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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이목소리 님의 서재입니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세계 소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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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이목소리
작품등록일 :
2020.05.30 18:26
최근연재일 :
2020.08.0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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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1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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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알아가는 중 - 8

DUMMY

“······.”


고개를 떨구고 분노와 슬픔에 잠겨있었던 요코드는, 고개를 들고 내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마주 본 얼굴에는 눈물이 멈춰있었고, 표정도 아까처럼 분노로 찬 얼굴이 아닌, 어이없어 하는 듯한 표정이다.


난 내가 한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생각조차 할 필요 없었지만, 내 말에 어이없어하는 표정에 무심코 생각해버렸다.


“지금 장난하자는 거야···? 그게 무슨······.”


“아니, 장난 아니고, 할 생각도 없어. 난 지금 진지해.”


웃음기는 진작에 없앴다.


그런 상태로 그녀에 말에 계속 답한 것이다.


그런 분위기의 사람 말을 장난으로 보다니, 이쪽이 더 어이없다.


“맞서라니···? 무슨 말인 거야. 아까 얘기한 거 못들은 거냐고! 무서웠다고, 두렵다고······.”


······아나, 성질나게······.


“그러니까······. 맞서라고 하잖아! 이 겁쟁이들아!”


참고 있던 화가 분출되었다.


내가 내뱉은 말은 넓은 지하를 몇 바퀴 돌면서, 내 귀에 몇 번이고 울렸다.


“더 이상 도망칠 수도 없어, 무섭고 두려워. 그럼 맞서라고. 다가오는 무언가에 맞서던지, 막고 있는 벽에 맞서던지, 맞서라고. 다른 방법이 있기나 해?”


“그건······.”


“평생 안 나와. 나올 리가 없지. 그걸 가만히 생각하고 있는 자체가, 다음을 죽음으로 만드는 것뿐, 다른 건 없어.”


난 나를 욕하는 중이다.


정확히는 이틀 전의 나.


100호각수에 의해 세이트가 전투 불능에 빠져버려, 도망치려했었다.


하지만, 퇴로를 막고 있는 벽과 나아갈 수 없게 만든 마물 때문에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절망에 빠져버렸었다.


벽에 머리를 쳐박아가가면서 생각했다.

그곳을 한시라도 빨리, 모두가 살아서 빠져나갈 생각을 했었다.


아니 생각이란 시늉을 했었던 것이다.


현실인 이곳에서 게임에서의 규칙을 적용해 가능성을 차단시켜버리고는, 생각 따위를 했던 것이다.


그곳에서 살아 돌아올 수 있었던 건 정말 기적 같은 우연이었다.


위험에 빠지기 바로 직전에 깨달았기에 어떻게든 빠져나오는데 성공했다.


내가 마지막까지 깨닫지 못했다면, 내 이세계 스토리는 거기서 끝났을 것이다.


그런 기적 같은 우연이 지금 다시 한 번 일어날 확률은, 점 뒤에 0이 더 붙고 나서야 이야기가 된다.


그러고 보니······.


“너희 전부 고블린이잖아. 마물이라고 불리는 존재들이잖아. 그런데 왜 당하고만 있었던 건데. 너희를 사냥하려는 모험가들에게 대항하라고.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마물이면 마물답게 해악을 끼치면서 살란 말이야. 그게 너희들 일이니까.”


“그런 거 우린 싫다고······.”


내 뒤쪽에서 남성 고블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얘 지금 뭐라고 지껄인 거냐.


참 내, 어이가 없어서.


“뭐? 방금 한 말 다시 한 번 말해봐. 싫다고? 그래서?”


“크윽, 해악이라니, 그런 거 우린 하고 싶지 않다고! 그래서 도망치길 선택한 거야. 무고한 사람들에게 그런 짓을 할 바에야 차라리 도망치는 삶을······ 흐익!?”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눈을 똑바로 마주보고 얘기해!! 도망치는 삶을 살고 또 살아서, 마지막에 다다를 때까지 모든 걸 포기하고 도망쳐서, 그 다음엔 모두가 몰살당하는 선택지가 좋다, 이런 말이 하고 싶은 거냐?! 어?!”


듣다가 이 고블린의 어리석음이 너무나 역겨운 나머지, 나도 모르게 그의 멱살을 잡아버렸다.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은 채 말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안타까운 나머지, 나도 모르게 그를 잡아 내 눈앞으로 끌어왔다.


“그들이 너희를 잡아 죽이는 이유가 뭐일 것 같냐? 돈? 명예? 물론 있겠지.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지키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이야. 자신의 보금자리, 자신의 가족, 자신의 친구, 자신의 삶, 자기 자신을 지키고 싶기 때문에, 마물이라는, 그들에게 있어 악의 존재라는 걸 죽이는 거야. 죽여야만 하는 거라고!”


지상의 있는 사람들은 분명 고블린들을 마물로 볼 것이다.


그렇기에 의뢰를 받았건, 업적을 위해서건, 무언가를 지키지 위해서건.


마물, 그들에게 있어서 악이라는 존재를 죽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너희에겐 지키고 싶은 무언가는 없는 거냐? 너희에겐 보금자리도, 가족도, 친구도, 삶도, 자기 자신도 지키고 싶지 않은 거냐고!”


도망친다는 것은, 무언가를 한 가지 이상을 포기해야한다는 것이다.


싸움에서 도망치는 것은, 자신의 프라이드를 포기하는 것.

형식적인 사회에 도망치는 것은, 안정적인 평범한 삶을 포기하는 것.

삶에서 도망치는 것은, 삶을 포기하는 것.


도망치는 것이 많아질수록, 포기하는 것 또한 점점 더 많아지게 되고, 얻게 되는 건 적어지거나, 확률이 매우 떨어지게 된다.


“전부 포기해버리는 게 목표인 거냐. 너희들은! 그렇다면 저 할배를 그냥 죽게 놔두는 게 너희의 목표였던 거였냐?”


“어르신···?”

“어르신께서 무슨···?”


“할아버지···?”


저 할배도 결국엔 여기 고블린들과 똑같았다.


모두가 몰살되는 마지막에서 도망치고자, 자신의 목숨을 포기하려 했던 것이었다.


역시는 역시인가.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목숨을 내어주겠다고 말하고서, 지금 저기에서 마물의 발을 묶고 있다고. 저 망할 할배.”


“······.”


이곳에 있는 모든 이가 입을 열고, 다물지 못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의 말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건, 그들에게 처한 현실을 도발.

그들의 이성을 자극하는 건, 그들에게 처한 현실을 각인.


“당신들만 없었어도······.”


침묵을 깨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그 말은 모든 것을 처음으로 되돌리려는 아주 악질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다.


뭐, 이런 이레귤러의 등장도 당연한 건가.


“우리만 없었었어도···라.”


처음으로 돌아온 것 같지만, 대부분 다져놓았기에, 처음부터 다시 할 필요는 없다.


이번엔 다른 루트로 실행한다.


“제대로 말하자면, 나만 없었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건데, 가 맞지.”


거짓, 상대방의 생각과 행동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마법의 스킬.


“내가 맘대로 움직여서 이곳으로 오게 된 거니까.”


리아의 의지로 옮긴 발걸음의 책임을 전부 나에게로 돌렸다.


이건 내 의지다.


지금 리아의 허락은 필요 없다.


애초에 이런 식으로 하기 위해서 리아에게 입막음을 시켜놓은 것이니까.


난 지금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지금 이 행동을 망설임 없이 실행할 것이다.


“하준, 그건······.”


“······.”


역시 가만히 있을 리아가 아니다.


난 그녀의 모자를 구기며 머리를 눌러, 그녀의 말을 끊어냈다.


지금 만큼은 아무 말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그녀를 위해······ 아니 나를 위해서 그녀는 지금 아무 말도 해선 안 된다.


난 그녀의 눈을 바라보지 않았다.


머리카락에 가려져 있는 눈이라고 해도, 지금 쳐다보면 실패할 것만 같았기에.


난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도록 조심히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리아의 머리에 있던 손으로 어깨를 잡아, 그녀를······ 밀쳐냈다.


“꺄아!”


그녀는 생각지도 못한 나의 행동에 놀라,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와카드의 복부에 얼굴을 부딪쳤다.


리아와 부딪힌 와카드는 그제야 제정신을 차린 듯, 눈을 한번 끔뻑이고선, 코앞에 있는 리아를 보고나서, 그녀를 밀쳐낸 나를 쳐다봤다.


난 떨리는 손을 감추려, 리아를 밀어낸 손을 주머니에 넣고, 억지로 말을 이어나가려 했다.


“잠깐 맡길게, 그게 없으면 내가 어두운 곳을 못 보거든. 써먹을 때까지 써먹고 싶으니까, 잘 좀 보관해줘.”


난 리아를 도구취급하고선 정면을 주시한 채로 요코드와 와카드 사이로 지나갔다.


시선을 절대로 내리면, 안 돼.

리아의 얼굴을 보게 되면, 안 돼.

숨긴 감정을 들키면, 안 돼.

확실하게 숨겨서, 따라오게 해선, 절대 안 돼.


와카드 옆을 지나가면서, 눈만 살짝 돌려, 그에게만 들릴 듯이······.


“어이.”


“······.”


“리아를 건드리면, 모두 죽여 버릴 거야.”


두 번이라고는 있을 수 없는 경고를 남긴 뒤, 시선을 다시 정면으로 돌려 앞으로 유유한 척 계속해 걸어 나갔다.


내가 없는 이곳에서 리아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난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행동을 개시할 것이다.


절벽과의 거리가 열 걸음 채 되지도 않게 되었을 때, 뒤에서 내 쪽을 향해 빠르게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리아가 오는 건가.


일부러 모두가 나만을 향해서 증오하며, 주목하도록 만들어서, 리아를 지키려한 건데.


더 이상, 너에게 그런 말을 해가며, 발을 묶어두기 싫단 말이야.


제발 내 맘을 알아줘. 리아······.


뒤에서 들려온 발걸음은, 어느새 날 앞질러 내 앞에 섰다.


난 걷고 있던 진로가 막혀, 발걸음을 잠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


날 가로막고 서있던 건, 리아가 아니었다.


긴 생머리에

곱상한 외모를 가진

미녀 고블린,

요코드가 내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인 채로 그 자리에 서있었다.


지금 그녀의 모습을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다.


분명 친절해 보였던 첫인상의 모습은 이미 없었다.


그렇다고 아까와 같은 험악한 분위기의 노기도 없는 모습이다.


뭘까, 내 앞에 이 여자가 서있을 이유가 뭐가 있는 건지, 머릿속을 뒤져보았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뭐야?”


나 혼자 생각해봤자,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냥 말끝을 높였다.


여기서 날 막는다고 해도, 그녀에겐 쓸모없는 짓이자, 불가능한 짓이다.


난 억지로라도 저곳을 갈 것이라고 마음먹었다.


그러니 여기서 시간을 소비하는 건, 의미 없는 짓이다.


“······.”


그녀는 내 물음에 답하지 않고, 계속해서 고개를 숙인 채로 계속 그 자리에 서있었다.


여기서 계속 대치할 생각은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난 이 녀석의 대답을 기다려 들어줄 만큼 친절하지 않다.


그리고 시간낭비다.


내가 다시 발을 때고, 앞으로 한 발자국을 걷자······.


“할아버지를······.”


떨리는 목소리가 정면에서 들려왔다.


소리자체는 강해보이는 듯, 하지만 왠지 모르게 약했다.


너무나도 약한 소리였다.


약해빠진 소리였기에, 그 의미는 내게 너무나도 또렷하게 들리게 되었다.


“할아버지를······ 할아버지를 구해주세요···!”


······울부짖듯이 짧게 내뱉은 그 말은, 지하 전체를 울리지 못했다.


처량하고 가여운 소리다.

너무나도 슬프고 눈물겨운 목소리다.

목소리만으로도 의미의 전달은 충분했다.

충분했으니 그만두라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고개를 들면서, 유리조각을 흩뿌리듯, 구슬 같은 눈물을 뺨으로 굴려 보내며.

미간이 찌부러지고, 입술이 곡선을 그린.

너무나도 슬퍼 보이는 그녀의 표정은, 마치 어린아이와 같은 듯······.


“······착각하지마.”


······떨어졌다.


절벽으로 떨어졌다.

걸음을 다 걷고 절벽으로 떨어졌다.

요코드를 재치고서, 절벽으로······.


알아, 안다고, 이제 그만 말해.


리아나 세이트가 아니어도, 이건 꽤 힘드네.


솔직히 내가 그런 말을 들어도 될 이유 같은 건 없는데 말이지.


그 망할 고블린 할배가 어떻게 되던지, 내 알 바냐고.


‘쿵···!’


착지에 성공했다.


사실은 방어력으로 인해 아무 고통도 없어서 그런 것일 거지만.


숨을 고르고, 천천히 걸어 나갔다.


주머니에 있는 안경을 꺼내 써서 시야를 맑게 했다.


맑아진 시야로 정면에 있는 마물, 호각수를 보면서, 난 외쳤다.


“후우, 자 이제 우리의 인연도 마무리를 지어야지, 망할 호랑이!!”


저 마물이 저주로 인해, 우리 때문에 이곳에 온 것이라면, 우리에게 볼 일이 있는 거 아닌가.


“우리 손님이 폐를 끼쳐서 미안한데 말이야······.”


다리에 힘을 모아서 목적지와 반대방향으로 힘을 방출시키면서······.


“왜 접대를 할배가 하는 건데! 우리 일에 참견하지 말라고!”


불만을 소리치며, 몸을 대포알처럼 도시로 날려 보냈다.


······.


아아, 아무 상관도 없는데······.


······울부짖듯이 짧게 내뱉은 그 말은, 지하 전체를 울리진 못했다.


작가의말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갑자기 노트북이 안 켜져서 이제야 올리게 되네요ㅠㅠ

늦게 업로드 된 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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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귀환 - 2 +1 20.07.25 31 1 15쪽
54 귀환 - 1 +1 20.07.18 38 1 14쪽
53 알고 있었던 이야기 - 5 +1 20.07.11 24 1 20쪽
52 알고 있었던 이야기 - 4 +1 20.07.04 26 1 11쪽
51 알고 있었던 이야기 - 3 +1 20.06.27 24 1 21쪽
50 알고 있었던 이야기 - 2 +1 20.06.26 22 1 17쪽
49 알고 있었던 이야기 - 1 +1 20.06.25 27 1 19쪽
48 알아가는 중 - 11 +1 20.06.24 19 1 15쪽
47 알아가는 중 - 10 +1 20.06.23 18 1 11쪽
46 알아가는 중 - 9 +1 20.06.22 24 1 16쪽
» 알아가는 중 - 8 +1 20.06.21 20 1 12쪽
44 알아가는 중 - 7 +1 20.06.20 23 1 11쪽
43 알아가는 중 - 6 +1 20.06.19 22 1 12쪽
42 알아가는 중 - 5 +1 20.06.19 18 1 19쪽
41 알아가는 중 - 4 +1 20.06.18 22 1 13쪽
40 알아가는 중 - 3 +1 20.06.18 21 1 12쪽
39 알아가는 중 - 2 +3 20.06.17 30 2 13쪽
38 알아가는 중 - 1 +1 20.06.17 20 1 18쪽
37 위화감 - 10 +2 20.06.16 27 3 12쪽
36 위화감 - 9 +1 20.06.16 22 2 12쪽
35 위화감 - 8 +1 20.06.15 18 2 12쪽
34 위화감 - 7 +1 20.06.15 18 1 18쪽
33 위화감 - 6 20.06.14 28 0 18쪽
32 위화감 - 5 +1 20.06.14 23 1 16쪽
31 위화감 - 4 +1 20.06.13 91 2 16쪽
30 위화감 - 3 +1 20.06.13 22 1 15쪽
29 위화감 - 2 +1 20.06.12 2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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