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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마나 수치 99.99999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2.12 23:50
최근연재일 :
2024.04.04 16:05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52,532
추천수 :
1,138
글자수 :
284,751

작성
24.02.20 12:55
조회
1,198
추천
34
글자
11쪽

I Believe I Can Fly(?)

DUMMY

제로 팀은 마나가 휘몰아치는 포탈을 건넜다.

포탈을 건넌 뒤에는 절벽에 방대하게 펼쳐진 게이트를 지났다.

우리가 타 공격대들을 지나칠 때마다 그들의 시선이 와서 꽂히는 것이 느껴졌다.


“이번엔 정말로 잡는 거 아냐?”

“그러게나. 부럽다. S급 헌터라니.”

“그런데 저 S급은 왜 22층에서 저러고 있는다냐? 머리가 없나?”

“조용히 해! 들릴라.”


다 들었다.

이 쥐새끼 같은 놈···

부러 그쪽을 쳐다보지는 않았다.

꽃 같은 인성을 가진 이는 클리너의 세계든 각성자의 세계든, 가리지 않고 존재하는 모양이니.

문제는 그들 스스로 자신이 꽃인 줄 모른다는 것이다.

공격대들의 진영이 보다 게이트 쪽으로 밀려 있어서 금세 놀고 있는 대형 몬스터가 보였다.

처음 게이트에 들어왔을 때 발목을 그었던 녀석과 같은 종.

화염룡이었다.

감회가 새롭다.

서칭해 보니 드래곤 중 가장 흔하면서도 강력한 것이 파이어 드래곤이었다.


‘이번에는 대원들 안전에는 신경 끄시고 딜에만 집중하세요.’


에리얼의 요구 사항이었다.

제로 팀 모두가 동의 한.

우리 팀에 탱커가 한 명 있는 이유는 어그로가 힐러진에 튀었을 때를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나는 뒤돌아 진영을 확인한 다음, 드래곤에게 가볍게 돌진했다.

한 방.

한 방에 잡아야 한다.


퉁!


“으윽!”


드래곤의 주먹에 정통으로 맞으면 수백 미터를 날아간다.

처음 날아갈 때는 놀랐지만 그리 큰 타격은 없었다.

드래곤은 제대로 된 펀치를 날릴 줄 모른다.

그저 귀찮은 벌레를 쫓아내듯 털어내는 손짓이 그만한 파괴력을 가졌다.

마나 보호막이 충분하지 않은 헌터라면 주먹 한 방에 즉사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힐러 중에 보호막을 사용할 수 있는 이가 있어서 나는 이중 보호막으로 보호 받는다.

마나 보호막에 힐러의 신성 보호막까지 더하면 드래곤은 내게 거의 타격을 입히지 못한다.

거기에 갑옷까지.

아무튼.

날아가는 동안 생각을 정리하고···

빙글 돌아서 바닥에 착지한 뒤에 다시 돌진.

내 평타는 쉽게 드래곤의 비늘을 찢기 때문에 힘 조절을 잘 해야 한다.


콰악!


아이코.

깊었다.

지금처럼 비늘을 찢으면.


“크르르르릉!”


드래곤은 분노에 휩싸인다.

예상하건대 따끔거리는 상처일 것이다.

종이에 베어 본 이라면 이러한 상처가 얼마나 성가시는지 알 터.


‘이 벌레 같은 놈이!’


드래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나는 몇 대 맞아 주고, 착지에 돌진을 반복하며 킬각을 쟀다.

이전에 몇 번, 회전 베기를 치명타로 적중시키는 바람에 비늘 안으로 칼날이 50센티? 혹은 1미터쯤 들어간 적이 있었다.

드래곤의 배쪽은 쉽사리 접근할 수가 없어서 급한 대로 허벅다리를 노렸는데, 그때 크게 상처 입은 드래곤은 당장 날개를 펼치더니 날아올랐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였다.

그때 판단했다.

회전 베기로는 드래곤을 잡지 못한다.

그게 현 상황에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다른 묘책이 필요한 때였다.

여느 때처럼 드래곤에게 맞고 공중 부양하다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잊고 있던 나의 스킬.

최후의 일격.


「최후의 일격: 전사 전용

대량의 마나를 소모해 평타의 열 배에 달하는 파괴력을 발휘합니다.

* 참고: 사용자의 마나 효율에 따라서 소모량이 조정되고, 파괴력 또한 조정됩니다.

* 주의: 스킬 사용 후 딜레이가 생기므로 꼭 막타에 사용하길 권장합니다. 사용자의 역량에 따라 딜레이는 짧아집니다.」


사용 후 딜레이 때문에 재껴 두었던 스킬.

미리 방비하고 공격 당하는 것과 무방비 상황에서 공격 당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평타의 열 배라는 말도 영향이 있었다.

평타의 열 배라면 당연히 회전 베기보다 약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용자의 마나 효율에 따라서 소모량이 조정되고, 파괴력 또한 조정됩니다.


‘파괴력 또한 조정됩니다.’


왜 이 문구를 보지 못 했을까.

나는 왼 팔뚝에 새겨진 무늬를 힐끔 확인했다.

나의 세 번째 스킬.

최후의 일격.

이제는 굳이 눈을 감지 않아도 스킬을 발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

일단 드래곤의 시선을 빼앗은 뒤에 배쪽으로 돌진을 써야 한다.

1초다.

1초만 드래곤의 시선을 돌릴 수 있다면.

그런 다음 배쪽에서 위를 향해 최후의 일격을 먹일 수 있다면.

마지막으로 최후의 일격이 충분한 파괴력만 갖추고 있다면 드래곤을 쓰러뜨릴 수 있다.

쉽지 않은 일이다.

3박자가 맞아야 하는 것이니.

팔에 새겨진 최후의 일격 스킬의 무늬는 뾰족한 무늬였다.

회전 베기처럼 광역기가 아닌, 한 곳에 파괴력을 집중하는 스킬.

나는 드래곤과의 스무 번 전투에서 내 점프력이 무시무시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게이트 밖에서는 점프를 실험해 볼 수 없어서 아직 모르지만 적어도 게이트 안에서 만큼은 확실했다.

자로 재 보지는 않았어도 아마 100미터는 너끈할 듯하다.

전력을 다해 뛰지 않아도 드래곤의 키는 훌쩍 넘을 수준이었으니까.

드래곤에게 처 맞고 공중 부양하길 수십 번.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튕겨 나갈 때마다 어쩐지 밀려나는 속도, 그리고 낙하하는 속도가 다르다.

내 착각일지도 모른다.

공중에서 잠깐씩 시간이 느려진 듯한 감각이랄까.

매번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 감각이 왜 느껴지는지 궁금했고.

이것을 응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문드문 공백이 생긴 마나.

커다란 마나 방울.

처음 게이트를 지났을 때 송골송골 맺힌 마나 방울이 희한하다고 생각했지만 누구와도 이에 관해서는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각성자라 해도 나처럼 이 광경을 뚜렷하게 볼 수 있는 이들이 없을 테니.

나는 이러한 사실을 인지한 채, 튕겨져 날아오르고, 낙하하고, 다시 돌진하기를 반복했다.

낙하 속도에 차이가 생기는 것은.

마나가 맺힌 곳과 빈 공간의 낙차 때문이었다.

공간이 다른 밀도로 채워져 있어서, 행여 보통이라면 느끼지 못할 차이를 나는 느끼는 것 같다.

내 눈에 방울방울 맺힌 마나가 보이는 것처럼.


투웅!


나는 또다시 드래곤에게 얻어맞고 하늘을 날았다.

아주 미묘한 차이였지만 역시나 신경을 쓰니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퐁, 퐁, 퐁···


마나 방울이 머리를 통과할 때마다 환청이 들리는 듯하다.

좀 눅진한 비누 방울을 통과하는 감각이 확실히 느껴진다.

나는 그리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지금이다!”


각성자가 자신의 몸에 마나를 응축하는 것.

어찌 보면 그것과 같은 원리로 마나 방울에 집중했다.

역시나 허공의 마나 방울이 내게 반응했고, 밀려나는 속도가 크게 반감됐다.


“그렇지!”


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잡았다.”


나는 예감했다.

저 앞의 거대한 몬스터를 잡을 수 있다고.

더 예리하게 이 감각을 벼려야 한다.


“후후···”


자꾸만 입가로 웃음이 새어 나온다.

만약 이게 된다면.

하늘을 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거의 바닥에 착지할 즈음.

바닥에 맺힌 마나 방울을 응축했다.

내 두 다리와 감응한 마나가 순간적으로 물리력을 가졌고.

나는 바닥에 착지하기도 전에 돌진 스킬을 사용했다.

이러한 변화를 눈치챈 이는 아마 드래곤을 비롯해 아무도 없을 터였다.

아직 드래곤이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 때 허를 찔러야 한다.

돌진으로 드래곤 근처에 당도한 나는 가까운 마나 방울이 가진 힘을 이용해 드래곤의 대가리로 치솟았다.

점프를 뛴 것과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드래곤의 눈앞에 닿았다.

평지를 돌진으로 이동한 것과 대략 비슷한 속도다.


“크하하하핫!”


나는 환희를 참지 못하고 소리내어 웃고 말았다.

뒤늦게나마 내 반응을 겨우 따라온 것은 거대한 드래곤의 눈동자.

녀석의 동공 뿐이었다.

움찔.

잠깐이었지만 드래곤의 눈동자에 공포가 스몄다.

나는 바로 공격하는 대신에 드래곤의 눈앞에서 다시 마나 방울을 밟고 돌진했다.

아마 녀석의 눈에는 내가 순식간에 사라진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내가 착지한 곳은 드래곤의 꼬리 옆이었다.

드래곤의 뒤.

뒤를 잡았다.

어떻게 그랬냐고?

드래곤의 겨드랑이 사이의 작은 틈.

그곳을 돌파한 것이었다.

남은 것은 하나.

드래곤의 궁둥이에 최후의 일격을 먹이는 것이었다.

이제 스킬을 쓸 때 눈을 감을 필요도 없었다.

나는 수백 번은 족히 트레이닝한 왼 팔의 스킬을 이미징했다.

최후의 일격.

몸이 곧 스킬과 동화했고, 일이 벌어진 것은 순식간이었다.

몸에 질척거리는 감각이 남아 있었고, 어느새 나는 드래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질척거리는 것은 드래곤의 피였다.


“와···”


내가 했지만 이건 참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궁둥이부터 해서 반대쪽 어깨까지.

붉은 비늘의 화염룡을 사선으로 채우고 있던 비늘과 살, 아마 내장도 있었겠지?

그것들이 모두 증발해 버렸다.

잠시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그러고는 추락.


“아이코.”


쿵!


정신이 딴 데 팔려 있어서 가까스로 한쪽 무릎을 대고 바닥에 착지했다.

화염 드래곤의 거대한 몸이 부스러지고 있었다.


“후아···”


해냈다.

나는 글라디우스를 든 반대쪽 손을 꽉 움켜쥐었다.

생각보다는 크지 않은···

그렇지만 지금껏 보아 온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큰 코어 결정이 저 앞에서 시퍼런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 옆에도 커다란 무언가가 떨어져 있었다.

가까이 가 보니 그것은 드래곤의 비늘이었다.

그전 회의 때 공격대장 하나가 말했던 것처럼 효과를 부여하는 아이템이 아니었다.


코어 결정의 부피는 크지 않았지만 그 무게는 엄청났다.

측정 결과 무려 24톤에 육박했다.

그것을 인벤토리에 싣는 데만 해도 탱커 몇 명의 힘이 필요할 정도였다.

드래곤, 대형 몬스터를 처치한 것은 엄청난 일이었다.


텔로미어 길드 사옥으로 기자와 정부 관계자들이 몰려들었다.


“왜 S급 각성자의 존재를 숨겼나요!”

“차원영 헌터가 텔로미어에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돈입니까?”

“22층에서 처음으로 S급 각성자가 나왔습니다! 그 비결을 알고 싶습니다! 차원영 헌터님?”

···


질문이 소나기처럼 쏟아졌지만 내 귓구멍을 통과해 해석된 내용들은 많지 않았다.

S급 각성자는 내가 처음이었구나.

그 사실을 기자들을 통해 처음 알았다.

기자라는 작자들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인지, 나는 잘 모른다.

게다가···

사람을 난처하고 귀찮게 만든다.

나를 둘러싼 이들, 그러니까 기자라는 작자들 중에는 각성자들도 여럿 보였다.

게이트 바깥에서 점프력을 실험해 볼 좋은 기회다.


“잠시···”


나는 기자들 앞에서 몸을 숙였다.

그러고는 곧장 있는 힘껏 뛰어올랐다.


“으아아아-”


옥상을 향해 뛰었는데.

몸이 옥상을 한참 뛰어넘은 것이었다.

세상이 내 발 아래 있었다.


“휴우···”


어쨌거나 귀찮은 일은 피한 셈인가.

그때까지는 그런 줄로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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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금테 두른 각성자 면허 24.02.16 2,176 37 12쪽
5 529 지구 협회 +2 24.02.16 2,504 38 12쪽
4 각성(2) +1 24.02.15 2,907 4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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