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냥이목소리 님의 서재입니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세계 소환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라이트노벨

냥이목소리
작품등록일 :
2020.05.30 18:26
최근연재일 :
2020.08.01 18:02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3,132
추천수 :
95
글자수 :
350,891

작성
20.06.17 18:11
조회
30
추천
2
글자
13쪽

알아가는 중 - 2

DUMMY

주방의 전등은 꺼져있었지만, 거실 쪽 베란다에서 아침 햇빛이 주방을 비추어,

공허한 공간에 먼지가 일렁이는, 광고에 나올 듯한 이상적인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뒤로 돌아서 예약석의 작은 방이어야 할 공간을 확인해보니,

침대와 컴퓨터, 라노벨이 진열되어있는 책장이 있는, 내 방 모습으로 바뀌어있었다.


다시 방으로 들어와, 침대 옆 협탁 위에 놓인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해봤다.


시간은 목요일 오전 6시 반.


“······돌아온 거냐···?”


물음표를 달 것도 없이 난 확실히 원래 세계로 귀환했다.


귀환해버렸다······.


“망할, 이게 어떻게 된 거야······.”


타이밍이 너무 안 좋다.


아니, 이건 안 좋은 수준이 아니야.


최악이다.


방금 그 소리는 뭐였던 거야? 별거 아니라고 넘어갈만한 수준이 아니었잖아.


그런 미스터리한 굉음을 듣자마자, 아직 제대로 회복도 안 된 상황 속에다가 리아와 세이트를 두고 귀환해버렸다.


“리아, 어서 빨리 소환해줘! 제발, 제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솔직히 잘은 모르겠는데, 내가 귀환하고 나면, 소환에 쿨타임이 생기는 것 같다.


이 소환, 대체 무슨 시스템인 거냐!? 진짜 거지같네!


아, 미치겠다.

불안해 미치겠다.

이걸 어떻게 하면 되냐.


······.


불안함에 빠져서 생각한 것이 잘못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타개해 나가갈 것인지 생각하려한 순간, 방대한 양의 스트레스가 뇌를 강타했다.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것처럼, 머릿속에 남아있던 것은 이제 단 한 가지의 사실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


쥐어짜듯 머리를 한껏 헝클인 손은 힘없이 떨어졌고,

피가 터져 나올 듯 크게 떴던 눈은 풀어져 한순간에 생기를 잃어버렸다.


정말,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이곳에서의 난 이세계에 아무런 관여도 할 수 없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소환되는 걸 기다릴 수밖에 없다.


난 이미 그곳에······ 없다.


······교복을 입고, 가방을 메고선, 곧장 학교로 향했다.


끝은 금방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등굣길은 오늘 왠지 모르게 길었다.


하지만 어느 샌가 끝은 이미 지나있었고, 내가 서있는 곳은 교실 바로 앞.


문을 열고······.


“아, 잠겼네.”


발걸음을 되돌려 교무실에서 열쇠를 가져온 뒤, 잠겨있는 앞문에 걸려있는 자물쇠를 따고나서야 교실에 들어갔다.


열쇠와 자물쇠는 교탁에 대충 던져 놓고.


내 자리에 뒤집어 올려져 있던 의자를 내려놓고서, 자리에 않았다.


넓은 교실에 전등은 꺼져있고, 한 책상만이 활성화 되어있다.


그 자리에 앉은 학생만이 유일하게 교실을, 아니 학교를 채운 듯하다.


시간은 6시 50분.


8시 50분 등교인데, 나 이외에 다른 학생이 이 시간에 올 리가 만무.


학생회도 이 시간엔 오지 않는다.


앞으로 한 시간 동안은 아무도 이곳에 오지 않을 것이다.


창가 쪽 자리에 앉은 난, 꺼진 전등 덕에 검게 보이는 칠판을 봤다.

고개를 돌려 빛이 들어오는 창문 밖을 봤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뜨면서 정면을 봤다.


난 그곳에 없다······.


머릿속에 맴도는 건 그 생각밖에 없었다.


고개를 내려 책상 위에 올려둔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6시 53분

6시 55분

6시 59분

7시 정각······


고개를 들어 천장을 확인했다.


천장이 가깝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손을 뻗기만 하면 닿을 것만 같다.


거긴 너무 멀었는데······.


눈을 감았다.


시각을 제외한 다른 모든 감각에 집중했다.


조용한 교실에는 닫혀있는 문과 창문, 공기의 순환이 없는 이곳엔 먼지만이 햇빛에 의해 존재를 드러내며 일렁이고 있었다.


······검다. 검고, 검다.

그것 이외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주변이 조용한 덕분에 나의 심장박동소리가 들린다.

그래도 감은 눈에는 아무 것도 그려지지 않는다.


······돌아온 거 확실하네.


‘꼬르륵······.’


머릿속을 울리는 강렬한 진동이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복부가 조여 오는 듯하면서, 괴상한 소리가 조용한 교실을 울렸다.


"아, 배고파."


생각해보니, 무력감을 한껏 맛본 후 난 곧바로 이곳으로 와버렸다.


아침밥도 안 먹고 말이다.


겉치레 이외에도 거대한 지갑 역할을 해내고 있는 가방을 뒤져보니, 돈이 꽤나 남아있었다.


“매점이나 갈까.”


자리에서 일어나 주머니에 돈을 챙기며, 손을 그대로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앞문을 향해 힘없는 걸음걸이로 이동했다.


‘드르륵······.’


“음?”


“어?”


걸음을 멈추고 눈앞의 앞문을 열자 길이 막혀있었다.


그 이유는 내 시야 밑에 무언가, 아니 누군가가 서있었기에.


키 차이가 있어, 시선을 내리고 그 누군가와 눈을 맞추니, 왠 여자애 한명이 서있었다.


살짝 웨이브진 머리에 용모 단정한, 나름 준수한 외모의 소유자.


얘는 아마······ 우리 반 1등이었던 것 같은데.


이름은······ 모르겠다.


서로 관심이 없는 탓에, 같은 반이어도 대화를 거의 하지 않았다.


그래도 통성명은 했을 것 같긴 한데······. 진짜 누구였더라?


아무튼 서로 길을 막고 있는 상황이라, 내가 먼저 옆으로 빠졌다.


그녀가 내 얼굴을 보더니, 이상하게 날카로운 눈초리로 쏘아 보곤 교실 안으로 들어섰다.


칠판 바로 앞자리가 그녀의 자리인 듯, 의자를 내리고 자리 앉더니, 가방에서 꺼낸 문제집을 펴고, 펜을 들었다.


이렇게 일찍 오는 애였나? 몰랐네.


아, 이름도 모르지.


난 생각을 하면서, 그녀가 자리에 앉는 것까지 보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드디어 밖으로 나가려했다.


“저기.”


“응?”


앉아있는 이름 모를 반 친구가 날 불러 세웠다.


몸이 이미 문밖으로 나가있는 난, 몸과 목을 반만 돌리고서 날 불러 세운 이에게 시선을 맞췄다.


아직 날 보고 있지 않은 그녀는, 고개를 천천히 이쪽으로 돌리고선 말을 이었다.


“세수 좀 해.”


언뜻 듣기에는 시비처럼 들릴 수도 있는 말이지만, 내가 느낀 그녀의 말은 좀 달랐다.


차갑지만, 의미를 똑바로 전달하기 위한 말이었다.


“응.”


난 짧은 대답을 하곤, 조용히 문을 닫았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7시 반.


나 잤던 거냐.


세수 좀 하라니······.


생각해보니······ 나 씻지도 않았잖아.


일단 배고프니까, 매점부터 가자.


반 1등의 충고를 뒤로 밀어두고 배고픈 배를 부여잡고는 곧바로 매점으로 향했다.


······『매점시간은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실화냐······.”


매점 문 앞에는 그런 깜찍한 문구가 쓰인 종이가 붙여있었다.


종이를 잡아 뜯어,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주변 cctv에 내 행동이 남는다는 것을 깨닫고, 그 생각을 접어뒀다.


진즉에 꺼진 나의 배를 채워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인 1층 매점의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아, 망할, 오늘 되는 일이 없네.


난 하루가 시작한지 7시간하고 30분이 지난 오늘이란 날에 한탄했다.


앞으로 16시간하고 30분을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그것보다 매점이 열리기까지 남은 한 시간을 어떻게 버텨야하나.


난감한 하루의 시작이다.


······교실에 들어가기 전, 반 1등의 충고가 떠올라, 걸음을 먼저 화장실로 향했다.


“이야, 꼴이 말이 아니잖냐, 굳이 말 할만 했네.”


거울로 본 내 모습은,

눈에는 눈곱이 세 걸음 떨어져 있어도 보일 지경이었고,

한쪽 입가에는 침을 흘린 자국에,

얼굴은 전체적으로 개기름이 자르르 돌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머리가 폭탄맞았다.


이 꼴을 남에게 보였다간 상상하는 것 이상의 수치스러운 놀림을 당할 것이 뻔히 보인다.


아, 이미 보였구나.


그래서 그 표정과 말을······.


설마 소문내진 않겠지? 뭐, 다른 애들에겐 직접 보인 게 아니라 딱히 상관은 없지만.


아무튼 씻자. 나도 이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으니까.


마이를 벗고 나서, 학교 화장실에 구비되어있는 비누로 세수를 하고, 대충 끼얹듯이 물로 머리를 감았다.


대충한 세안을 마친 뒤에, 수도꼭지에서 세차게 흘러나오는 물과 세면대에 채워지는 물을 바라봤다.


‘쏴아아······!’


정말 아무 것도 없는 걸까?

정말 내가 이곳, 내 세계에서 리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는 걸까.


‘쏴아아······!’


생각해보면 떠오르지 않을까?

찾아보면 나오지 않을까?


‘쏴아아······!’


······.


‘쏴아아······뚝!’


없다.


······얼굴과 머리에 떨어지는 물방울들을 수건 대신으로 입고 있던 조끼로 닦아냈다.


휴지로 다 닦기에는 역시 무리.


덕분에 조끼는 다 젖어서, 한 손에 들고 있을 수밖에 없었고, 패션은 와이셔츠 위에 마이다.


몰골의 수정은 봐줄 정도까지 됐지만, 아직 텅 빈 배가 채워지지 않았다.


······배고파.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간 교실은 모든 전등이 켜져 있었고, 역시나 유일한 한 명의 여고생이 교실을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역시나 반 1등의 그녀는 공부 중.


문을 닫고, 창가 쪽 내 자리로 조용히 이동했다.


추락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창문안전바에 젖은 조끼를 널어놓고 나서 드디어 자리에 앉았다.


난 딱히 둘 곳이 없던 시선을 옮겨, 옆옆자리의 여자애를 쳐다봤다.


정말 이름이 뭐였었지?


우리 반 애들 이름은 다 알고는 있는데 그중에 누구였더라?


나는 기억 속에 저장해 두었던 우리 반 명단을 읊어봤다.


한비, 기철, 진태, 유빈, 상훈, 성은, 나, 승현······.


아, 유진이다. 11번이네.


확실히 나머지 애들의 얼굴과 이름은 전부 기억나는데, 얘만 잘 모르고 있었다.


설마, 정말 한 번도 대화를 안 해본 건 아니겠지?


아마 기억에는 이름 대신 ‘반 1등’으로 기억해둔 것 같다.


아니, 잠깐만. 뭔가 이상한데?


아직 4월말.

중간고사는 다음주.


어라, 시험 얼마 안 남았네.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아직 올해의 첫 시험을 치르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유진이라는 애를 ‘반 1등’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다는 건······.


1학년 때도 같은 반이었다는 거냐?!


‘꼬르륵······.’


······.


솔직히 아무렇든 상관없는 사실이다.


알면 뭐하냐고, 그렇다고 이제 와서 대화를 시도해 보겠다는 것도 아니고.


지금 내게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초 단위로 중첩되는 허기와 이곳으로 오기 전 이세계에서 들었던 굉음이다.


‘꼬르륵······.’


이세계에선 배부르게 먹었었는데, 여기로 오면서 왜 효과가 없어진 거냐고.


최소한 돌려보낼 때는 배부르게 보내는 게 도리 아니냐. 이세계 이 자식아.


그보다, 리아는 무사한 건가?


아무 일 없어야 하는데······.


‘꼬르륵······.’


그 굉음, 확실히 평범한 것은 아니었어.


절대로 무슨 일이 일어날 징후였다고.


그리고 소리뿐만이 아니라 약간의 지진도 있었으니, 그건 무슨 일이 안 일어나는 게 이상할 정도······.


불안해, 불안하다고, 불안해 미치겠다고. 정말 아무 일 없어야 하는데.


아무 일 없어도 기분 나쁜 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리아의 무사함이 먼저다.


‘꼬르륵······.’


세이트가 옆에 붙어있어서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그래도 세이트라서 불안함을 지울 수가 없다.


리아를 확실히 지킨다고 보장이 돼도, 걔가 무슨 일을 벌일 수도 있기 때문에.


내가 귀환되기 전처럼 말이다.


그러고 보니, 소환수가 소환술사를 지키지 못했을 경우는 어떻게 되는 거지?


페널티가 있긴 한 건가?


왜 이세계에서는 떠오르지 않는 것들이 이제 와서 떠오르는 건데, 쓸데없게.


‘꼬르륵······.’


아, 생각을 너무 많이 한 건지 배고픔이 한껏 증폭돼서, 체감상 아사 직전이 될 것만 같은 느낌이다.


시간은? 7시 45분.


매점 문이 열리기까지, 남은 시간 45분······.


불안함과 다른 부분으로 미치겠다.


배고프다······.


‘꼬르르륵············.’


“너 말이야!”


조용한 교실에서 지켜지고 있었던 침묵이 깨졌다.


강하게 내려쳐진 펜과 펼쳐진 학습지의 충돌음은, 조용한 교실에서 특히나 강렬해서, 주변 공기를 울리기 충분했다.


그리고 다음을 이은 음성은 짜증이 섞여있는 듯해, 보다 날카롭게 들려왔다.


그래서 그런지 그 말의 목적지인 나에겐, 너무나도 확실히 들려 못들은 척하는 게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그 다음에 이은 나의 판단은 너무나도 당연.


“응?”


······일단 대답.


고개를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돌리면서 대답했다.


고개가 멈추고 눈에 들어온 것은 반 1등, 유진의 화난 얼굴이었다.


작가의말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세계 소환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작품 휴재 공지 20.08.01 42 0 -
공지 작품 연재 공지 20.06.20 28 0 -
56 평범하지 않은 소환술사와 소환수의 프로필 - 《여태까지 그의 인연 관찰기록》 +1 20.08.01 31 1 8쪽
55 귀환 - 2 +1 20.07.25 31 1 15쪽
54 귀환 - 1 +1 20.07.18 38 1 14쪽
53 알고 있었던 이야기 - 5 +1 20.07.11 24 1 20쪽
52 알고 있었던 이야기 - 4 +1 20.07.04 26 1 11쪽
51 알고 있었던 이야기 - 3 +1 20.06.27 25 1 21쪽
50 알고 있었던 이야기 - 2 +1 20.06.26 23 1 17쪽
49 알고 있었던 이야기 - 1 +1 20.06.25 27 1 19쪽
48 알아가는 중 - 11 +1 20.06.24 20 1 15쪽
47 알아가는 중 - 10 +1 20.06.23 19 1 11쪽
46 알아가는 중 - 9 +1 20.06.22 25 1 16쪽
45 알아가는 중 - 8 +1 20.06.21 20 1 12쪽
44 알아가는 중 - 7 +1 20.06.20 23 1 11쪽
43 알아가는 중 - 6 +1 20.06.19 23 1 12쪽
42 알아가는 중 - 5 +1 20.06.19 18 1 19쪽
41 알아가는 중 - 4 +1 20.06.18 22 1 13쪽
40 알아가는 중 - 3 +1 20.06.18 22 1 12쪽
» 알아가는 중 - 2 +3 20.06.17 31 2 13쪽
38 알아가는 중 - 1 +1 20.06.17 20 1 18쪽
37 위화감 - 10 +2 20.06.16 27 3 12쪽
36 위화감 - 9 +1 20.06.16 22 2 12쪽
35 위화감 - 8 +1 20.06.15 18 2 12쪽
34 위화감 - 7 +1 20.06.15 18 1 18쪽
33 위화감 - 6 20.06.14 28 0 18쪽
32 위화감 - 5 +1 20.06.14 24 1 16쪽
31 위화감 - 4 +1 20.06.13 91 2 16쪽
30 위화감 - 3 +1 20.06.13 22 1 15쪽
29 위화감 - 2 +1 20.06.12 26 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