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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마나 수치 99.99999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2.12 23:50
최근연재일 :
2024.04.04 16:05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52,541
추천수 :
1,138
글자수 :
284,751

작성
24.02.25 22:07
조회
913
추천
27
글자
11쪽

수수께끼의 인물

DUMMY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우리를 1지구 각성자 중앙 협회 건물 앞으로 데려다 놨다.

이동하는 동안 아무런 말도 오가지 않았다.

자동차가 완전히 멈춘 뒤, 다시 빨간 버튼을 눌러 장치를 해제하고 차에서 내렸다.

색다른 풍경에 절로 입이 벌어진다.

숲 한가운데 아주 오래전 왕족이나 살았을 법한, 궁전처럼 생긴 건축물이 우뚝 서 있었다.

건축물은 주변 숲과 무척 잘 어우러져 언뜻 한 그루의 나무 처럼 보이기도 했다.

“가시죠.”

요원 하나가 앞장섰고, 둘은 내 뒤쪽으로 걸었다.

셋은 누가 누군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체격과 옷차림, 하물며 머리 모양까지 비슷했다.

맨날 납작한 길드 사옥만 보다가 높은 건물을 올려다보니 아찔하다.

이렇게까지 높고 웅장한 건물은 살면서 처음이었다.

안으로 들어선 뒤에는 잠시 착시가 일어났다.

건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넓은 데다 층고도 높아서 종들이 너무 작아 보였던 것이다.

그제야 실감 났다.

529지구와 이곳은 완전히 다른 세계다.

공간의 웅장함과 종들의 왜소함이 대비되는 바람에 몰랐지만 꽤 많은 이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유니폼을 입은 이들과 간간이 사복 차림도 눈에 띈다.

내 주변의 셋처럼 슈트를 차려 입은 이들도 간간 있었다.

우리는 홀 중앙에 위치한 음속 승강기를 탔다.

승강기 버튼의 숫자가···

“허?”

몇 개 없었다.

한 요원이 그중 419가 찍힌 버튼을 눌렀다.

목적지까지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오! 어서오십시오 차원영 헌터님!”

나를 맞아 준 것은 지금껏 내가 흔히 보아 온 종은 아니었다.

언뜻 엘프인 줄 알고 귀를 살펴보니 엘프 특유의 넓고 아름다운 타원형의 주상와가 부재했다.

그의 귀는 도리어 인간이나 언데드를 닮았다.

나이도 가늠하기 어려웠다.

나와 비슷한가 싶다가도 왠지 모를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몸에 흐르는 마나 수준은 높은 A급 정도.

헤어스타일도 특이했다.

까만 초승달 모양의 조각품 같았다.

푸른 혈관이 드러날 정도로 창백한 피부다.

“왜 그러고 섰어요? 좀 앉으실까요? 아! 그 전에 보여드리고 싶은 게 있답니다. 이리로!”

초승달 머리는 그렇게 말하며 휙 돌아서 벽 쪽으로 향했다.

연극적인 과한 움직임에도 전혀 흐트러짐이 없는 모리 모양이 신기하기만 하다.

“···”

나도 모르게 그의 외모를 샅샅이 살피고 있었다.

아마 상대방도 내 시선을 느꼈으리라.

나는 그를 따라갔다.

그가 멈춰 선 곳은, 가까이 다가서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창문이었다.

통창.

멀리서 보면 영락없는 벽인데, 가까이 다가서니 투명해졌다.

굴곡진 벽면이 모두 투명하게 바깥 풍경을 비추었다.

“제가 다른 건 몰라도 이것 만큼은 신경을 좀 썼습니다.”

“예?”

“아, 인테리어 말이에요.”

그렇게 말하며 벽··· 아니, 창문을 가리켰다.

그는 투명한 창을 통과했다.

그가 지나간 자리로 파문이 일었다.

음?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창밖에서 그가 손짓했다.

나는 조심스레 유리창으로 손을 뻗었다.

손끝에서 차가운 감각이 느껴진다.

얼음처럼 차가운 감각이 온몸을 훑었다.

스윽.

몸을 밀어넣으니 꽤 두꺼운 유리창이 내 몸을 삼켰고, 어느새 몸이 유리창을 통과했다.

뒤를 돌아보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딱딱한 돌벽이 자리하고 있었다.

“신기하죠?”

“아··· 네.”

“제 소개를 하지요. 저는 이곳, 각성자 중앙 협회의 협회장 사이다입니다.”

사이다?

혹시 잘못 들었나 싶었지만 되묻지는 않았다.

“차원영입니다.”

밖에 나와 보니 널직한 테라스가 탑을 빙 두르고 있었다.

제법 거센 바람에도 협회장의 초승달 머리가 꿋꿋하게 모양을 유지했다.

압도적으로 높은, 그리고 넓은 대기의 공간감이 가슴을 관통했다.

하늘을 날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뭉개뭉개 떠다니는 구름이 만들어 내는 모양들도 충분히 아름다웠지만, 그곳에 수놓인 마나가 없었다면 앙금 없는 단팥빵이었을 것이다.

구름과 대기의 마나가 초 단위로 모양을 바꾸었다.

까마득하게 보이는 아래쪽은 대부분이 녹음이 우거진 숲 같았는데 자세히 보니 점점이 지붕들이 보였다.

그저 풍경을 감상하는 것뿐인데도 전혀 지루하지가 않다.

“좋지요?”

나는 입을 벌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방문이신 만큼 이 풍경을 보여 드리고 싶었어요. 자, 사무실 자랑은 이쯤 하고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할까요?”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자 다시 벽이 투명해지며 유리창이 되었다.

나를 수행하던 요원 셋 중 뒤의 둘은 입구 쪽에, 나머지 하나는 우리와 거리를 두고 손을 모은 채 가만히 서 있었다.

협회장이 가리킨 것은 무척 편해 보이는 검정 가죽 소파였다.

내가 소파에 엉덩이를 붙인 것을 확인한 사이다 협회장이 입을 열었다.

“헌터님의 활약은 들었습니다. 가능하면 블루박스를 부탁드리고 싶은데 그건 무리겠지요?”

그는 내쪽으로 살짝 몸을 기울이고 깍지를 꼈다.

자신의 양 팔꿈치는 무릎에 올려놓았다.

깍지 낀 손을 보던 나는 고개를 들어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붉은 두 눈동자.

악마종인가?

그렇다기엔 뿔이 없는데.

뿔의 생김새가 악마의 품격을 대변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지구 협회의 드라굴이 떠오른다.

그의 뿔은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웅장했다.

이곳에 온 이후로 쭉 그의 종족이 마음에 걸렸다.

협회장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흔한 반응입니다. 제 외모가 좀 특이하죠?”

“아···”

나는 얼굴을 좌우로 흔들었다.

“죄송합니다.”

풍경을 감상할 때를 제외하고는 이곳에 온 이후로 협회장에게서 거의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이것은 원래 내 태도와 몹시 다른 것이었다.

과거 안면 인식 장애를 의심할 만큼 얼굴을 쳐다보는 게 불편했으니.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협회장을 바라보는데 그의 마나 수치가 급격히 늘어나 있었다.

그리고.

아주 미미했지만 오한이 느껴진다.

“당신, 뭐야.”

내 말에 손을 모으고 서 있던 요원이 움직였다.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협회장은 돌아보지 않은 채, 손을 들어 뒤에 서 있던 요원을 제지했다.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군요! 예리하십니다.”

그가 양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정말이지 보면 볼수록 잘생긴 외모다.

부리부리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은 날카로운 눈매에 찔릴 것 같은 코, 입술은 마치 핏빛의 보석 같았다.

아아··· 또 그러네.

뭔가에 홀린 기분.

오랫동안 내 미의 기준은 트롤이었다.

눈의 개수가 많은 것이 부러웠고, 팔다리가 많은 것은 더욱 부러웠다.

고로.

짝!

나는 양손으로 볼을 힘껏 후려쳤다.

지금 하는 생각은 나답지 않은 생각이었다.

“어이, 이제 그만해라. 뒈지기 전에.” 내가 말했다.

그 말에 협회장이 입술을 동그랗게 모았다.

협회장의 반응에 좀 급발진이었나 싶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정말로 화가 났으니까.

“크하하하!”

협회장이 호탕하게 웃고 자세를 고쳐잡은 뒤에야 미묘하게 몽롱하던 기운이 사라지며 다시 몸에 기운이 돌았다.

미미하던 오한도 순간 사라졌다.

사이다의 마나 수치도 처음 보았을 때처럼 줄어들어 있었다.

버럭했던 마음이 차츰 가라앉는다.

그제야 확실해졌다.

“죄송합니다. 종족 패시브라서요.” 사이다가 말했다.

“패시브요? ···그게 뭡니까?”

머쓱했지만 다시 존댓말을 했다.

패시브.

확실히 처음 들어 보는 단어다.

“자세한 건 비이밀!”

그러고는 혼자 낄낄거린다.

이 새끼···

좀 미친놈인가?

여차하면 커다란 운석을 사무실에다 소환하고 튈 생각까지 들었다.

나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내쉰 뒤 말했다.

“나를 부른 진짜 이유가 뭡니까.”

내 물음에 사이다는 장난기를 싹 거둬들인 뒤 대답했다.

그의 표정 하나에 분위기가 거짓말처럼 무거워졌다.

“어쩌면 눈치채셨을지도 모르겠지만··· 게이트를 수비하지 못하면 22층은 멸망합니다.”

사이다는 덧붙였다.

“말 그대로 멸. 망.”

어느 정도 예감하던 것을 협회장의 입으로 전해 들으니 확고한 진실이 된 것 같았다.

“이곳을 살아가는 수천 억의 종들을 지켜야 할 의무. 그게 제가 가진 직책에는 있습니다. 초대형 게이트가 생긴 이후로 아주 신경 과민이 될 지경이에요. 살도 10킬로나 빠졌다구요!”

나는 그의 말을 경청했다.

“뭔가 방법이 없을까, 계속 고민하던 차였습니다. 그때!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 S급 각성자! 랭커! 바로 차원영 헌터님이 나타난 겁니다!”

···

“그래서, 뭐 어쩌자구요.”

장난질을 한 것에 대한 앙금이 아직 남아 있어서였는지 좀 뾰족하게 반응했다.

“층 직속 공격대를 만들고자 합니다!”

그 말을 하는 사이다의 표정은 환희에 젖어 있었다.

태세 전환이 기가 막힌 양반이다.

나는 고민하는 척, 조금 뜸을 들였다.

그리고 대답했다.

“거부합니다.”

사이다는 귀신이라도 본 얼굴이었다.

“어째서··· 죠?”

다시 고민하는 척.

하나, 둘, 셋, 넷, 다섯.

속으로 다섯을 셌다.

“그냥 싫습니다.”

“그냥?”

“네 그냥.”

“흠···”

협회장은 내게 손을 뻗으려다 말았다.

그런 다음 소파에 등을 기대며 땅을 쳐다봤다.

나도 소파에 등을 기댔다.

편하다.

등받이 경사각이 예술이었다.

아마도 명품이리라.

잠이 솔솔···

눈이 스르륵···

“그러긴 싫었는데 협박밖에는 방법이 없겠군요.”

감기려던 찰나에 사이다가 말했다.

나는 등받이에서 등을 떼고 그를 바라보았다.

“지원을 끊겠습니다.”

“지원이요?”

뜬금없이 이게 뭔 소리람.

“내 제안을 수락하지 않으면 텔로미어 공격대에 지급하는 지원금. 그러니까···”

그는 자신의 시스템 창을 띄웠는데, 그것은 텔로미어 공격대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자신의 시스템 창을 엿볼 수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사이다는 계속해서 지껄였다.

“어디 보자··· 10억 골드가 넘네요? 추가로 지급하기로 한 10억 골드도 있군요! 또···”

뭔가를 확인하는 듯한 액션을 취했지만 전부 거짓말이었다.

하는 짓이 귀엽네?

나는 헛기침을 하며 말을 막았다.

“크흠, 치사하네요. 협회장 씩이나 되는 사람이.”

“하핫! 이건 치사한 게 아니라 전략이라는 겁니다. 전직 클리너답게 순진하시군요?”

이 새끼가···

20억이라고?

협회장의 말은 거짓부렁이었지만, 실제로 돈으로 압박한다고 해도 20억이 내게 그리 큰 금액은 아니었다.

어느새 내 통장에는 100억이 넘는 골드가 쌓였으니.

하지만 직감했다.

이것이 단순한 돈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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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금테 두른 각성자 면허 24.02.16 2,177 37 12쪽
5 529 지구 협회 +2 24.02.16 2,504 38 12쪽
4 각성(2) +1 24.02.15 2,907 4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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