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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마나 수치 99.99999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2.12 23:50
최근연재일 :
2024.04.04 16:05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52,549
추천수 :
1,138
글자수 :
284,751

작성
24.02.18 13:00
조회
1,519
추천
30
글자
12쪽

뒈지는 줄 알았다. 정신 차려 보니 뭐? 1조?

DUMMY

망했다···

이제 한소리 들을 차례 같은데.

길드장의 말을 무시하고 미쳐 날뛴 게 떠오르며 얼굴이 붉어진다.

그런데.

에리얼의 얼굴도 그렇고, 자이라와 하나둘 도착한 공격대원들의 표정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아니.

도리어 밝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내가 회까닥 한 건가?

오크와 언데드, 엘프, 트롤.

대원들은 대부분 주요 종족들이었다.

짝!

느닷없이 무슨 소린가 했더니 그것은.

박수 소리였다.

이후 이어진 박수갈채가 여름날 폭우처럼 지나갔다.

처음 받아 보는 환호에 나는 뒤통수만 긁적였다.


하루가 지나고.

에리얼이 나를 호출했다.

그녀의 사무실에는 자이라도 와 있었다.

“너 큰일 났어 임뫄.” 자이라가 말했다.

분위기가 착 가라앉아 있었다.

난처한 에리얼의 표정을 보니 무슨 일이 일어나긴 한 것 같았다.

“헌터님. 이 걸 숨기는 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거니까 말씀드리는 거예요.”

“네.”

“두 군데 길드가 이적 제안을 해 왔어요.”

“네···”

응?

뭐라고?

“예에에에?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어제 그, 드래곤이랑 전투를 목격한 이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중 둘은 자신이 소속된 길드에서 강력한 발언권이 있는 자였던 것이다.

“제가 그 길드였어도 아마 비슷한 입장이었을 거예요. 이적료가 일 십 백 천 만 십만···”

에리얼은 허공에 대고 검지로 무얼 헤아리는 듯했다.

본인의 시스템 화면에 뭔가가 출력되어 있는 모양.

“흠?”

흐릿하게 무엇인가 보이는 것 같기도 해서 나는 눈을 비볐다.

역시나, 잘못 본 것 같다.

“맞네요. 1조. 1조 골드입니다.”

1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에리얼이 하는 얘기를 퍼뜩 알아 듣지 못했다.

내 인생이 실제로 바뀐 것은 각성한 날일 텐데, 그보다 더 큰 충격이었던 것이다.

“1조라구요?”

뒤늦게 그것이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1조!

돈의 단위였던 것이다!

프라이팬으로 머리를 한 대 맞는다면 이런 느낌일까.

나도 모르게 턱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것을 인지할 즈음.

“그 제안, 수락해도 되는 거예요?” 내가 물었다.

내 물음에 에리얼은 거의 바로 대답했다.

“당연하죠. 이건 헌터님의 권리예요.”

나는 에리얼의 얼굴을 살피고 자이라도 천천히 돌아봤다.

자이라는 어쩐지 말이 없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두 사람 의견이 궁금합니다.” 내가 말했다.

나는 말했지만.

그들은 내 말에 침묵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자이라였다.

“가! 가 버려 이 시키야!”

자이라는 딴 곳을 보며 말했다.

“어차피 우리 길드에 있을 만한 녀석이 아니다 넌. 네가 드래곤이랑 싸우는 거 봤어. 다른 층에서는 정말로 드래곤을 사냥한다는 소문이 있어. 헛소리라고 생각했는데, 너 같은 놈이 여럿이면 불가능하지도 않겠네 뭐. 무릇 사내라면 큰 물에서 놀아야지!”

처음에는 차분한 어조에서 나중에는 흥분한 듯 자이라의 억양이 올라갔다.

이 도마뱀 녀석, 혹시 신난 건가?

말이 끝나고 나서 자이라는 내게 헤드록을 걸었다.

“이 꼬맹이가 언제 이렇게 세진 거야!”

분위기가 풀어진 것은 좋았지만, 좌우로 머리가 흔들리면서도 고민은 많았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헤드록이 풀릴즈음, 나를 스카웃하겠다던 길드가 어디인지 물었다.

“뉴클리어와 파인트입니다.”

“엉?”

듣보잡이다.

그런 듣보잡 길드에도 1조씩 투척할 만한 돈이 있는 건가?

“우리는 1조 없어요?”

내 물음에 자이라가 똥씹은 표정을 지었고, 에리얼은 쿡, 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스카웃에 그 만큼을 투자할 만한 여력은 없어요. 실제로 뉴클리어와 파인트는 우리 길드보다 규모가 큰 곳입니다. 하지만 저는 헌터님이 이번 이적을 수락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드디어.

내가 듣고 싶었던 이야기를 에리얼이 했다!

그냥 싫었다.

나를 돈으로 사겠다는 놈들도 싫고, 어떤 선택을 강요 받는 이런 상황도 다 싫었다.

무엇보다 눈앞의 두 종들.

자이라, 에리얼이랑 헤어질 준비가 안 됐다.

“흐···”

내가 웃자 둘은 동시에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럴 줄 알았어요! 겨우 1조에 나를 팔아먹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오늘 처음 알게 된 1조라는 돈의 단위가 어쩌면 별거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몇 가지 생각들이 오갔다.

돈.

과연 돈은 무엇인가.

처음 각성하고 분명 이 정도의 능력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나는 곧 우울해졌다.

내가 각성자가 아니었을 때도 나를 존중해 준 유일한 이가 이곳에 있었다.

단지 겉치레를 말하는 게 아니다.

착한 종 콤플렉스!

실제로도 겉으로는 제법 여러 종들이 클리너를 존중하는 척했으니.

누군가는 비웃을지도 모른다.

밑바닥 인생에 길들여져 그곳에서 헤어날 능력이 생긴 뒤에도 벗어나지 못한다고.

그런 생각을 하면 화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화는 차츰 사그라졌다.

각성 초기에 느꼈던 불안도 얼마간 사라졌다.

눈앞에 보이는 풍경.

마나가 스민 모든 사물들.

이것은 내가 새로 얻은 능력이 아니라 원래 내가 가지고 있던 고유의 능력이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어?”

그때였다.

흐릿한 선이 눈앞에서 깜빡거렸다.

“응? 왜 그래?”

“아, 아냐.”

뭔가가 보인다.

에리얼과 자이라 앞에 나타난 시스템 창.

흐릿하고 깜빡거리는 걸로 보아 내게 공유된 시스템 창은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자이라 쪽으로 스툴을 살짝 땡겨 앉았다.

조금만.

조금만 엿보자.

―우웅 자기. 다행히 꼬맹이 녀석 그냥 있기로 한 것 같아. 동거는 미뤄야 겠는데? 미안미안!

―다행이라고? 자기! 어째 나보다 걜 좋아하는 것 같아?

―아냐아냐, 무슨! 그럴 리가! 기분 탓일 거야··· 난 우리 자기뿐인 거 자기가 젤 잘 알면서! 이러면 나 섭섭하다구우?

욱···

토해 버릴 뻔.

후우.

그런데 어떻게 된 거지?

이제는 남의 시스템 창까지 보이게 된 건가?

에이, 그럴 리가···

“아 몰라!”

귀찮다.

안 그래도 닥친 일들이 산더미인데 이런 건 나중에 생각하자.

그렇게 다짐하며 머리를 도리질 치고 나서는 둘 앞의 시스템 창이 사라졌다.

“음?”

둘의 시선이 나를 향해 있었다.

“하하, 아이템을 사야겠어요. 다 같이 가죠.”

둘러대느라 한 말인데, 아이템이 필요하긴 할 것 같았다.

롱소드로 훈련장을 초토화시켰을 때는 앞으로 맨주먹으로 싸워야 하나 고민했는데, 드래곤쯤 되는 몬스터라면 내 딜을 충분히 받아 낼 수 있을 테니까.


놀랍게도 최전방 게이트 1회 참여 수당은 100만 골드였다.

“당연해요. 비교적 안전하긴 해도 매번 목숨을 거니까요. 일종의 위험 수당이랄까. 이것도 정부에서 대부분 지원해 준답니다.”

“어휴, 짜다 짜. 위험 수당까지 합쳐서 고작 100만 골드라니.”

자이라가 투덜거렸다.

확실히 돈의 단위가 달라지긴 했다.

우리는 음속 승강기를 타고 어제 에리얼과 방문했던 무기 상점으로 내려가는 중이었다.

그곳은 바르가스와 들렀던 고급 상점가를 한참 지난, 구석 자리에 위치해 있었다.

덕분에 한참을 더 걸어야 했다.

각성자들은 마나를 다리에 응축해서 걷는 법을 자연스레 익힌다.

어릴 때 걸음마를 하는 것처럼.

걷기는 물론, 달리기를 비롯한 기본 움직임에 가장 먼저 익숙해진다.

해서.

제법 되는 거리라도 일반인일 때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이동하게 된다.

거리는 더 멀었지만, 바르가스와 왔을 때보다 훨씬 더 빨리 도착했다.

“왔어요 해리스.”

“음.”

늙은 언데드는 덤덤하게 우리를 맞았다.

언데드한테 늙었다는 말이 그다지 어울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는 멋쟁이 노인이었다.

순백의 카이저 수염을 기르고 있었던 것.

언데드를 보고 멋있다고 느낀 것은 아마 처음이지 싶다.

“하루 만에 왔군. 내 그럴 줄 알았지.”

두 번째 방문이었다.

역시나 바르가스와 방문했던 상점과는 분위기가 판이하다.

중앙의 널따란 작업대는 공구들로 어지러웠고, 코어 결정들도 드문드문 땅바닥을 굴러다녔다.

한쪽에는 모루가, 또 다른 쪽에는 무기와 방어구가 비뚤게 걸려 있거나 하는 식이었다.

바닥도, 벽도, 정리라는 단어가 비집고 들어갈 만한 여지가 없었다.

공간이 넓어서인지는 몰라도, 그런 어지러움조차 하나의 규칙처럼 느껴진다.

제법 많은 아이템들이 잡다구니들과 함께 쌓여 있었다.

에리얼과 자이라가 새 장난감을 사러 온 아이들처럼 흩어져서 아이템을 구경하는 와중, 카이저 수염 할배가 내게 다가왔다.

아무리 좋게 봐도 이건···

귀찮은 표정인데?

그는 귀를 후비며 물었다.

“얼마짜리로 줘? 무기가 필요한 거지?”

“아···”

돌직구였다.

그래, 그럼 나도.

“저 100만 골드 있는데 거기에 맞춰서 주세요.”

“음.”

해리스는 뒷짐을 지고 바닥에 어지러이 널린 공구와 아이템을 툭툭 찼다.

“분명 여기 어디쯤이었는데.”

그렇게 멋쟁이 언데드는 상점 곳곳의 물건들을 발로 툭툭 건드리며 돌아다녔다.

“오오.”

해리스가 허리를 굽혔다.

“어이쿠.”

다시 허리를 펴는데 허리에서 삐그덕, 소리가 났다.

“받게나.”

노인은 짧지만 묵직한 검을 두 손으로 내게 건넸다.

“아마도 이때 검투사에 꽂혀 있었지.”

“검투사요?”

“음. 뭐 그런 게 있어. 자네 같은 애송이는 말해 봐야 모른다네.”

애송이라는 말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하니 기분이 안 나쁘다.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검을 받아 들었다.

투박한 검이었다.

롱소드보다 길이는 짧은데 날의 폭은 더 넓고, 두께도 두꺼웠다.

무엇보다 롱소드보다 묵직한 맛이 있는 검이었다.

군데군데 녹이 슬어 있었다.

그런데.

“어엇?”


「글라디우스: 근접 전용

전설적인 검투사의 용맹함이 깃든 검.

* 효과: 결코 부러지는 법이 없습니다.」


롱소드에서는 확인하지 못했던 문구가 떠올랐다.

롱소드는.


「롱소드: 근접 전용, 기다란 검.」


이런 식이었지 아마.

“효과?”

효과라는 게 들어간 검이었다.

결코 부러지지 않는 검이라니.

그래, 그러고 보니 무척 튼튼하게 생긴 검이다.

“이거 얼마예요?”

“음···”

해리스는 검지와 엄지로 수염 한쪽 끝을 쭉 폈다.

그가 손을 떼자 수염이 도로 차르륵, 말린다.

이것을 만들 때를 떠올리는 걸까.

검을 바라보는 언데드의 눈동자에 촉촉하게 윤기가 돌았다.

“원래는 안 되는데. 그것만 줘.”

“예?”

“백만 있다며. 그것만 달라고.”

왠지 이 노인이 가격을 후려칠 것 같지는 않았다.

알았다고 말하려는 찰나에 다가온 자이라.

그는 히죽거리며 무식하게 생긴 대검을 한쪽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글라디우스보다 몇 배는 길고 두께 또한 말할 것도 없이 두꺼웠다.

“할배! 나 이걸로 줘!”

“안 돼! 그건 한때 검은 전사라고 불리던 전설적인···”

“아 됐고. 5백만에 줘. 요새 연애하느라 돈 없단 말야.”

“이런 미친놈이? 그건 최소 3천만은 줘야···”

“아융, 나중에 준다구! 자자, 입금입금··· 됐다.”

빠르다.

“이 막돼먹은 도롱뇽 녀석 같으니!”

대검째 몸을 휘청거리는 걸 보면 자이라가 들기에도 검이 무거운 모양이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에리얼이 왔다.

그런데 에리얼도 손에 뭔가를 들고 있었다.

손잡이 위쪽에 푸른 보석이 박힌, 우아한 곡선이 돋보이는 단검이었다.

그녀는 노인에게 묻지도 않고 허공에 손가락을 놀리고 있었다.

“부쳤어요!”

“응? 뭘?”

뭐냐고 묻는 해리스 영감을 향해 방긋 웃는 그녀.

무척 사랑스럽지 않은가!

“아! 이 그지 같은 길드연놈들이!”

해리스 영감의 생각은 좀 다른 것 같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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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시스템 +2 24.02.17 1,785 30 12쪽
8 VVVIP가 되었다. 24.02.16 1,838 32 12쪽
7 스킬: 돌진 24.02.16 1,923 28 11쪽
6 금테 두른 각성자 면허 24.02.16 2,177 37 12쪽
5 529 지구 협회 +2 24.02.16 2,504 38 12쪽
4 각성(2) +1 24.02.15 2,907 4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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