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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마나 수치 99.99999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2.12 23:50
최근연재일 :
2024.04.04 16:05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52,547
추천수 :
1,138
글자수 :
284,751

작성
24.02.19 00:05
조회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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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글자
12쪽

카우보이가 된 검은 전사님

DUMMY

호통을 치는 노인의 입꼬리가 조금 올라가 있었다.

“에이, 저 아시잖아요. 길드장! 애들 많이 보낼게요.”

에리얼의 이런 모습은 또 신박했다.

한쪽 눈을 감아 찡긋, 윙크하는데 내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후다닥 상점을 나선 우리는, 각자 새로 산 아이템을 들고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승강장까지 오는데는 시간이 좀 걸렸다.

각자, 서로의 아이템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느라 지체되었던 것이다.

“음 이 대검으로 말할 것 같으면, 혈혈단신의 검은 전사가 드래곤보다도 큰 사도를 단칼에 베어 버린 전설적인 검이거든! 그게 어떻게 된 말씀이냐면 말이야···”

“이 단검은요, 3,000년 전 암흑 군주가 신을 죽일 때 사용한 단검인데요, 후에 대마법사가 자신의 마력 9할을 주입해서 개량한 단검이거든요! 그래서 효과는···”

그건 대화가 아니었다.

서로 다른 세계에 빠져 있는 얼빠진 눈빛.

쉽게 말해 잠깐 미친 것이었다.

아무튼 음속 승강기에서 내릴 즈음, 우리 세계는 얼마간 다시 겹쳐졌다.

“아, 그래서 헌터님은 무얼 사셨다구요?”

“글라디우스요.”

나는 인벤토리에서 검을 꺼내 둘에게 보여주었다.

“오오, 이펙트가 붙은 검이네요?”

검을 보는 에리얼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걸 얼마 줬다구요?”

“백만이요.”

“오와!”

둘이 동시에 감탄했다.

“노친네가 너를 정말로 좋게 본 모양인데?” 자이라가 말했다.

“정말로요! 무기에 효과가 하나씩 추가될 때마다 가격이 기하급수로 뛰거든요!”

둘의 무기에도 효과는 하나씩밖에 없었다.

승강기에서 내려 훈련장으로 향하려던 내 어깨를 자이라가 붙잡았다.

“또 전투인형들 다 쓸어 버리게? 그 무기 들고 스킬 썼다간 건물이 무너질지도 모른다구.”

“아.”

미처 생각 못했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이놈 써 봐야 하니까 사냥터로 가자.”

“저도 새로 산 아이 시험하러 가야 하니까 셋이 함께 가요.”

“오, 삼인팟! 좋다, 좋아!”

우리는 얼씨구나 사냥터로 갔다.

내 마지막 몬스터는 코어 결정 3g을 주는 클로베어.

그게 불과 며칠 전이었는데···

벌써 몇 달은 지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각성한 이후 시간의 밀도가 조금 달라진 것 같다.


사냥터는 이제 세 번째인데 방문할 때마다 감회가 무척 새롭다.

첫 번째는 자이라를 따라 견학을.

두 번째는 솔로잉.

세 번째는 파티플이다.

“왜 그래요?” 에리얼이 물었다.

“그냥 신기해서요.”

내 말에 에리얼이 미소 지었다.

“앞으로 더 멋진 일들이 벌어질 거예요.”

자이라는 내내 앞에서 대검을 어깨에 걸치고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이제 덜 휘청거리는 걸 보니 검의 무게에 얼마간 적응한 모양이다.

우리는 고속 무빙 워커에 올라타고 있었다.

곧장 중급 몬스터가 있는 곳으로 향하기 위해서였다.

사냥터가 워낙 방대한 탓에 아무리 각성자라 해도 먼 거리는 무빙 워커를 이용한다.

내가 잡던 클로베어는 하급 중에서도 하급에 속하는 몬스터.

지금 우리가 잡으려 하는 것은 제법 센 녀석이라고 했다.

크레이지 불.

이족 보행하는 소인데 클로베어와 덩치가 비슷하다고 한다.

무리지어 활동하며 협공에 능하다.

나는 시스템을 활용해 간략히 정보를 수집했다.

“내가 먼저 탱킹할게. 이 녀석이라면 중간에 몇 마리쯤 죽어 나가도 모르겠는데? 크하핫!”

자이라의 말에 에리얼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너무 욕심 부리지는 말아요. 자이라님.”

말은 그래도 에리얼 역시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그럼 난 뭘 해야 해?” 내가 물었다.

내 물음에 둘은 서로를 쳐다봤다.

그러다 자이라가 내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넌 당연히 딜을 해야지.”

“나 혼자서?”

자이라가 콧김을 내뿜으며 웃었다.

“그게 드래곤도 썰어 버리는 녀석이 할 소리냐?”

에리얼도 녀석과 비슷한 표정으로 나를 봤다.

“후아···”

두 사람 앞이라 그런지 손바닥에 살짝 땀이 밴다.


고속 무빙 워크에서 내린 우리는 어둑한 숲으로 들어갔다.

중급 몹이 들끓는 숲이라 그런지 한결 울창한 느낌이다.

올빼미 울음소리가 들린다.

“음산하구만.”

에리얼이 빛을 소환했다.

“호오.”

“신성 계열 마법이에요.”

내가 신기해 하니 그녀가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기회가 된다면 마법이라는 것도 한 번 배워 보고 싶군.

“자, 이런 것도 가능하답니다.”

에리얼이 손짓하자 빛이 세 조각으로 나뉘며 우리 셋의 정수리 위에 위치했다.

“자, 간다!”

외침과 동시에 자이라가 돌진 스킬로 앞서 나갔다.

자이라 주변으로 언뜻언뜻 몬스터의 그림자가 스쳐갔다.

데엥! 뎅! 뎅!

자이라의 검격에 마치 종이 울리는 듯한 소리가 났다.

세 마리.

다섯 마리.

여덟 마리?

···

급격히 늘어나는 몬스터에 조금 긴장 됐다.

“저기 오네요.”

멀리서 춤추던 불빛이 다시 우리 쪽으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자이라는 몇 마리인지 세지도 못할 만큼 많은 크레이지 불을 끌고 이리로 달려왔다.

“와씨, 잘 안 죽는데? 튼튼해 이놈들!”

그렇게 외치며.

도마뱀 녀석은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고, 곧 녹색 오라가 그를 감쌌다.

에리얼의 손에서 감도는 오라와 같은 색이었다.

이제 내 차례다.

나는 자이라가 다가오는 쪽으로 걸어가 침착하게 자세를 취했다.

“스읍, 후우···”

행여 실수할까, 무빙 워크에서 내내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더랬다.

‘회전 베기 연속으로 써 봤어?’

‘아니.’

‘그럼 이번에 함 해봐.’

‘연속 회전 베기? 그게 된다고?’

‘이런 늅늅 자식, 크하핫!’

자이라와의 대화를 곱씹으며 다가오는 크레이지 불 무리를 보았다.

“하나··· 둘···”

둘에 자이라가 나를 지나쳤고.

“셋!”

셋과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글라디우스를 타고 손에 감각이 맺혔다.

롱소드로 중형 허수아비를 베던 감각보다 약간은 무딘 감각.

둔탁하지만 다소 부드러운 감각이.

요리하며 횡으로 두부를 썰던 느낌과 비슷한데?

나는 스킬이 끝날 즈음 다시금 전방에 회전 베기를 발동하려다 말았다.

“우어어어엉!”

공격에서 살아남은 크레이지 불 한 마리가 내지르는 비명이었다.

원래는 이족 보행하며 우쭐거린다던 몬스터가 지금은 네 발로 기고 있었다.

쾅!

“쿠힝!”

마지막 딸피는 자이라가 응징했다.

“크핡핡!”

그는 악랄하게 웃으며 우리를 향해 브이를 그렸다.


[크레이지 불을 처치했습니다.]

[코어 결정 1kg 획득!]

[크레이지 불을 처치했습니다.]

[코어 결정 1kg 획득!]

[크레이지 불을 처치했습니다.]

[코어 결정 1kg 획득!]

···


시스템 창을 가득 채운 메시지.

“1kg이라고!”

코어 결정 40여 킬로그램이었다.

대략 4천만 골드다.

좀 얼떨떨한데.

아니···

이 정도면 대놓고 얼떨떨해도 된다.

나는 지금, 내가 산 무기값을 훨씬 상회하는 돈을 벌었다.

“올레!”

자이라가 만세를 불렀다.

“에리얼, 얘네 원래 이렇게 많은 코어 결정을 줍니까?”

“많다구요? 그런가··· 크레이지 불은 원래 좀 악명 높은 몬스터예요. 체력도 비정상적으로 많은 데다가 몰려다니는 통에 사냥이 좀 까다로운 게 아니거든요.”

“음?”

“5인 팟으로 잡아도 이렇게 간단하게 잡을 수는 없어요.”

“오···”

“다 헌터님 덕분이에요.”

“에··· 에엣? 예에?”

“또 갈까요? 오늘 용돈 좀 벌어 보죠 우리!”

에리얼의 말에 돌아보니 자이라가 없었다.

얼마간 바쁘게 움직이던 불빛은 어느새 우리 쪽으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물러나세요!” 내가 외쳤다.


우리는 쉬지 않고 몰이 사냥을 했다.


40kg.

35kg.

39kg.

30kg.

32kg.

27kg.


도합 203kg!

우리가 두 시간가량 사냥해서 잡은 코어 결정이었다.

“무, 무거워!”

자이라가 한탄했다.

복에 겨운 한탄이었다.

우리 셋은 사냥터 한복판에 작은 결계를 쳐 놓고 모닥불을 피우고 앉아 있었다.

결계는 신성 마법의 하나였다.

“차빵. 내가 심각하게 묻는 건데. 우리 직업 바꿀까?”

“정말로 그럴까 봐요. 충격적이에요··· 2억 골드를 벌었어요 우리.”

자이라는 자못 심각한 얼굴이었고, 그 이성적인 에리얼조차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럴 만도 했다.

최전방 공격대 1회 출장이 100만 골드인데···

아니, 저들이 내 열 배를 번다고 쳐도 1,000만 골드쯤이 고작일 텐데, 조금 전 사냥으로 그 몇 배를 벌었으니.

이건 세계의 균형이, 생태계가 파괴되는 느낌이다.

“여기서 사냥만 해도 조만간 1지구로 갈 수 있겠어.” 자이라가 말했다.

“그 전에 몬스터가 바닥나지만 않으면요.”

“몬스터가 바닥난다뇨?” 내가 물었다.

에리얼에 따르면 사냥터도 일종의 군집으로, 이것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냥터가 워낙 방대한 덕분에 지금까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요. 한데 차원영 헌터님 같은 분이 한 분만 더 있어도 사냥터가 초토화되는 건 시간 문제일 거예요.”

둘은 조금 충격을 받은 듯했지만 곧 이성을 되찾았다.

“내일 일정도 있고 하니 오늘은 이쯤 하고 파할까요?”

“주말에 다시 사냥하러 오자! 데이트 비용 좀 벌게!” 자이라가 외쳤다.


어느새 제법 시스템에 적응해서인지, 스마트폰을 덜 꺼낸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 밤이었다.

분신과도 같던 스마트폰이 마침내 인벤토리에 처박히게 된 것이다.

비용이 너무 비싸서 딱 한 번밖에 이용하지 못했던 음속 열차를 밥먹듯 이용할 수 있다.

그런 것이 부의 상징인 것일까.

생각하며 멍하니 시스템 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음속 열차 1회 이용 요금 10골드.

한 달 프리패스 300골드.

700골드에서 10골드와 6,000만 골드에서 10골드는 그 가치가 달라도 너무 달랐다.

700골드의 10골드는 사치가 되는 거고, 6천만 골드의 10골드는 생활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다 왔어, 내리자.” 자이라가 말했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길드 사옥에서 집에 도착했다.

이제 나는 시간 아끼는 데 돈을 쓸 만큼 여유가 생겼다.

“배고프다 밥 먹자. 참, 그리고 우리 클리너 구해야 하지 않냐? 이제 너도 각성자니까 반반 내.”

자이라가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그런 데다 무슨 돈을 써, 라는 생각을 했지만.

차마 그 말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내가 말이 없자 자이라는 눈치껏 다른 질문을 했다.

“밥은 뭘로 먹지?”

“그 고민도 앞으로 반반이다 자식아. 그래도 오늘까지는 내가?”

오랫동안 지속된 직업병인지 몰라도 이미 저녁 메뉴가 머릿속에 떠올라 있었다.

이미 자리잡힌 습관을 지우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리라.

“족밥 어때?”

“족밥 콜!”

족밥의 레시피는 간단하다.

하얀 쌀밥에 가지런히 썬 족발을 얹는다.

내가 좋아하는 메뉴, 특식이었다.

무엇보다 손이 덜 가고 맛있다.

“시스템 창으로 딜리버리도 돼?” 내가 물었다.

“당근 빠따지. 그건 내가.”

우리는 반반족발을 시켰다.

식사 준비를 하려는데 자이라가 나를 어깨로 밀쳤다.

“얌마. 이제 이것도 반반이다. 내가 그동안 네놈 눈치 보느라 요리도 마음껏 못 했단 말이지?”

그런 거였나···

이 둔탱이 덩치가 그런 세심함이 있었다니 새삼 놀랍다.

은연중에 알고 있긴 했다.

나와 동거하기 전에 자이라 역시 1인 가구 생활을 오래 했을 것이다.

그러면 먹고사는, 생활하는 문제야 당연히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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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시스템 +2 24.02.17 1,784 30 12쪽
8 VVVIP가 되었다. 24.02.16 1,838 32 12쪽
7 스킬: 돌진 24.02.16 1,923 28 11쪽
6 금테 두른 각성자 면허 24.02.16 2,177 37 12쪽
5 529 지구 협회 +2 24.02.16 2,504 38 12쪽
4 각성(2) +1 24.02.15 2,907 48 12쪽
3 각성(1) 24.02.14 3,097 46 8쪽
2 코어 결정 +1 24.02.13 4,408 49 12쪽
1 클리너 +3 24.02.12 6,247 6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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