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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마나 수치 99.99999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2.12 23:50
최근연재일 :
2024.04.04 16:05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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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540
추천수 :
1,138
글자수 :
284,751

작성
24.02.22 01:55
조회
1,153
추천
28
글자
12쪽

전직

DUMMY

“무슨 그런 말을 해요 섭섭하게.”

“네에?”

“그건 당연한 거 아니에요?”


그건···

당연한 게 아니었다.

나로선.

529지구로 옮겨 올 때도 수 년 간 지낸 사람들과 단번에 멀어졌으니.

관계의 거리와는 별개로, 오랫동안 부대낀 이들과 멀어지는 것은 얼마간 공허함을 남겼다.

그들은 내게 섭섭한 표정을 5초쯤 짓는 것이 전부였다.

나 또한 그들이 보여 준 대로 그렇게 했다.

다른 방법은 배우지 못 했다.

그래서 에리얼의 이런 반응이 낯설었다.


“저를 떠나려고 했던 거··· 아니었나요?”

“음?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예요?”


에리얼은 차분했다.

차분하게 말을 시작했다.

기자와 정부 관계자, 그리고 협회.

529 협회는 물론 중앙 협회까지 움직였다고 한다.

각성자 중앙 협회는 22층의 모든 협회, 그러니까 1,200여 개의 협회를 산하에 둔 거대 조직이었다.

어쩌면 정부라는 것의 실체일지도 모르는 곳.


“그 말은.” 에리얼이 말했다. “그만큼 원영 헌터님이 거물이라는 뜻이에요.”


거물?

거물이라고?

나는 아직도 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듯하다.


짝!


양손으로 세게.

내 볼을 때렸다.

세게 때리니 머리통 전체가 울리는 듯했다.

기존에 하던 사고방식이 문제다.

이제는 고이고 고인 사고방식을 바꿔야 할 때였다.


*


원래도 최전방 게이트 앞에 몇몇 기자들은 보였지만, 이제는 우르르 몰려다니는 수준이었다.

그전까지는 그들이 기자인지도 몰랐는데 이제 보이기 시작했다.

옷차림은 제각각이지만 기자들은 하나 같이 목에 파란 목줄을 걸고 있었다.

출입증.

그들 중에는 아예 공격대 막사 옆에 텐트를 친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게이트 안은 엄격하게 출입을 금한다.

에리얼은 각성자로 이루어진 경호 업체를 고용했다.


‘이제 왜 경호 업체가 필요한지 좀 이해가 가네요. 그전에는 고위 헌터를 보유한 길드가 내심 부럽기도 했었는데··· 막상 우리 일이 되니 보기와는 좀 다르네요.’


그녀가 경호 업체를 고용하며 했던 말이다.

경호 업체 각성자들은 B에서 D급까지 다양했지만, 어차피 경호라는 것은 힘보다는 요령인 것 같았다.

몸에 흐르는 마나의 농도로 볼 때, D급으로 보이는 이도 기자들을 곧잘 막아 세웠으니.


“차원영 헌터님 여기 좀 봐 주세요!”


척.


“차 헌터님! 한 말씀만!”


척.


“거 너무 비싸게 구는 것 아닙니까?”


척.


호오···

아주 믿음직하다.

아예 입까지 틀어막을 기세다.

경호원들의 대빵으로 보이는 사내는 오크였다.


“차원영 헌터님의 업무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게이트 입구에서 우리를 향해 외치더니 경례까지 한다.

에리얼이 내민 계약서 중에는 경호에 관한 것도 있었다.

깍듯한 경호원의 태도에 머쓱해졌다.


“예, 고맙습니다. 잘 부탁 드릴게요···”


이제는 차라리 보는 눈이 적은 게이트 안이 편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의 대형 몬스터 사냥은 계속되어야 했다.

텔로미어로서도, 언론을 비롯한 정부에게도 그게 좋은 일이었다.

나를 중심으로 한 제로 공격대는 그 인원이 좀 더 단출해졌다.

12인에서 대폭 줄어든 5인.

5인이면 공격대라고 부르기 뭣한 수였지만, 그 이상이면 어차피 잉여 인력이 나온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럴 바에 잉여 인력을 주효한 공격대로 보내는 것이 나았다.

최전방에 이렇게 수가 적은 공격대는 우리가 유일했다.

최소 20에서 많게는 40이 넘는 수도 있었으니.

우리가 지나가면 타 공격대 인원들이 우리를 주시하는 것이 느껴졌으나 그들은 전투 중이라서 오래 한눈을 팔지 못한다.


“후후···”


저 앞에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대형 몬스터가 보인다.

알 수 없는 재료로 빚어진 거종.

언노운 골렘.

어느 층에서조차 잡힌 적이 없다는 녀석인데···

내 입장에서 볼 때 그리 강력한 녀석은 아니다.

문제는 재생력.

우리 진영은 그전과 비슷했다.

달라진 점은 자이라도 장비를 업글하고 탱킹을 한다는 것.

내가 조금이라도 더 공격하기 수월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확실히 도움이 된다.

이따금 골렘의 시선이 자이라에게 쏠리기도 했으니.


깡! 깡! 깡! 깡!


“이 덩치만 큰 흙덩이 놈아! 여길 보라구!”


실제로 자이라의 공격은 흙으로 빚어진 골렘에게 생채기를 입히지도 못하는 수준이었는데···

저 입.

아무래도 입으로 어그로를 끄는 것 같다.


깡! 깡! 깡! 깡!


어휴, 귀 따가워.

나는 돌진으로 언노운 골렘 주변의 허공을 누비며 평타와 회전 베기, 최후의 일격을 모두 사용해 보았다.

사용하는 것뿐 아니라 응용도 해 보았다.

연속 회전 베기에 이은 최후의 일격으로는 거의 산산조각을 냈는데도 금세 다시 조립되는 것이었다.

정말이지 알 수 없는 몬스터다.

공격이 먹히는 것, 칼이 들어가는 것이 드래곤보다 둔하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역시나 회복력이 문제였다.

회복, 회복, 또 회복!

이곳의 골렘이라는 것은 여느 판타지 세계와는 다르게 한 번도 쓰러진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름도 언노운 골렘인가···

내 눈에만 보이는 것이 있었다.

녀석은 회복할 때 주변의 마나를 끌어다 썼다.

마나는 원래 이곳의 에너지원이 아니었을 텐데···

적응력이 무척 뛰어난 녀석이다.


“이 흙덩이 새캬! 여길 보라구! 여기다! 이 검은 전사님의 대검을 받아랏!”


좋아.

자이라는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어이쿠!”


골렘의 주먹이 바닥을 강타하면 크레이터가 생겼다.

드래곤의 공격과는 사뭇 성질이 다르다.

나는 자이라가 어그로를 끄는 동안 어떻게 하면 녀석 주변의 마나를 고갈시킬지 고민했다.

일단은.

연속 돌진이다!


파앙!


나는 되도록 빠르게 녀석 주변의 마나를 응축시키며 돌진으로 마나를 고갈하기 시작했다.

내 움직임 때문인지 자이라에게 가하는 공격 횟수가 줄었다.

한데 쉽지 않았다.

마나가 방울지긴 했어도 금세 다른 곳에 있는 마나가 빈 공간을 채웠다.

일종의 물리 법칙인 것이다.


“휴우···”


아주 잠깐 동안 골렘 주변의 마나를 말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뿐이었다.

조금.

숨이 찬다.

쉬는 셈 치고 바닥에 착지해서 골렘의 다리에 평타를 때렸다.


푹! 푹! 푹!


곳곳에 서 있는 거대한 나무 밑동처럼 우직한 다리다.

내 글라디우스는 평타를 때릴 때마다 녀석의 발목 부근을 푹푹 갉아먹었지만, 상처는 금세 아물었다.

자이라의 대검이 골렘에 박히지도 않는 걸 보면 이것만 해도 엄청난 파괴력이긴 하다.


“짜야.”

―응?

“잠깐 무기 좀 바꿔 봐.”

―에엥?


각성자에게 무기란 분신과도 같은 존재.

고로 내 요구는 몹시 엉뚱하고도 실례되는 것이었다.

고개를 갸웃한 도마뱀은 이내 대검을 이리로 던졌다.

그러고는 방패를 꺼내 들었다.


“위대하신 리자드맨 전사의 방패술을 보여 주지!”


대검이 없어도, 자이라의 입심은 그대로였다.

내 키보다 더 큰 검이었다.

나는 인벤토리에 글라디우스를 넣고 바닥에 꽂힌 자이라의 대검을 들었다.


「검은 전사의 대검: 전사 전용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가진 대검입니다.

* 효과: 무엇이든 두 동강 낼 수 있습니다.

* 주의: 사용자의 능력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무지막지한 생김새와 달리 그리 무겁지는 않았다.

나는 시험 삼아 평타를 휘둘렀다.


스걱!


헐···

예상 밖의 엄청난 딜에 자이라와 내가 동시에 놀랐다.

드래곤보다 거대한 몸이 기우뚱했다.

발목이 두 동강 난 것이었다.

아이템의 효과가 이런 것이었군!


“짜야! 절루 가 봐!”


내 외침에 자이라가 부리나케 내뺐다.

나는 자이라가 충분히 멀어진 것을 보고 연달아 평타를 휘둘렀다.

사용해 보니 찌르기보다는 베는 데 특화된 검이다.

두 동강 난 발목이 붙기 전에 다시 발목을, 또 발목을 베었다.


텅! 텅! 텅! 텅! 텅!


한쪽 다리가 지탱하기 어려워질 즈음.

골렘은 한쪽으로 기우뚱하며 쓰러졌다.


쿠우우우우우우웅-


거대한 먼지 바람이 일었다.


“이번엔 회전 베기다!”


나는 자욱한 먼지 속으로 돌진했다.

한 번.

녀석의 팔을 벤다.

두 번.

녀석의 머리통을 벤다.

세 번···

연속 회전 베기로 녀석의 육중한 몸통을 난도질했다.


쿠과과과과각!


골렘은 거의 분쇄되다시피 했다.

먼지 구름 사이로 빨려드는 마나가 보인다.

그 순간.

나는 연속 돌진으로 주변의 마나를 말렸다.


“하아, 하아, 하아···”


부지런히, 그리고 재빠르게 움직였다.


“휴우!”


먼지 구름이 걷히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자이라가 뒤뚱뒤뚱 다가왔다.


“저래도 안 뒈지면 개사기다 이건.”


나는 다가온 자이라에게 대검을 넘겼다.


“무기 쩌는데?”

“큭큭큭! 이 대검은 검은 전사가···”

“응, 알겠어.”


우리의 바람과는 별개로 골렘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완전히 회복된 골렘이 다시금 우리를 향해 주먹을 내리쳤다.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라 크게 좌절하지는 않았다.


“오늘은 이쯤 하자.” 내가 말했다.


*


제로 공격대를 위한 회의실이 따로 마련되었다.

이번 회의는 내가 주도하기로 했다.

긴장된다···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해 보는 건 처음이라서.

회의실은 채광이 좋은 2층 구석진 자리에 위치했다.

크기가 애매해서 공실이었는데 5인 미만이 사용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5인 미만이라면 파티 수준인데 그 정도의 인원으로 회의실을 사용하는 이들은 잘 없었다.


‘앞으로 쭉 쓰려면 집기를 좀 넣어야겠네요. 저한테 맡겨 주세요!’ 에리얼이 말했다.


센스가 좋은 그녀답게 공간의 크기에 알맞은 테이블과 의자를 마련해 주었다.


‘작은 공간에 큰 원탁은 답답할 수 있어요.’ 라고.


에리얼과 자이라, 그리고 보호막 능력이 탁월한 사제가 파티에 남았다.

크루엘라는 에리얼과 같은 사제였는데, 힐보다는 보호막과 버프에 능한 각성자였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 고맙습니다 헌터님! 친구들한테 자랑해야지!”


곱슬한 단발에 미간에 앙증맞게 돋은 뿔.

나보다도 나이가 어린, 매우 발랄한 여성 악마종이다.

악마인데 사제라니 뭔가 아이러니하다.

직업은 직업일 뿐이니 뭐···


“저, 한참 부족할 테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자리에서 엉거주춤 일어난 내가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했다.


“읍! 귀여워!”


크루엘라는 양 손바닥으로 입을 막고 요란을 떨었다.

으으···

그러지 말라구!

불편하니까!

아무튼 그럼···

이제 앉아서 말하면 되는 건가···

그런 고민을 하던 차에 옆에 앉은 에리얼이 의자를 살짝 빼 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휴!


나는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계속했다.


“헌터님을 파티··· 아니, 공격대. 아니, 파티가 맞나··· 아무튼 여기 남긴 이유는 현 상황에 필요한 능력을 가지고 계셔서입니다.” 내가 말했다.

“역시 그렇죠?”


크루엘라는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답했다.

리액션은 굳이 안 해 주셔도 됩니다만.


“그리고 즉힐은 크게 필요하지 않지만 만약을 대비해 한 사람 배치한 거구요. 탱커는 두 분을 보호하기 위해서 필요합니다.”


다들 제각각 납득한 얼굴이었다.


“길드장님.”

“네.”

“이건 따로 여쭐려고 했었는데, 스킬 중 마나 소모가 큰 공격 스킬이 있을까요?”

“음? 많죠?”

“혹시 전사 스킬 중에는··· 있을까요?”


크루엘라는 꺄아, 꺄아, 하면서 앞에 놓인 케이크와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열심히 먹고 있었다.


“아무래도 전사들은 같은 각성자라 할지라도 피지컬 쪽에 치우쳐 있는 터라 마나 소모가 큰 스킬은 별로 없어요. 그런데 그건 왜요?”

“일전에 저더러 전직이 가능하다고 하셨죠?”

“네, 그랬죠. 아무래도 차 헌터님은 압도적인 마나 수치가 있으니··· 게다가 피지컬까지 좋구요.”

“그럼 마나 소모가 가장 심한 클래스가 무엇인가요?”

“마법사!”


그 대답은 크루엘라가 했다.


“아무리 마나 수치가 좋은 마법사들도 마나가 늘 부족하거든요!”


크루엘라가 대화에 끼어들었는데도 에리얼은 불쾌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나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편안하게 말했다.


“저, 그럼 전직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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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29 지구 협회 +2 24.02.16 2,504 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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