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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마나 수치 99.99999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2.12 23:50
최근연재일 :
2024.04.04 16:05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52,551
추천수 :
1,138
글자수 :
284,751

작성
24.02.17 13:05
조회
1,700
추천
30
글자
12쪽

설마··· 나한테 반했나?

DUMMY

장비는 어차피 계속 바뀔 거고, 팔면 얼마간 돈을 돌려받을 수 있으니 크게 신경 쓰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던 도중에 자이라를 데리러 온 이가 있어 자리를 떴다.

자이라 뿐 아니라 훈련장에 있던 헌터들 모두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나는 갑옷을 입은 전투인형 앞에 섰다가 허수아비가 저렴하다는 바르가스의 말이 떠올라 허수아비가 도열해 있는 곳으로 갔다.

걸어가는 대신.

‘돌진.’

눈을 감고 스킬을 사용했다.

순식간에 허수아비들이 내 앞으로 다가왔다.

아흣, 짜릿해!

그러고 보니 스킬을 사용하는 거랑 시스템의 이미징이랑 비슷한데?

나는 먼저 롱소드를 인벤토리에서 꺼냈다.

아이템은 사용자의 능력을 증폭시켜 준다고 했다.

좋은 아이템일수록 증폭치가 크다고.

바꿔 말하면 사용자의 마나 사용량이 대폭 줄어드는 것이다.

허수아비는 굵은 밧줄을 여러 겹으로 모아 만든 것으로 제법 내구도가 있어 보였다.

줄 하나를 끊기는 쉽지만 열 가닥, 스무 가닥이 되면 강도가 급격히 올라가는 원리를 이용해 만들었다.

허수아비 여기저기에 중간중간 한 가닥씩 줄이 끊어진 정도의 상흔이 남아 있었다.

나는 최대한 힘을 빼고 허수아비를 향해 롱소드를 휘둘렀다.

평타다.

서겅.

허수아비의 내구도는 보이는 것과 달랐다.

크기는 자이라의 덩치와 맞먹었는데, 무슨 종잇장처럼 허무하게 썰려 버렸다.

잘린 허리 위쪽이 시간을 두고 바닥에 떨어졌다.

풀썩!

“아, 이렇게 약해서 바르가스가 그렇게 말했던 거구나? 어랏?”

풀썩! 풀썩!

내 앞에 놓인 허수아비와 그 뒤.

그리고 그 뒤의 허수아비까지 총 세 개가 같은 모양으로 잘렸다.

하물며 잘린 양 옆의 허수아비에도 내 평타의 영향으로 너덜너덜해졌다.

아무래도 힘을 더 빼야 할 모양이다.

아··· 회전 베기를 써 보고 싶은데.

아까는 무기가 없어서 스킬을 시험해 보지 못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회전 베기는 주먹으로 사용하지 못하니까.

잠깐 고민하고 섰다가 마음을 먹었다.

“그래! 바르가스가 허수아비쯤은 괜찮다고 했으니까!”

도열해 있는 허수아비는 눈대중으로 200개쯤.

게다가 사이사이 거리가 있어서 아무리 스킬이라고는 해도 가볍게 사용하면 그리 큰 피해는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나는 돌진으로 다음 단계의 전투인형으로 이동했다.

밧줄의 굵기와 허수아비의 크기가 한층 커졌다.

말하자면 대형 허수아비!

“그래. 이쯤이면 괜찮을 거야.”

허수아비가 커진 만큼 숫자는 100개 정도로 줄었다.

둘러보니 마침 내 위치는 대형 허수아비들의 기준이 되는 정중앙이었다.

“힘을 뺀다··· 힘을 뺀다···”

그렇게 말하며 제자리 뛰기를 했다.

얼마간 몸을 풀고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눈을 감았다.

그러고는 오른 팔뚝에 새겨진 스킬을 이미징했다.

‘회전 베기.’

스킬을 사용하는 건 마치 그런 느낌이다.

무수히 반복했던 동작 중 가장 이상적인 동작을 저장해 두었다가 꺼내서 쓰는.

과거 나는 ‘회전 베기’라는 동작을 사용한 적이 없었지만, 스킬을 익힌 나는 과거의 내가 아니었다.

일정 시간 무수히 반복된 동작 중 최적화된 동작.

그것이 스킬을 배우는 순간 내 안에 각인되는 것이다.

등 뒤에서부터 칼끝이 원을 그리며 허공을 갈랐다.

찰나였다.

스킬이 발동하는 그 순간.

내 머리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텅 비어 있었다.

눈을 감고 나무를 각인했던 것과, 마나를 응축할 때와 같이.

완전한 움직임.

전율.

깡!

깡이라고?

그 다음에는 잘린 허수아비들이 동시에 바닥에 떨어지며 천둥 소리를 냈다.

우르르릉! 콰과과과과과-

그 광경을 보고는 머리가 하얘졌다.

그런 다음엔.

큰일 난 것 같았다.

“하이씨!”

뭔가 사기를 당한 기분이다.

스킬을 발동하면 그건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쓴 것과 같은 느낌도 드는데···

눈앞에 만신창이가 된 풍경이 그랬다.

내가 하지도 않은 일의 책임을 떠안은 느낌이랄까.

최초의 깡, 하는 소리의 정체는 회전 베기의 여파가 낸 소리 같았다.

제일 가장자리에 있는, 갑옷을 입은 고급 전투인형에까지 스킬의 여파가 닿은 듯하다.

분명 충분히 몸을 풀고 스킬을 사용했는데, 스킬은 평타랑 다르게 내 힘조절이 먹히지 않는 모양이다.


드디어 잠을 잤다.

당연히 내가 저지른 일은 자기 전에 바르가스에게 고했다.

자진 납세랄까.

바르가스는 내 말을 듣고는 땀을 뻘뻘 흘렸지만 허수아비를 물어내라고 하지는 않았다.

상점에서 부린 허세의 대가라고 생각하면 너무도 큰 대가일지도 모르겠다.

충분히 잠을 자고 다시 공격대에 출근했을 때는 전날과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다.

내가 저지른 만행(?)이 공격대 내에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나를 보는 이들은 내게 이상한 눈길을 보냈다.

당황스러웠다.

내가 모르는 종류의 눈빛이었으니.

그전까지 나를 그런 식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한 명도 없었다.

“저··· 안녕하세요 헌터님!”

내게 인사를 건네고, 볼이 빨개져서는 후다닥 뛰어가는 여직원을 보고는 겨우 가늠할 수 있었다.

“설마 동경 같은 건가?”

좀···

“부담스러운데···”

하지만 나쁘지만은 않았다.

적어도 눈빛에서 악의가 느껴지지는 않았으니.

나는 출근하자마자 공대장, 에리얼의 사무실로 불려 갔다.

“그래, 훈련장의 영상은 확인했어요.”

에리얼이 눈을 깜빡이자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온 마나가 훈련장에서 내가 저지른 만행을 선명한 3D로 재생했다.

원한다면 시스템으로 출력한 화면을 타인과 공유할 수도 있는 모양이다.

대단한데?

이것이 시스템의 힘이란 말인가!

나는 손을 모으고는 책상 밑에서 꼼지락거렸다.

다시 보니 내가 저지른 일이 더욱 심각하다는 것을 실감했던 것이다.

침묵이 불편하니 입을 여는 게 낫겠다.

“비용은···”

그렇게 말하며 숙였던 고개를 들어 에리얼의 얼굴을 살피는데.

화가 난 얼굴 같지는 않아 보였다.

“짱이에요! 짱 멋있어요 헌터님!”

“네?”

“헌터님! 회전 베기는 전사 계열 스킬 중에도 아주 기본이 되는 스킬이에요. 그러니까··· 그래, 평타보다 조금 센? 그런 스킬이란 말이에요. 그런데 헌터님은···”

에리얼은 마치 아이처럼.

횡설수설 대며 내가 저지른 일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칭송했다.

그녀의 얘기를 들으며, 내가 아무 것도 잘못하지 않았음을 인지했다.

“흠흠, 그래서 말인데.”

에리얼이 표정을 다잡으며 말했다.

다잡으려고는 했지만 방금까지 신났던 흔적이 여전히 그녀의 매끈한 눈가를 타고 흘러내렸다.

직원들의 동경 어린 시선과 다르게, 이때 만큼은 대놓고 기분이 좋았다.

“내일 바로 공격대에 참여해 주십사 합니다.”

“공격대요?”

에리얼은 시간을 들여 세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나는 공격대에 대해 많은 것들을 잘못 알고 있었다.

나 같은 일반인들은 각성자들의 세계를 겉핥기 식으로만 알고 있기에 그런 사소한 오류들이 많았던 것이다.

에리얼은 다르다.

어린 시절 각성했고, 엘리트 코스를 밟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녀는 말을 빠르게 하지 않는다.

전혀 느리다고 느껴지지는 않지만 또박또박, 전달해야 할 정보를 적확하게 전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텔로미어는 길드예요.”

가령 이런 말에는 길드에 강세가 붙는다.

텔로미어는 길드이고, 휘하에 열 개가량 공격대를 운영한다.

각 팀마다 인원은 다르다.

그리고 텔로미어의 모든 각성자들은 전투가 없을 때 자유롭게 파티를 맺고 필드에서 던전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 모든 이들의 수장, 길드장이 눈앞의 에리얼이다.

이야기가 그렇게 되는 것이었다.

융튜브나 인터넷에서 접하게 되는 공격대는 해당 길드의 공격대로 나와 같은 일반인은 길드명을 공격대명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하는데, 공격대에 이름을 짓는 건 드물다고.

그동안 근처를 날아다니며 성가시게 만든 파리를 에리얼이 때려잡아 준 듯한 느낌이었다.

길드와 공격대의 산뜻한 정리!

“자. 설명은 이쯤 하고 본격적으로 전투 준비를 해 볼까요?”

자이라가 메인 탱커로 있는 공격대를 비롯해 텔로미어의 전투력이 우수한 세 개 공격대는 최전선의 캠페인 전투에 투입되어 있다고 한다.

그곳에는 초대형 게이트가 있고, 크기가 크기인 만큼 쉽게 게이트를 닫지 못한 채, 전투를 지속하는 상태란다.

그곳이 뚫리면 층 전체가 위험해지기에 텔로미어 말고도 유수의 길드가 투입되어 있다고.

1,200여 개의 지구.

주민 수십억.

그 모든 이들의 안녕을 백여 개 길드 산하의 공격대가 수호하고 있었던 것이다.

“뭐. 이런 건 일하다 보면 차츰 알게 되는 거고··· 참, 차 헌터님 방어구 없죠.”

“네? 아··· 방어구요. 없어요.”

너무 많은 내용이 한 번에 머릿속에 들어와 정신이 없는 상태였다.

“당장 전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어요.”

에리얼이 자리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사무실 입구로 걸어갔다.

뒤를 돌아본다.

“뭐해요, 안 오고!”

아무래도.

에리얼은 신이 난 듯하다.

지하 상점가로 이동하며 그녀는 끊임없이 재잘댔다.

박새가 떠오른다.

포르르 날아다니며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주는.

“이건 길드 차원의 투자니까 너무 부담스러워하지 마세요.”


상점에서 적당한 방어구를 고르고, 다시 지상으로 올라왔다.

에리얼이 정말이지 꼼꼼하게 살펴 주었다.

그리고 내가 전투가 처음인 만큼 자신도 캠페인 전투에 합류하겠다고 말했다.

“편하게 안내원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일단은 보유한 스킬과 전투 감각을 익히는 데만 집중하라는 조언도 해 주었다.

연습과 실전은 아마 다를 거라고.

자이라가 메인 탱커인 공격대를 비롯한 두 개 공격대는 이미 최전방 캠페인 전투에 참여해 있다고 한다.

포탈을 한 번 생성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 주기에 크게 부담되는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주거 지구를 벗어나면 외곽에 광활한 필드가 펼쳐져 있는데, 또 다시 수천 킬로 떨어진 가장자리 부근에 초대형 게이트가 뚫려 있단다.

거기까지는 음속 열차로도 꼬박 하루 이상 걸린다.

포탈은 텔로미어 사옥 옥상에서 곧장 최전방으로 연결된다.


옥상에 도착하기 전부터 심장이 벌렁거렸다.

바로 저 위.

포탈 근처에 오자 마나 농도가 말도 못하게 짙어졌다.

우리는 말없이 큼직한 계단을 올랐고.

마침내 옥상에 도착했다.

에리얼과 내 몸에 흐르는 마나량도 차이가 났지만, 그보다 우리와 포탈 간의 격차가 훨씬 더 컸다.

비교 불가.

마나가 휘몰아치는 포탈 앞에서 에리얼은 짧게 물었다.

“준비 됐나요?”

그즈음 나는 겨드랑이랑 발목이 몹시 불편했다.

발목보다는 겨드랑이가 더 불편하다.

새로 장만한 방어구가 몸에 너무 달라붙었던 것이다.

나는 겨드랑이 쪽을 꼼지락거리며 말했다.

“으··· 일단은··· 네.”

“차츰 적응될 거예요. 마나 보호막이 뚫렸을 때 목숨을 지켜줄 고마운 아이니까 불편해도 좀 참아요.”

에리얼은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는 미소지었다.

“참, 현기증은 좀 날 거예요.”

그 말을 끝으로 에리얼은 포탈을 향해 가볍게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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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금테 두른 각성자 면허 24.02.16 2,177 37 12쪽
5 529 지구 협회 +2 24.02.16 2,504 38 12쪽
4 각성(2) +1 24.02.15 2,907 4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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