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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마나 수치 99.99999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2.12 23:50
최근연재일 :
2024.04.04 16:05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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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543
추천수 :
1,138
글자수 :
284,751

작성
24.02.25 01:40
조회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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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글자
12쪽

혼자서 세상을 구하는 방법

DUMMY

거대한 게이트가 무너져서 대형 몬스터들이 22층을 활개치고 다닌다는 것은 그만큼 끔찍한 레퍼토리였다.

대형 몬스터를 혼자서, 그것도 코앞에서 상대해 본 내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공격대들이 20인 이상으로 인원을 꾸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게다가 그 20명이 넘는 공격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야만 겨우, 대형 몬스터 한 마리를 게이트 반대편으로 조금씩 몰아갈 수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공격대는 22층에서 알아주는 대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텔로미어의 제로 공격대는 성격이 조금 달랐다.

편의상 만들어진 팀으로, 팀웍이 중심인 팀이 아니었다.

“15분입니다.”

나는 그 말을 남기고 혼자서 게이트에 들어갔다.


안쪽 상황은 전해 들은 것보다 더 심각했다.

들어가자마자 코를 찌르는 냄새가 났다.

숨을 쉬는 것만으로 목구멍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괜찮을 거다.

목이 타는 느낌은 각성하기 전 육체의 기억 때문에 발생하는 오류일 확률이 높다.

나는 왼팔에 새겨진 점멸로 게이트에서 최대한 멀어졌다.

수십 미터쯤 높이로 녹빛을 띤 공기가 깔려 있는 게 보였고.

“열 마리는 얼어죽을!”

독 안개 안에는 눈대중으로 봐도 스무 마리가 넘는 드래곤들이 다글다글 모여 있었다.

날도마뱀들 사이에 푸른 빛이 반짝거렸다.

“음? 저건 뭐지?”

하지만 멍 때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그건 나중에 확인하기로 하고.


쿵! 쿠웅! 쿵쿵쿵!


게이트에 달려든 녀석들을 떼어 놓는 것이 급선무였다.

운석 소환은 최대 10초쯤 캐스팅이 가능한 스킬이었다.

맥시멈 캐스팅 시간이 4초에서 5초 사이인 화염구보다 훨씬 강력한 스킬인 것이다.

하지만 게이트 근처인 만큼 신중해야 한다.

잘못하다간 게이트까지 부숴 버리는 수가 있으니.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서너 마리의 독룡이 내게 대가리를 돌렸다.

그러고는 곧장 이리로 향한다.

녀석들이 내게 닿기까지는 아직 몇 초의 시간이 있다.

대략 3초.

캐스팅은 이미 시작되었고, 3초 안에 어디쯤 운석을 떨어뜨릴지 결정해야 한다.


1···

2···

3.


“됐다.”

굉음과 함께 운석이 소환됐다.


쿠우우우우우우-


“이게 최선이다.”

아직 바닥에 닿지 않았는데도, 운석 소환 스킬의 위상은 날도마뱀들을 압도했다.

게이트를 거칠게 두들기던 드래곤 중 기민한 녀석들은 머리 위의 거대한 그림자를 발견하고는 황급히 날개를 퍼덕거렸는데, 옆의 드래곤에 떠밀려 넘어지거나 제때 자리를 뜨지 못했다.

게이트를 치는 데 골몰한 녀석들은 운석의 굉음을 듣지 못한 것 같았다.

그 대가는···

죽음.

나는 운석이 떨어지기 직전에 몇 번이고 점멸을 사용해서 최대한 멀리, 그 자리를 벗어났다.

마침내 거대한 운석이 독 안개 속으로 떨어졌다.

삐-

무지막지한 폭발음과 함께 아주 먼 거리임에도 후폭풍에 머리카락이 뒤로 넘어갔다.

게이트에 영향이 갈까 불안하긴 했지만 시간이 없었다.

내 운석 소환 스킬은 정말이지···

엄청났다.

캐스팅에 익숙해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는데, 위력을 보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1초 내의 짧은 집중과 수초 간의 집중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있다.

이미지를 순간 떠올리는 것과 떠올린 이미지를 지속하는 것은 몹시 다른 문제니까.

캐스팅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배우는 데 소모된 사흘은 결코 길지 않았다.

내쪽으로 다가오던 드래곤 세 마리는 운석의 폭발에 놀란 나머지 황급히 날아가 버렸다.

정신없이 점멸을 사용해 다다른 곳의 풍경은 황량했다.

공격대도, 몬스터도 없었다.

드문드문 솟아 있던 거대한 나무들 만이 말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저 멀리, 그리고 보다 가까운 거리 곳곳에 반짝이는 코어 결정이 보인다.

게이트 앞의 푸른 빛의 정체 또한 알게 된 것이었다.

코어 결정이 바닥에 흩어진 모양을 보니, 쫓기다 쫓기다 죽임을 당한 이들의 영상이 눈앞에 선연했다.

전혀 모르는 이들.

내게는 이방인들임에도 그들의 죽음이 안쓰러웠다.

짧게나마 게이트 안에서 그들과 동고동락했으니.

같은 공기를 마시고, 같은 마나를 품은 동료였다.

이럴 때는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여느 코어 결정과 다를 바 없이 빛났지만, 내게는 그 의미가 다르게 다가왔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저 코어 결정들을, 이제는 수명을 다한 생명들을 인벤토리에 넣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 말이다.

코어 결정은 그 크기가 제각각이었다.

1kg쯤 되어 보이는 것에서 크게는 5kg이 넘는 것도 있었다.

내가 선 곳에서 가장 가까운 코어 결정 앞에 양 무릎을 꿇고 앉았다.

맨손으로 바닥을 긁었다.

코어 결정 하나에 구멍 하나.

구멍은 되도록 깊이.

그들의 죽음이 누군가에게는 기억되어야 할 것 같았다.

이름 모를 각성자의 죽음이 어디론가 팔려다녀서는 안 된다.

그것만은 막고 싶었다.

다행인 점은.

내가 맨손으로도 땅을 무척 잘 판다는 것이었다.

인간 굴착기가 따로 없다고 말할 만큼.


“아, 15분 넘었네.”

약속했던 15분은 진작 지났다.

제로팀이 나를 걱정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시작한 일을 끝내야 했다.

그렇게···

그 일대의 코어 결정을 남김없이 바닥에 묻었다.

머리 위에 떠 있던 항성이 어느새 뉘엿뉘엿 기울며 붉은 빛을 띠었다.


다시 게이트로 걸어 나갔을 때는 내가 상상한 것과는 조금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눈앞이.

눈앞에 뭔가가 가득했다.

제일 먼저 에리얼과 자이라, 크루엘라가 보였다.

그들 옆으로, 그리고 뒤로 얼굴이 흐릿한 무수한 각성자들이 장비를 갖춘 채 포진하고 있었다.

제로 팀이 눈에 띄는 곳에 서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인파에 섞인 그들의 얼굴을 제일 먼저 알아봤다.

안면 인식 장애.

한때 그것을 의심한 적이 있었으나 검사 결과 뇌 손상은 없었다.

‘방추이랑에는 전혀 이상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아마도 생활 습관에서 온 것일 가능성이 높아요.’

의사는 그렇게 말했다.

그건 사실이었다.

한 사람의 얼굴을 꾸준히 쳐다보면 그 사람의 얼굴이 명확이 각인 되었으니까.

그 증거가 자이라와 에리얼이었다.

이제 크루엘라의 얼굴도 제법 알아보겠다.

다만 각성하기 전, 그리고 지금까지도 사람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건 쉽지가 않다.

“이제 괜찮아요.” 내가 말했다.

돌아보면 내가 가진 힘으로 그리 힘들 것도 없는 상황이었다.

게이트에 들어가기 직전까지는 긴장했지만 막상 들어가서는 내가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실제로 게이트 쪽 독룡 떼는 운석 소환 한 방에 정리된 거나 다름없었으니.

중간중간 어슬렁거리는 대형 몬스터는 화염구를 날리니 달아났다.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각성자들의 코어 결정을 땅에 묻는 일이었다.

막상 게이트를 나선 지금, 그들을 더 깊이 묻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가장 먼저 뛰어와서 나를 껴안은 것은 에리얼이었다.

“흡!”

양쪽 폐가 짜부러지는 줄 알았다.

그 다음은 자이라.

녀석이 에리얼과 나를 동시에 감싸안았다.

“흐으읍!”

이 도마뱀 시키, 누가 탱커 아니랄까봐 힘이 장사다.

끝으로 크루엘라가 옆쪽으로 와서 내 등에 손을 얹고 어깨에 이마를 기댔다.

“윽!”

뿔에 찔렸는데 불평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이건 도대체 무슨 감정일까.

아무래도 긴장이 풀린 모양이다.

심장 아래쪽 장기들이 축 늘어지는 느낌이 든다.

“15분 넘었잖아요. 시간 관념이 엉망이네···”

에리얼이 울먹거리며 말했다.

뿌애앵!

그 말에 눈물 버튼이 눌린 것인지, 크루엘라가 대성통곡했다.

나는 그녀의 반응에 머리를 갸웃했다.

자이라는.


우지끈!


“크허업!”

다시금 더 세게 팔을 조일 뿐이었다.


각성자 중앙 협회에서 나온 요원들이 게이트 안을 수색했다.

대부분 거버먼트라는 알파벳이 적힌 검정 유니폼을 입고 있었는데, 인솔자로 보이는 셋은 블랙 슈트 차림이었다.

셔츠도 블랙.

타이도 블랙.

시커먼스가 따로 없다.

최전방 공격대 모두에게 대기 명령이 떨어진 상태라서 제로 팀도 게이트 앞 막사에서 대기하며 쉬고 있었다.

웨이터 복장을 한 각성자 하나가 커피를 만들고 있었다.

고소하면서도 스윗한 향과는 다르게 커피는 썼다.

“으으으···”

이 쓴 물을 다들 호로록거리며 잘도 마셨다.

어떻게 된 거냐고, 에리얼이 물었다.

“새로 배운 스킬로 한 방 먹였어요.”

“헌터님 화염구 완전 개쩔어요! 제가 사냥터에서 다 봤거든요!”

크루엘라는 아까 엉엉 운 것을 잊고 쾌활함을 되찾았다.

에리얼과 자이라도 아마 블루박스 영상을 통해 내 스킬을 보았을 것이다.

“아, 파밍한 거 아직 안에 있는데.”

내가 인벤토리를 열자 안은 큼직한 코어 결정으로 가득했다.

“다 넣지를 못 했어요.”

공격대 전투에서는 해당 공용 인벤토리에 파밍을 하는 것이 룰이다.

“괜찮아요. 게이트 안에 남은 건 요원들이 파밍해서 돌려줄 거예요. 정부가 또 그런 쪽은 깔끔한 편이니까요.”

나는 인벤토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복귀하는 대로 반납하겠습니다.”

공격대에서 획득한 전리품을 N분의 1로 나누는 것 또한 룰이다.

“혼자서 다 처리해 놓고 뭘 나눠요. 그건 차 헌터님이 가지세요.” 에리얼이 말했다.

“에? 그래도···”

말끝을 흐리며 둘러보니 자이라와 크루엘라도 100퍼센트 동의하는 얼굴이었다.

앞으로 장비 걱정은 없을 듯하다.

독룡의 코어 결정은 화염룡보다는 작았지만 1톤은 너끈히 넘었다.


두 시간 후.

수색을 마친 정부 요원들이 줄줄이 게이트에서 나왔다.

인솔자 셋은 우리가 앉아 있는 쪽으로 척척 걸어왔다.

셋 중 가장 앞에 선 이가 말했다.

“동행해 주시겠습니까 미스터 차.”

그러고는 대답을 기다렸다.

등산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려는 나를 자이라가 팔로 막았고.

“무슨 일이시죠? 설명이 필요합니다.” 에리얼이 말했다.

요원은 말 없이 시스템 창 하나를 공유했다.

큼직한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긴급 소환 명령서.

각성자 중앙 협회장 직권.

그리고 제일 아래쪽에는 각성자 중앙 협회장의 날인이 찍혀 있었다.

“협회장님은 그저 미스터 차와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십니다.”

요원은 시종일관 무표정했다.

“괜찮아요.”

나는 자이라의 팔을 내리며, 에리얼을 보고 말했다.

요원들 셋.

마나 수치가 A급은 될 정도로 높지만 나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었다.

만약의 경우 제압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나는 하늘을 날 수 있다.

게다가 전사의 돌진 스킬로도 그다지 불편함이 없었지만 점멸 스킬은 그에 비하면 사기 스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쩔어 주니까 뭐···

걱정 없다.

“가시죠.”

그들은 나를 납작한 자동차에 태웠는데, 자동차까지 시커멨다.

놀랍게도 시커먼 자동차는 수직으로 고도를 높였다.

나는 창밖으로 멀어지는 일행들을 내려다봤다.

일행들의 얼굴도 나를 향해 있었다.

“안전 버튼을 눌러 주십시오.”

옆에 앉은 요원이 말했다.

창문 아래 있는 빨간 버튼을 누르자 실내에 얼기설기 거미줄이 쳐 졌다.

마나를 활용한 안전 장치였다.

“호오.”

신박한데?

마나 거미줄이 몸을 압박하자 몸이 좌석에 바짝 달라붙었고, 이내 자동차가 앞으로 튀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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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스킬: 돌진 24.02.16 1,922 28 11쪽
6 금테 두른 각성자 면허 24.02.16 2,177 37 12쪽
5 529 지구 협회 +2 24.02.16 2,504 38 12쪽
4 각성(2) +1 24.02.15 2,907 48 12쪽
3 각성(1) 24.02.14 3,096 46 8쪽
2 코어 결정 +1 24.02.13 4,408 49 12쪽
1 클리너 +3 24.02.12 6,247 6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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