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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마나 수치 99.99999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2.12 23:50
최근연재일 :
2024.04.04 16:05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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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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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751

작성
24.03.03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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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던전 피크닉

DUMMY

사이다는 내가 떠날 때 바리바리 잡템들을 챙겨 주었다.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하는 리미티드 에디션입니다!’ 그렇게 떠들며.


선물은 고맙게 받았다.

아무리 쓸모가 없는 것이라 해도 선물은 얼마간 기분을 들뜨게 만든다.


*


다음날, 또 그 다음날···

게이트 정찰은 계속됐다.

매일 아침.

출근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거종들 때문이리라.

하지만 하루가 거듭되며 공포심을 억누르는 데 얼마간 성공했다.


게이트에 드나드는 며칠 동안 내 첫 던전행이 정해졌다.

파티원은 모두 여섯.

에리얼, 자이라, 크루엘라, 비스레인···

그리고 베스카.

그녀가 고집을 부리는 통에 어쩔 수 없었다.


‘꼰대가 착 붙어 있으라고 했다구요. 안 그럼 나 잘려요.’ 그렇게 말하며.


화장실까지 쫓아올 기세라서 거절하지 못했다.

그런데 꼰대라고?

누굴 말하는 거지?


베스카와 함께 인벤토리를 정리하던 중이었다.


“그래도 갖출 건 다 갖췄네요? 혹시 전투 경험 있어요?”

“하! 내가 이래 봬도 왕년에 던전에서 한 가닥 했다구요?”


내 물음에 베스카가 답했다.

딱 봐도 허세다.


“한 가닥이요?”

“물론이죠.”

“님 클래스가 어떻게 되시는데요.”

“저 전사요.”

“탱커?”

“딜러.”


음?

이상한데 나를 빤히 보는 베스카의 얼굴을 마주보고 있자니 뭔가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더 묻지는 않았다.

베스카와 나는 아이템 세팅을 마치고 저택 내리막에 있는 고속 무빙 워크를 탔다.

풍경을 감상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얼마간 지내면서도 이곳이 내가 머물고 있는 곳이라는 실감이 나지 않았었는데, 현실감이 더해진다.

무빙워크는 빠른 속도에도 불구하고 무척 안정적이었다.

언덕을 내려갈 때면 칸이 나뉘며 계단을 만든다.

저택에서 열차 플랫폼을 잇는 경로는 휑하니 여백이 많았다.

그곳에 자연이 노닐었다.

쾌청한 하늘에는 철새 떼가, 멀리 보이는 평원에는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몬스터들이 보인다.

얼마간 자연 멍을 때리고 있는데 베스카가 말했다.


“다 왔어요.”


벌써?

좀 아쉬운데···


베스카가 앞장서서 플랫폼으로 향했다.

음속 열차로 갈아탄 뒤에도 별다른 대화는 없었다.


“다 왔어요.” 베스카가 말했다.


약속 시간 10분 전이었다.


“여기서 만나기로 했어요.”


내가 승강장 벤치를 가리키며 말했다.

오전 열 시 정각에 파티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많이 기다렸어요?” 에리얼이었다.

“아니에요, 방금 왔어요.”


자이라는 게슴츠레 뜬 눈으로 힘 없이 손을 들었다.

꼴을 보아 하니 어제도 늦게 잔 모양이다.


“차 헌터님!”


아침도 크루엘라의 발랄함을 막지는 못했다.

그녀는 비스레인의 팔짱을 끼고 있었다.

비스레인은 오크 치고 늘씬한 편이었지만 나란히 서니 둘의 체격 차가 도드라졌다.

둘과 눈인사를 나눈 뒤.


“자, 갑시다.”


내가 앞장섰다.

저 앞쪽으로 이정표에 우리의 목적지가 커다랗게 적혀 있었다.

사일런스 우드.

사일런스 우드는 각성자들의 실종으로 악명 높은 숲이라고 전해진다.


15분쯤 빠르게 걸었을까.

베스카가 힘들어 하는 바람에 일행은 속도를 늦추었다.


“죄송합니다. 여러분 모두 엄청나군요? 그래도 운동은 꾸준히 하는 편인데···”


베스카도 각성 등급이라면 밀리지 않았지만, 다른 이들에 비해 체력이 떨어졌다.

실무자와 아닌 자의 차이려나.


“그럼, 좀 쉬었다 갈까요?” 에리얼이 말했다.


흠···

아무래도 사람이 많으니 더디군.

비스레인과 둘은 좀 서먹하겠고, 에리얼, 비스레인 이렇게 셋이서만 파티를 짰어도 나쁘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갈 때 깨워 줘.”


자이라는 마침 잘 됐다는 듯이 인벤토리에서 침낭을 꺼내 안으로 들어가서는 지퍼를 올렸다.


“차라리 인벤토리 안으로 들어가지 그러냐.”


나는 침낭에 대고 말했다.

옆에서 크루엘라가 주섬주섬 무얼 꺼내고 있었다.

그녀가 인벤토리에서 꺼낸 것은 캠핑용 테이블과 의자였다.


“캠핑이 취미거든요!”

“오? 스노우 체어맨!”


비스레인이 크루엘라의 캠핑 의자 브랜드를 알아보는 듯했다.

그녀는 크루엘라의 취향에 감탄하며 인벤토리에서 음료를 꺼냈다.

비스레인의 음료에 모두들 박수를 치고 있는데 생각 나는 게 있었다.

사이다가 선물해 준 영약 포션.

나도 인벤토리를 열었다.

손에 들린 병을 가장 먼저 발견한 크루엘라의 눈이 두 배로 커졌다.


“이, 이건? 헐··· 명품이잖아요! 무려 샤이엔 연금술사님 작품!”


그녀가 법석을 떨었다.

작품이라니.

소모품에도 그런 말을 붙이나?


“어 정말이네요. 이 비싼 걸···”


에리얼도 이것들의 정체를 아는 모양이었다.

허허 사이다 이 양반, 다시 보이는데?


“다들 아는 물건인가 보네요.”

“당연하죠! 고위 각성자들이 눈곱 만큼이라도 더 능력치를 올리려고 먹는 영약이거든요. 하물며 샤이엔님이 만든 포션은 없어서 못 판단 말이죠!”

“아···”


다들 눈을 반짝이는 걸 보니 얼떨떨하면서도 괜히 흐뭇해졌다.

포션과 영약 개수가 넉넉해서 다행이었다.

이렇게 좋아하는 걸 보면 또 준비해도 좋을 듯하다.

샤이엔이라고 했나?


“어머낫? 센스 좀 봐! 마시고 그냥 바닥에 버려도 되겠어요. 자연 분해 유리로 만들었대요. 역시 명품은 다르구만!”


크루엘라가 유난을 떨었다.


“자자, 얼른 포션이랑 영약 챙기시고, 제법 긴 여정이 될 테니 느긋하게 가요!”


게다가 자기가 쏘는 듯한 이 바이브는··· 기분 탓이겠지?

종이 다른 세 여성이 포션 영약을 가지고 갔는데, 베스카만 머뭇거리는 게 보였다.

나는 베스카 쪽으로 슬쩍 영약을 밀었다.


“아, 저는 괜찮은데···”

“오올, 뭐죠? 이 분위기는?”


당장 크루엘라의 입을 틀어막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종이 다른 네 여성은 내가 꺼낸 포션 영약들과 크루엘라의 캠핑 용품, 비스레인이 꺼낸 차와 콜드브루에 대해 한참을 떠들었다.

소풍이 따로 없구만.


이야기가 너무 빠른 탓에 따라가기가 버거웠지만 흥미로운 부분도 있었다.

정말 사소하다고 여겨서 지나치게 되는 것들에 대한 호기심.

호기심은 관심이 되고, 그것은 마침내 이야기가 되어 그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원영 헌터님은 말수가 적으시네요.” 비스레인이 말했다.

“듣는 것도 괜찮아요.”

“그쵸? 으휴, 노잼!”


이죽거려도 크루엘라는 그리 밉지가 않다.

단지 꿀밤이 좀 마려울 뿐.

크루엘라한테 마렵다는 말을 배웠다.


‘아! 피크닉 마렵네! 응? 남친이 없잖아!’


마렵다는 말은 원래 그런 데 사용하는 게 아닌 것 같은데···

아무튼 나는 배웠다.


“그만 출발할까요?” 에리얼이 일행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네!”

“그래요.”


자이라가 든 침낭을 흔들었다.


“음냐음냐···”


녀석은 잠깐 사이 아주 깊은 잠에 빠져든 듯하다.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침낭 근처의 마나를 응축했다.


팡! 팡팡팡!


그에 따라 침낭이 요리조리 들썩거렸다.


“잘못했어요!”


침낭 안에서 자이라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넌 뭐 이렇게 잘못한 게 많냐, 자식아.

평소에 잘하지···

자이라의 반응에 모두가 웃어젖혔다.


사일런스 우드.

A급 던전의 출몰이 가장 많은, 필드의 광활한 숲지대.

초대형 게이트 정찰 업무를 하던 중에 22층 지도를 다시금 살펴볼 기회가 생겼었다.

지도를 훑어보다 보니, 의무 교육 시절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필드는 모든 주거 지구를 에두른 형태로 1200여 개의 지구를 모두 합한 것보다 몇 배는 더 넓은 면적을 차지한다.

사일런스 우드는 1지구 근처에서부터 제법 넓게 펼쳐져 있다.


“어제 점검했는데 말을 안 듣네요.”


비스레인이 손바닥만 한 기계를 톡톡 건드리며 말했다.

숲의 이름이 왜 사일런스 우드인지 알 것 같다.

주변 마나량이 범상치 않은 데 비해 너무나도 조용하다.


“너무 경계하지 않아도 돼요. 이곳 몬스터들은 지능이 뛰어난 편이라서 각성자들한테 덤벼들지 않거든요.”


에리얼은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기요 에리얼, 당신이 그런 표정으로 말하면 없던 경계심도 생기겠어요.

이곳 최상위 포식 몬스터는 비셔스 타이거라는 몬스터라고 한다.


“우리가 자기 먹잇감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거죠. 몬스터 치고 지능이 무척 높은 아이들이에요.”

“그러면 여기서 왜 이렇게 실종 사건이 많은 거예요?” 크루엘라가 물었다.

“그건 그냥 소문인 걸로 알고 있는데···”

“에이, 내 친구의 친구의 삼촌이 사일런스 우드에서 실종됐는데도요?”

“실종되는 이유는 잘 모르겠네요.”


우리는 메타포를 찾아 나섰다.

메타포가 곧 게이트라고 하는데, 물었더니 보면 안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숲 곳곳에 오솔길이 나 있었는데, 길이 곧잘 끊어져 있었다.


“역시나 메타포 레이더가 말썽이에요. 죄송합니다.”

“너무 맘 쓰지 말아요. 원래 사일런스 우드는 레이더가 안 듣기로 유명하잖아요. 아마 게이트 생성이 빈번해서 그럴 거예요.”


비스레인의 말에 에리얼이 대꾸했다.

저쪽 가문비나무들 사이로 엄청난 마나량이 타오르고 있는 게 보였다.


“저쪽 같은데요.” 내가 말했다.

“그럼 저리로 가 볼까요?”


자이라가 선두에 서서 잡목들을 쳐내며 나아갔다.

나머지 일행은 일렬로 그 뒤를 따랐다.


“저깄다! 저기예요!” 크루엘라가 외쳤다.


그녀가 찾아낸 것은 순백의 비셔스 타이거.

타이거류 몬스터는 무슨 컬러가 됐든 얼룩무늬가 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발견한 것은 순백의 털을 가지고 가문비나무를 할퀴는 자세로 경직되어 있는 녀석이었다.


“어? 찾았네요. 메타포.”


몸이 경직되어 있었지만 내 눈에는 엄청난 양의 마나가 응축된 것이 보였다.

포탈과 비교해도 좋을 정도였지만, 마나의 흐름은 확연히 달랐다.

아무튼 엄청난 마나량 덕분에 제법 먼 거리에서도 메타포의 존재가 뚜렷이 보였다.


“차 헌터님 덕분에 수월하게 찾았어요!”


비스레인이 외쳤다.

제법 먼 거리지만 동쪽에도, 서쪽에도 이와 비슷한 마나량이 보인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점점이 움직이는 마나들.

메타포는 포탈처럼 무지막지한 마나를 품고 있지만, 내가 예상한 것처럼 활성화된 상태가 아니라고 한다.

마나 응축.

그것과 비슷한 상황인데 응축 상태를 저렇게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이 아니다.

불가해.

메타포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공략가의 일이었다.

비스레인은 메타포 주변으로 장치를 설치하고는 말했다.


“물러나 있죠.”


메타포가 활성화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한다.

우리는 메타포에서 비셔스 타이거의 형태가 겨우 보일 정도까지 물러났다.


10분 후···


삐이-


비스레인이 손에 쥔 장치에서 경고음이 들렸다.


“됐습니다.”


비스레인이 버튼을 누르자, 경직된 비셔스 타이거의 몸이 입자 수준으로 흩어졌다가 순식간에 한 점으로 빨려들었다.

점 주변으로, 공간이 왜곡됐다.

점이지만, 그 안에 무한대라고 해도 좋을 만큼의 마나가 응축된 것이다.

엄청난 광경이었다.

평소 마나가 파랑이라면, 점에 응축된 마나는 모든 색을 가진 동시에 아무런 색도 가지지 못한 것 같아 보였다.

또한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양의 마나가 담겨서 마나의 힘이 공간을 일그러뜨리는 듯했다.


“이제 곧 안정화가 이루어질 겁니다.”


일그러진 공간이 마침내 찢어지며 주변 지형지물을 삼키기 시작했다.

가까운 것부터 수챗구멍의 물처럼 구멍으로 빨려들어갔다.

주변 모든 것들이···

작은 생물과 곤충들, 나무, 바위, 하물며 무수히 밟혀 단단해진 흙바닥조차 얼마간 빨려들어갔다.

주변에 흩어진 마나가 빨려들어가는 것도 내 눈에는 보였다.

아마도 게이트를 안정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마나.

덕분에 피해가 저 정도인 것이다.

게이트는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안정화가 이루어졌다.


“다 된 것 같네요.”


게이트가 유리처럼 투명하게 안쪽을 비추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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