거대한 존재말고도, 위에 또 다른 하나의 작은 존재가 감지되었다.


감지로 짐작하건대. 아마 마물을 농락하듯, 공중을 활보하고 있는 듯하다.

설마 저게 할배인가?

할배하고 확실히 감지되는 기운이 비슷하긴 한데······, 아무래도 확인해봐야겠다.


“리아, 잠깐 미안.”


“에? 에?!”


난 리아를 들어 올리고서, 폐허가 된 도시와 멀어지기 위해 낮은 지대로 멀리 도약했다.


저 작은 존재가 할배인 가능성을 제쳐두고, 이곳은 행운의 여신의 가호가 조금이라도 흐릿해지면 큰일이 나는 곳이다.


몸소 경험한 내가 판단했을 때, 여기엔 리아가 있으면 안 된다.


안전하게 착지한 후 리아를 내려주고서 다시 도시로 가기 위해 도약 자세를 취했다.


“리아, 모두 어디 있는지 아는 거지? 내가 할배를 구해서 그쪽으로 갈게. 모두가 있는 곳으로 가서 있어줘.”


“잠깐, 하준······.”


소녀에게 말을 남기고서 있는 도시 쪽으로 달려가, 오른 발을 굴려 있는 힘껏 공중으로 도약했다.


“무리하지 말아줘······.”


소녀의 배려가 담긴 말을 듣지도 않은 채, 내 몸은 공중을 부양하는 도약력으로 크기가 상반되는 존재들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감지로 호각수와 다른 존재를 확인했을 때, 이상하게도 다른 존재는 확인할 수 없었다.


육안으로도 존재를 확인할 수 없었던 것은, 죽음을 피하지 못한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리아의 말에 ‘아직’이라는 단어가 나왔으니, 할배를 제외하고 분명 어딘가에 모두들 피신해 있을 것이다.


지금 다시 공중에서 확인 해봐도, 노란색 표피의 마물들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시선을 올려 정면을 보니, 이 도시를 파괴해 버린, 재앙의 근원인 호랑이 마물이 보인다.


덩치가 크면 움직임이 둔하다?


여기선 그런 이론은 통하지 않는 듯하다.


고층 빌딩들과 대가리를 나란히 하는 덩치는, 길고양이와 같은 날렵함만 보인다.


고양이가 장난치듯 건물들을 파괴시키고,

사람들에게 밥 달라고 울어대는 모습은 폭력적인 포효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런 세계를 파멸로 이끌어갈 마물의 앞발을 가까스로 위로 올리는 존재가 있었으니.


감지에도 걸리는, 호각수와 비교하면 한없이 작은 그 존재는······.


“저게 할배겠지.”


멀리서 봤을 때는 반짝이는 똥파리처럼 보였는데, 날아가면서 가까워지니 지팡이를 가지고 있는 넝마 꼴인, 작고 늙은 얼룩고블린이 보이기 시작했다.


도약력의 효과가 떨어져 내 앞에 남아있는 가장 높은 건물 옥상에 착지해, 할배를 불렀다.


“어이! 할배!”


“엉?! 어이는 뭔 게야?! 내가 친구인 게냐?!”


할배 맞네······.


내 부름에 태클을 걸고 있는 콘드 할배의 머리 위에 상상 이상의 질량을 가진, 거대한 운석과도 같은 마물의 앞발이 육박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할배! 위에!”


소리친 것이 할배에게 닿기에는 너무 늦은 듯했다.


손을 뻗는 판단조차 할 수 없는, 앞발의 속도에 콘드 할배의 모습이 사라졌다.


근데 뭔가 이상하다.


할배가 있던 자리에 희미한 연기가 남아있는 듯 보였다.


“네놈이 말하지 않아도 척보면 아는 게야.”


할배는 앞발이 지나간 자리보다 간신히 비껴갈 옆쪽에 있었다.


방금 뭐야? 스킬을 쓴 건가?


난 다시 한 번 공중으로 도약해, 몸을 호각수의 대가리 위로 띄웠다.


할배와의 거리는 알맞은 거리는 아니지만, 충분히 대화가 가능한 거리가 되었다.


“방금은 뭐였던 거야? 할배.”


“네놈한테 설명할 시간 따윈 없는 게야.”


짧은 대화가 양 앞발의 쇄도에 의해 끊기고, 할배와 동시에 건물 위로 착지 후, 다시 몸을 공중으로 뛰어 올렸다.


아까부터 위화감 넘치는 하늘을 보아하니 어둠이 깨지고, 무너져 밝은 빛이 내리고 있었다.


“할배, 위에서 호각수가 떨어졌다는 건, 척보면 알아야 하는 거야?”


“정답인 게야. 설명할 필요가 없어졌구먼.”


역시나 재수 없는 말투. 할배가 아니라고 의심한 적은 없지만, 확실하다.


또 대화가 끊기고, 아까의 착지와 도약 동작을 반복해, 다시 한 번 공중에 떠올랐다.


이렇게 계속 대화의 시작과 끝을 반복할 여유가 없다.


빨리 이 재앙을 어떻게든 끝내고 싶다.


“이거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 거야? 무력이라면 도움은 되겠지만, 부족할 거야.”


내가 발휘했던 가장 강한 공격을 버틴 마물을 처리하는 방법이 있기나 한지 의심이 되지만, 아마도 할배는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굳이 죽일 필요는 없는 게야. 시간만 지나면 알아서 사라질 게야.”


“알아서 사라진다고?”


“하아······ 왜 이건 모르는 게야. 척보면 아는 게야. 척보면.”


“알면 빨리 알려······. 푸헛!”


밑에서 솟아오른 앞발이 내 몸을 타격해 대화를 끊어내고, 날아오른 나를 더 높은 곳으로 날려보냈다.


높이가 빛이 들어오는 구멍과 같아지고, 얼떨결에 하늘을 보게 된 눈은 또 빛이 닿은 건지, 이번에도 찡그려졌다······.


높이의 최고점 도달 후, 떨어지면서 몸을 돌려, 눈에 호각수가 들어오게 했다.


몸이 수직이 되어 속도가 붙고, 머리부터 떨어지면서 오른 팔을 뒤로 빼 퍼텐셜을 끌어 모아서······.


“대화 끊지 말고······ 얌전히 있어!!”


주먹을 내질러, 다시 솟아오르던 앞발과 맞부딪혔다.


힘과 힘이 부딪혀 충격파를 만들어 내고, 그 파동으로 인해 도시에 남아있던 유리창이 연쇄적으로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난 물리법칙으로 떨어지는 속도가 줄면서 몸이 살짝 위로 떠올랐고,

호각수는 상체가 바닥으로 내리꽂히면서 도시 전체를 덮을 정도의 먼지 구름을 만들어냈다.


줄어든 속도는 중력에 의해 다시 가속이 붙어 몸을 먼지구름 속에 떨어뜨렸다.


흐릿하게 보이는 바닥으로 착지해 고개를 들었더니 눈에 먼지가 들어간 건지, 눈이 또다시 찌푸려졌다······.


“괴물 자식이······.”


“내가 보기엔 네놈이 더 괴물 같은 게야. 뭔 게냐? 그 힘은.”


내가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자니 옆에서 망할 할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그렇고, 잘도 그 자리에 착지한 게야.”


“뭔 소릴······.”


할배의 말에 내가 착지한 발밑을 봤다.


난 어느 빌딩의 옥상 가장자리, 반 발자국만 걸어도 떨어지는 위치에 서있었다······.


“어우! 깜짝이야!”


물론 이 세계에서의 난 죽진 않겠지만, 위험천만해 보이는 위치에 있는 내 자신은 인간으로써 어쩔 수 없는 공포를 느끼곤, 얼른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에휴, 아무래도 괴물이란 말은 취소해야겠구먼.”


옆에서 딱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가 멈추고, 내 옆에 나란히 선 할배는 먼지가 뿌옇게 일고 있는 허공을 둘러보았다.


“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구먼.”


“그래서 저게 왜 알아서 사라지는 건데.”


“전에도 말했다시피 저건 미믹의 마나로 만들어진 게야. 본체를 잃은 마력은 시간이 지나면 흩어져 사라지는 게 당연한 게야.”


“그럼 저게 없어지려면, 시간이 얼마나 지나야 하는 거야?”


“아마, 하루나 이틀이면 될 게야.”


“······할배 그거 터무니없는 유지력인 거 알고 말하는 거 맞지?”


도시를 쳐부순 괴물이 최대 48시간씩이나 현현해 있을 것이라고, 할배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둥 담담하게 말했다.


재앙을 눈앞에 두고 이렇게 담담할 수 있다니······.


어이가 상실되다 못해, 소멸되겠다.


“그 긴 시간동안 어떻게 저걸 묶어둘 건데?!”


“그건 네놈이 상관할 바가 아닌 게야. 나 혼자서도 충분한 게야. 이 늙은이 목숨 하나쯤이야 내어줘도 상관없구먼.”


“뭐···? 지금 뭐라는······.”


“빽빽대지 말고 어서 주인에게 돌아가는 게야. 분명 주인이 외로워할 게야. 읏차···!”


“어, 어이! 할배!”


할배가 말을 끊어내고, 돌아가라는 말을 남기고는 옥상에서 떨어졌다.


순간 놀라서 난 떨어지는 할배를 바라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목숨을 내어줄 수 있다니, 대체 무슨 말인 건데······.


······공기가 이상하다.


“어? 푸확···!!”


흐릿한 허공에서 갑자기 마물의 거대한 앞발이 선명하게 나타나, 내 안면을 강타했다.


상체부터 힘이 들어오는 방향으로 쏠려 몸이 띄워졌다.


하늘을 바라보게 된 몸은, 빠르게 아래로 쏠려 내려가는 장면들을 보면서,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날아가 버렸다.


자세를 잡지 못한 몸은 팔과 다리를 아무렇게 흩날리면서, 몇 바퀴씩이 돌고 돌아 결국엔······.


‘쿵···!’


뭔지 모를 벽에 몸이 거꾸로 박혀 버렸다.


아············.


“하준!?”


방심해서 당한, 내 한심한 모습을 상상하고 있으려니, 어디선가 익숙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려온 것뿐만 아니라, 내 앞에 보인다. 거꾸로······.


날아와 멈춘 곳은, 리아가 있는 곳이었던 건가.


난 리아가 서있는 지점에서 몇 미터 위에 벽에 박혀있었다.


힘을 주고서 간단히 벽에서 빠져나와 밑으로 떨어졌다.


난 떨어지면서 도시가, 할배가, 호각수가 있는 쪽을 바라보면서······.


······어디 한번 두고 보자고······.


작가의말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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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알고 있었던 이야기 - 1 +1 20.06.25 27 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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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알아가는 중 - 10 +1 20.06.23 19 1 11쪽
46 알아가는 중 - 9 +1 20.06.22 24 1 16쪽
45 알아가는 중 - 8 +1 20.06.21 20 1 12쪽
44 알아가는 중 - 7 +1 20.06.20 2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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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알아가는 중 - 5 +1 20.06.19 18 1 19쪽
41 알아가는 중 - 4 +1 20.06.18 22 1 13쪽
40 알아가는 중 - 3 +1 20.06.18 2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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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알아가는 중 - 1 +1 20.06.17 20 1 18쪽
37 위화감 - 10 +2 20.06.16 27 3 12쪽
36 위화감 - 9 +1 20.06.16 22 2 12쪽
35 위화감 - 8 +1 20.06.15 18 2 12쪽
34 위화감 - 7 +1 20.06.15 18 1 18쪽
33 위화감 - 6 20.06.14 28 0 18쪽
32 위화감 - 5 +1 20.06.14 24 1 16쪽
31 위화감 - 4 +1 20.06.13 91 2 16쪽
30 위화감 - 3 +1 20.06.13 22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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