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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이목소리 님의 서재입니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세계 소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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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이목소리
작품등록일 :
2020.05.3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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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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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8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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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가는 중 - 3

DUMMY

미간이 찌부러지고, 눈매가 날카로워진 유진의 얼굴에는, 노기가 띠어져 있다는 것을 외적으로 확실히 알게 해주었다.


그 노기의 원인은, 아마도 나···?


내가 뭔 짓을 했나? 아무 것도 안 하고 계속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하아······.”


그녀는 노기 띤 얼굴로 날 계속 바라보고 있다가, 한숨을 쉬고는 가방을 뒤적거렸다.


가방에서 꺼낸 건······ 빵? 왠 빵?


“이거 먹어.”


유진은 들고 있던 포장된 빵을 내게 내밀면서 그렇게 말했다.


흠, 의미가 무엇일까. 이 빵을 내 쪽으로 내민 이유는······.


이게 설마 하던 플래그라는 건가? 흠흠, 너무 갑작스러운 전개군.


그런데, 플래그라고 하기엔 유진의 표정과 말이 너무 차갑다. 쿨데레라는 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현실적이지 못한, 씹덕후 같은 생각들이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돌아가서, 그녀가 내게 빵을 건낸 이유는 무엇인 건가?


‘꼬르륵······.’


답은 아주 가까이에 있었다.


내 눈높이의 몇 센티 밑에 자리 잡고 있는 복부가 진동하는 소리.

할 일없는 소화계가 직업병으로 인해 미쳐 날뛰는 소리······.


유진이 내게 빵을 건넨 유일한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아니, 그보다 계속 울리고 있었던 거였냐?


그게 계속 들렸던 거였고.


침묵은 진작 깨졌다는 소리였다는 건가.


복부 이 자식아, 너 민폐잖아······.


몇 초가량 지났는데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아직까지 내 쪽으로 빵을 내밀고 있는 유진.


그렇다면 저 빵의 의미는 동정심으로 인한 배려인가, 침묵을 되찾기 위해 발휘한 기지인가.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유진이 무안해지지도 않고 계속 빵을 들고 있으니, 오히려 내가 무안해진다······.


난 지금이라도 받는다는 선택지를 택했다.


“고, 고마워.”


자리에서 일어나 다리 하나를 뻗고서, 또 손만 뻗으면 닿는 거리.


감사인사와 동시에 유진의 손에 걸려있던 포장된 빵을 낚아채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손에서 빵이 사라진 유진은, 곧바로 고개를 돌리고, 펜을 다시 집어들어 하던 공부를 재개하기 시작했다.


으아, 춥다. 너무 차가워······.


쿨한 걸 넘어서 콜드해······.


얘는 문학, 아니 기계소녀라도 되는 거냐?


아무튼 호의인지 뭔지 모를 이유로 빵을 받았으니, 예의상 먹는 수밖에.


빵의 종류는 봉지에 적혀 있는 데로 크림빵.


봉지를 뜯고······. 이크, 봉지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


봉지에서 빵을 뺀 다음, 손으로 빵을 직접 잡고 먹는 수밖에.


‘꿀꺽······.’


막상 먹으려고 하니까, 빵이 엄청 맛있어 보인다.


배고플 땐 뭐든 맛있어 보인다는 뜻이 이런 거였던 걸까.


침을 삼키고 빵을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빵의 부드러운 식감과 크림의 달달한 맛이 어우러져 입안에서 만족감이라는 기분을 형성시키고 있다.


감상이 너무 기니까, 짧게 줄이자면······.


역시 맛있다.


어느 순간 내 손에 있던 빵은 금세 사라져 버렸고, 굶주림에 비명 지르던 배는 잠잠해졌다.


아, 맛있었다······.


단지 크림빵이었는데, 난 행복 게이지가 가득 찬 상태로, 허기를 달랠 수 있도록 구원해주신 구세주를 쳐다보았다.


아니, 우러러보았다!


첫인상(?)은 너무나도 차가웠지만, 지금은······.


그저 빛! 눈이 부실 따름이다.


그나저나 얘는 평소에도 이렇게 이른 시간에 오는 건가?


아침부터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조용히 공부하는 게, 우리 반 1등의 비결이란 건가.


대단한 녀석이네.


내가 계속 유진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내쪽으로 고개를 돌린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아무 말도 없이 날 계속 봤다. 변하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로.


난 뭔가 행동을 취해야 할 것만 같아서 책상 위에 있는 빵 봉지를 들고 그녀에게 말했다.


“이거 고마워, 맛있었어.”


“아, 응.”


취한 행동은 감사인사로 답례.


하지만 답례라고 하기엔, 너무 성의가 없다.


다음엔 꼭 제대로 된 답례를 해야지.


그녀가 다시 고개를 돌려 공부를 시작했기에, 나도 고개를 정면으로 뒀다.


하아,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배고픔이 해결되었다.


이제 남은 건······


이세계······.


현시점, 내게 있어서 가장 큰 문제이고,

스스로 해결 불가능하며,

방금처럼 누구의 구원도 받을 수 없는 난제다.


이 문제에 간섭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무래도 내가 리아에게 소환되는 것뿐.


손가락 빨면서 기다릴 수 있을 만큼 난 진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어쩌지도 못하는 상황이, 내게 있어서 날붙이로 살점 채로 속을 긁어내는 것만 같이 잔인할 정도로, 답답함 그 차체이다.


자꾸만 머릿속에서 맴도는, 그 거대한 굉음······.


그 굉음 뒤로 두고 와버린 건, 리아와 세이트 그리고 요코드······.


리아가 상당히 강해진 건 알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낮은 레벨에, 낮은 스탯.


게다가 전력으로써는 확실히 확인되지 않았다.


리아가 아무 것도 할 필요 없을 정도로, 나하고 세이트가 다 해먹었으니까.


이럴 줄 알았으면 호각수하고 싸울 때, 조금이라도 알아볼걸.


그땐 너무 생각이 없었어······.


세이트는 현재 이세계 최강 전력.


나름 고렙에 신속형 딜러이다.


다만 문제가 되는 건, 얘도 스탯이 신경 쓰인다 점이다.


특히 방어력······.


그건 리아보다도 낮은 수준이니, 게다가 한 번 호되게 당한 경험도 있고······.


내가 귀환되기 전에는, 고블린 사태로 인해 고블린 도시에서의 그녀는 아무래도 불안하다.


그리고 요코드 가장 미지수.


전력에 대한 아무 정보가 없다.


아군인 건지도 불분명하고······.


유일한 정보라곤 와카드의 아내이자 콘드의 손녀라는 것뿐.


그리고 뭔가를 알고 있는 것을 숨기려 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절대 안심이라는 게 불가능한 파티잖냐, 이거······.


상황도 그렇고, 전력도 그렇고! 불안해 미치겠네!


그리고 콘드 할배······.


이 망할 늙은이는 어디로 간 거야?


[가븐]에 있는 이상 리아 다음으로 믿을만한 건, 이 할배인데.


아직 물어볼 것도 많고 한데, 갑자기 어디로 사라져버린 거냐고······.


“불안해?”


불안하다.

불안해 미치겠다.

돌아온 이유는 무엇인지 도대체가 뭔지 모르겠지만,

괜히 후회될 정도로 불안하다.


난 어째서 돌아온 거냐고···!


“저기, 너 말이야.”


“응?”


옆에서 내게 말을 건 소리가 들려와서 고개를 돌렸다.


텅 빈 교실을 채우고 있는 두 명 중 한 명, 반 1등, 유진이다.


이쪽을 보고 있는, 변하지 않는 표정과 시선이 마주쳤다.


“불안해?”


“어? 응······.”


“그럼 준비해두는 게 어때?”


“응?”


무슨, 뜬금없는 소리를······.


“준비를 해두면, 언제든 무슨 일이 생겨도 금방 대처할 수 있잖아.”


“······.”


“그걸 하는데에 드는 자원은 사람마다 달라. 마음가짐을 준비하는 것부터, 모든 게 완벽한 준비까지.”


그녀는 펼쳐진 문제집에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런 다음에는 언제나 전력으로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거지.”


잡고 있던 펜을 허공에서 한 바퀴 돌리고서,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단지 출발선에 서는 것뿐이니까.”


······아주아주 조용한 교실 속에서 날카로우면서, 동시에 화려하게 울려 퍼지는 음색의 펜소리가 이 공간의 소리를 지배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아무 간섭도 할 수 없고,

아무 생각도 전할 수 없으며,

아무렇게나 갈 수 없다.

여기 세계의 난 이세계에 관련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아니,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게 있다.


준비······. 출발선에 서는 것.


반 1등, 유진이 알려준 대로다.


난 이세계로 소환된 자다.


그러나, ‘이세계’의 소환된 자가 아니다.


이세계인(異世界人), 리아라는 소환술사의 소환수인 것이다.


이세계 라노벨의 주인공처럼 갑자기 소환당하거나, 전생해서 이세계에 눌러 사는 먼치킨이 아닌······.


그냥 소환수인 것이다.


솔직히 내 힘은 사기 수준이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세계 한정이다.


여기서의 난 단지 고등학생 2학년, 18살 어디에나 있을 법한 그런 남정네다.

남는 시간은 전부 라노벨과 애니와 게임에만 쏟는, 반 히키코모리다.


이런 무력한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런 날 필요로 해주는 리아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것.


언제나 출발선에 서있는 것이다.


소환되면 어느샌가 귀환되었듯이, 귀환되면 또 언젠가 소환될 것이다.


난 리아를 믿고 있으니까, 리아를 믿자고 정했으니까.


망할, 이것도 잊고 있었다.


리아를 의심하지 말고 믿자고 다짐했는데, 또 의심하는 꼴이 되었잖아.


리아는 지금 어떻게든 살아있을 것이다.


내가 이세계에 소환될 것이라고, 난 믿고 있으니까.


그러므로, 난 준비하고 있는다.


어떠한 상황이 날 기다리고 있던 간에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

주인님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는다.


왜냐면 난 소환술사의 소환수니까.


왜 가장 가까이에 답이 있으면서 알지 못하는 거냐고.


그리고 알고 있는 것도, 불안함 때문에 망각하고 있었다. 망할 머리통.


자, 와라 이세계! 난 이세계의 몸이 아닌, 나의 주인, 리아의 힘이니까!


······.


······라고 각오를 다져도 지금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속으로만 말했는데도, 굉장히 뻘줌하네······.


아무튼 간, 난 리아의 부름을 기다린다.


그녀가 날 반드시 부를 거라고 믿고 있으니까.


“중간고사가 다음 주니까, 불안할 만도 하지. 공부해 둬. 공부는 어느 때든 해두는 게 좋다고 봐, 난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아까부터 한 얘기는 공부얘기였던 거냐······.


역시 반 1등인 우등생이라고 해야하나.


얘도 여간 특이한 애가 아니였구만.


다른 애들이 들었으면 잔소리였을 말이었을 것이다.


뭐, 빵으로 배도 부르고, 생각도 할 수 있었으니, 기분 좋게 넘어가자고.


“유징! 나왔어!”


“어, 왔네.”


문을 열고 활기차게 들어온 건, 수다쟁이로 유명한 한비라는 애다.


현재 시각 8시, 나보다 한 시간 이상은 늦게 왔지만, 그래도 상당히 이른 시간에 온 것이다.


“당연! 어라? 하준도 있네? 안뇽!”


“아, 응.”


한비가 내게도 인사를 하길래, 나도 손을 들어서 그녀를 환영했다.


인사를 마친 한비는 유진 옆자리의 의자를 내리고 앉았다.


얘네 둘이 친했었구나, 전혀 몰랐네.


아, 맞다. 애초에 관심도 없었지.


조용한 범생이와, 떠들썩한 수다쟁이라······.


조합 참 안 어울리네······.


아, 오줌 마려워졌다. 화장실 가야지.


자리에서 일어나서, 이번엔 뒷문으로 향했다. 화장실은 뒷문이 더 빠르니까.


나가기 전에 빵 봉지는 쓰레기통에 버리고, 잠겨져 있는 뒷문의 간단한 잠금 장치를 풀고 나서, 문을 열고 나갔다.


“유징, 쟤 원래 이 시간에 왔었나?”


문을 닫자마자 교실 안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나에 대한 말인 것 같아서, 발걸음을 옮기기 전, 문 쪽으로 귀를 기울였다.


“몰라.”


“왜 몰라아. 유징이 제일 먼저 오잖아.”


“오늘은 내가 두 번째였어.”


“헐, 얼마나 일찍 온 거? 난 지금보다 더 일찍 일어나는 건 못하겠던데. 밤을 샜나?”


“너도 왔으니까, 빨리 공부해”


“힝, 알겠어······.”


문제집이 펼쳐지는 소리가 들려오는 걸로, 대화는 끝이 났다.


뭐야, 별 얘기 안했잖아. 괜히 엿들었네.


얼른 화장실 갔다 오자. 아까보다 더 마려워졌다.



*****



“그래서 무슨 얘기는 했어?”


“공부하라고 했어.”


“역시 유징이네······. 다른 얘기는?”


“뭘 기대하는 건데?”


“헤헤, 들켰나?”


“······빵을 맛있게 먹었었지.”


“응? 뭐라고 했어?”


“얼른 공부 하라고.”


“힝, 매정해.”


그 애 빵을 맛있게도 먹었지······.


엄청 행복해 보이는 표정이었어.


그렇게나 배고팠었던 건가?


근데, 그 크림빵······.


가방에 며칠 동안 있었더라?


······유통기한은 이미 한참이나 지나있었다.


작가의말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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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평범하지 않은 소환술사와 소환수의 프로필 - 《여태까지 그의 인연 관찰기록》 +1 20.08.01 31 1 8쪽
55 귀환 - 2 +1 20.07.25 31 1 15쪽
54 귀환 - 1 +1 20.07.18 38 1 14쪽
53 알고 있었던 이야기 - 5 +1 20.07.11 24 1 20쪽
52 알고 있었던 이야기 - 4 +1 20.07.04 26 1 11쪽
51 알고 있었던 이야기 - 3 +1 20.06.27 25 1 21쪽
50 알고 있었던 이야기 - 2 +1 20.06.26 22 1 17쪽
49 알고 있었던 이야기 - 1 +1 20.06.25 27 1 19쪽
48 알아가는 중 - 11 +1 20.06.24 19 1 15쪽
47 알아가는 중 - 10 +1 20.06.23 19 1 11쪽
46 알아가는 중 - 9 +1 20.06.22 24 1 16쪽
45 알아가는 중 - 8 +1 20.06.21 20 1 12쪽
44 알아가는 중 - 7 +1 20.06.20 23 1 11쪽
43 알아가는 중 - 6 +1 20.06.19 22 1 12쪽
42 알아가는 중 - 5 +1 20.06.19 18 1 19쪽
41 알아가는 중 - 4 +1 20.06.18 22 1 13쪽
» 알아가는 중 - 3 +1 20.06.18 22 1 12쪽
39 알아가는 중 - 2 +3 20.06.17 30 2 13쪽
38 알아가는 중 - 1 +1 20.06.17 20 1 18쪽
37 위화감 - 10 +2 20.06.16 27 3 12쪽
36 위화감 - 9 +1 20.06.16 22 2 12쪽
35 위화감 - 8 +1 20.06.15 18 2 12쪽
34 위화감 - 7 +1 20.06.15 18 1 18쪽
33 위화감 - 6 20.06.14 28 0 18쪽
32 위화감 - 5 +1 20.06.14 24 1 16쪽
31 위화감 - 4 +1 20.06.13 91 2 16쪽
30 위화감 - 3 +1 20.06.13 22 1 15쪽
29 위화감 - 2 +1 20.06.12 26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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