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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이목소리 님의 서재입니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세계 소환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라이트노벨

냥이목소리
작품등록일 :
2020.05.3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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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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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5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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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위화감 - 7

DUMMY

확실히 말해서 이곳은 이세계이다.


내 눈앞에는 많은 수의 고블린들이 있고,

수많은 밤하늘의 별······이 아닌 『미믹구멍』이라는 수많은 밝은 빛들이 동굴 천장을 장식한,

낮이 존재하지 않는 지하도시이다.


그런데······.


“뭐냐고······. 어떻게 이렇게나 현대적인 풍경이 이세계에 있는 거냐고.”


내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상상한 이세계 도시의 풍경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도시라고 해봤자 중세시대의 도시처럼, 과거 서양의 거리처럼 생겼을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최소한 베네치아 같은 풍경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런 기대를 산산조각을 내버리는 눈앞의 풍경은, 익숙함을 넘어서 친숙함이 느껴질 정도의 현대의 건축 양식과 기술이 똑똑히 보인다.


“와아, 여기가 지하도시구나. 엄청 신기하다. 근데 하준, 무슨 문제가 있는 거야?”


리아는 현대적인 도시의 풍경의 신비함에 넋을 잃고 감탄했다.


도시의 대한 짧은 감상을 마치고는 내가 갑자기 소리를 지른 것과, 도시의 대한 나의 평가의 의아함을 품었다.


“아니, 뭐······. 사실은 이 도시, 내가 살던 세계의 도시하고 엄청나게 비슷하거든.”


거리의 시민이 고블린이라는 점만 뺀다면, 겉모습은 완전 똑같은 거나 다름없지만 말이다.


무의식적으로 변명을 하려다가 변명할 이유가 없는 것을 깨닫고 사실대로 말했다.


난 이세계에만 오면 사실을 말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무의식적으로 변명을 하려한다.


여태까지 원래 세계에서는 당황해 할 일이 거의 없었으니까, ‘왜 그래?’라는 물음을 받으면 변명부터 하고 보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 같다.


“그건 신기하구먼. 다른 세계에도 이런 도시가 있을 거라곤 생각을 못해봤구먼.”


전 이세계에 오는 건 물론이거니와, 존재한다는 것을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거든요······.


물론 이세계가 있으면 좋겠다, 라는 가정을 해 망상을 한 적은 많았다.


이세계에 오기 전까지는 매일 그 생각들을 하면서 재미없는 현실을 부정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하준, 진짜 하준이 있던 세계의 도시하고 똑같아?”


“똑같은 것까지는 아니고, 많이 비슷한데······. 리, 리아? 그렇게 쳐다보면 부담스러운뎁쇼.”


리아의 물음에 대답하고 있으려니 리아의 두 손을 모은 채로 까치발로 서서 앞머리 사이사이로 보이는 황안을 빛내며 날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내 얼굴에 맛있는 게 달려있기라도 한 듯 얼굴을 가까이하면서 빤히 쳐다보고 있으니, 부담스럽다.


그렇게나 이 세계와 내 세계의 공통점이 신기했던 거냐.


“아, 미안해. 나 여기 엄청 기대돼.”


“그런 게냐? 이거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도시 구경을 제대로 시켜줘야겠구먼.”


이곳이 기대된다는 리아의 말에 콘드 할배 갑자기 기합이 들어가서는 앞장서서 힘차게 걷기 시작했다.


아이들이라니······.


리아는 그렇다고 해도 나하고 세이트는 좀······.


뭐, 할배니까, 우리들이 전부 꼬맹이로 밖에 안 보이는 거겠지.


난 리아와 세이트를 데리고 콘드 할배 뒤를 따라가며 주위를 둘러봤다.


역시나 낯설기는커녕, 너무 익숙해서 문제다.


거기다 평범한 인간이 있어야 될 배경과 인간들의 복장에, 골드고블린이라는 샛노란 피부들의 향연이라니.


위화감 대폭발이다.


그런 위화감 속에서 난 낯설지 않으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무언가를 발견했다.


보이는 것뿐만이 아니다. 소리도 들려오고 있다.분명 내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난 한 번도 본 적 없는 도로 위에 저것은······.


저 트럭은···!


‘띵도도동댕딩동댕~.’


아이스크림 트럭······.


에이, 설마······.


“어이, 할배. 저거 뭐야···?”


“아이스크림 트럭 말인 게냐? 아이들한테 인기가 많은 게야. 한 번 지나가면 순식간에 아이들이 몰려오는 게야.”


“아, 역시 그렇구나······.”


그런데 저게 왜 여기에 있냐고?! 여기가 미국이냐!?


고블린 지하도시에 왠 아이스크림 트럭이 있는 건데!


“하준이 살던 세계에도 아이···스크림? 이란 게 있어?”


“어, 있지······.”


게다가 방금 저기에 있는 꼬마 고블린이 받은 아이스크림하고 아주 똑같이 생겼지.


물론 난 저런 트럭에서 받은 적은 없고, 동네 슈퍼 앞 냉동고에서 바를 먹었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추억이구먼······ 이 아니잖아!


누구야! 나 말고 이세계에 소환된 사람이!


저거 누가 퍼뜨린 거야!


“그렇구나······.”


리아는 내 대답을 듣고는 마지막으로 아이스크림을 받은 꼬마 고블린을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먹어보고 싶은 건가?


“리아, 먹어보고 싶어?”


“응, 무슨 맛인지 궁금해.”


궁금한 게 먼저였구나.


하긴 처음 보는 것일 테니까.


난 아이스크림 트럭으로 가려다가 콘드 할배와 요코드가 신경 쓰였다.


“나 갔다 올 건데, 할배는? 요코드 씨는요?”


“난 괜찮은 게야. 조금 있으면 식사 시간이구먼.”


“저도 괜찮아요.”


할배와 요코드의 대답을 듣고 아이스크림 트럭으로 향하려는데, 문득 생각났다.


여기 지하도시 화폐단위는 어떻게 되는 가······.


분명 고블린만의 지하도시라서 화폐단위가 지상의 나라와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할배, 여기 지하도시는 화폐단위가 어떻게 돼?”


“지상하고 똑같은 게야. 공통화폐는 어딜 가나 마찬가지인 게야.”


“공통화폐인 건가? 편리하네.”


난 통쾌한 답변을 듣고 아이스크림 트럭으로 향하려하자, 갑자기 트럭 주인이 정리를 하고 셔터를 내리기 시작했다.


분명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고 정리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시간이 어지간히 길었던 모양이다.


“아! 저기 잠깐만요! 스톱, 스톱!”


내가 서둘러 소리치며 뛰어가자 다행히 아이스크림 트럭 주인은 셔터를 다시 올려주었다.


셔터를 올리자 모습을 드러낸 건 친숙해 보이는 인상의 덩치 큰 아저씨······ 고블린이었다.


내가 소리치며 달려오자 어리둥절하게 쳐다보고는 금방 웃으며 날 반겼다.


“무엇을 드릴까? 한 번 골라봐.”


“아이스크림 하나······.”


주문을 하려고 하는데 옆에 검은 무언가가, 정면을 본 나의 시야의 흐릿한 범위 안에 들어왔다.


주문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서 검은 물체를 제대로 보니 다름 아닌 세이트였다.


“세이트! 너무 빠르잖아요. 천천히 가도 되잖아요.”


그리고 그 뒤에는 세이트를 드디어 따라잡은 듯한 리아가 힘겹게 뛰어왔다.


이건 무슨 상황인 거냐.


세이트는 리아의 소환수라는 것을 의식하는 건지, 항상 리아 옆에 꼭 붙어 다녔다.


그런 세이트가 리아를 내버려두고 내 앞에 섰다.


솔직히 내가 세이트를 본 시간은 하루, 24시간도 안 된다.


사흘간의 공백도 있었고. 리아와 세이트의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른다.


그래도 얼마 안 되는 시간 속에서도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세이트는 나보다도 리아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코 리아를 홀로 내버려둘 소환수가 아니란 소리다.


그런데 지금은, 대체 무슨 상황인 건지······.


“무슨 일 있었어?”


“으응, 그냥 내가 하준한테로 가보자고 했어. 그래도 절 내버려두고 가다니, 치사해요!”


“······.”


리아의 구박에 세이트가 대꾸를 하지 않자 리아는 볼을 부풀리고 머리카락에 살짝 가려진 눈으로 째려봤지만,

원래부터 착한 성격이 몸에 밴 건지 무섭기는커녕 오히려 귀여웠다.


세이트는 리아의 눈빛이 약해서 그런 건지, 가볍게 무시하고는 아이스크림 트럭 아저씨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리아는 세이트의 그런 행동에 충격을 받고는 시무룩해졌다······.


콩트하는 거냐. 귀엽기만 하네.


그녀가 아저씨를 쳐다보길래,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지 나도 아저씨를 쳐다봤다.


“형씨? 아니, 아가씨······인가? 무슨 용건이라도 있는 거야?”


아저씨를 쳐다보던 세이트를 다시 보는데 그녀는 이미 나를 보고 있었다.


왜, 왜 그러는 거지?


그녀의 감으로 아는 뭔가가 있는 건가?


세이트는 다시 한 번 아저씨를 쳐다보고는, 다시 내 쪽을 봤다.


그리고 다시 아저씨, 나.


아저씨, 나, 아저씨, 나······.


으음······.


“저기, 아이스크림 두 개 주세요.”


“무슨 맛에 무슨 종류로 드릴까?”


리아와 세이트는 분명 처음 보는 것일 테니까, 가장 평범한 맛에 가장 이상적인 종류로 시키기로 하자.


“바닐라 소프트 아이스크림으로.”


“자, 여기 있습니다. 가격은 동화 4매야.”


진짜 있는 거냐고······.


세삼, 다시 한 번 충격적이다.


아, 근데 나 이세계 돈은 없는데.


“리아, 동화 남은 건 있어?”


“응, 여기요.”


“고마워, 아가씨.”


리아는 양손에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는 나 대신에 아저씨에게 돈을 건내 주었다.


뭔가 남자와 연장자로서의 프라이드가 깎여 나가는 듯한 이 느낌은 뭘까······.


“자, 리아 여기. 세이트도 받아.”


“고마워, 하준. 음, 그러니까 이렇게······. 와하! 맛있어!”


“······.”


리아는 아이스크림을 받은 다음, 뒤쪽에 있는 고블린 꼬마애들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방법을 보고 따라해 먹었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에 화색이 돌면서 기쁨의 감탄사를 자아냈다.


세이트는 아이스크림을 보면서 유일하게 보이는 오른 눈을 반짝거렸다.


역시나······.


신경 쓰이게 행동하지 말란 말이야. 괜히 걱정했네.


그런데 그녀는 왠지 모르게 아이스크림을 들고 서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녹는다고. 빨리 먹어봐.”


“······.”


세이트는 내 말을 듣고는 아이스크림을 입에······.


“야, 야! 두건은 풀고 먹어야지. 나 참, 내가 이런 것까지 해줘야 돼?”


세이트가 두건을 풀지도 않고 입에 아이스크림을 갖다 대자 난 다급하게 그녀를 말리고, 잔소리를 하면서 그녀가 쓰고 있던 후드를 내리고, 두건을 풀었다.


“자, 이제 먹어도 돼.”


“아······.”


세이트는 갑작스럽게 얼굴을 두르고 있던 두건이 풀려서 그런지, 점잖게 당황해하며 한손으로 흉터가 있는 왼쪽 눈과 뺨에 흉터를 가렸다.


아, 이거 실수했다.


트라우마이기 때문에 가린 것일 텐데, 내가 멋대로 벗겨버렸다.


그래도 두건을 다시 두르면 아이스크림이든 뭐든 먹질 못하게 되는데······.


뭐, 해결 방안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


“세이트, 빗 있지? 나한테 줘봐.”


세이트는 내 말에 흉터를 가린 손으로 얇은 갑옷 안에 수납되어있던, 얇은 빗을 꺼내 내게 건낸 후, 다시 손으로 흉터를 가렸다.


“손 치워봐. 자, 빨리.”


세이트는 망설이는 듯했지만, 내 재촉에 순순히 손을 내렸다.


손을 내리고도 흉터가 신경 쓰이는 건지, 그녀의 시선이 오갈 곳을 잃었다.


난 세이트의 흉터가 있는 쪽 머리를 빗질하며 머리를 앞으로 넘겼다.


다행이 흉터가 잘 가려지는 것 같다.


긴 생머리라 다행이네. 짧았으면 손도 못 쓸 뻔했잖아.


“하준은 뭐든 할 줄 아는 구나.”


“그게 좋은 건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내 빗질 스킬에 대해서 말하자면, 우리 엄마한테서 배운 거다.


우리 집안은 여자가 엄마뿐이라 서로 머리를 빗겨줄 딸 같은 존재가 없어서, 그 대신으로 나한테 빗질을 시켰다.


굳이 날 고른 이유라고 물어봤을 때, 그 답으로 내가 가장 여성스럽게 생긴 것 때문이라 했다.


우리 집안에서 아빠와 형은 우락부락하게 생겨서 딱 봐도 『남자』라는 이미지다.


반면, 나는 남성성이 그 둘과는 덜하고, 그 둘과 비교했을 때 체형이 호리호리해서, 여성스럽다는 것을 인정하긴 싫었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쓸데없이 늘은 빗질 스킬로 세이트의 머리 한쪽을 빠르고 간단하게 내려 정리했다.


“자, 다 됐다. 이제 먹어도 돼. 빨리 먹어봐. 녹겠다.”


난 빗질을 마치고는 서서히 녹으려 하는 아이스크림을 보고, 어서 먹으라고 세이트에게 재촉했다.


그녀는 리아가 먹는 방법을 보고 따라해 한 입 먹었다.


“아아······.”


세이트의 표정이 밝게 변하면서 여태까지는 본 적 없는, 처음 보는 표정을 지었다.


마치······ 어린 아이 같은 표정을 지었다고 할까나.


확실히 세이트는 7살 정도의 어린 아이가 맞다.


무려 꼬꼬마 대장장이 스멜트와 동갑.


다만 그녀는 마물이기에 7살임에도 20대의 외모를 가진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좋은 것 같기도 하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안쓰럽게 느껴진다.


나이가 어리다고 실력자들 사이에서 깔보여질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어린 나이인데 응석을 부려도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느껴질 외모를 가졌기 때문이다.


물론 여태까지 세이트는 응석을 한 번도 부리지 않았다.


그래도······ 그녀가 조금은 어린 아이 같은 모습을 드러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그녀의 어린 아이 같은 모습이 진짜 행복해 보이기에······.


그건 그렇고 여기 아이스크림, 진짜 내 세계 것이랑은 전혀 변함이 없나?


리아나 세이트를 보면 맛있어 보이는 건 틀림없을 텐데.


······나도 하나 먹어볼까?


“저기, 컵 아이스크림 있나요?”


“물론! 무슨 맛으로 드릴까?”


“초코로 주세요.”


“자, 여기. 이건 동화 3매야.”


역시 컵 아이스크림이라 그런가, 소프트 아이스크림보다 비싸다.


“리아, ······이번에도 부탁할게.”


“응, 여기요.”


“다시 한 번 고마워, 아가씨.”


아무래도 나도 돈을 조금은 갖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난 받은 컵 초코아이스크림을 같이 받은 미니 스푼으로 조금 떠서 한 입 먹었다.


······똑같다.


어쩌면 이게 더 맛있을 수도······.


“하준 그것도 아이스크림인 거야? 이거하고는 색도 모양도 다르네.”


“아, 이건 초코 컵 아이스크림이란 건데. 음······ 아 해봐.”


“응? 응, 아······합!”


난 미니 스푼으로 아이스크림을 조금 떠 리아의 입안에 넣었다.


아이스크림이 애초에 처음인데,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이게 나은 방법이지.


갑작스러워서 미안하긴 하지만.


리아는 갑작스럽게 입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는 사실에 당황했지만, 달달한 맛과 향이 입 안 가득 퍼졌는지 금방 화색이 돌았다.


“이거는 어때? 맛있지?”


“응······. 달아. 엄청 맛있어.”


“거참,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는데 오래도 걸리는 게야.”


기다리다 지친 콘드 할배가 이쪽으로 지팡이를 딱딱거리면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말투는 툴툴거리지만, 표정은 그렇게 불만이 있진 않아 보인다.


오히려 이 상황이 만족스럽다는 표정에 더 가까워보인다.


“미안 할배, 좀 오래 걸렸지.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괜찮은 게야. 저 아이들이 웃는 것은 그리 흔한 것이 아닌 게니까.”


콘드 할배는 리아와 세이트를 보면서 마치 자기 손자를 보는 듯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나도 물론 할배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어이, 할배 지금 뭐라고······.”


“예약 시간에 늦는 게야. 어서 이동해야겠구먼. 요코드,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게야.”


“예 어르신.”


콘드 할배는 지팡이를 딱딱 거리며 어디론가 앞장서서 다시 걷기 시작했고,

요코드는 어느샌가 아이스크림을 다 먹은 리아와 세이트를 데리고 콘드 할배 뒤로 따라갔다.


방금은 절대로 그냥 흘려보내도 될 말이 아니었다.


대체······.


“어서 가시죠. 어르신께서 기다리세요.”


“아, 네.”


요코드의 요구에 따라 난 앞장을 선 콘드 할배의 작은 등을 따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저 작은 등은 지금 나에게 엄청난 의문점을 남겼다.


리아와 세이트의 웃는 모습이 흔한 게 아니라고? 대체 무슨 뜻이야?


할배가 뭔데 그걸 아는 건데.


대체 뭐하는 고블린인 거야······.


이 도시도 그렇고, 고블린들도, 음식의 맛도, 지상과는 다르게 한 발 앞서가는 느낌이다.


대체 뭐야.


진짜로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데······.


“하준, 하준!”


“어, 어! 왜 그래 리아?”


“괜찮아? 몸이 안 좋은 거야? 불러도 대답도 안하고, 안색도 안 좋아 보여.”


“아무튼 요즘 젊은 것들은 걷는 것에 취약한 게야. 나처럼 늙어서 지팡이로 걸을 생각 말고, 젊었을 때 조금이라도 더 걸어놓는 게야. 이제 곧 식당이니 배고파도 조금만 참고 있는 게야.”


“아, 응······. 리아, 걱정했지? 미안 딴 생각을 좀 하느라······.”


“그런 거였구나······. 괜히 걱정했을지도.”


리아의 눈이 머리카락에 살짝 가려져서 그런 걸까.


그녀의 표정이 미묘하게 어두워진 듯 했다. 기분 탓인가.


생각이 많아져서 감각이 둔해진 느낌이다.


그리고 이런 도시 거리를 걷는 것 자체가 조금 거북하기도 하다.


아무래도 난 절반이 히키코모리니까, 사람이 많고 넓은 거리는 역시나 몸에 안 맞는 듯하다.


“도착한 게야. 여기서 배를 채워야 좀 더 돌아다닐 수 있겠구먼.”


콘드 할배가 지팡이로 자동문 버튼을 눌러 들어간 곳은 지극히 평범한 식당 같았다.


동네에 꼭 하나씩은 있을 법한 식당의 인테리어다.


아니 그보다. 자동문?!


“어서오세요. 어르신께서 오신 거군요. 예약석으로 모시겠습니다.”


역시나 골드고블린인 점원이 다가와서 친절하게 우릴 예약석으로 안내했다.


안내 받은 예약석은 가게 안쪽에 작은 방으로 되어있었고, 가운데에 원형 테이블과 인원수에 맞게 의자가 배치되어 있었다.


각자 자리에 앉자, 곧바로 점원이 들어와서 요리 덮개에 가려진 요리들을 차례차례 내오기 시작했다.


요리 덮개로 가려져있다는 건 상당히 비싼 음식들이라는 뜻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 서야 이렇게 내올 리가 없을 테니까.


기대치가 제로인 채로 들어왔지만, 막상 이런 분위기라 기대가 안 될 수가 없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가려진 음식이 내 앞에 놓아졌다.


덮개로 가려졌지만, 냄새가 조금은 새어나오는 듯해 요리의 향을 조금······.


뭐지···? 이 익숙한 냄새는.


점원은 마지막으로 놓은, 내 앞에 놓인 요리부터 공개했다.


덮개를 열어 요리를 공개 하자마자 요리의 향이 작은 방에 가득 퍼져나갔고, 가장 가까이에 있던 나는 그 요리의 향을 정통으로 흡입했다.


익숙한 냄새와, 익숙한 비주얼,

아직도 끓고 있는 이 요리는 최근에 봤기에 더 충격적으로 느껴졌다.


하, 하하.


된장찌개다······.


작가의말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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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알고 있었던 이야기 - 4 +1 20.07.04 2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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