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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마나 수치 99.99999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2.12 23:50
최근연재일 :
2024.04.04 16:05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52,545
추천수 :
1,138
글자수 :
284,751

작성
24.02.16 18:38
조회
1,922
추천
28
글자
11쪽

스킬: 돌진

DUMMY

자이라와 휴게실에 갔다.

그곳에는 공격대원 몇몇도 있었는데 우리에게 별 관심이 없었다.

“스킬 뭐뭐 샀어?” 자이라가 물었다.

나는 내가 산 스킬 카드들을 자이라에게 내밀었다.

“음. 뭐 나중에도 다 필요한 스킬들 잘 샀네.”

“이건 어떻게 익히는 거야?”

스킬 카드에는 사용 방법이 따로 적혀 있지 않았다.

“그거 간단해. 마나를 불어넣으면 돼.”

“마나를 불어넣어?”

“줘 봐.”

자이라는 스킬 카드를 들고 다른 손에 마나를 응축했다.

그의 몸에 골고루 퍼져 있던 마나가 손으로 쏠리는 게 보였다.

손의 마나가 스킬카드로 스며드는 듯하다 주변에서 맴돌았다.

“이렇게 하면 돼. 나는 이미 배운 스킬이라서 이런 거고.”

정말로 간단하다.

“여기서 해도 되나?”

“응. 상관없을 걸?”

나는 방금 자이라가 했던 것처럼 했다.

손으로 마나를 응축···

응축···

응?

어떻게 하는 거지?

“짜야.”

“응?”

“근데 마나 응축은 어떻게 하는 거냐.”

자이라는 피우던 담배를 뱉어 내기까지 하며 웃었다.

“기본 각성자 교육 안 받았어?”

참.

그런 게 있었지.

너무 들뜬 바람에 까맣게 잊고 있었다.

기본 각성자 교육.

그건 융튜브에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영상을 다시 보니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때 각성자가 되고 싶은 마음에 무작정 각성자 교육을 듣고 따라했던 기억이 났던 것이다.


세상은 마나로 되어 있다.

주변에 산재한 마나가 많은 곳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하지만 마나가 없는 곳은 없다.

얼마나 세세하게 주변 마나를 볼 수 있느냐.

그리고 그 마나를 어느 정도까지 사용할 수 있느냐.

각성자의 마나 수치라는 것은 곧 주변 마나를 얼마 만큼 응용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와 일맥상통한다.

마나는 공기와 비슷한 성질도 가지고 있어서 공백이 생기면 주변 마나가 곧장 그곳을 메운다.

종들이 아무리 숨을 들이마셔도 공기를 모두 없애지 못하듯.

마나는 무한 자원이나 다름없다.

아무리 뛰어난 각성자라 해도 방대한 마나 앞에서는 어린 아이.

아니, 벌레와 동급이다.


‘몸이 바뀌면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어쩌면 당연한 말이었다.

나는 훈련장으로 와서 전신 거울을 보고 서 있었다.

몸에서 이리저리 꿈틀거리는 마나가 보인다.

숨을 참았다.

마나의 출렁거림이 약간 잦아든 듯했다.

숨을 참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다.

10초.

20초.

30초···

1분.


3분···


10분.


···


30분.

뭐야, 언제까지 참을 수 있는 거야?

그러고 보니 마나의 출렁임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나는 숨을 참은 채로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다.

마나는 온몸에 잔잔하게 퍼진 채 요지부동이었다.

손에 힘을 줘 보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 했지만 그런 방법은 아닌 듯했다.

‘상상해 보세요!’

영상에서 보았던 말이 머리를 스쳤다.

“상상···”

그 순간.

꿈틀.

마나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이질적인 감각.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내 몸 안에 흐르는 마나를 그렸다.

상상했다.

‘그리고 그냥 하는 겁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마나의 일부가 손에 응축되어 있었다.

그 상태에서 조심스레 숨을 내쉬었다.

대충 알겠다.

이 감각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나를 버린다.

마나를 응축하려면 머릿속을 비우고 마나의 흐름에만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했던 것이다!

“꺄오!”

나는 소리쳤다.

내가 법석을 떨자 손에 모였던 마나가 순식간에 흩어졌다.

“음? 다시다시. 다시···”

눈을 감고.

마나의 흐름을 느낀다.

나를 지우고, 마나를, 마나의 흐름만을 느낀다.

다시 눈을 뜬다.

그러면.

“모였다!”

지금껏 느껴 보지 못했던 감각을 익히려면···

지금껏 하지 않았던 행동을 해야 한다.

하지 않았던 생각을 해야 한다.

최초의 작은 몸짓.

그거면 충분한 것이다.

이제 새로운 행동을 한 번, 두 번 반복하며.

차근차근 몸에게 납득시켜야 한다.


마나를 응축하다 보니 오른손이 가장 쉬웠고, 그 다음이 왼손, 오른 다리, 왼쪽 다리 순서였다.

“오른손, 왼손, 오른발, 왼발.”

나는 차츰 빠르게 그 동작을 연습했다.

꼬박 열 시간을 그렇게 보냈다.

그러던 중, 어느 순간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무한한 마나가 온몸을 관통하는 느낌.

나는 스킬 카드를 꺼냈다.

“우선은 돌진부터.”

이제 스킬을 배울 차례라는 것을 직감했다.


「돌진: 전사 전용

눈 깜짝할 사이에 적의 코앞으로 이동합니다. 깜짝 놀란 적의 허를 찌를 수 있는, 전사라면 무조건 탑재해야 할 국민 스킬입니다.」


두근두근.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급할 것 없다.”

나는 살며시 눈을 감고 손에 마나를 응축했다.

눈을 감고 있지만, 손에 마나의 기운이 느껴진다.

마나와 스킬 카드가 공명했다.

순간 카드가 아주 잘게 쪼개지며 무수한 입자가 되었다.

입자들이 얼마간 유연하게 허공을 훑으며 어떤 형태를 빚어냈다.

그것은 오크 전사였다.

그는 검과 방패를 들고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내 입이 벌어진 것도 모른 채, 어깨를 들썩이는 전사를 주시했다.

어떤 때는 아주 슬로 모션으로 움직이며 설명이 곁들여졌다.

―다리가 중요합니다. 최초에 딛는 걸음과 그 다음 걸음이 이어지는 간격을 잡고, 걸음과 걸음 사이의 리듬을 느낍니다.

―스킬을 배운다. 이는 언제든 당신의 안에서, 당신이 원할 때 재생할 수 있는 정보를 새겨 넣는다는 뜻입니다. 그것이 ‘스킬을 배웠다’는 것의 의미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무수한 입자로 된 영상이 한순간 폭발하듯 흩어졌다.

흩어졌던 입자들은 얼마간 소용돌이 치다가 내게로 달려들었다.

흠칫.

찬바람이 몸을 훑은 느낌과 함께 팔뚝이 찌릿찌릿했다.

“아오, 깜짝아.”

앞의 전신 거울에 비친 나를 봤다.

팔뚝 쪽이 유난히 밝게 빛나기에 팔뚝을 들여다봤다.

“이게··· 스킬?”

팔뚝에 언뜻 바람을 닮은 무늬가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

마치 별자리가 팔뚝에 수놓인 듯했다.

그와 동시에 내가 돌진 스킬을 익혔음을 불현듯 깨달았다.

첫 스킬을 배우는 시간은 여러모로 얼떨떨함의 연속이다.


목검 하나를 집어 들었다.

훈련장에는 갖가지 전투 인형들이 즐비했다.

그중 내가 선 곳에서 가장 가까운 것을 목표로 삼았다.

40미터?

혹은 50미터쯤 떨어진 것 같았다.

눈을 감고.

아, 이 눈을 감는 버릇을 어떻게 해야 하는데···

싸우는 도중에 눈을 감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뭐 일단은 그냥 해 보자.

“참.”

다시 눈을 뜨고 팔뚝 언저리에 새겨진 돌진 스킬을 확인했다.

아주 단순한 그림이었지만, 보면 볼수록 전사가 돌진하는 모양을 본뜬 것과 같은 무늬였다.

“스킬 사용도 마나 응축과 기본 원리가 같다고 했겠다? 좋아.”

꿈뻑꿈뻑.

눈을 뜨면 확실히 감각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이건 차차 적응하기로 하고.”

일단은 눈을 감았다.

느껴진다.

팔뚝 언저리에 새겨진 무늬.

스킬의 무늬를 이미징하자 곧장 몸이 반응했다.

화악!

눈이 시렸다.

순간 바람이 된 것 같았다.

나는 제자리에 가만히 있는데, 전투 인형이 내게로 불쑥 다가온 느낌이랄까.

쿵쿵쿵쿵쿵!

심장이 쿵쾅거린다.

툭.

나는 바로 앞으로 다가온 전투 인형을 목검으로 건드렸다.

“하하···”

나는.

돌진 스킬을 배운 것이었다.


내친김에 회전 베기와 최후의 일격도 배웠다.


「회전 베기: 전사, 마검사

무기를 등 뒤에서부터 크게 휘둘러 단번에 적을 두 동강 낼 수 있는 괴력을 발휘합니다.

* 주의: 너무 잦은 사용은 사용자의 마나를 순식간에 고갈할 수 있습니다.」


「최후의 일격: 전사 전용

대량의 마나를 소모해 평타의 열 배에 달하는 파괴력을 발휘합니다.

* 참고: 사용자의 마나 효율에 따라서 소모량이 조정되고, 파괴력 또한 조정됩니다.

* 주의: 스킬 사용 후 딜레이가 생기므로 꼭 막타에 사용하길 권장합니다. 사용자의 역량에 따라 딜레이는 짧아집니다.」


회전 베기는 오른쪽, 최후의 일격은 왼쪽 팔뚝에 모양이 새겨졌다.

“좋아! 좋구나!”

날아갈 듯한 기분.

이런 성취감을 태어나서 느껴 본 적이 있던가.

문득 클리너로 일하던 때가 주마등처럼 스쳤다.

“그때도 뭐, 나쁘지 않았어.”

그래.

나쁘지 않았다.

벌레 보는 눈으로 나를 보는 녀석들이 있긴 했지만, 뭐.

그보다는 내게 무관심한 사람들이 더 많았다.

아주 드물지만 자이라처럼 좋은 친구도 있었고.

그래.

괜찮다.

괜찮다···

그렇게 나 자신을 다독이며 여기까지 온 것이다.

“괜찮긴 씨앙! 지금이 훨씬 좋잖아!”

나는 소리쳤다.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평타도 필요하지 참.”

깡!

바로 앞에, 전투인형들 중 가장 단단한 녀석이 서 있었다.

딜러로 공격대에 참여하려면 스킬보다 평타가 중요하다고, 어떤 융튜버가 말했다.

‘스킬은 중간중간 한 번씩 쓰지만.’

깡!

‘평타는.’

깡!

‘숨쉬듯 휘두르는 것 아닙니까!’

까앙!

평타는 원래의 움직임에서 크게 더할 것이나 뺄 것이 없었다.

깡!

다만.

콰가가각!

“허얼···”

내 힘이 무지막지해진 것이 달라진 점이었다.

다섯 방 만에 철로 만든 전투인형이 종잇장처럼 찢어져 버렸다.

피지컬이 남다르다는 말이 이런 것인가.

하물며 아무리 힘을 줘도 한계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언제든 더 많은 힘을 줄 수 있을 것만 같다.

“힘 조절을 잘 해야겠는데?”

얼른···

하루 빨리 공격대에 참여해 몬스터를 사냥하고 싶다!

이런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오!


집에 가기 전에 매니저 사무실에 들렀다.

트롤 매니저는 나를 보며 허둥댔다.

나는 개구리 수영을 하는 듯한 그를 보며 조금 기다렸다.

다행히 그는 수영을 곧 그만두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헌터님!”

“아, 제가 훈련소에 전투 인형 하나를 망가뜨려서요. 보상해 드려야 할 것 같아서···”

“무슨 말씀이십니까! 연습용 허수아비 정도야 얼마 하지도 않고, 무엇보다 헌터님이 그러신 건데 저희가 비용을 받을 순 없습니다!”

허수아비?

내가 부순 건 갑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래요?”

“당연합니다!”

트롤이 입술을 앙다물었다.

“저야 뭐 감사하죠. 그럼 수고하세요.”

트롤은 또 머리를 너무 깊숙히 숙이는 바람에 앞으로 기우뚱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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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시스템 +2 24.02.17 1,784 30 12쪽
8 VVVIP가 되었다. 24.02.16 1,837 32 12쪽
» 스킬: 돌진 24.02.16 1,923 28 11쪽
6 금테 두른 각성자 면허 24.02.16 2,177 37 12쪽
5 529 지구 협회 +2 24.02.16 2,504 38 12쪽
4 각성(2) +1 24.02.15 2,907 4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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