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냥이목소리 님의 서재입니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세계 소환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라이트노벨

냥이목소리
작품등록일 :
2020.05.30 18:26
최근연재일 :
2020.08.01 18:02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3,115
추천수 :
95
글자수 :
350,891

작성
20.06.17 18:09
조회
19
추천
1
글자
18쪽

알아가는 중 - 1

DUMMY

“고, 블, 린···!!”


그 목소리는 한껏 증오로 가득 차있어서,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공포심을 낳게 해, 주변 분위기를 얼어붙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 힘의 영향으로 식당에 있는 사람, 아니 고블린 전부가 침묵에 빠졌고, 몇몇은 소리의 발생지인 작은 방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어서 그러는 게야?!”


난 콘드 할배가 작은 예약석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문을 닫았다.


지금 이 문 밖은 전부 고블린.


증오 섞인 말로써 발음된, 마물 종류 중 하나의 종족명이다.


지금까지 눈으로 본 것으로 인해 마물로 부르는 게 맞는 건지 의심이 되긴 하지만, 내가 원래 세계에서 봐왔던 판타지 스토리 지식과 할배의 말에 의하면 일단은 맞는 답이긴 하다.


아무튼 중요한 건 그쪽이 아닌, 지금 눈앞에 벌어진 상황이다.


“세이트, 그만둬주세요! 다 괜찮으니까, 검을 도로 넣어주세요!”


“제발 진정하세요! 정말 다치겠어요!”


“히이익! 제발 살려주세요······.”


리아와 요코드가 세이트를 앞뒤로 붙잡아 저지하고 있으며, 세이트는 아까 울면서 뛰쳐나갔었던 점원에게 칼을 들이밀고 있다.


세이트의 힘 때문인지 그녀를 저지하고 있는 두 명은 힘겨워 보였고, 그 점원은 세이트의 살기에 방 한쪽 구석에서 두 팔로 머리를 감싼 채, 두려움에 떨고 있다.


세이트의 눈빛은 점원에게 살기를 쏘며, 그 시선을 때지 않았다.


테이블 주변은 요리들이 쏟아져있고, 의자들이 넘어져있어, 난장판이라는 단어를 시각화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게 도대체 어찌된 상황인가.


나와 할배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이 길래, 지금 이 사단이 난 것인가.


아니, 지금은 이런 걸 따지면서 가만히 있을 때가 아니다.


“세이트, 이거 내려놔.”


난 세이트의 정면으로 서 그녀가 쳐든 칼을 맨손으로 잡았다.


방어력 덕에 칼날에 손은 베이지 않았고, 오히려 더 세게 잡아 공격력으로 부러뜨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이트의 시선은 내 몸에 의해 막히자 눈을 올려 나와 눈을 맞췄다.


이야, 눈 좀 봐라.


이건 진짜 죽이겠는데.


지금 그녀의 눈은 이성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을 수 없는, 본능으로 움직이는 성난 짐승과도 같은 눈을 하고 있다.


절대로 검을 그냥 내려놓지는 않을 것 같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죠?”


“점원분의 실수 때문에······. 요리를 리아님 쪽으로 쏟을 뻔 하셔서.”


세이트의 앞쪽을 부둥켜안아 그녀의 움직임을 막고 있는 요코드에게 상황을 물었다.


어쩜 이리도 충직한 소환수란 말이냐.


세이트는 아직 소환된 상태가 아니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세이트의 행동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나도 리아에게 요리를 쏟을 뻔한 것을 보면 화가 나긴 하겠지만, 이 정도로 얼굴을 붉히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최악의 상황을 막고, 매끄러운 흐름을 만드는 것이 내가 생각한 최선이다.


그리고 충직하다는 표현은 조금 더 생각할 필요가 있다.


왜냐면······.


“난 괜찮다고 했는데! 괜찮다고 말했는데! 세이트!”


뒤에서 본인의 두 번째 소환수를 힘겹게 안고 있는 리아의 말에 세이트는 따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리아만을 생각해서 행동했다면, 이런 사단까지는 일어나지 않았겠지.


지금 이 눈빛도 그렇고, 아까 고블린이라고 소리친 것도, 세이트의 개인적인 뭔가가 있다.


그것이 그녀를 이 지경까지 자극시킨 것이다.


대체 뭐가······.


아무튼 지금은 이 상황을 종결시키는 것이 급선무.


내가 칼을 부러뜨려도, 분명 다른 칼을 뽑아 들것이다.


그럼 이걸 어떻게······.


“『낙혼(落魂)』!”


내 뒤에 있던 콘드 할배가 지팡이를 바닥에 딱딱 찍어대며 영창하더니, 세이트가 갑자기 눈을 뒤집으며 실신했다.


“세이트?!”


“일단 그 아이의 의식을 흐리게 한 게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게야.”


세이트와 함께 다리가 같이 무너져 내린 리아는 순간 크게 놀랐지만, 할배의 말에 살짝이나마 안도했다.


리아는 다리를 포개어 앉아 만든 무릎베게위로 쓰러진 세이트의 머리를 실었다.


세이트의 이마를 쓰다듬으면서 눈과 뺨에 난 그녀의 흉터를 만진 리아는, 얼굴에도 상심함을 실어보였다.


내가 자리만 비우지 않았더라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텐데······.


괜히, 나 때문에, 내 개인적인 호기심 때문에······.


“내가, 여기에 있었더라면······.”


“내가 괜히 자리를 비운 것 같구먼, 화장실에서 잤던 게 화가 된 게야. 역시 늙으면 제 몸 하나 제대로 못쓰게 되는구먼.”


······이 할배,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네놈! 손님한테 음식을 쏟을 뻔했다는 게 뭐란 게야! 이 몹쓸 것!”


“아! 아아! 죄, 죄송합니다!”


할배는 이상한 말을 하곤, 한쪽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있던 점원을 손에 있던 지팡이로 패면서 호통을 쳤다.


이 할배, 설마 전부 자기책임으로 돌리려는 거냐?


대체 뭔데, 어디까지 멋대로 하려는 건데.


할배는 점원을 패고 나서 방에서 나가려했다.


“어이, 할배······.”


“네놈은 신경 쓰지 않는 게야. 네놈에게 중요한 건 이쪽이 아닌 게야.”


“이쪽이고 자시고, 내겐 가장 중요한 건 리아야. 멋대로 날 얕보지 마.”


“정녕 네놈이 그 아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좀 더 앞을 볼 줄도 알아야 하는 게야.”


“대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데!”


“내가 하고 싶어서 한 행동인 게야. 그것만큼은 알아두는 게야.”


할배는 끝까지 모를 말을 하고선 방을 나섰다.


그 뒤로 점원도 우리에게 짧게 사과인사를 다시 하곤 부리나케 방에서 나갔다.


대체, 정말 뭔데······.


너무나도 답답하다.


할배는 무엇을 알고 있기에, 그런 말들을 했던 걸까.

무엇을 알고 있기에, 우릴 이곳으로 대려온 것이었을까.

무엇을 알고 있기에, 우릴 받아들인 것일까.

대체 무엇을 알고 있기에······.


물어보러 가야한다.

알아야한다.

우리들의 무엇을 알고 있는지 난 알아야겠다.


이만큼이나 궁금증을 증폭시켜놓고, 아무것도 알려주지도 않고 나가다니 용서할 수가 없다.


반드시 알아내고야 말겠다.


할배가 아는 모든 사실들을······.


“나 나갔다올······.”


난 뒤로 돌아서 문손잡이를 잡고 돌리는 것까지 했다.


하지만 난 그 다음 행동을 이어갈 수 없었다.


과연 내가 여기서 나가면, 이곳에는 이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런 상황에 대해 죄책감을 느꼈는데, 그러한 행동을 반복해도 괜찮은 걸까?


망할······ 맘 편히 이 문을 열 수가 없다.


열고 나가도, 여기에 남아있어도, 어느 한쪽을 완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체크······.


어쩌지도 못하는 심란한 상황이다.


망할 할배, 이런 것까지 알고, 방에서 나갔던 거냐.


정말, 어디까지 아는 거야.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나 뿐인 듯하다.


“아니다. 그냥 여기 있을래. 쉬고 싶어.”


“알겠어. 여기로 와서 쉬어.”


난 무릎 꿇고 앉아있는 리아의 옆으로 가서 거의 주저앉듯이 앉았다.


어느 쪽이던 고르지 않은 한쪽이 걸리는 건 마찬가지지만, 내겐 리아가 더 중요하다.


그렇기에 리아의 옆에 있는 것을 선택했다.


그리고 나 혼자 따라가면, 또 나만 휘둘릴게 뻔하기 때문에, 이제 그런 건 귀찮다.


애매하게 대답을 듣는 것도, 이제 답답하기도 하고.


나중에나 물어봐야겠네.


요코드는 어느 샌가 누워있는 세이트 옆에 무릎 꿇고 앉아서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깐, 요코드?


지금 이 공간에서 콘드 할배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존재는 요코드밖에 없다.


이 여자가 여기 사람, 아니 여기 고블린이라는 걸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뭐, 사람과 너무 똑같으니까.


특히나 할배가 우리 중에 가장 위화감 넘치니까, 신경 쓰지 못했다.


아무튼 할배에 대해 알고 있다면, 모든 걸 불어줄 의무가 있다.


난 망설임 없이 요코드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요코드 씨 할배에 대해 뭔가 아는 게 없나요?”


“어르신을 말씀하시는 거죠? 아는 것이라고 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비밀, 같은 거 말이죠. 숨기는 게 꽤나 많은 것 같던데, 이제 그냥 넘어가는 것도 한계라서, 할배에 대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저는 전부 들어야겠어요.”


“그런······ 가요?”


요코드의 고개가 한층 더 밑으로 숙여졌다.


난 요코드에게 할배란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없다.


내가 생각한 할배에게 요코드란 것은 어느 정도 생각할 수 있다.


도우미, 관계자······.


사실상 전자도 그닥 와 닿는 수식어는 아닌 듯하다.


단순히 관계자.


그 이상, 그 이하로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관계자로만 보이는 요코드의 얼굴의 그림자가 졌다는 것은, 내가 생각한 것 그 이상의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족 관계라던가,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본 목격자라던가.


“말씀해주세요.”


“······일단 저는 어르신의 손녀에요. 그래서 어르신 곁에 있는 것을 원했어요. 뭔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을까하면서.”


손녀라, 그닥 놀랍진 않다.


내가 예상한 가능성 중 하나가 들어맞은 것이니까.


그건 그렇고 대단한 효심이다.


할배를 스스로 도울 생각을 하다니, 미혼에다 학생신분인 내가 기혼자인 요코드에게 뭐하지만, 참으로 기특하다고 생각된다.


“어르신과 고블린들을 도와주고, 같이 일도 하고, 여러 가지를 하면서 시간들을 보냈죠. 그렇게 할아버지와 보내는 시간이 너무 좋아서, 너무 행복했어요. 그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


“그 남자?”


행복해다는 말과 여태까지 보여준 표정에서 모순점이 많았던 것 같았는데, 역시 흑막의 등장이 있었던 거냐.


리아의 물음표에 요코드는 『그 남자』의 기억이 상기된 건지, 눈에 분노를 담고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 남자는 책을 보면서 이곳에 살고 있던 우리 모두에게 시간을 벌어야한다며, 터무니없는 요구를 했어요.”


“그 터무니없는 요구란 건······.”


“이 지하 도시, [가븐]의 건축······.”


이 세계에 오고 나서 위화감이 무엇보다 크게 느껴지는 것, 바로 이 지하 도시 [가븐].


내가 원래 살던 세계와 너무나도 비슷한, 현대문명이 살아 숨 쉬는 듯한 도시가 이세계에 있다는 것이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그런 이 도시가 흑막에 의해 지어졌다니······.


『그 남자』라······ 누구일까.

대체 뭐하는 사람일까.


혹시 나처럼 원래 세계에서 이세계로 넘어온 사람인 건가?


“자제도 주고 식량도 얼마든지 준다고 했어요. 하지만 소소하게 살고 있던 우리 고블린들은 대부분 반대했었죠.”


“이방인의 갑작스러운 요구를 아무 의심도 없이 받아들일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다는 건가.”


“네, ······하지만 저희는 그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어요. 반대 의견을 내보인 고블린들을 가차 없이 죽여 버렸으니까요. 때문에 저희 아버지도······.”


역시 강제였군.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슬픈 표정으로 이야기가 가능할까.


“그로인해 지하에 살던 고블린들의 절반이 줄고, 모두 공포에 떨었죠. 전멸할 위기에서 저희를 구원해주신 건 할아버지였어요.”


이후 들었던 얘기를 정리하자면, 할배는 모두를 대신해 고개를 숙이고, 『그 남자』에게 요구에 대한 몇 가지 조건을 걸었다.


조건은 크게 불살과 자원보급.


남은 고블린들의 목숨과 삶을 보호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 남자』는 할배가 낸 조건을 순순히 받아들이곤······.


『그렇다면 모두에게 저주를 걸도록 하지. 잠시라도 허튼 짓 한다면, 너희는 모두 죽는다.』


······라는 말을 남기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고블린들은 저주라는 것에 의해 만들어진 공포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도시를 지었고, 도시를 다 짓고 나서도, 새겨진 공포를 지울 수 없었다.


그때 발 벗고 나선 것이 할배였다.


『그 남자』가 남기고 간 식재료로 모두에게 처음 보는 음식을 요리해, 도시 완공 기념 축제를 열어 분위기를 풀어나갔다.


이후 할배의 진두지휘 하에 도시의 톱니바퀴는 굴러갔고, 지금과 같은 문명의 발전을 이루었다.


그 이후 할배는 아무런 말도 없이 도시의 모든 것의 손을 땠다.


도시를 떠나 우리가 머물렀었던 천막에서 매일을 보냈었다······.


“그러다 어느 날, 우리가 떨어진 거고, 그로 인해 할배가 도시에 온 건 이번이 정말 오랜만이라는 거군요.”


“네, 맞아요. 덕분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어야 했는데, 이제야 말하게 되네요. 정말 고마워요.”


“아뇨, 저희는 사고 때문에 여기에 떨어진 건데······.”


이로써 요코드의 할배에 대한 과거 이야기가 끝이 났다.


하지만 내가 알고 싶은 건, 할배의 과거가 아니다.


할배가 감추고 있는 비밀.


우리를 어떻게 알고 있는지,

어디까지 꿰뚫어보는 건지.


“할배의 비밀 같은 건 모르는 건가요?”


“예, 유감스럽게도 제가 할아버지······, 어르신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건 이것뿐이에요. 도움이 되어드리고 싶은데······.”


요코드는 쓴웃음을 지어보이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누구의 도움이 되고 싶은 걸까.


내가 할배의 정보를 알 수 있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것일까?


단순한 대화로 본다면, 당연히 맞는 말이겠지.


하지만, 틀렸다.


저 표정보고서 깨달았다.


요코드의 본심을 말이다······.


“저기, 저주라는 건,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요?”


“저주라······ 아니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리아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요코드는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부정으로 대답했다.


확실히 아는 게 아니기에, 부정으로 답한 것일 것이다.


요코드의 과거이야기에는 저주에 관해서 고블린들이 공포를 느꼈다,

라는 정도밖에 이야기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게 아니면······ 요코드도 우리에게 숨기는 것이 있다.


“저주가 풀린다면 좋을 텐데요. 모두가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잖아요.”


“······네?”


리아의 갑작스러운 말에, 요코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듯 어벙한 소리를 내었다.


“제가 저주를 풀 수 있다면, 풀고 싶어요. 아직 한 번도 해주해본적은 없지만요······.”


“······.”


“그래도, 할 수 있다면, 해보고 싶어요. 완벽히 해주하는 건 어려울 수도 있지만, 그래도 모두가 웃을 수 있다면, 제가 꼭 저주를 찾아내고 싶어요.”


“리아라면 할 수 있을 거야. 공부 열심히 했잖아?”


계속 이어진 리아의 말에 요코드는 예상하지 못한 말이라도 들은 건지 황당해 했다.


리아는 저주를 풀고, 이곳을 모두에게 행복한 장소로 만들고 싶어 하는 듯, 내일을 기대하는 소녀처럼 말하기 시작했다.


그 말투가, 그 미소가, 그 몸짓이

너무나 어린 아이 같이 귀엽고, 사랑스럽고, 기특해서

낙제생이라고 놀리려는 것도 잊어먹고, 나도 모르게 격려해버렸다.


“응! 고마워.”


내가 했던 말이 압박이 되진 않을까하는 불안감도 잠시뿐.


리아의 짧은 감사인사로 불안감 따윈 금세 날려버릴 수 있었고, 앞머리사이로 보이는 눈웃음에, 뿌듯함이 감정의 빈칸을 대신 채워 넣었다.


“당신들은······.”


“음?”


“당신들은 뭐죠?”


요코드는 어이가 없는 말투로 우리의 정체를 물었다.


그 말에 나도 어이가 없어졌다.


너무 갑작스럽고, 바보 같은 얘기가 아닌가.


“······자기소개는 진작에 끝난 것 같은데.”


“아니, 그런 게 아니에요. 당신들은······. 당신들은 대체 뭐죠?”


요코드는 흥분해서 말로 우리를 몰아붙였다.


왜 이러는 거야? 뭔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으면, 좀 더 자세하게 말하란 말이야.


그때 들려온 리아의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 상황이 두 번째였음에도 난 전혀 예상할 수 없었기에······.


“저는 마법학교 낙제생 출신에, 마법을 어느 정도 다룰 줄 알고, 하준과 세이트의 주인! 소환술사 리아입니다!”


“······.”


리아가 갑자기 큰소리로 자기소개를 했다.


이틀 전 나와 리아가 세이트와 처음만났을 때, 정확히 세이트가 리아의 소환수가 되었을 때, 내가 분위기를 풀기 위해서 뜬금없이 자기소개를 시작했었다.


리아는 그때처럼 지금 자기소개를 한 것이다.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그야 리아의 소심한 성격 때문에 이렇게 큰소리로 자기소개를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리아는 자기소개를 끝내고는 부끄러웠던 건지 얼굴이 새빨개져서, 고개를 숙였다.


“하준, 부끄러우니까. 빨리······.”


“어? 아, 알겠어······.”


“저는, 세이트. 11검의 여인, 이라고, 불리는, 리아님의, 소환수.”


기절해 누워있던 세이트가, 어느샌가 깨어나 리아의 무릎베게 위 누워있는 채로 자기소개를 이어나갔다.


“세이트?! 언제 일어나셨어요?”


“리아님의, 자기소개.”


“아아······.”


“깨어났으면 일어나라고! 아니면 말이라도 하던가! 그리고 너 두 번째라고, 두 번째!”


"두 번째······."


리아는 세이트 코앞에서 자기소개를 말했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던 건지, 얼굴이 한층 더 빨개져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나 참, 차례도 먼저 가져가다니. 뭐, 딱히 상관은 없지만. 자, 이제 내 차례인가. 읏차!”


난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앉아있는, 이 공간의 모두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웃으면서 리아가 힘내서 만들어준 자기소개 시간에 부응하기 위해, 엄지손가락으로 내 얼굴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난 리아의 첫 번째 소환수이자, 이세계에서 넘어온 자! 어떠한 마물도 일격에 쓰러뜨리는······ 예외는 있었지만······. 아무튼 내 이름은 하준! 우리는 이름하야······. 이름하야?”


“이름하야?”


“음, 뭐, 평범하진 않은 소환술사와 평범하지 않은 소환수라는 거야.”


“······.”


‘쿵···!!’


“꺄아!”


내가 자기소개를 끝내자마자, 갑자기 이변이 발생했다.


어디선가 지진이 일어난 듯, 큰 굉음과 거대한 진동이 우리가 있는 장소를 타격했다.


“윽, 이번에는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폼을 잡고 서있던 나는 작은 방의 문고리를 힘껏 잡아 돌렸다.


······이변은 또 다시 발생했다.


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눈앞에 보인 풍경은······.


우리 집이었다.


작가의말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세계 소환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작품 휴재 공지 20.08.01 41 0 -
공지 작품 연재 공지 20.06.20 27 0 -
56 평범하지 않은 소환술사와 소환수의 프로필 - 《여태까지 그의 인연 관찰기록》 +1 20.08.01 31 1 8쪽
55 귀환 - 2 +1 20.07.25 31 1 15쪽
54 귀환 - 1 +1 20.07.18 38 1 14쪽
53 알고 있었던 이야기 - 5 +1 20.07.11 24 1 20쪽
52 알고 있었던 이야기 - 4 +1 20.07.04 25 1 11쪽
51 알고 있었던 이야기 - 3 +1 20.06.27 24 1 21쪽
50 알고 있었던 이야기 - 2 +1 20.06.26 22 1 17쪽
49 알고 있었던 이야기 - 1 +1 20.06.25 26 1 19쪽
48 알아가는 중 - 11 +1 20.06.24 19 1 15쪽
47 알아가는 중 - 10 +1 20.06.23 18 1 11쪽
46 알아가는 중 - 9 +1 20.06.22 24 1 16쪽
45 알아가는 중 - 8 +1 20.06.21 19 1 12쪽
44 알아가는 중 - 7 +1 20.06.20 23 1 11쪽
43 알아가는 중 - 6 +1 20.06.19 22 1 12쪽
42 알아가는 중 - 5 +1 20.06.19 18 1 19쪽
41 알아가는 중 - 4 +1 20.06.18 21 1 13쪽
40 알아가는 중 - 3 +1 20.06.18 21 1 12쪽
39 알아가는 중 - 2 +3 20.06.17 30 2 13쪽
» 알아가는 중 - 1 +1 20.06.17 20 1 18쪽
37 위화감 - 10 +2 20.06.16 26 3 12쪽
36 위화감 - 9 +1 20.06.16 22 2 12쪽
35 위화감 - 8 +1 20.06.15 18 2 12쪽
34 위화감 - 7 +1 20.06.15 17 1 18쪽
33 위화감 - 6 20.06.14 28 0 18쪽
32 위화감 - 5 +1 20.06.14 23 1 16쪽
31 위화감 - 4 +1 20.06.13 91 2 16쪽
30 위화감 - 3 +1 20.06.13 22 1 15쪽
29 위화감 - 2 +1 20.06.12 25 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