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마나 수치 99.99999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2.12 23:50
최근연재일 :
2024.04.04 16:05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52,555
추천수 :
1,138
글자수 :
284,751

작성
24.02.16 08:05
조회
2,504
추천
38
글자
12쪽

529 지구 협회

DUMMY

블루 워터스 살롱 드 피프틴 10잔 가격 7,000골드를 지불하고 펍을 나서는 데까지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아, 부가세 별도 7,700골드였다.

입구 자동문을 지나는데 이미 취기는 사라졌다.

하지만 오를 대로 오른 조증은 그대로였다.

집으로 향하는데 단지 내 공원에 설치된 철봉이 보였다.

“후후···”

비각성자 시절, 몇 번 시도한 적이 있었지만 내 작은 몸뚱이를 조금도 끌어올리지 못했었다.

단 한 번도.

인도와 분리된 낮은 담벼락을 돌아가다가.

“앙?”

내가 뭐하고 있지.

인간의 관성은 무섭다.

나는 가슴 정도 오는 담벼락을 쳐다봤다.

몸을 굽혔다가.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우어어어-”

가슴까지 오던 담벼락이 순식간에 저 아래 있었다.

“윽!”

너무 높이 뛰어지는 바람에 공중에서 팔을 허우적거려야 했다.

짧은 순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치유 능력도 뛰어나려나?

연거푸 술을 들이켰음에도 취기는 없었다.

에이, 그건 뭐 차차 알게 되겠지.

치유 능력 알아보자고 일부러 다칠 수는 없는 노릇이니.

길드에 소속되고, 사냥에 참여하게 되는 건 이제 시간 문제니까.

모두 공중에서 일어난 생각이었다.

챱-

생각보다 가볍게 바닥에 착지했다.

철옹성 같던 철봉이 이제는 초등학생 아이처럼 보인다.

“후우.”

나는 뱃속에 든 숨을 다 내뱉고 새로운 숨을 가득 불어넣었다.

팔을 어깨보다 더 넓게 벌리고 철봉에 매달린다.

가슴을 당긴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숫자를 입으로 세는 것보다 더 빠르게 가슴이 철봉에 닿았다.

스물.

서른.

마흔.

각성자가 되면 근력의 개념이 사라지는 걸까?

어떻게 된 게 힘이 하나도 안 든다.

마치 몸의 무게가 사라진 듯하다.

지루해진 나는 철봉에서 내려와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갔다.


월차를 즐겼다.

늦잠을 자고, 맛있는 음식을 양껏 시켜 먹었다.

게으른 삶.

오랫동안 꿈꾸던 삶이지만 게으른 삶은 쉽지가 않았다.

적당히 잠을 자면 너무 말똥한 정신으로 눈이 떠진다.

잠이 들 때마다 갑자기 능력이 사라져 버리면 어쩌지, 고민했지만 며칠이 지나도 다행히 능력은 그대로였다.

월차 기간 동안에는 모든 연락을 스킵했다.

부재중 전화 40통.

협회는 나를 만나고 싶어 안달인 모양이었다.

어차피 클리너 일이 정리되고 나면 알아서 출두할 예정이었다.

“조금만 기다려라.”


앙드레는 처음부터 내게 잘 대해 주었고, 끝나는 마당에는 퇴직금까지 챙겨 주었다.

‘아쉽게 됐네. 자네 같이 착실한 사람은 드문데 말이지.’

매번 나를 내려다보던 앙드레가 나와 눈을 맞추며 말했다.

나도 인정한다.

여태 꾸역꾸역 삶을 살아온 나는 갈증이 심했었다.

월차 기간 동안의 행동들은 지금껏 억눌린 것들의 분출이었다.

애초에 월차가 일주일 넘게 모인 것도 사회에 밉보이기 싫었던, 생존을 위한 행동이었다.

아무리 마나 수치가 높아져도 감정까지 마음 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닌 모양이다.

며칠 미친놈처럼 지내며 해소된 부분도 있었지만, 여전히 앙금으로 남아 있는 부분을 나는 느꼈다.

“나머지는 차차···”

“응?”

자이라와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내가 집안 청소를 미뤄도 자이라는 나무라지 않았다.

자이라한테 만큼은 나도 좀 주의를 기울였다.

친구라 할 만한 유일한 인물이었으니.

“아냐아냐. 생각이 입 밖으로 나와 버렸네 큭큭큭.”


클리너도 그만두었고, 몇 가지 생각들도 정리가 끝났다.

저녁 시간, 자이라랑 내가 대화를 나눌 만한 시간은 거의 이때 뿐이다.

“짜야.”

“응? 왜 자꾸 불러 귀찮게.”

“나 각성했어.”

자이라한테도 조심스레 사실을 전했다.

도마뱀이 천적을 만난 듯 동작을 멈추었다.

“뭐라고?”

이 둔탱이 도마뱀은 내 모습이 바뀌었는데도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않은 모양이다.

나는 차근차근 설명했다.

웬만큼 설명을 듣고서도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눈치였다.

“각성했다고? 갑자기?”

아마도 드문 케이스일 것이다.

어쩌면 몹시나.

“적성 검사는 받았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자이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것저것 물었다.

“으엥? 협회에서도 마나 수치 검사만 받았다고?”

마나수치가 10%만 넘으면 각성자 판명이 난다.


A급: 70% 이상

B급: 50% 이상

C급: 35% 이상

D급: 25% 이상

E급: 20% 이상

F급: 17% 이상

G급: 15% 이상

H급: 14% 이상


H급 밑으로도 I, J, K, L급까지 있는데, 실제로 G급부터는 헌터 일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

위로 올라갈수록 격차가 커지기 때문에 헌터들의 능력 차도 더욱 벌어진다.

“네가 무슨 등급 나왔지?” 내가 물었다.

“나 C급.”

자이라가 짧게 대답했다.

내 등급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고, 그는 궁금해하지 않았다.

역시나 단순한 녀석이다.

그는 잘됐다며, 자기 길드에 함께 들어오라고 말했다.

자신이 메인 탱커이니 힘을 쓸 수 있다고.

고민했다.

텔로미어라면 크게 떨어지는 길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잘나가는 길드도 아니었다.


하루가 지나고 나는 결심했다.

일단 텔로미어에서 헌터들의 세계에 적응하고, 그 다음 일은 그때 생각하기로.

일단 협회로 향했다.

각성자 면허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면허 발급처 직원이 내 이름을 확인하고는 어딘가로 황급히 전화했다.

1분도 채 되지 않아 검정 슈트에 와인색 넥타이를 맨, 나보다 체구가 작은 사내가 내 앞에 섰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슈트에서 윤기가 좌르르 흘렀다.

“안녕하십니까. 차원영님.”

나는 남자의 뿔을 멍하니 들여다보다 머리를 흔들었다.

아름다운 곡선을 자랑하는 뿔이 그의 이마에 돋아 있었다.

아름다울 뿐 아니라 무척이나 정돈이 잘 된, 한 쌍의 뿔이었다.

반들반들 윤이 난다.

악마 전용 바버샵이 있다던데 그곳 작품인가?

어쨌거나.

529지구 각성자 협회장, 악마 드라굴.

그는 수행 직원을 물리고 나와 단둘이 휴게실로 향했다.

“담배 태우시나요?”

“네.”

드라굴을 알아본 직원들이 하나둘 머리를 숙이고 휴게실을 떠났다.

조금은 긴장이 됐다.

22층의 한 지구에 소속된 작은 헌터 협회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철옹성 같던 곳의 수장이 아닌가.

그는 내게 담배를 건네고 불까지 붙여 주었다.

“길드 명부는 확인해 보셨습니까?”

“아뇨. 아직···”

“529 지구에는 100여 개의 길드가 있지요.”

“그렇군요.”

“혹시 들어가고 싶은 길드는 정하셨나요?”

“네.”

드라굴의 붉은 두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어딘지 물어봐도 될까요?”

“텔로미어요.”

악마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 손가락을 튕겼다.

“아, 기억 나는 군요. 한데 왜 그런 작은 길드에 들어가려 하시는지요?”

“친구가 거기 메인 탱커예요.”

악마의 미간이 살짝 일그러졌다.

어이쿠 무서워라.

쬐그만 게 포스가 장난이 아니네.

게다가 몸에 흐르는 마나의 양도 무시 못할 정도였다.

하긴 협회장 씩이나 할 정도면 당연히 A급 각성자는 되겠지.

“그런 식으로 길드를 고르는 것보다는 자세히 알아보시고 자신이 받아야 할 대접을 제대로 받으시면 좋겠습니다. 그게 본인을 위해서, 또 529지구와 협회 측에서도 좋은 일이고요. 상급 각성자가 많이 부족한 실정이거든요.” 드라굴이 말했다.

갑자기 말이 많아진 협회장이었다.

하지만 협회장이 꺼낸 말 중, 마음이 끌리는 말은 없었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일단은 텔로미어 길드에서 공격대 생활을 할 예정입니다.”

나는 드라굴과 눈을 똑바로 맞추며 말했다.

“그렇군요. 무엇을 하든 자신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죠.”

마나수치 99.99999%.

드라굴은 당연히 내 마나 수치를 알 것이다.

협회장은 내 심기를 건드릴 만한 말이나 행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

다년간 협회장을 하며 단련된 에튀튜드이리라.

이 대장 악마는 내게 호의로 자신의 비서를 붙여 주었다.

“안녕하세요! 적성 검사를 맡은 네이네이입니다.”

그녀는 앙증맞은 뿔이 돋은 서큐버스였다.

드라굴의 뿔과는 무척 대비되는 뿔이다.

실제로 서큐버스를 보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보고 있는 것만으로 현기증이 날 것만 같았다.

역시나 매혹의 악마.

그녀는 드라굴과 마찬가지로 슈트를 입고 있었지만 몸의 굴곡이 그대로 보일 만큼 타이트한 팬츠 슈트였다.

자신의 매력을 아는 것이다.


“천천히 하세요 헌터님.”

깔끔한 사무실이었다.

나는 이리저리 사무실을 둘러봤다.

“협회장님이 이따금 사용하시는 사무실이에요. 협회에 빈 사무실이라면 많아서요.”

“아, 예.”

통나무로 된 테이블이 더럽게 넓었다.

네이네이는 면허증과 내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사진보다 실물이 훨 잘생겼어요!”

그러고는 면허증을 건넸다.

나는 적성검사를 하다 말고 네이네이가 건넨 면허증을 보았다.

여느 면허증과 조금 다르다.

“이게 왜··· 이렇게 생겼죠?”

“어머, 모르셨어요? 헌터님 덕분에 A급 위로 등급이 생겼어요.”

어랏.

금시초문이었다.

네이네이가 말했다.

“S급이요. 헌터님 때문에 부랴부랴 만들었어요.”

어쩐지···

촌스럽게 면허에다가 무슨 금테를 둘렀냐.

“이거 누구 작품이에요?”

“그거야 당연히 협회장님이죠.”

에휴···

그런데 면허증에 나온 내용은 좀 기분이 좋았다.

S급 각성자.

마나 수치 95% 이상.

이름 차원영.

종족 인간.

“22층을 통틀어 처음이에요! S급 각성자가 나온 건··· 게다가 마나수치가 95%라니!”

네이네이가 말하며 얼굴을 붉혔다.

뭐야.

얼굴은 왜 빨개지는 건데.

무슨 의미야?

실제로 각 층은 하나의 고유한 세계로 층간 교류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굵직한 몇 가지쯤은 공유하지 않을까 싶다.

이를테면 월등히 높은 마나 수치를 가진 각성자 같은 것들?

크하핫!

금테 두른 각성자 면허를 나는 한참이나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럼 헌터님 눈에는 마나가 보여요? 어떻게 보여요? 시에서 나오는 것처럼 정말로 반짝반짝 빛나요? 아니면···”

네이네이는 신나서 떠들어 댔지만 어느 순간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그보다.

그동안 각성에 관한 불안을 매일 밤 느껴왔다.

그러한 불안이 조금은 해소되는 느낌이랄까.

이 아무 것도 아닌 듯 보이는 플라스틱 카드 한 장이 내게 얼마간 현실감을 부여했다.


나는 이십여 분에 걸쳐 적성 검사지를 작성했다.

꼼꼼히 읽고 작성하다가 문득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어 날림으로.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이메일로 보내 드릴게요! 각성자 네트워크에도 가입하시고, 또 조합이랑 또, 시스템 등록이랑··· 그러지 말고 제가 직접 방문 드릴까요?”

“괜찮습니다.”

나는 단칼에 거절했다.

서큐버스 네이네이는 해야 할 것들을 줄줄이 읊었는데 그것조차 귀기울이지 않았다.

하아품.

나도 모르게 하품이 나왔다.

“그 내용 협회 사이트에 있죠?”

“어어, 네···”

“그럼 전 이만 가 볼게요.”

“아···”

아쉬움이 여자 악마의 얼굴에 가득 드리웠지만 무시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나섰다.

다시 현관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아까 협회를 들어올 때와 현관을 나서는 지금의 마음은 180도 달라졌다.

해당 지구의 협회라고는 믿기지 않을 많큼 시원시원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밖으로 나오니 오후 빛살이 내려앉은 풍경이 어쩐지 온화하게 나를 보며 미소 짓는 듯하다.

한 지구를 담당하는 협회가 이 정도 규모라면 중앙 협회는 어떨지 궁금해졌다.

“곧 알게 되겠지.”

각성자 중앙 협회는 1지구에 있다.

1200여 개의 지구 협회를 통합하는 거대한 정부 조직.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나 수치 99.99999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6 소닉 붐 +1 24.03.01 574 25 11쪽
25 1g의 희망 +1 24.02.29 635 24 14쪽
24 나는 누구? 여긴 어디? +1 24.02.28 710 25 11쪽
23 대망의 첫 근무, 그리고 피할 수 없는··· +1 24.02.27 792 23 12쪽
22 어쩌다 보니 공무원 +1 24.02.26 875 24 12쪽
21 수수께끼의 인물 +2 24.02.25 914 27 11쪽
20 혼자서 세상을 구하는 방법 +2 24.02.25 1,006 27 12쪽
19 위기일발! 24.02.24 1,024 28 11쪽
18 마법사? 마검사? 24.02.23 1,097 29 12쪽
17 전직 24.02.22 1,154 28 12쪽
16 미운 오리 새끼 24.02.21 1,166 29 11쪽
15 I Believe I Can Fly(?) 24.02.20 1,199 34 11쪽
14 나만을 위한 공격대 24.02.19 1,304 30 11쪽
13 카우보이가 된 검은 전사님 24.02.19 1,426 28 12쪽
12 뒈지는 줄 알았다. 정신 차려 보니 뭐? 1조? 24.02.18 1,520 30 12쪽
11 라고 생각했는데 드래곤을 만난 후 24.02.18 1,623 30 12쪽
10 설마··· 나한테 반했나? 24.02.17 1,701 30 12쪽
9 시스템 +2 24.02.17 1,785 30 12쪽
8 VVVIP가 되었다. 24.02.16 1,838 32 12쪽
7 스킬: 돌진 24.02.16 1,923 28 11쪽
6 금테 두른 각성자 면허 24.02.16 2,177 37 12쪽
» 529 지구 협회 +2 24.02.16 2,504 38 12쪽
4 각성(2) +1 24.02.15 2,907 48 12쪽
3 각성(1) 24.02.14 3,097 46 8쪽
2 코어 결정 +1 24.02.13 4,408 49 12쪽
1 클리너 +3 24.02.12 6,248 66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