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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마나 수치 99.99999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2.12 23:50
최근연재일 :
2024.04.04 16:05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52,557
추천수 :
1,138
글자수 :
284,751

작성
24.03.01 21:35
조회
574
추천
25
글자
11쪽

소닉 붐

DUMMY

나는 인벤토리에 든 1g짜리 코어 결정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이제 잃어 버릴 걱정은 안 해도 되겠네.”


그때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뭐해요?”


나는 화들짝 놀라 인벤토리를 닫았다.


“왜 그렇게 놀라요? 제가 방해한 건가요?”


에리얼이었다.

그녀의 뽀얀 볼이 불그스레했다.

예쁘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보다 훨씬 더.

머리를 틀어올린 덕분인지 평소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헉!

그녀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익숙하고 아련한 향기.

그 향기에 처음 만났던 때 생각이 떠올랐고, 나의 작은 심장이 반응했다.

콩닥콩닥···


“저기···”


당장에 같이 살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꺼내려고 했지만.


“잘 됐어요. 정말로.”


잘 됐다고 안도하는 에리얼의 말이 더 빨랐다.


침실로 돌아와서는 도무지 잠이 들지 않아 밤을 새다시피 했다.

창밖으로 희붐하게 날이 밝아 온다.

과음했지만 그런 건 각성자에게 별 영향이 없었다.


얼마간 더 누워 있다가, 결국 잠을 포기하고 밖으로 나와 몸을 풀었다.

몸을 풀며 주변을 돌아봤다.

저택 뒤쪽으로 돌아 들어가니 테니스장을 비롯해 골프장도 있었다.

커다란 호수와 사격장도 보인다.


“과해.”


그 말과 동시에 허공으로 점프했다.

유영에서, 이제는 비행이라 부를 만한 속도로 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좀 부족하다.

돌아보면 점멸로 허공에서 이동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었다.

뭐랄까, 가볍게 하늘을 나는 것과는 메커니즘이 조금 다르달까.

아무래도 점멸은 전투 중에 사용하기 적합하도록 고안된 스킬인 것 같다.

나는 새로운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다.

보다 큰 범위의 마나를 응축할수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응축 범위가 넓을수록, 공중에서 몸이 쭉쭉 뻗어나간다.

기본적으로 마나 응축은 원형으로 이루어진다.

응축의 중심을 원의 중심점이라 생각하면 원의 가장자리 안쪽에 몸을 위치시키는 것이다.

점멸과 점멸 사이에는 아무리 쿨다운이 적다고 한들 텀이 존재한다.

즉시 시전이라 한들, 스킬이 완전히 종료된 뒤에야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것.

반면 마나 응축은 응축이 끝나기 전에 다시 사용할 수 있다.

그렇게 한 번에 수십 미터씩, 무리하면 수백 미터씩 내 몸을 끌어당긴다.

마나가 응축되며 몸을 끌어당기는 힘은 음속을 너끈히 돌파해 창공에 소닉붐이 울려퍼진다.

마나 응축이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워지니 이런 것도 가능하다.

마나를 응축하고, 응축하고, 또 응축하면···

그 위에 걸터앉을 수 있다.


“흠.”


나는 허공에 걸터앉아 주변을 가득 채운 마나를 가지고 놀았다.

더 빨리.

더 넓게.

더욱 섬세하게···

무작위로 마나를 응축하다 보니 주변에 마나 거품이 생겼다.


“마나 응축을 아무리 잘 활용해도 완벽한 비행이라고 보기는 어려운데···”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옆으로 지나던 알바트로스 한 마리가 마나 거품을 통과하며 비틀거렸다.


“음?”


마나 거품이 가진 미세한 물리력에 놀라 얼마간 추락하던 알바트로스가 파닥거리는가 싶더니, 다시 날개의 각도를 틀며 활공했다.

나는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머리에서 전기가 파바박 튀는 것 같았다.


“저거다!”


활공.

허공에 마나를 꾸덕하게 뭉쳐 놓은 것처럼, 내 팔에 날개 모양으로 마나를 응축해 보자.


처음에는 잘 되지 않았다.

한 번, 두 번이 열 번이 되고···


백 번 천 번이 될 때까지도 나는 지치지 않았다.

도리어 재미있었다.


시작은 미미했지만 결과는 창대했다.

대. 성. 공!

이제 원숭이처럼 허공에서 공중그네를 타지 않아도 될 듯하다.


비행을 거듭하며 날개는 차츰 더 크고 날렵해졌다.

더 만족스러운 비행을 하려다 보니 날개의 모양은 차츰 독수리를 닮아 갔다.


“더 얇게, 더 단단하게 만들어 볼까.”


날개의 미묘한 변화에 따라서 비행 속도가 달라졌다.

또한 활공할 때 마나로 몸의 무게를 불리는 등의 응용도 해 보았다.

마나보호막 덕분에 엄청난 비행 속도에 따른 페널티도 문제 없었다.


“끼요옷!”


절로 함성이 터져 나온다.


나는 비행했다.

하늘을 날았다.

음속을 가뿐히 돌파하는 터라 더 욕심이 났다.


“광속까지 가즈아!”


당연한 얘기지만 거기까지는 무리였다.

일단은 음속 열차나 승강기보다 빠른 비행이 가능하다는 선에서 만족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궁금한 게 생겼다.


“포탈은 못 만드나?”


종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그건 다음에 에리얼을 만나서 물어봐야겠다.


출퇴근도 당연히 날아서 했다.

1지구, 나의 숙소에서 최전방 게이트까지 시간을 단축하는 게 또 하나의 재미 요소였다.


서서히 속도를 줄이다가 날개를 젖혀 저항을 만든다.

그러면.


탓탓탓탓탓···


안정적인 랜딩이 가능하다.

나는 이제 비행의 대가라 할 수 있었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새들 하나 부럽지가 않다.


“훗.”


내 비행은 게이트 안에서도 계속 됐다.


“잠깐만. 아예 날아서 게이트를 통과해 볼까? 음··· 그래도 너무 대놓고 그러는 건 좀 아닌가···”


하루가 멀다하고 더 먼 거리를 정찰하러 다녔다.

그러다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드래곤이 무리 생활을 한다는 것은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다글다글 드래곤이 모여 있는 광경을 목격한 것이다.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독룡 떼 사건이 떠올랐다.

독룡 떼를 쫓아 낸 경험이 있긴 했지만, 비교적 덩치가 작은 독룡과 화염룡이 떼를 짓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나는 최대한 조심스래 날며 고도를 낮추었다.

각성자들은 시력이 좋다.

나는 그들보다 더 시력이 좋다.

이것도 마나 수치의 영향일까.

덕분에 멀리서 제법 자세히 화염룡 무리를 관찰할 수 있었다.

마구잡이로 뭉쳐 있는 것이 아니었다.

부채꼴로 펼쳐진 드래곤들 중앙에 있는 점.

점이라고는 해도, 드래곤이 바퀴벌레만 하게 보이는 거리이니 그리 작은 것은 아니다.

점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을 만큼 다가갔다.


“조금만 더···”


그러다가 드래곤 한 마리한테 들키고 말았다.


크르르릉!


튀어야 한다.

본능이 그렇게 말했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급히 마나를 응축했고.

비행술이고 자시고 일단 최대 속도를 냈다.


충분하다 싶어서 뒤를 돌아 보니 아무 것도 없었다.


“후···”


화염룡 한 마리도 무서운데 열 마리가 넘는 드래곤이라니.

다시 생각해도 소오름.

나는 몸을 부르르 떨며 고도를 더 높였다.

항성이 기울어 붉은 빛을 띠고 있었다.

계획했던 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나는 더 깊숙히, 안쪽으로 들어갔다.


게이트에서 더 깊이 들어갈수록 절망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아까의 일 때문에 되도록 높은 곳에서 주변을 잘 살피며 정찰했다.

협회장에게 어디까지 보고해야 할지 모르겠다.


“무리 지은 드래곤이라니.”


게다가 수상한 점.

그것은 어렴풋이 종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만약 22층의 종들이 이런 사실을 알게 된다면 불안에 휩싸일 것이다.

패닉.

집단 패닉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은폐 엄폐가 수월한 것 같은 숲 쪽에 착지했다.

숲의 나무들은 게이트 쪽에 드문드문 보이는 나무들과 크기가 비슷했다.

하나같이 거대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곳 나무들은 모두 이파리가 무성했다.

나는 거대한 나무 뒤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훔쳐보고 있었다.

아이이면서 동시에 아이가 아닌 무언가를.


“거종.”


거종이었다.

거종의 아이들.

눈으로 보면서도 쉬 믿기지가 않는다.

이러다간 내가 먼저 패닉에 빠질 듯.

돌이켜 보니 드래곤을 모아 놓고 있었던 점도 거종이 분명했다.

침착하려고 애썼지만 잘 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는 알려야 한다.”


내가 억지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였다.

너무 많은 생각의 파도에 공황이 올 지경이었으니.

절망한 채 나무 뿌리 쪽에 주저앉아 있었는데···

내게 허락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흠칫.


나를 내려다보는 시선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거종 셋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꿀꺽.

마른 침이 넘어간다.

선택지는 몇 없다.

하나, 최대한 빠른 속도로 튄다.

둘, 운석을 하나 소환해 놓고 최대한 빠른 속도로 튄다.

셋, 마나가 고갈될 때까지 점멸을 사용한 다음 최대한 빠른 속도로 튄다.

당장 이 정도의 생각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곧, 네 번째 방법이 떠올랐다.

아니, 보였다.

머리 위, 무성하게 자란 나뭇잎들이.

한 거종이 몸을 숙이며 나를 움켜쥐려는 찰나.

내 왼 팔뚝에 새겨진 점멸 문양이 빛을 발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나무 줄기를 타고 몇 번이고 점멸하며 위로 올라갔다.

등 뒤로 까르르,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헉헉헉···”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이렇게 긴장해 본 게 얼마 만이던가.

다리에 힘이 풀리는 듯해 가지에 잠시 주저앉았다.


사사삭- 사사삭-


앉자마자 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듯, 낯선 소리.


사사사사사사삭-


숲에는 거종 말고도 다른 위협도 도사리고 있었다.

가지 위의 이 멍청한 개미 녀석들조차 당황할 만큼 크기가 컸다.

더듬이를 움직이며 나를 빤히 본다.

일단 튀자.

더 위로 올라가려다 나뭇잎 뒤에서 또 뭐가 나타날지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히발!”


절로 욕이 올라온다.

어떻게 그곳을 벗어난지 모르겠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하늘을 날고 있었다.


얼마간 날다 보니 생각이 났다.

나는 나무 줄기에서 점프했고, 마나를 응축했다.

그리고 최대한 빈 공간을 찾아 내며 차츰 위로 올라왔다.

생각하고 한 것이 아닌, 본능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이곳은 게이트 근처와 달리 황무지가 아니었다.

게다가 눈에 띄게 마나 방울이 성글어졌다.

되돌아가는 길이 훨씬 더 멀게 느껴졌다.

녹초가 될 지경이었다.


얼마간 날다 보니 절벽이 보여서 잠시 랜딩했다.

절벽 위, 되도록 안전해 보이는 바위산을 찾아 그 위에서 등을 기대고 앉았다.


“후우···”


게이트 안의 세계를 구체적으로 알면 알수록 현실감이 떨어졌다.

하지만 생각이라면 지긋지긋해서 더 하고 싶지가 않았다.

바위산에 기대어, 블루박스에서 사이다에게 보낼 정찰 영상을 골랐다.

그러는 동안 중요한 결심을 했다.

아직 사이다라는 인물을 잘 모른다.

그는 나에 대해 얼마나 알까.

내가 S급 각성자에 얼마간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여차하면 대형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다는 것 정도?


영상들이 엉망이었다.

그래도 수확은 있었다.

영상을 정리하며, 내가 모든 것을 공유할 이들이 누구인지 알게 된 것이다.

자이라.

그리고 에리얼.


얼마간 생각이 정리되자 다시 컨디션이 올라왔다.


“자, 돌아갈 시간이다.”


나는 몸을 일으킨 뒤, 저 멀리 허공의 마나를 응축했다.


게이트 근처에 다다르자 전투를 벌이는 공격대들이 보였다.

하늘에서 내려와 좀 걸었다.

얼마간 걷다 보니 익숙한 도마뱀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렇게 반가울 때가 다 있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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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마법사? 마검사? 24.02.23 1,097 29 12쪽
17 전직 24.02.22 1,154 2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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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I Believe I Can Fly(?) 24.02.20 1,199 34 11쪽
14 나만을 위한 공격대 24.02.19 1,304 3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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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라고 생각했는데 드래곤을 만난 후 24.02.18 1,623 30 12쪽
10 설마··· 나한테 반했나? 24.02.17 1,701 30 12쪽
9 시스템 +2 24.02.17 1,785 30 12쪽
8 VVVIP가 되었다. 24.02.16 1,838 32 12쪽
7 스킬: 돌진 24.02.16 1,923 28 11쪽
6 금테 두른 각성자 면허 24.02.16 2,177 37 12쪽
5 529 지구 협회 +2 24.02.16 2,505 38 12쪽
4 각성(2) +1 24.02.15 2,907 48 12쪽
3 각성(1) 24.02.14 3,097 46 8쪽
2 코어 결정 +1 24.02.13 4,408 4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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