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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이목소리 님의 서재입니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세계 소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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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이목소리
작품등록일 :
2020.05.3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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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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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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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위화감 - 10

DUMMY

“그 전에, 네놈한테 알려주고 싶은 게 있는 게야.”


“······알려주고 싶은 거라니?”


“[혼]의 다른 사용법인 게야. 아마도 네놈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게야. 걱정하지 않는 게야.”


그 ‘아마도’라는 말만 없었으면 전혀 걱정하지도 않고 참으로 좋았겠지만······.


뭐 아무튼.


“그 다른 사용법이라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식인 거야?”


“간단히 말해서······ 눈을 감고서 할 수 있는 것이라 말할 수 있겠구먼.”


일단 구체적으로 부탁했는데, 간단히 말한 할배가 짜증이 나고,

‘눈을 감고서’라는 부분에서 날 보면서 씨익 웃었던 게 한 번 더 짜증이 난다.


이 할배 멋대로 날 장난감으로 만들고 앉았어.


그런 부분들은 제쳐두고 [혼], 그러니까 [정신력]의 다른 사용법이 눈을 감고서 할 수 있다라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눈을 감은 상태,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난 시간을 멈출 수 없었다.


즉 [정신력]을 사용할 수 없는 조건, 약점이 드러난 것이다.


이 말을 조금 지나치게 해석하자면, 전투 도중 내가 시야를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정신력]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그로 인해 시간을 멈추는 것이 불가능해져 [순발력]을 컨트롤할 수 없게 되면, 적의 스피드가 나보다 낮거나 비슷하면 괜찮을 수도 있지만,

세이트 수준의 스피드라면 카운터 불가.


공격을 맞추질 못하면, [공격력]도 무용지물이다.


애초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으면 어느 누구와 전투를 하게 되던 간에 정상적으로 싸우는 게 불가능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리아를 지키는 것이 허술해진다······.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면 무능력이나 다름이 없잖아.


소환수로 소환된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니······.


소환술사인 리아에게 오점을 남기는 꼴이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 속에서 쓸 수 있는 스킬이 있다는 건 현재 유일하게 알아낸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무턱대고 어떤 힘이라도 받아들이겠다는 말은 안할 거다.


판타지 세계에서 이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생각은 없다고 생각하니까.


내 목숨을 깎으면서 힘을 쓰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라면, 리아도 걱정할 테고, 나도 싫다.


다만, 그런 도박 같은 조건이 아닌, 배울 수 있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익히는 것은 힘들지 몰라도, 거부하는 건 누구보다 잘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도대체 어떤 건데. 뜸들이지 말라고, 할배.”


“성질도 급하긴, 쯧쯧. 눈을 감고서도 세상을 보는 법인 게야.”


눈을 감고서, 세상을 본다고?


잠깐, 그러면 시야확보의 유무는, 이제 아무런 상관이 없는 거잖아.


이건 뭐, 약점을 보완하는 게 아니라, 약점을 없애는 가르침 아니야?


안 배울 이유가 없다. 아니, 배울 수밖에 없다.


“쉽다고 생각하면 오산인 게야. 어디까지나 아마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한 게지. 한순간에 완벽히 되지는 않는 게야.”


“어떻게 하면 되는 건데?”


“눈을 감고, 몸의 감각을 넓히는 게야. 시각으로만 세상을 볼 수 있는 게 아닌 게야. 시각 외의 감각을 넓히면 넓힐수록, 눈에 의지하지 않고 볼 수 있는 세상이, 눈보다 더 뚜렷하게 보이는 게야.”


난 자리에서 일어나서 할배의 말대로 눈을 감고, 시각을 제외한 감각에 최대한 집중했다.


발에 닿은 지면부터 시작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각에 집중해, 현재 내가 서있는 지점을 검은 종이에 흰 펜으로 그려넣듯이, 머릿속에서 이미지를 만들었다.


여기까진 딱히 스탯 같은 걸 쓰지 않아도 누구나 할 수 있는 부분.


이제부터가 본론이다.


심호흡을 하고 온몸의 감각으로 느껴지는 모든 것에 집중했다.


도시의 소음뿐만 아니라 골목으로 불어오는 작은 바람소리마저 놓치지 않는다.


익숙한 감각이다.


세계의 시간이 멈춘 듯한 이 감각.


같은 힘을 사용하는 것이라는 걸 알려주기라도 하는 듯, 내가 지금 느끼는 감각은 시간을 멈췄을 때와 감각이 매우 비슷하다.


하지만 시간은 멈추지 않았다.


바람이 불어오고, 소리가 들려온다.


역시나 눈을 감은 상태에선 시간이 멈추지 않는 것 같다.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지. 애초에 지금하려고 하는 건, 눈을 감고 세상을 보는 것이다.


자 다시 집중하자.


“뭔가 보이는 게냐?”


“······아무것도······.”


지금 검은 배경에 그려진 것은 뒤쪽에 곰팡이 핀 의자······ 정도뿐이다.


사실상 의자도 눈으로 본 모양이 아닌 대략적인 형상만 그려진, 상상으로 지금 있는 장소를 그려낸 것뿐.


할배의 말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범위가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흰 선에 곡선이 생겨 울퉁불퉁해지며 점점 흐려진다.


무언가를 배우려면 시간을 들여서 수련해야하는 것은 알고 있다.


내 유일한 스킬인 [생명체 감지]도 처음엔 되게 피곤한 능력이었지만, 사흘이라는 시간동안 발전시켜서 지금은 마치 레이더와 같은 능력이 되었다.


하지만 약점을 알아낸 이상 대비를 해놓지 않으면······.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일 수도 있지만, 지금 이걸 배워두지 않으면, 안 좋은 예감뿐이다.


‘딱···!’


순간 청아한 타격음이 들려왔다.


목재의 것의 소리는 분명 콘드 할배가 지팡이로 바닥을 찍었을 때 낸 소리일 것이다.


지금 중요한 건 소리쪽이 아니다.


소리가 들려오면서 동시에 다른 이변이 발생한 것이다.


검은 배경 한쪽에 하얗게 빛나면서 파동이 그려졌고, 그 파동이 콘드 할배의 형상을 너무나도 자세하게 그려 넣었다.


그러나 곧바로 형상이 흐려지면서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눈을 떠보는 게야. 아무래도 그 상태로는 힘들 것 같구먼.”


난 할배의 말에 눈을 뜨고 할배를 쳐다봤다.


역시나 할배가 지팡이로 바닥을 찍은 듯하다.


방금 파동으로 인해 어두운 배경에서 할배가 정확히 보였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너무나도 자세하게 그려졌다.


“방금은 대체······.”


“파동인 게야. 다행히 일단은 느낄 수는 있는가 보구먼.”


눈을 감은 상태에서 주위 파동을 느낄 수 있다면, 주변을 볼 수 있다는 소리인가?


이건 마치 박쥐같네, 초음파를 이용해 돌아오는 파동을 느끼며 주위를 인식하는 것처럼······.


다른 점은 내가 초음파를 못 쓴다는 거.


“역시 쉬운 부분부터 시도해야겠구먼. 접촉을 해보는 게야. 이 건물 1층 정도면 가능하겠구먼.”


“접촉이라······. 한치 앞도 안 보였는데, 건물 1층 정도가 보이는 건가? 그렇게 믿음이 가진 않는데 말이지.”


“안될 것 같으면, 혀나 입술도 가져다 대보는 게야.”


“더럽게! 손만 댈 거야. 망할 할배!”


할배가 웃으면서 웃기지도 않는 대뇌 감각지도 같은, 더럽고 이상한 얘기를 했다.


더러운 얘기를 걸러서 듣자면, 감각이 특히나 살아있는 신체 부위로 파동을 보는 것이라는 뜻, 이겠지. 아마도······.


아무리 그래도 혀나 입술은 사양이다.


먼지와 곰팡이로 토핑 된 벽에 첫키스를 빼앗기는 건, 연애에 관심이 없는 나라도 고개가 절로 저어지니까.


난 내가 나왔던 건물, 식당 건물 벽에 손을 가져다 대어봤다.


손바닥 주변에 먼지가 퍼져 기침 몇 번으로 허파를 깨끗하게 만든 뒤, 눈을 감고.


······힘을 사용했다.


역시나 시간이 멈췄을 때의 느낌과 같다.


그리고 역시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대신 힘의 결과물은 공간으로써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배경의 흰 선.


나의 의식을 중심으로 반경 1미터도 안 되는 작은 공간이 그려졌다.


첫 시도와 다른 점은 내가 손으로 짚고 있는 벽. 벽이 그려졌다.


하지만 할배의 말과는 달리 1층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고, 무엇보다 벽을 투시하는 것부터 불가능하다.


그려진 벽 너머에 있는 실내 풍경을 보고 싶다고 염원해보아도 투시되지 않는다.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파동이 없다.


“할배, 파동이 없으니까, 아무것도 안 보여. 이거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 네놈인 게야. 다른 한 손을 가슴에 대보는 게야.”


난 할배의 말대로 벽을 짚지 않은 손을 가슴에 대보았다.


그러자 가장 기본적인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건 바로······ 내 모습.


내 신체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정한 파동에 의해 반짝거리며 3인칭 시점처럼 보여, 내 의식만이 뒤로 밀려난 느낌이다.


“이건, 내 심장박동···?”


일부러 소리 내어 말해보았다.


소리를 낸 것 자체는 별 상관없다.


중요한 건 내 입모양.


내가 발음한 대로 내 입이 움직인 것이 의식의······ 눈이라고 해야 할까?


그것에 의해 보였다.


그건 그렇고 내가 말한 대로 심장박동이 보인다.


심장박동의 파동이 날 그려넣었다.


“네놈의 [근원]인 게야. 정신이 몸에 머물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생명이란 것의 [근원]인 게야."


파동은 원래부터 내 안에 있었던 것이다.


내 생명의 근원이, 날 그릴 수 있었던 파동의 근원이었던 것이다.


어째서 눈치 채고 있지 못했던 거냐. 제길, 모양 빠지네······.


아무튼 할배는 이 심장박동을 가지고 투시해보라는 말인 것 같은데.


일단은 1층부터지만.


······해보자.


감각을 최대한으로 넓힌다.


이번에는 내 심장박동, 아니 [혼]이라는 힘에 걸맞게 [근원]을 이용해서.


‘···!···!···!···!’


[근원]의 파동이 점점 커진다.


그려진 내 모습을 기준으로 지금까지 그려진 배경보다 더 넓게 파동이 닿는다.


범위가 넓어지고, 보다 선명해졌다.


그 범위는 대략 5m 정도.


5m 안에 있는 모든 게 보인다.


기껏해야 이곳엔 버려진 의자 두 개와 그 중 한 의자에 앉아있는 콘드 할배가 전부지만, 눈을 뜨고 보는 것처럼 아주 선명히 보인다.


그래도 아직 세상을 볼 수 있는 사정거리는 5m뿐.


내 [생명체 감지]의 사거리가 어느 정도인진 아직까지 정확히 모르지만, 그에 비하면 한 참이나 모자르다.


할배가 쉬운 게 아니라고 했으니 감지를 수련했을 때처럼 시간을 들여 스킬을 길들여야겠군.


자, 이제 본 게임에 들어가 보자.


내가 손으로 짚고 있는 벽, 그 벽의 주인인 식당 건물.


그 내부를 내 [근원]으로 본다.


‘···!···!···!···!’


증폭된 파동이 손을 타고 이동해 벽으로 퍼져나갔다.


파동은 벽 안쪽으로 계속해 퍼져나가 내부를 비추기 시작했다.


뒷문을 시작으로, 식당 주방, 화장실, 의자와 테이블들, 그 자리에 앉아있는 손님들이 투시되어졌다.


생명체들을 비추자, 비춘 생명체들의 파동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하나의 흑백영화를 보는 것처럼, 그들의 움직임 또한 자세하게 비추어졌다.


오오! 이거 완전 대박이잖아!


내 몸은 밖에 있는데 건물 내부의 모든 게 보여!


마치 유체이탈이라도 된 것 같잖아! 그것도 깨어있는 상태로!


1층 내부를 거의 다 비추고 마지막으로 어느 한 방을 투시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리아가 있는 예약석 방일 것이다.


리아가 보인다.


세이트도, 요코드도, 마지막으로 저 사람, 아니 저 고블린은 아까 봤던 종업원이잖아.


이야, 이렇게 리아네들을 볼 수 있다니.


완전 신기······.


······!!


“어이! 네놈 갑자기 어디로 가는 게냐?!”


할배의 말에 대답해줄 여유가 없다.

난 지금 당장 저곳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건물의 뒷문을 열고, 사정없이 모두가 있는 방을 향해 달렸다.


고블린들이 어디론가 달려가는 나에게 시선을 모으고, 웅성거렸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 장면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당혹스럽고, 믿기지 않았다.


어째서 그런 장면이 연출 된 건지······.


“무슨 일인 거야?!”


예약석이 있는 작은 방문을 세차게 열면서, 동시에 지금 상황에 대한 물음표를 방안에 있는 모두에게 던졌다.


하지만 아무도 내 물음에 답해주지 않았다.

정확히는 답해줄 상황이 아니다.


“고, 블, 린···!!”


투시할 땐 들을 수 없던 목소리가 작은 방안에 울려 퍼졌다.


분노에 사로잡힌 목소리,

증오에 가득 찬 목소리,

울화가 치미는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은······.


“하준! 도와줘!”


리아와 요코드로 인해 행동이 방해되어, 날뛰는 게 간신히 억제되고 있는,

검을 뽑아 든 칠흑의 여인.


······다름 아닌 세이트였다.


작가의말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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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평범하지 않은 소환술사와 소환수의 프로필 - 《여태까지 그의 인연 관찰기록》 +1 20.08.01 31 1 8쪽
55 귀환 - 2 +1 20.07.25 31 1 15쪽
54 귀환 - 1 +1 20.07.18 38 1 14쪽
53 알고 있었던 이야기 - 5 +1 20.07.11 24 1 20쪽
52 알고 있었던 이야기 - 4 +1 20.07.04 25 1 11쪽
51 알고 있었던 이야기 - 3 +1 20.06.27 24 1 21쪽
50 알고 있었던 이야기 - 2 +1 20.06.26 22 1 17쪽
49 알고 있었던 이야기 - 1 +1 20.06.25 27 1 19쪽
48 알아가는 중 - 11 +1 20.06.24 19 1 15쪽
47 알아가는 중 - 10 +1 20.06.23 18 1 11쪽
46 알아가는 중 - 9 +1 20.06.22 24 1 16쪽
45 알아가는 중 - 8 +1 20.06.21 19 1 12쪽
44 알아가는 중 - 7 +1 20.06.20 23 1 11쪽
43 알아가는 중 - 6 +1 20.06.19 22 1 12쪽
42 알아가는 중 - 5 +1 20.06.19 18 1 19쪽
41 알아가는 중 - 4 +1 20.06.18 22 1 13쪽
40 알아가는 중 - 3 +1 20.06.18 21 1 12쪽
39 알아가는 중 - 2 +3 20.06.17 30 2 13쪽
38 알아가는 중 - 1 +1 20.06.17 20 1 18쪽
» 위화감 - 10 +2 20.06.16 27 3 12쪽
36 위화감 - 9 +1 20.06.16 22 2 12쪽
35 위화감 - 8 +1 20.06.15 18 2 12쪽
34 위화감 - 7 +1 20.06.15 18 1 18쪽
33 위화감 - 6 20.06.14 28 0 18쪽
32 위화감 - 5 +1 20.06.14 23 1 16쪽
31 위화감 - 4 +1 20.06.13 91 2 16쪽
30 위화감 - 3 +1 20.06.13 22 1 15쪽
29 위화감 - 2 +1 20.06.12 2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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