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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마나 수치 99.99999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2.12 23:50
최근연재일 :
2024.04.04 16:05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52,546
추천수 :
1,138
글자수 :
284,751

작성
24.02.16 22:25
조회
1,837
추천
32
글자
12쪽

VVVIP가 되었다.

DUMMY

밤이었다.

자이라는 데이트를 한다며 아까 먼저 길드 사옥을 떠났다.

건물을 나선 뒤 주변을 둘러봤다.

휑하다.

아무도 없다.

대기에 흐르는 마나만이 빈 공간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었다.

믿어지지 않는다.

“이게 중급 길드의 시설이라니···”

이들은 정말로 돈이 많은 모양이다.

집에 뛰어갈까 생각하다가 문득 떠오른 것이 있어 도로 매니저 사무실로 갔다.

“어엇! 헌터님!”

“아, 뭐 좀 여쭈려고요.”

“예, 옛! 무엇이든지요!”

매니저가 비뚤어진 넥타이를 다잡으며 대답했다.

“사냥터 사용은 24시간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지금 사용 가능할까요?”

“예! 물론입니다!”

“그거 확인하려고요. 고맙습니다.”

“당장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매니저가 더 당황하기 전에 나는 얼른 문을 닫아 버렸다.

웨어울프.

예전에 자이라의 어깨너머로 보았던 커다란 몬스터.

문득 그걸 한 번 잡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실을 나와 너른 홀을 지났다.

후문으로 나간 뒤 사냥터로 향했다.

사옥 뒤편으로 해서 결계를 지나면 사냥터로 이어진다고, 메인홀 게시판에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었다.

사냥터에는 위험 등급의 녀석들까지도 있어서 몇 단계의 보안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었다.


얼마간 걸어서 시야를 전부 뒤덮은 돔 형태의 빛무리에 다다랐다.

결계였다.

“와우.”

나는 결계의 광활한 아름다움에 매료되고 말았다.

각성하고부터 주위 모든 것들이 너무 휘황했던 탓에 눈이 아플 지경이었지만, 그 풍경에 익숙해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그중에도 결계는 커다란 돔 형태의, 일종의 거대 예술작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안 등급 확인 완료!

―보안 등급 확인 완료!

―보안 등급 확인 완료!

무려 세 단계의 결계를 통과했는데, 그 안쪽은 거짓말처럼 어두웠다.

짙은 파랑의 거대한 신수가 사냥터에 내려앉아 잠든 듯했다.

그러고 보니 무기가 없다.

“하하 이런···”

무기 상점은 아마 문을 닫았을 듯한데.

다시금 세 단계의 결계를 나가 보니 사옥이 까마득히 멀어 보인다.

귀찮다.

나는 꽉 틀어쥔 주먹을 내려보았다.

그런 다음 뻗는다.

휙휙- 휙휙-

“가능하지 않을까?”

다시 결계로 들어 온 뒤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렇게 몇 걸음 걷다 보니 주변에서 시선이 느껴진다.

“다 보인다 자식들아.”

낮은 덤불 뒤에 옅은 마나의 기운이 셋.

첫 사냥인 만큼 긴장 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것을 압도하는 감정이 있었다.

설렘.

“후우.”

숨을 내쉬고.

파이팅 자세를 취했다.

다시 한 걸음.

걸음을 옮기는 동안 무투사들이 어떻게 적을 때려눕히는지, 짧은 이미지들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

세 마리의 웨어울프가 덮쳐 온 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캬오오오!”

어 그런데.

“너네 거기서 뭐하냐.”

일정 거리 안으로 들어오지도 못한 채 버둥거리는 웨어울프 세 마리.

녀석들은 앞으로 오려고 해도 자꾸만 뒤로 밀려났다.

영문을 모르겠다.

녀석들은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낸 채, 허공에 사납게 이빨질을 하고 있었다.

기억 속의 웨어울프보다 사뭇, 덩치가 작아 보인다.

자이라는 녀석들을 잡을 때 목을 쳐냈었지.

목을 빼고 가까이서 보니 아주 흉측하게 생긴 놈들이다.

찡그린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했다.

늑대처럼 생긴 주제에 버젓이 두 다리로 서 있다.

“자아.”

나는 주먹을 가볍게 말아쥐었다.

그러고 보니 살면서 주먹질 할 일도 한 번 없었네.

그런 생각을 하며 주먹을 적당히 어깨 뒤로 당긴다.

주먹질이 아니라 뭔가를 투척하는 자세가 되어 버렸다.

“자세가 좀 이상한 것 같은데··· 아 몰라.”

그러고는.

뻐억!

뼈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남은 웨어울프 두 마리가 이빨질을 멈추고는 뒤를 돌아봤다.

이때 만큼은 우리 셋이 같은 곳을 바라봤다.

2초 간의 고요.

털썩-

멀리 잔디에 떨어진 웨어울프의 몸이 마른 착지음을 냈다.


[차원영 헌터님, 첫 사냥을 성공하셨습니다!]

[코어 결정 1g 획득!]

[인벤토리가 확인되지 않아 직접 파밍이 필요합니다.]


“아.”

시스템 등록이란 게 이런 걸 위해 필요한 거였군.

각성자들은 면허를 발급한 뒤 시스템에 신상을 등록해야 한다.

나는 눈앞에 나타난 글자들이 신기해서 한동안 멍하니 보고 있었다.

내 몸에서 떨어져 나온 미세한 마나 입자들이 견고하게 글자들을 구성하고 있었다.

그런 뒤에 글자는 다시 입자로 흩어지며 몸에 먼지처럼 달라붙었다.

첫 번째 타격으로 웨어울프가 200미터쯤 날아간 것 같으니 나머지 두 마리는 힘을 덜 써도 되겠지.

그런 생각을 하는데 눈앞의 두 마리 웨어울프가 나를 보았다.

공포.

녀석들도 그런 걸 느끼긴 하는 모양이다.

“괜찮아. 빨리 끝내 줄게.”

퍽! 퍽!

나는 잽을 날리듯 녀석들의 미간을 가격했다.


[코어 결정 1g 획득!]

[인벤토리가 확인되지 않아 직접 파밍이 필요합니다.]

[코어 결정 1g 획득!]

[인벤토리가 확인되지 않아 직접 파밍이 필요합니다.]


신이 났다.

주먹질 세 방에 3천 골드라니.

3천 골드면 529지구 클리너의 네 달 월급을 훌쩍 넘는 금액이다.

방금 처치한 두 마리의 코어 결정이 바닥에서 빛을 발했다.

저 멀리 날아간 코어 결정도 가서 주웠다.

못 찾으면 어쩌나 했는데 결정의 광채가 제법 멀리서도 보였다.

나는 사옥을 한 번 돌아보고는 그와는 정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돈 좀 더 벌어 볼까?”

더 깊숙히, 안쪽으로 들어갔다.

사냥은 아침이 될 때까지 계속됐다.


[코어 결정 3g 획득]

[인벤토리가 확인되지 않아 직접 파밍이 필요합니다.]

[코어 결정 3g 획득!]

[인벤토리가 확인되지 않아 직접 파밍이 필요합니다.]

[코어 결정 3g 획득!]

[인벤토리가 확인되지 않아 직접 파밍이 필요합니다.]

[코어 결정 3g 획득!]

[인벤토리가 확인되지 않아 직접 파밍이 필요합니다.]

[코어 결정 3g 획득!]

[인벤토리가 확인되지 않아 직접 파밍이 필요합니다.]

[코어 결정 3g 획득!]

[인벤토리가 확인되지 않아 직접 파밍이 필요합니다.]


시스템 메시지는 밤 새도록, 쉴 새 없이 올라갔다.

“후우! 엄청 난리네.”

곧 상점이 문을 열 시간인 것 같으니 인벤토리부터 사야겠다.

클리너 일을 할 때도 유용할 것 같아 인벤토리를 구매하려 했으나 인벤토리 구매는 각성자에게만 허락되었다.

사실 그게 아니어도 가격이 너무 비쌌다.

밤을 샜는데도 피로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각성자는 잠을 자지 않아도 되는 건가?”

밤새 맨주먹으로 몬스터를 때려잡아서 그런지 살짝 주먹이 얼얼하긴 했다.

추리닝 바지 주머니가 불룩 솟아 있었다.

그 안에는 1g짜리 2g, 3g짜리 코어 결정들이 가득했다.

웨어울프를 잡으며 앞으로 나아가다 보니 보다 덩치가 큰 웨어울프들이 나왔고, 그 다음엔 곰이었다.

3g을 준 녀석은 클로베어라는 몬스터였다.

웨어울프보다 훨씬 큰 덩치에 발톱 세 개가 기다랗게 자란 녀석이었다.

나는 사냥을 순수하게 즐겼다.

사냥을 즐기며 몇 가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이 레벨의 몬스터들은 내 마나보호막 근처에도 오지 못한다.’

마나 보호막.

각성자들은 모두가 마나 보호막을 가지고 있다.

과거 자이라의 허벅지를 물었던 웨어울프가 떠오른 것이다.

예상하건대 내 마나 보호막이 자이라의 것보다 최소 열 배.

아니, 수십 배는 두껍다.

실제로 처음에 웨어울프가 허공에 대고 이빨질을 했던 것처럼, 더 큰 웨어울프의 송곳니도, 클로베어의 긴 발톱도 내 몸에 닿지 않았다.

20년을 넘게 함께한 내 몸이 달라졌음을 또 한 번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공격대 스텝들은 일찌감치 출근하는 모양이었다.

시간은 오전 7시46분이었는데 벌써부터 메인 홀이 분주했다.

2인 1조로 카트를 끄는 직원들과 ‘텔로미어’ 라는 글자가 적힌 유니폼을 입고 돌아다니는 이들이 적잖이 보였다.

“응? 매니저도 벌써 출근했네?”

트롤 매니저의 이름은 바르가스.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에 문에 찍힌 그의 이름을 확인했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기분이 상쾌해서인지 절로 명랑한 아침인사가 나온다.

“엇! 헌터님! 벌써 나오셨어요?”

또 나를 보고는 고개를 푹 숙인다.

“바르가스 매니저님. 그렇게까지 공손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 어려요.” 내가 말했다.

고개를 든 트롤의 세 개의 눈이 그렁그렁했다.

“가당치 않은 말씀이십니다! 헌터님은 VVVIP라는 말로도 한참 부족한 분이에요. 저는 살면서 헌터님처럼 마나 수치가 높은 분은 처음 봅니다. 각성자들에게는 마나 수치가 바로 명함 아닙니까? 그런 헌터를 마주한다는 것 자체가 가문의 영광입니다!”

하···

이 트롤.

어제보다 더 심해진 듯한데?

“제가 불편하다고요!” 내가 짧게 외쳤다.

“아···”

미처 생각 못 했다는 표정이었다.

트롤들은 대체로 가분수라서 얼굴이 큰 편인데, 그래서인지 드러나는 표정이 감정을 곧잘 드러낸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건 됐고요. 저 장비들을 좀 사야 하는데 도와 주실 수 있나요? 바쁘시면 괜찮고요.”

“물론입니다! 당연히 도와야죠!”

당장 경례라도 할 기세였다.

“제가 또 둘째 가라면 서러울 장비 전문가 아닙니까!”


우리는 사무실을 나선 뒤 음속 승강기를 타고 지하에 있는 상점가로 향했다.

바르가스의 말에 따르면 입점해 있는 상점들 만큼은 22층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나는 지하로 내려온 뒤에 또 한 번 크게 놀랐다.

어쩐지···

한참을 내려 오더라니.

1층 사옥은 지하 상점가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었던 것이다.

지하인데도 층고가 비정상적으로 높았다.

층고가 높다는 것은 이 공간이 무척 넓다는 의미도 된다.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기술력이다.

평생 지상에서만 살았던 나로서는 꼭 미래에 온 것만 같았다.

복잡한 것 같아도 구획이 반듯하고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서 길을 잃을 일은 없을 것 같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스마트폰을 꺼내 든 나를 보는 바르가스의 얼굴은 꼭 바퀴벌레를 본 듯한 표정이었다.

“그 구시대 유물은 도대체 언제적 물건입니까?” 바르가스가 물었다.

“이거 얼마 안 됐는데. 6년쯤···?”

“아, 헌터님은 헌터 경력이 얼마 안 되셨죠. 제가 이런답니다. 아직 헌터님에 대해 숙지한 바가 적어 송구합니다. 제가 빠른 시일 내에 더 확실히, 보다 많은 정보를 숙지할 것을 약속 드립니다!”

“그럴 필요는 없는데.”

정말로 그랬는데.

바르가스는 시키지도 않은 일을 열심히 했다.

각성자 시스템에 대해 일장 연설을 한 것이다.

그에 따르면 시스템은 스마트폰의 상위 호환 기술이나 다름없다.

스마트폰의 모든 기능을 보다 선명한 화질로 구현할 수 있으며, 스마트폰보다 더 저렴한 월 사용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다.

단.

각성자여야만 사용할 수 있다.

조금 화가 치밀었다.

일반인과 비교도 못 할 만큼 돈을 벌면서 이런 사소한 것에서조차 각성자들은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었다.

“하긴, 각성자들은 세금을 많이 내지.”

버는 돈의 절반이 세금이니.

그래도 화가 나는 건 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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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시스템 +2 24.02.17 1,784 30 12쪽
» VVVIP가 되었다. 24.02.16 1,838 32 12쪽
7 스킬: 돌진 24.02.16 1,923 28 11쪽
6 금테 두른 각성자 면허 24.02.16 2,177 37 12쪽
5 529 지구 협회 +2 24.02.16 2,504 38 12쪽
4 각성(2) +1 24.02.15 2,907 48 12쪽
3 각성(1) 24.02.14 3,097 46 8쪽
2 코어 결정 +1 24.02.13 4,408 49 12쪽
1 클리너 +3 24.02.12 6,247 6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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