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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마나 수치 99.99999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2.12 23:50
최근연재일 :
2024.04.04 16:05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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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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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8
글자수 :
284,751

작성
24.03.02 21:30
조회
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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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글자
13쪽

게이트만 큰 게 아니었나 봅니다.

DUMMY

제로 팀에 있던 자이라는 본래 자리로 돌아가 공격대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나를 알아본 공격대원들이 차례로 인사를 건넸다.


“차 헌터님!”

“차원영 헌터님!”

“헌터님! 도와 주세요!”


나는 대충 그쪽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손을 흔들었다.

얼마간 여성 헌터들의 까마귀 소리도 들려왔다.

나를 확인한 자이라는 보조 탱커에게 탱킹을 맡기고 진영을 이탈했다.

다가온 자이라에게 물었다.


“에리얼은?”

“음? 사옥에. 넌. 일하는 중이냐?”

“엉, 막 정찰 끝내고 돌아오는 길. 오늘은 늦게까지 하네?”

“응 이제 마무리해야지. 끝내고 같이 복귀하자.”

“그래. 안 그래도 마침 둘에게 전할 말이 있어. 보여줄 것도 있고.”


에리얼은 자신의 사무실에 있었다.

그간 밀린 업무가 많다고 한다.

새로이 처리해야 할 업무도 쌓였고.

그럼에도 에리얼은 5분 안에 하던 업무를 접고 원탁으로 왔다.


“밥은 먹었어요?”

“아뇨.”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럼 저녁 먹으면서 얘기할까요?”


저녁 메뉴는 만장일치로 치킨이었다.

종류 별로 치킨 열 마리.

딜리버리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10분 안에 음식이 도착한다.


“밥이다! 밥 먹자!” 자이라가 만세를 불렀다.


우리는 각자 상자를 하나씩 열어 닭다리를 뜯었다.


“음.”


역시 맛있다.

음식이 먼저다.


“바꿔 먹을래?”


자이라가 이미 두 조각을 남기고 다 먹어 치운 상자를 내게 내밀었다.

이 새끼가?

일단 주린 배를 얼마간 채운 뒤에 이야기를 시작했다.


“좀 심각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어요.”


나는 조심스레 운을 뗐다.

그런 다음에는 사이다에게는 보내지 않은 블루박스 영상을 공개했다.

둘은 말 없이 영상을 보았다.


“야이 씨, 언제 이렇게 하늘을 날게 됐냐? 새냐? 무슨 독수리야?”


나는 멋쩍은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독수리보다 훨씬 빠르다 이 자식아.

대기의 마나 방울이 성글어지고, 몰려 있는 드래곤이 나타나고부터 둘은 말이 없어졌다.

그리고···


“뭐야 저건!”


자이라가 소리쳤다.

거종이 등장한 것이었다.

일단 거기서 스톱.

영상을 멈추었다.


“거짓말이지?” 자이라가 물었다.

“실화야.”

“이거 몹시 심각한 일인데요···” 에리얼이 말했다.

“그래서 두 사람한테만 미리 영상을 공유하는 겁니다. 내가 믿을 사람은 두 사람 뿐이라서.”

“큭큭큭···”


자이라가 억지로 웃음을 짜내는 듯했다.

나는 썩은 동아줄을 잡는 심정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게이트를 억지로 닫는 건 얼마나 진행되었나요?”


에리얼의 표정만 봐도 무슨 말을 할지 알겠다.


“별다른 진전이 없는 모양이에요. 현재로서 정공법밖에는 방법이 없어요.”

“인력과 자원을 더 투입하더라도요? 안 되면 제가 중앙 협회에 정보를 넘기고 협조를 요청하는 것도···”


내가 말하는 도중 에리얼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직 기술력이 부족해요.”

“그럼 최소한 적들이 볼 수 없게 초대형 게이트의 존재를 은폐하는 것도 안 되나요?”


게이트가 포탈처럼 요란하지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좋은 아이디어네요! 그거라면 어떻게든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건 제가 우리 측 연구원이랑 얘기해 볼게요.”


그나마 긍정적인 대답이었다.

뭐라도 좋으니, 일단은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야 한다.


“그밖에 다른 방법도 물색해 볼게요.”

“아, 그리고 던전을 하나 클리어해 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던전을요?”

“일반종이던 시절에 영상이나 정보를 많이 찾아보긴 했는데 직접 경험한 적은 한 번도 없으니까··· 경험해 보면 다른 대안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요.”

“난 콜!”


잠깐만, 너랑 같이 간다는 말은 안 했는데.


“되도록 난이도 있는 던전으로 가 보고 싶습니다. 저 혼자서라도 괜찮아요.”


던전에는 등급이 있다.

마나 수치로 각성자의 등급을 나누는 것처럼.


“알겠어요. 그거야 어렵지 않아요. 우리가 밥 먹듯이 하는 일인 걸요.”


그녀의 말 대로 최전방에 파견된 3개의 공격대를 제외한 나머지 공격대는 던전으로 출퇴근한다.

던전 이야기가 나오자 다들 말이 많아졌다.

A급 던전 공략은 길게는 한 달이 걸리기도 한다는데···


“같은 A급이라도 규모나 난이도가 천차만별이긴 해요. 제일 쉬운 게 일주일쯤?”


역시나.

물어보길 잘했다.


“그러면 초대형 게이트도 일종의 던전인 건가요?”


에리얼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처음 게이트에 들어가며 에리얼이 그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게 어렴풋이 떠올랐다.


자이라는 데이트 때문에 먼저 자리를 비우고, 에리얼과 나는 늦게까지 남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참 설명에 설명을 거듭하던 에리얼은 이런 말을 남겼다.


‘약은 약사에게! 전문적인 내용은 전문가에게! 공략가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좋겠어요. A급 이상의 던전은 반드시 공략가와 동행해야 합니다. 내일 저택으로 우리 길드에서 가장 유능한 공략가 한 분을 보내 드릴게요.’


에리얼은 바로 다음날로 약속을 잡아 주었다.


*


오늘 오후에 공략가와 미팅이 있어서 새벽 같이 정찰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베스카가 웬일로 티셔츠를 입지 않았다.

하늘하늘한 블라우스에 정강이까지 오는 단정한 스커트 차림.

머리조차 평범한 포니테일이었다.


“혹시, 동석해 드릴까요?” 베스카가 물었다.


음··· 갑자기?


“아··· 예.”


엉겁결에 수락했다.


공략가는 약속시간 10분 전에 도착했다.


“오셨습니다.”


랄프가 정중하게 손님을 맞아 응접실로 데려왔다.


“안녕하십니까. 텔로미어 길드 3공격대 소속 공략가 비스레인입니다.”


비교적 선이 가는 오크 여성이었다.


“음?”


그러고 보니 둘의 옷차림이 비슷했다.

나는 비스레인과 베스카를 번갈아 쳐다봤다.


“차원영 헌터님?” 베스카가 말했다.


아차차.


“앗, 죄송합니다! 잠시 딴생각을. 어서오세요 공략가님.”


베스카가 비스레인을 노려보는 듯한데···

기분 탓이겠지?


텔로미어 제 3공격대 공략가 비스레인은 레이저 포인트를 들고 던전에 대한 강의를 시작했다.

여러 개의 시스템 창을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이것이 사무직의 짬밥인가···

그녀는 얼마간 설명하다가 영상을 정지해 놓고는 말을 이었다.


“이해하셨나요?”

“아···”


말이 너무 빨라서 좀 천천히 얘기해 달라고 말하고 싶은데···

왠지 좀 무섭다.

혼날 것만 같은 분위기랄까.

내 표정을 읽었는지, 베스카가 대신 말했다.


“말을 좀 천천히 해 줘야 할 것 같은데요. 이래 봬도 차 헌터님 던전 초보거든요. 완전 쌩 초보.”


아니, 이 여자가?


“죄송합니다. 좀 긴장해서··· 천천히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이후의 비스레인은 프로페셔널 그 자체였다.

던전 1타 강사라고 소개해도 손색없을 모습이었다.

강의에다 에리얼과 나누었던 대화가 겹쳐지며 더 디테일한 던전의 모습을 그려 볼 수 있었다.


“A급은 최소 두어 가지, 많게는 너댓 가지 퀘스트가 혼용된 던전입니다. 힘만으로는 좀 어려울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나는 손을 번쩍 들었다.

비스레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퀘스트가 정확하게 무엇인가요?”


베스카가 나의 실체를 초반에 까발린 덕분에 스스럼없이 질문할 수 있었다.


“음···”


공략가는 팔짱을 끼고 한 손으로 턱을 꼬집었다.

그녀의 생각은 길지 않았다.


“열쇠입니다.”


비스레인이 말을 이었다.


“게이트를 닫으려면 열쇠가 필요합니다. 아,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 건데 열쇠는 은유적 표현입니다. 하급 던전일수록 필요한 열쇠가 적은데, 해당 세계의 독재자를 처리하는 게 가장 흔한 빈도의 퀘스트입니다.”

“보스를 처치하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던전 보스를 처치해야 한다는 레퍼토리는 내게도 익숙했다.


“그러면 보스 처치 말고는 어떤 퀘스트가 있나요?”

“그 외에는···”


비스레인이 쓰고 있는 안경 브릿지를 눌렀다.


“아, 이렇게 설명 드리면 되겠군요. 해당 던전의 역사와 관련이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역사요?”

“네, 그렇습니다. 우리에게 역사가 있듯이, 던전 안의 세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거기까지 말하고 비스레인의 시선이 베스카에게로 향했다.

베스카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잠깐 쉬었다 할까요?”


어느새 한 시간이 넘게 훌쩍 지났다.

공부가 이렇게 재미있는 걸 진작 알았다면 종 의무 교육을 훨씬 좋은 성적으로 이수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스레인은 정말 좋은 선생님이었다.

그녀의 수업을 듣고 있자니, 문득 종 의무 교육 때가 떠오른다.


그건 원래 그런 거야!

책에 그렇게 나와 있잖아!

질문하지 마!

그냥 외우라고!


의무 교육 때 많은 선생들에게 가르침을 받았지만,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선생은 하나도 없었다.

비스레인은 달랐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혹은.


‘잠시 생각해 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밖에는 내 질문에 언제나 명쾌한 답을 내놓았다.


랄프가 준비한 드립 커피의 시큼달큰한 향이 응접실을 가득 채웠다.

나도 이제는 드립 커피를 즐겨 마시게 되었다.

랄프는 자신이 농장에 가서 직접 고른 원두로 내게 드립커피를 내려준다.


20분가량의 티타임 후에 다시 강의가 이어졌다.

얼마간 수업이 진행되던 중 내가 질문했다.


“그럼, 처음부터 A급 던전은 무리일까요? A급 던전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티타임 때 이야기를 나눈 덕분인지 비스레인의 얼굴이 한결 부드러워져 있었다.


“차원영 헌터님이라면··· 괜찮을 것 같은데요. 혼자라면 위험할 수 있겠지만, 베테랑들이 함께할 테니까요.”

“비스레인이 함께 가 주나요?”

“불러 주신다면 영광이죠.”


그러고 보니 비스레인은 오크인데도 어금니가 불거져 나오지 않았다.

턱선도 갸름하다.

흠?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상대의 얼굴을 쳐다볼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


다음 날.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며칠쯤 정찰 임무를 놓아야 해서 사이다 협회장을 만나러 중앙 협회에 들렀다.


“아이고, 여기까지 웬일이십니까! 저를 부르시지! 아니면 영상 통화도 괜찮은데 말이죠!”


과하다.

요란하다.

부담스럽다.


“괜찮아요.”


나는 짧게 대답했다.


“그런데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최소한 미리 언질이라도 주시지!”

“바쁘신가요? 그럼 나중에···”

“아닙니다! 아니에요! 하던 일을 잠시 접어두면 됩니다.”


그의 넓은 사무실에 종들이 많았다.

종 대부분이 사무직 트롤들이었다.


“뻔한 세금 문제이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좀 기다리라고 하죠 뭐.”


그렇게 말한 뒤 소파 뒤에 나란히 줄 서 있는 트롤들에게 짝짝, 박수를 치며 외쳤다.


“자자, 좀 쉬다 오세요!”


요원들은 여전했다.

둘은 입구를, 하나는 협회장을 졸졸 따라다닌다.


“차라도 한 잔?”

“아닙니다. 용무만 보고 가 봐야 해서요.”

“아···”


협회장의 눈에 아쉬움이 서렸다.

등받이 경사 각도가 예술인 소파에 앉아서,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던전에 가 보려고 합니다.”

“오오! 던전 좋지요! 저도 일만 아니면 따라나서고 싶군요!”


얼굴에 매화가 활짝 피어나듯 사이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A급 던전은 최소 일주일 걸린다고 하던데요.”

“네···”


협회장 얼굴에 핀 꽃이 금세 시들었다.


“아쉽게 됐네요.” 내가 말했다.


아쉽기는 쥐뿔이.

예의상 한 말이었다.


“아닙니다, 아니에요. 차 팀장님이 보내 주시는 블루박스 영상만으로도 한결 생활에 활기가 돈답니다.”

“아무튼, 제법 오래 자리를 비울 것 같아서 들렀습니다. 게이트 안팎은 통신이 불가능한 것도 있고 해서.”

“배려에 감사 드립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협회장의 시선이 내 옷에 꽂혔다.


“호오.”

“잘 입고 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사이다의 안목과 취향에 감탄했다.

그가 선물한 로브가 무척이나 편하고 가벼워 평소에도 즐겨 입게 되었던 것이다.

디자인이나 컬러도 로브 치고는 과하지 않다.

게다가 아이템은 마나가 깃든 덕분에 평상복처럼 자주 세탁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잘 입어 주시니 무한한 영광이며 기쁨입니다!”


어쩐지 사이다의 얼굴에 생기가 없어 보인다.

말투도 그전처럼 힘이 있지는 않았는데···

생각해 보니 내가 던전으로 떠난다고 말한 직후부터 빠르게 시들었던 것 같다.


“최대한 빠르게 클리어해 보겠습니다.”

“아닙니다! 안전! 또 안전에만 유의해 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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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금테 두른 각성자 면허 24.02.16 2,180 37 12쪽
5 529 지구 협회 +2 24.02.16 2,507 38 12쪽
4 각성(2) +1 24.02.15 2,911 4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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