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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이목소리 님의 서재입니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세계 소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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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이목소리
작품등록일 :
2020.05.30 18:26
최근연재일 :
2020.08.0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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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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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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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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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알아가는 중 - 10

DUMMY

내 전력을 쏟은 공격에 허공을 잠깐 날아가, 바닥으로 떨어져버린 호각수가······.


아직······ 살아있다.


어째서······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거지?


분명 내가 쏟아 부은 힘은 원래 세계라면, 인간이 최대로 낼 수 있는 힘의 몇 배로 따지는 것도 의미가 없을 만큼, 말도 안 되게 강한 힘이었다.


분명 총알보다도 아니, 대포보다도 강했을 것이다.


단 한 번의 일격으로 거대한 산 하나를 들썩일 수 있을 만큼의 힘이었을 것인데.


분명 그러한데······.


어째서 저 마물은 아직도 건재할 수가 있는 건데!


정확하게 코를 맞은 호각수의 얼굴은 타격하기 전과 같이, 변한 게 없는 흉포한 얼굴 그대로다.


변한 게 없다.

단 하나도······.


“······!”


역시나 굉음과도 같은 건강한 포효가 익숙하게 울려 퍼졌다.


데미지가 하나도 쌓이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한 모습이다.


······내가 저 괴물과 여태까지 한 건 도대체 무엇이라는 거냐.


무의미하게 시간을 낭비해 버렸다······.

무의미하게 도시를 부숴가며 싸웠다······.

무의미하게 전력을 다해 일격을 날렸다······.

무의미하게, 또 무의미하게, 전부 무의미했다.


‘쿵···!’


지금까지 날아가던 나의 몸이 드디어 멈췄다.


다행스럽게 피해가 없었던 작은 건물의 벽이 움푹 패어지면서 날 잡아냈다.


역시나 내 몸에도 데미지가 없다.


부상 따위도, 작은 생채기 하나도, 고통마저도 느껴지지 않았다.


충격의 반동 때문인 건지 쓰고 있던 안경이 얼굴에서 흘러지듯 떨어져, 바닥에 몇 번 튕기다가 멈춰서, 하늘에서 내리는 빛으로 그림자를 만들었다.


다행히 안경도 부서지지 않았다.


다행히······ 다행인 건가?


나의 전력을 낸 공격도 먹히지 않았다.


이전에 던전에서도 그때당시 가장 강한 공격을 내질렀었지만, 그때도······.


변한 게 없다.

변함없이 무의미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되는 거지.


이렇게 이틀을 보내면 되는 건가.


아, 그랬었지. 저 마물은 이틀 뒤에 자동적으로 사라진다.


난 그저 이틀 동안 저 마물을 이미 부서져 버린 도시에 묶어두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럼 난 뭘 위해서 전력을 다하고서 전의를 상실한 거지.


쓸데없이 행동력을 낭비했다.


할배처럼 공중을 날아다니면서 호각수의 주위를 끌기만 하면 전부인 것이었다.


대체 난 뭘 위해서······.

대체 누굴 위해서······.


‘······화륵!’


아직도 벽에서 박혀있는 채로 전의를 상실한 나의 몇 미터 앞에 갑자기 작은 불덩어리가 떨어졌다.


작은 불덩어리는 바닥에 닿자 불똥을 튀기며 잠깐 퍼져나가다가, 불타오를 가연물이 없었기에 금방 사라졌다.


뭐지? 어디서 날아온 거야?

어디서 가스가 폭발한 건가?


아니다. 건물이 붕괴는 소리는 들었지만, 폭발 소리 같은 건 듣지 못했다.


주변에 화재가 난 것도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습기 찬 먼지 냄새 뿐.


그럼 도대체······.


‘······화륵!’


다시 한 번 조금 더 멀리에 불덩어리가 떨어졌다.


역시 가연물이 없었기에, 그것도 마찬가지로 금방 사라져갔다.


벽에서 빠져 나와서, 불덩이가 날아온 궤적을 대충 계산해, 불이 날아온 곳을 눈으로 찾았다.


지하 벽면에 있는 절벽, 그 중에서 내가 떨어진 위치.


그곳에서 작은 빛이 보이더니, 그 작은 빛이 날아와, 이번엔 내 앞에 떨어졌다.


설마······.


난 다급히 떨어져있던 안경을 주워 쓰고서 불덩이가 날아온 곳을 다시 봤다.


그곳은 여기에서는 너무나도 멀고, 너무 어두웠다.


그래도 알 수 있었다.


이 불덩이를 날려 보낸 누군가를.


저 멀리 어두운 배경에 아주 작지만, 확실하게 선명하진 않지만, 보이는 노란색 점······.


리아······.


다시 작은 점에서 빛이 생기더니, 또 여길 향해 불덩이가 날아오고 있다.


이번엔 내가 부딪혔던 건물의 코너 쪽에 불덩이가 떨어졌다.


“대체 뭘 하는 거야. 리아······.”


난 리아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그녀가 마지막으로 쏜 불덩이가 맞은 건물의 코너 쪽으로 걸어갔다.


불덩이는 이미 꺼져버린 후지만, 아직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걸어가면서, 눈으로 보이는 면이 바뀌는 벽에 눈을 때지 않았다.


면이 바뀐 건물의 벽이 내 시야에 들어왔을 땐, 난 그 벽에 가까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안 돼』


불덩이가 맞아 연기가 피어오르는 자리에 그렇게 쓰여 있었다.


이세계 문자로 쓰여진 글씨를, 쓰고 있던 안경이 번역해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 글씨······ 내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리아의 글씨체다.


이전 사흘 동안 이세계에 있었을 당시, 리아가 마법 서적에 필기해가며 마법 수련했을 때, 리아 등 뒤에서 몰래 봤던 기억있다.


게다가 이 빛나는 글씨······ 『라이트 마커』······.


분명 리아의 마법이다.


그렇다는 건······.


난 서둘러서 첫 번째 불덩이가 떨어진 곳으로 뛰어갔다.


사라지기 전에······ 분명 리아는 내게 뭔가 말하려 하고 있어.


뭔가 힌트가 있는 건가?


첫 번째 불덩이는 내가 박혀있었던 벽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이었다.

두 번째는 조금 더 먼 쪽에.

세 번째는 내가 벽에서 나왔을 때 바로 앞.


역시나 리아의 마법으로 쓰여진 단어들이 있었고, 그 단어들을 합쳐 보니······.


『절대』 『포기』 『하면』 『안 돼』


············.


역시 리아가 보낸 단어들이 맞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그녀가 할 법한 말이니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말보단 행동으로 대항하려했겠지.


아아, 그러면 안 되는데, 분명 무리일 게 뻔하다.


리아는 아직 너무 약하다.


그녀를 까 내리기 위한 말이 아닌, 현실적으로 모든 상황을 예상해 봤을 때의 판단이다.


그러니까······.


“내가 다 할 수 밖에 없잖아. 망할···!!!”


난 내가 처한 현실에 물러날 길이 없다는 걸 깨닫고, 목소리가 갈라지는 걸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몸이 구부러질 정도로 힘껏 소리쳤다.


물러날 곳이 없어, 답답한 나머지 화가 나서 소리친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아니다.


왜냐면 난 눈을 치켜 뜬 채로 썩은 미소를 짓고 있었으니 말이다.


“스읍···! 후우···.”


마음을 비운다.

무술을 배울 때의 기본은 이미 10년 전에 깨우쳤다고.

이제 그만뒀지만 말이다.


“리아 고마워. 역시 내 주인님이다.”


그렇다. 내 주인님이다.


그렇다는 건, 난 소환수라는 말 아니냐.


포기하지 말라고 명령이 들어왔으니, 난 그것에 따르는 거다.


뭘 생각이란 걸 하고 자빠졌냐. 이 멍청한 대가리야.


전부 안 먹히면 어때.

전부 쓸데없으면 어때.

전부 무의미했으면 어때.


어차피 여기서 내가 움직이는 이유는 단 하나뿐이다.


그것 말고는 이유를 찾을 수 없다.


그건······.


전부 리아를 위해서니까!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양 다리를 구부린 다음, 폭발적으로 다리 근육에 힘을 주어 공중을 날아오르게 되었다.


날아오른 높이의 최고점을 물 흐르듯이 이동해, 몸이 호각수의 위치와 수직을 이루는 데에 성공했다.


내가 점점 떨어지는 속도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을 때, 마물은 앞발을 여태 그랬던 것처럼 나에게로 육박시키고 있었다.


난 시간을 조금 느리게 만들어, 올라오는 앞발을 간단히 피한 후, 앞발에서부터 시작해 앞다리를 중력을 실은 몸으로 밑으로 달려 속도를 붙였다.


달리기를 하다 도약해 꽤 붙은 속도로, 역으로 내가 마물의 대가리로 육박했다.


양손에 깍지를 끼고서,

머리위로 들어 올린 뒤,

그대로······.


‘쾅···!’

“······!”


거대한 마물의 대가리를 땅 밑으로 내리쳐박았다.


폭발하는 굉음과 함께 다시 한 번 흙먼지가 한껏 풍성하게 터져나갔다.


이걸 이제 흙먼지라고 불러야 할지, 곰팡이라고 해야 할지, 모래 먼지라고 해야 할지, 어쩌면 증기라고 해야 할지, 모르는 게 시야를 가려버렸다.


시원하게 마물을 쳐 갈긴 난 앞발인지 꼬리인지 모를 호각수의 무언가에 맞고 앞으로 뒤로 날아가 버렸다.


다만, 강타 직후의 공격이어서 그런지 힘이 약했기에, 멀리 날아가지는 못해서 금방 바닥에 착지할 수 있었다.


아까 난 내게 다행인 거냐고 물었다.


당연한 말 아니냐. 세이트의 쓸데없이 멋진 동작 같이 재수 없는 대가리야.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이었다면, 진즉에 죽고, 시체마저 간단히 소멸되었을, 그런 힘들이 오갔던 전투였다.


아무런 데미지도 없이 이렇게 서있는 게 다행이 아니면 대체 뭐란 거냐고.


무엇보다 리아가 괜찮다.


그거면 된 거라고. 바보 같이 단단하고, 힘만 더럽게 센 몸뚱이.


뭐가 별달리 생각할게 있는 건데.


그리고 말이야······.


“소환되고서 아직 리아하고 제대로 된 이야기를 못했거든! 너 때문에 말이야! 죽여 버릴 거다. 절대 죽일 거야!”


이게 내가 호각수하고 싸운 첫 마음가짐이었다.


왜 갑자기 바뀌고 난리야.


아무튼 간에, 지금은 저 마물을 죽이는 데에 집중하자.


포기 같은 거 안 할 거니까. 리아.


마음을 다진 이후였지만, 뿌연 시야에서 호각수에게로 가려고 하니, 갑자기 마물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흙먼지 속에서도 호각수를 무의식적으로 인지할 수 있었던, 대상을 보는 힘이 갑자기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거구가 갑자기 사라져 버릴 수야······.


“······!”

“푸헑···!”


흙먼지 속에서 이번에도 앞발인지 꼬리인지 모를 거대한 무언가가 육박해, 날 다시 한 번 날려버렸다.


이번엔 힘이 실려 타격인지, 꽤나 높고 멀리 날아가는 느낌이다.


일단 난 시야를 방해하는 먼지구름들을 치워내기 위해 허공에서 몸을 힘차게 돌렸다.


힘찬 몸짓에 공기가 나에게서 멀어져 시야가 트이기 시작했을 때, 갑자기 위에서 검은 그림자가 날 감싸더니, 점점 짙어져 갔다.


거대한 질량이 육박한다는 사실에, 재빨리 왼쪽에 있던 무언가를 발로 박차고 오른쪽으로 날아갔다.


이미 땅이 가까웠던 건지, 날아간 직후 바닥에 구르며, 입에 작은 돌과 먼지가 들어가 침과 섞이고 있었다.


너무도 뿌연 시야에 얼마나 구른 건지 알 수 없는 채, 굴러 멈춘 자리에서 일어나며 기분 나쁘게 입을 나돌던 이물질을 침과 함께 멋없게 기침을 하듯 뱉어냈다.


“켁켁, 이건 좀 힘든데.”


고개를 돌리고, 눈을 굴려 봐도 그 큰 몸뚱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시야를 짙게 가리는 거대한 먼지구름에 의해 당연히 시각으로는 호각수를 찾을 수가 없다.


거대하게 울리는 진동이 발끝으로 느껴지고,

거구의 마물의 거친 숨소리와 폭발음과도 같은 발걸음이 들려온다.


분명 마물은 이 지하도시에 남아있다.


그런데 어째서인가, 그 마물의 기운을 느낄 수가 없다.

그 마물의 생명력을 느낄 수 없다.

내 유일한 스킬인 [생명체 감지]가 제대로 발동되지 않는다.


“어쩌라는 거냐. 이번엔 페이즈2라는 거냐. 귀찮게도 하네.”


작가의말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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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알고 있었던 이야기 - 4 +1 20.07.04 26 1 11쪽
51 알고 있었던 이야기 - 3 +1 20.06.27 24 1 21쪽
50 알고 있었던 이야기 - 2 +1 20.06.26 22 1 17쪽
49 알고 있었던 이야기 - 1 +1 20.06.25 27 1 19쪽
48 알아가는 중 - 11 +1 20.06.24 19 1 15쪽
» 알아가는 중 - 10 +1 20.06.23 19 1 11쪽
46 알아가는 중 - 9 +1 20.06.22 24 1 16쪽
45 알아가는 중 - 8 +1 20.06.21 20 1 12쪽
44 알아가는 중 - 7 +1 20.06.20 23 1 11쪽
43 알아가는 중 - 6 +1 20.06.19 22 1 12쪽
42 알아가는 중 - 5 +1 20.06.19 18 1 19쪽
41 알아가는 중 - 4 +1 20.06.18 22 1 13쪽
40 알아가는 중 - 3 +1 20.06.18 2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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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알아가는 중 - 1 +1 20.06.17 20 1 18쪽
37 위화감 - 10 +2 20.06.16 2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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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위화감 - 8 +1 20.06.15 18 2 12쪽
34 위화감 - 7 +1 20.06.15 18 1 18쪽
33 위화감 - 6 20.06.14 28 0 18쪽
32 위화감 - 5 +1 20.06.14 23 1 16쪽
31 위화감 - 4 +1 20.06.13 91 2 16쪽
30 위화감 - 3 +1 20.06.13 22 1 15쪽
29 위화감 - 2 +1 20.06.12 26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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