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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마나 수치 99.99999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2.12 23:50
최근연재일 :
2024.04.04 16:05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52,531
추천수 :
1,138
글자수 :
284,751

작성
24.02.19 17:05
조회
1,303
추천
30
글자
11쪽

나만을 위한 공격대

DUMMY

배가 많이 고팠는지, 족밥을 거의 마시다시피 하던 자이라가 우물거리며 입을 열었다.


“너 우리 자기 함 봐야지?”

“응? 아아, 그렇지. 이름이 뭐라고?”

“릴리트. 이름까지 완벽하지 않냐? 눈은 또 얼마나 옥구술 같은지··· 우홍홍···”


녀석의 표정을 보니 정말로 사랑에 빠진 듯하다.


“리자드맨이야?”


22층에서 타 종족과 연애하는 일은 흔한 일이니.


“당근! 내가 좀 보수적이잖냐.”


느지막이 일어나 샤워를 했다.

자이라는 나보다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를 마치고 시스템 창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TV에는 먼지가 쌓였다.

지나고 보니 시스템 창을 이용하지 못하는 나 때문에 산 것이었다.

스마트폰으로는 큰 화면으로 보질 못하니.

그나저나 시키··· 아침부터 뭐 저런 걸 본담.

에리얼 사무실에서 처음.

타종의 시스템 창이 보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내 시스템 창을 켜 보면 그 선명도에서 차이가 컸지만 그럼에도 이것은 타종의 은밀한 사생활을 알게되는 것이었다.

부러 모른 척하긴 했어도, 조금 거슬렸다.

아니, 좀 많이?

출근 열차에서도 흐릿하게 타종의 시스템 창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아직 테두리 정도만 보이는 거라서 크게 문제는 없었다.

다들.

나를 제외한 모두가 시스템 창을 들여다보고 있다.

우리는 텔로미어 사옥에 도착하자마자 2층 에리얼의 사무실로 직행했다.

에리얼의 사무실이 일종의 아지트처럼 되어 버렸다.

어제 식사를 하며 자이라랑 했던 이야기 때문이었다.


“마침 식사 전인데 두 분은요?” 에리얼이 물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니 이런 일도 다 있구나.

아침을 먹는다.

사옥은 몇 개의 동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워낙 부지가 넓어서 대부분 고속 무빙 워크를 이용해서 이동해야 한다.

구내 식당 동은 길드 내에서도 큰 사업이었다.

식당 본관을 비롯해 딸린 건물만 해도 몇 개가 더 있었다.


“이야···”


절로 감탄이 나온다.

주거 지구를 벗어나 여가 지구에 가야만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들이 수두룩빽빽.


“여기까지도 전부 텔로미어 길드가 사용하는 거였구나. 몰랐네.”

“크하핫! 저길 봐.”


자이라가 산자락 아래를 가리켰다.


“저긴 왜.”

“저기는 합숙 훈련장이야.”

“뭐어어어?”

“저기도 봐봐.”


이번엔 또 뭐냐.

반대쪽 산자락이었다.


“저긴 캠핑장.”

“하하하···”


돈이 얼마나 썩어나야 가능한 걸지 머리를 굴려 봐도 도무지 답이 나오질 않는다.

이 일대의 어디든, 손가락만 가리키면 전부 텔로미어였다!


“뭐, 당연한 거 아냐?”


자이라에 따르면 길드 조합은 웬만한 정부 기관보다도 영향력이 있다고.

에리얼이 메뉴를 묻기에 나는 햄버거가 먹고 싶다고 했다.

나는 햄버거를 좋아한다.

한 영화배우가 치즈버거를 좋아한다기에 먹어 보고는 흠뻑 빠졌다.

햄버거는 클리너 시절 비싸서 자주 먹지 못하던 음식이었다.

한두 달에 한 번쯤?

특별한 날이면 햄버거를 주문했으니.

메뉴 주문은 에리얼이, 배달은 로봇이 했다.

식사가 나오고, 나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길드 랭킹은 어떻게 측정하는 건가요?”


랭킹 측정.

의외의 질문이었던지, 에리얼의 눈이 살짝 커졌다.


“랭킹 측정 기준은 외부에 공개되어 있지 않아요.”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길드장쯤 되면 이러저러한 상황과 경험을 통해 어느 정도 유추는 가능해요. 제 생각을 말씀 드릴까요?”

“네. 궁금합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자면 끝도 없이 복잡하니 간단히 정리해서 말씀 드릴게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가능한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에리얼의 짙파란 눈동자가 잠시 천장을 훑고 돌아왔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


“얼마나 층에 기여하는가, 그게 되겠네요.”

“오오···”


감탄한 것은 나뿐이 아니었다.

그녀를 보는 자이라와 내 표정은 종을 떠나 비슷했을 것이다.

간단한 대답이었지만 어쩐지 흐르는 마나 뒤로 후광이 비치는 듯했다.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 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능력이다.

얼마나 층에 기여하느냐.

그것이 핵심이다.


“어, 저기. 왔네요.”


로봇이 햄버거 세트와 음료를 서빙해 왔다.

자이라는 햄버거를 다섯 개나 시켰고, 나는 두 개, 에리얼은 하나만 시켰다.

그마저도 에리얼은 반을 잘라 자이라에게 밀었다.

각성자들을 위한 식사는 기본적으로 밀도가 있는 음식들이었다.

사실 음식을 대체할 만한 캡슐들도 시중에 나와 있지만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잘 사용하지 않는다.

특히나 넉넉한 각성자들일수록 미식에 큰 의미를 부여하니까.


“참, 최전방 임무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게 점수가 높을 거예요. 우리 길드도 그 후에 랭킹이 훌쩍 뛰었으니.” 에리얼이 말했다.

“텔로미어는 매일 최전방 캠페인에 참여하는데 왜 순위가 20위 권인가요?”

“아마 규모 문제일 거예요. 현재 세 개 공격대만 참여하고 있어서. 행여 게이트 안의 대형 몬스터 한 마리를 잡으면 랭킹이 좀 오를지도요? 그런데 보셨다시피 그걸 잡는 건 불가능···”


말끝을 흐린 에리얼의 파란 눈에서 마나가 번뜩였다.

신나게 햄버거를 씹던 자이라도 정지.

그래, 나도 느끼고 있었다.


“잘하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긴급 회의가 소집되었다.

회의의 안건은 ‘나’였다.

하지만 상상한 것과는 조금 달랐다.

나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마냥 상석에 앉아 눈만 꿈뻑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공격대장들이 모인 자리였다.

다들 강해 보인다.

그런 그들이 진지한 얼굴로 영상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공유된 시스템 영상이 대회의장의 넓고 기다란 테이블 위로 재생되고 있었다.

놀라운 기술력이다.

각성자들은 자신의 시각으로 본 것을 영상으로 공유할 수 있다.

일명 블루박스.

시스템은 자나 깨나 내 시야로 영상을 찍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사실을 알고 나니 기분이 묘했다.

보안이 철저한 것은 그나마 다행.

과거 그렇게나 각성자들을 동경한다고 여겼는데 정작 각성자가 되고 보니 그때는 아무 것도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 다시 재생해 주세요!”


공대장 하나가 내게 주문했다.


“아. 예, 예에···”


지금 반복해서 재생되고 있는 것은 내가 드래곤의 발목을 써는 장면이었다.


“길드 자금을 더 투입해서라도 헌터님께 트리플 이펙트 이상의 무기만 쥐어 준다면 잡을 수도 있겠는데요?”


텔로미어는 직급 상관없이 무조건 존대란다.


“트리플 이펙트 아이템 가격이면 최소 30억은 들어갈 텐데요··· 그만한 여유가 되나요? 길드장님?”

“자금은 그다지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이렇게 자리를 마련한 이유는 그런 식으로 길드 랭킹을 올려도 괜찮겠느냐는 것을 상의하기 위해서입니다.”


공격대장들이 웅성거렸다.

그것은 존중이었다.

길드장쯤 되면 그런 사안을 독단으로 진행해도 문제될 것이 없었으니 말이다.

길드 랭킹이 오르면 정부 지원금이 대폭 늘어난다고 한다.


“랭킹도 랭킹이지만 대형 몬스터를 잡으면 엄청난 보상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그 말에 다시금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소리가 잦아들즈음 누군가 질문했다.


“보상이라는 건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어차피 소문이라잖아요.”


말을 꺼냈던 공격대장이 헛기침으로 잡음을 걷어냈다.


“크흠, 일단은 가장 중요한 코어 결정부터 말씀드리면···”


회의장 내가 조용해졌다.


“최소 10톤이 넘어간다고 합니다.”


조용했던 회의장이 술렁거렸다.

10톤···

암산도 어려울 정도의 큰 금액.

텔로미어에 출근하며 겪은 급격한 변화에는 숫자도 있었다.

내가 주로 쓰던 단위.

100골드, 1,000골드.

내게는 10,000골드조차 흔한 돈이 아니었다.

그런데.

여기선 백만 천만이 수시로 거론된다.

그래, 지금은 10톤.

10톤이면 100억 골드다.

10,000,000,000 골드.

공이 무려 열 개다!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충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이템 등급에 상관없이 효과를 더할 수 있는 재료도 떨어진다고 하더군요.”

“음, 그건 헛소문 같은데요? 내로라 하는 장인들도 효과 하나 부여하려면 한 달 넘게 장비를 붙잡고 있어야 하는데··· 하물며 아이템 등급에 상관없다니··· 그렇다는 말은 골드로 살 수 없다는 말이 아닙니까?”

“뭐 소문이라는 게 믿거나 말거나 아니겠습니까.”


나중에 들은 내용이지만 트리플 이펙트 아이템을 30억 골드라고 한 건 미니멈이라고 했다.

최저가.

‘효과’라고 묶긴 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떤’ 효과이지 않겠는가.

만약 대형 몬스터들이 효과를 불어넣을 수 있는 아이템을 드랍한다면, 고작 트리플 이펙트 아이템에 저 엄청난 재료를 사용하지는 않을 것 같다.


회의 결과는 이랬다.

시도해 볼 만하다.

하지만 당장은 아니다.


“차원영 헌터님이 입단한 지 아직 한 달도 안 되었습니다. 헌터님의 뜻이 가장 중요한 만큼, 시간을 가지고 차근차근 진행해 봅시다.”


라는 것이 에리얼의 결정이었다.


당장에 일어난 변화도 있었다.

나를 중심으로 한 공격대가 꾸려진 것이다.

그날부터 나는 공격대원들과 함께 꾸준히 최전방 게이트를 오갔다.

한 번.

한 번 안에 적게는 한 번, 많게는 세 번의 트라이가 있었다.

그렇게.

두 번.

···

열 번.

스무 번이 되고, 그만큼 시간도 흘렀다.

내 글라디우스는 엄청난 무기였다.

스무 번 동안 대형 몬스터를 잡지는 못했지만, 드래곤은 날개가 찢겼고, 골렘은 팔다리가 부서졌다.

거의 잡을 뻔했다.

내가 욕심을 부리다 위험한 상황이 오기도 했지만 다행히 종명 사고는 없었다.

이후 나는 팀원들의 안전에 가장 유의했다.


나를 중심으로 꾸려진 팀은 1탱 12힐 체재였다.

힐러는 공격대에서 나름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12힐을 내 팀에 배정하는 것은 길드 차원에서도 상당히 무리한 것이었지만 불만을 가지는 공격대장은 없었다고 한다.

각 공격대로서는 큰 타격인 것이다.

10인 공격대면 힐러가 한둘, 25인이면 최소 네다섯의 힐러가 필요하다.

힐러 한 명의 자리는 결코 작지 않다.


이제 굳이 입에 내지 않고도 돌진과 회전베기를 자유로이 사용할 정도가 되었다.

우리 공격대 이름은 제로.

임시로 지어진 이름을 계속해서 쓰게 되었다.

이번이 스물한 번째 원정이다.

텔로미어 사옥 옥상.


“자, 준비들 되셨나요?”


제로의 공격대장은 에리얼이었다.

무엇보다 힐러들의 생존을 가장 최우선으로 두고 원정을 해 왔지만, 이번은 다르다.


“예!”


모두가 하나로 느껴질 만큼 단결된 대답이 허공에 울려퍼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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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스킬: 돌진 24.02.16 1,922 28 11쪽
6 금테 두른 각성자 면허 24.02.16 2,176 37 12쪽
5 529 지구 협회 +2 24.02.16 2,504 38 12쪽
4 각성(2) +1 24.02.15 2,907 48 12쪽
3 각성(1) 24.02.14 3,096 4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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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클리너 +3 24.02.12 6,247 6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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